산책을 듣는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114
정은 지음 / 사계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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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 시각 장애 학생이 주인공이라고 했을 때, 일단 거부반응이 있었다. 왜 굳이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했을까? 접근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읽기 시작하면서 의외로 주인공이 너무 밝고 명랑해서 깜짝 놀랐다. 

청각장애가 있는 수지와 시각장애가 있는 한민이는 서로 잘 배려하고 도우며 할 일을 잘 찾았다. 둘만의 우정을 쌓아간다.

수지의 엄마와 돌아가신 할머니,고모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수지가 독립하고 단단해 지는 데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수지 엄마와 수지는 물과 기름처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엄마는 수지에게 제대로 된 수화도 가르치지 않고, 일반적인 언어를 어렵게 가르치고 나중에는 수지가 원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인공와우 수술을 하게 한다.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늘 최선이었다. 

할머니, 엄마, 고모의 도움에서 벗어나 온전히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게 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수지의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나는 먼저 나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던 할머니의 말을 떠올렸다.나는 나를 존중하고 내 선택을 존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할 것이다. 그 시간을 존중할 거라고 다짐하면서 나는 산책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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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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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많이 두려웠다. 

잔인하거나 무서우면 어떡하지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정말 인기 있는 책은 이유가 있다.  이 책은 치밀한 구성으로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

전반부에 나왔던 인물들이 허투루 쓰인 사람이 하나도 없다. 뒤로 가면서 하나하나 연결되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거절할 수 없는 약속을 하게 되고, 약속 이행에 있어서 커다란 두려움과 망설임이 있다. 지금 당장은 정말 간절하여서 악마와 같은 약속을 하지만 정말 그 약속을 이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 사람들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살인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정과 행복을 저버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노파의 압박은 지속된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는 무는 원한관계, 끝나지 않는 대물림이 소름 끼쳤다.

약속은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다른 대안을 찾아야겠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당신 주변에도 나와 똑같은 재앙이 덮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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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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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서 외롭게 어두운 길을 가는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책제목이면서 주인공의 이름도 '설'이여서 겨울처럼 추울 것 같았다. 

정말 외롭게 홀로 추운 거리같은 세상을 헤처나간다. 자신을 사랑하는 단 한 명의 사람을 찾아 헤매고 헤맨다. 

책을 읽으면서 왜 자꾸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공부를 하고, 어떤 부모는 자꾸 조건을 걸어서 자녀를 강요하고 억압을 한다. 

자녀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자유분방함을 주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 최고의 가정에서 자란 시현이 단 하나 가지지 못한 바로 그것, 허술하고 허점투성이인 부모 밑에서 누리는 내 마음대로의 씩씩한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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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반양장) - 2020년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96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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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가 사랑해서 결혼했다. "그 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갖는다.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데 아침 드라마에서는 아주 자세히 나온다. 

이 작품은 커다란 사건 그 후의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화재 사건에서 언니는 동생을 구하고 죽고, 동생은 살았다. 동생은 살아남았는데 어떻게 지낼까? 

사건의 그 이후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다. 그 사건이 있고, 다양한 사람들은 그 후에 어떻게 지냈는지는 서술한다.


김영하의 소설에서도 이런 것은 본 적이 있다. 부모가 있다. 부모는 자녀를 잃어버리고 미친 듯이 아이를 찾아다니다가 10년이 지나서 그 아이를 극적으로 찾는다. 그런데 그 아이를 찾고 나서 어떻게 되었을까를 서술한다.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자녀였지만 찾고 나서의 생활도 그리 녹녹하지는 않는다.

 

이 소설은 정말 첫 장면이 강렬하여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것을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마치 <복면가왕>에서 가면 속의 가수를 추측하며 노래를 듣듯이 그 사건 이후에 인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작품을 읽게 된다. 아이 입장, 부모입장, 여론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꼼꼼하게 관찰하고 서술한다.


살아남은 그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살게 될까? 부모는? 그 아이를 살린 영웅이 된 아저씨는? 그 궁금증을 정말 색다른 관점에서 서술한다. 하지만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고 슬프고, 침울하고, 구질구질하고 어눌하다. 살아남은 자도 행복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도 온전히 우리의 원이(주인공)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내 우울하고 내내 안타깝다. 그래서 원이(주인공)는 늘 차라리 언니가 살아 남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원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언니의 대체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존재자체로 순수하게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영향관계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굉장히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 가게 했다.

너랑 있으면 그래도 아빠를 손톱만큼은 칭찬해 주고 싶어져. 진심이야.

11층에서 떨어졌는데 살아남은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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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불 뿔 창비청소년시선 33
이장근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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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년마다 다른 중학교에 입학한다는 어떤 선생님이 창작한 시집이다. 

청소년과 함께 하면서 청소년의 마음을 갖게 된 시인의 순수함이 있어서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많이 났다. 

삐딱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시선이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도 마음을 다 잡게 되는 멋진 시집이다.  


이 시집을 읽고 나도 아침마다 학생들에게 좋은 시를 읽어 주거나 시 릴레이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격수업이 더 많아지면서 아침조회시간엔 출석체크만 하고 늦잠자는 학생들 깨우는데만 집중하는데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멋진 시를 한 편정도 낭독해주는 것도 아침을 맞이하는 멋진 풍경이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시 속에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내면서 갖게되는 에피소드들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급식시간에, 점심시간에, 수업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들이 모두 시로 재탄생되었다. 시인의 학생관, 교육관이 시 전편에 들어있다.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 흔들고 싶은 대로 고고",라는 시구에서 시인의 철학이 팍팍 느껴졌다. 

살살 쓰다듬는 손에는 털이 되고, 덥석 잡으려는 손에는 가시가 되는 고슴도치처럼 학생들은 늘 사람을 많이 가린다.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여드름이 많이 난 학생을 코뿔소에 빗대어 표현하고 학생들과의 일상적인 대화나 일화가 들어가서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이팔청춘 개냥이"라는 시는 박장대소를 했다. 문답법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어른의 질문에 학생들이 답을 하는 방식이다.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하지 말고, 집에 그나마 꼬박꼬박 들어오는 것을 칭찬하라. 커서 뭐가 될 거냐 물으니 클 만큼 컸다고 대답한다. 이럴거면 집을 나가라 화를 내니, 생각해 보니 조금 더 커야 할 것 같단다. 대들지 않고 그래도 아직 조금 더 커야겠다니 귀엽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할 말을 다하는 요즘 학생들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졌다. 

선후배간의 갈등이나 학교폭력 상황도 아주 코믹하게 이야기해서 좋았다. 1학년 학생의 경우 늘 한 두 학년 위의 선배가 제일 무서운데 이를 킹콩과의 만남으로 표현했다. 적절한 표현과 귀여운 그림이 감상의 폭을 넓힌다. 

학교 적응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었던 복학생을 '민달팽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떠나고 나서 소중함을 알게 된다. 민달팽이가 집을 그리워하듯 복학생도 학교를 떠나서 가방과 교복을 그리워한다. 

학생들간의 관계를 '묵'에 비유한 것도 아주 감명깊었다. 

"세게 잡으면 두동강 나고, 약하게 잡으면 미끄러지는 우리"

친절하면서도 엄격한 교실 분위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그것을 묵에 비유했다. 부서지지 않고 잘 관리하는 방법들을 고민해 보아야겠다.

이 시집을 학생들과 함께 읽고, 시를 감상하고 비슷한 시를 지어본다거나 시화그리기 활동을 한다면 좋겠다.   

비슷한 경험이 많은 친구들이 시를 친근하게 느끼고, 시를 자주 접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진짜 중학생이 쓴 것처럼 사랑스럽고, 재미있고, 인간적인 시집이다. 

호랑이는 호랑이답게
그렇지 곰을 잡아먹으면 되겠구나
게다가 곰은 세상모르고 쿨쿨 자고 있더라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게
인간의 조건이었는지느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랑은 안 맞았어
그러니까 나는
포기가 아니라 선택을 한 거라고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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