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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위드 X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평점 :
여름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공포물이 떠오른다. 창비에서 공포성장소설시리즈가 나온다고 해서 가장 빨리 신청하여 읽게 되었다.
성장소설의 대부분의 배경은 학교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미래에 대한 꿈을 만들고, 정서상으로 신체상으로 많이 성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극적이고 폭력적인 것들에 집중한다.
요즘 가장 인기있다는 드라마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복수를 하는 내용들이다.
이 책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한다. 너무 무서워서 괴담이 된 이야기들이다.
예전에 나의 학교에서도 괴담이 있었다. 가장 마지막 층에 커다란 피리부는 소년의 그림이 있었는데 밤이 되면 그림에서 튀어나와 온 학교를 다니며 피리를 분다고 했다. 그래서 저녁에 학교에 남으면 안 된다고. 낮에 그 그림을 볼 때마다 소년의 눈동자가 흔들리거나 피리 소리가 들리거나 손가락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한 적이 있다. 학교마다 있던 동상들도 밤마다 움직인다고 했고, 귀신이 된 친구들이 탁쓰~탁쓰~ 소리를 내며 다닌다고도 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하면 귀신과 만날 수 있어서 나의 미래를 알려준다고도 했다. 그냥 무서운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이 책에서는 현대화된 학교 괴담들이 나온다. 비대면 수업에, 온라인 영상촬영, 보이지 않는 귀신들과이 대화들이 나온다. 으슬으슬하다.
(스터디 위드 미) 학업스트레스로 인해 서로를 시기, 질투하여 저주 인형을 만들어 헤꼬지를 한다. 반전에 반전이 있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속고 속이는 이야기이다. 성적 제일주의의 폐해를 말한다. 너가 잘 안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도 나는 잘 할거야.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공부하는 현대적인 상황이 첨가 되었다.
(카톡 감옥) 고등학교와서 처음 친해진 친구가 나를 돕는다고 말한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카톡감옥을 만들어 너를 괴롭힌 친구들을 내가 괴롭혀줄게. 그런데 그 친구는 내가 알았던 친구가 아니었다. 누구였을까. 소름끼치는 설정이다. 비대면 수업으로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친구였는데 유일한 위안이 되어서 카톡으로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 친구가 아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번갈아 학교에 등교하면서 생겼던 격차가 학생들에게 대 혼란을 주었을 것이다. 너가 너야? 묻곤 한다. SNS에서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을 다르기 때문이다.
(영고 1830) 성적순으로 반을 배치하고 번호를 배치한다는 설정이 너무나 갑갑하다. 마지막 등수로 들어온 학생은 늘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다는 학교의 전통에 맞서는 희준이 이야기이다. 그런 것에 맞서야 한다는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왜 그래야 하는게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학교에서 공부와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100%, 70%, 50%. 수업 시간의 비중으로 치자면 80% 비중은 차지하지만 잠재적인 것은 한 50%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친구와 다양한 활동들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없다면 수업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모둠활동도 많이 하고 활동도 많기 때문이다. 친구가 있어서 학교에 다닐 수 있으니까.
(하수구 아이) 지하철 2호선이라는 연극을 본 적이 있다. 지하철에 사람이 산다는 설정이다. 의자 밑에서 자고 선반 위에서 자고 저녁에 지하철 안에서 밥도 해 먹으면서 가족을 형성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하수구에 사람이 산다는 설정이다. 말이 말을 만들고 사실로 확정해 버리는 과정이 나온다. 사람들은 사실은 확인도 하지 않고 자극적인 말들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이곳에서) 잠깐 정신을 차려보면 귀신과 말하고 있는 장면을 만난다. 너는 사람이냐 귀신이냐.
(그런 애) 청소년들은 유명해지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 춤을 잘추고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날씬하고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 기준에 들어가지 못하면 우울감이 크다. SNS에 나오는 것들이 더욱 그런 것을 조장한다. 사실 별것 아닌데 굉장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으로 만든다. 솔희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질문을 하게 된다. 왜? 뭐가 중한디?
사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사람이 만드는 말들이 더 무섭다. 있지도 않은 일들을 만들고 보고 싶은대로 보고, 말하고 싶은대로 말한다. 그 저편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좋겠다. 학교는 무엇이고 친구는 무엇이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재미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들이다. 잠깐의 공포로 서늘해지는 경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