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성공 -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인생을 새롭게 창조한 이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번뜩임(직관)’이나 내면의 울림에 귀기울인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창조성의 비밀》에서 창조성은 ‘체험’과 ‘열정’이라는 두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즉, “창조성 = 체험 × 열정”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인문학 광고쟁이 박웅현은 “현재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라”(까르페 디엠!)고 소리 높여 외친다.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을 뜻하는 '세렌디피티'는 자칫 그저 주어지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축적된 경험과 정보가 있어야 제대로 생겨나기 마련이다. 즉 세렌디피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찾아온 세렌디피티를 알아차리고, 어떤 번뜩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창조성으로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겠거니 싶다.

 

아리아나 허핑턴도 그랬다. 2007년 4월 6일. 이 날은 그녀에게는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특별한 날이었다. 당시 그녀는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실신하면서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눈가가 찢어졌으며, 광대뼈가 부러졌다. 병원으로 실려 간 그녀는 대기실에서 문뜩 세렌디피티와도 같은 번뜩임을 얻게 된다. “내가 원하는 삶이 정말 이런 것일까?”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가 닥치는 순간, 사소한 걱정거리들과 하찮은 문젯거리는 순식간에 잊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대부분이 덧없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진리이다." - 49쪽

 

바람직한 삶은 어떤 것인가
그녀는 “돈과 권력에서 보면 분명 성공한 사람이었다”고 자평한다. 2005년에 창간한 허핑턴포스트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고, 그녀는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이었으며,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18시간을 일하며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에 여념이 없없다.

 

하지만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가 죽으면 얼마나 허망할까? 허핑턴은 진정으로 바람직한 삶을 위하여 돈과 권력을 넘어 성공을 평가하는 제3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착안했다.

 

이러던 차에 2013년 스미스 칼리지 졸업식 축사 의뢰를 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기회를 가진다. 그녀는 제3의 성공 기준으로 웰빙(Well-Being), 지혜(Wisdom), 경이(Wonder) 그리고 베풂(Giving)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책의 원제는 'Thrive‘, 즉 '번창하다, 성공하다'이다. 이는 저자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성공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혜안을 담고자 했기 때문이리라.

 

 

책은 프롤로그와 성공 기준 4가지를 각각 다룬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를 읽어 보면 그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제3의 성공 기준에 대한 개요, 앞으로의 포부 등이 언급되어 있다. 내용도 허투루 쓴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장(章)으로 여겨도 좋을 정도로 충실하다.

 

나는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특이한 상상에 잠시 빠져든다. 온갖 참고문헌과 논문 따위를 잔뜩 쌓아놓고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타이핑을 하는 한 여자의 모습. 바로 허핑턴이다. 자신이 새롭게 착안한 번뜩임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몰입되었을지 상상하기 가히 어렵지 않겠다. 그 치밀하고 뜨거운 분위기는 본론에서도 이어진다. 그러니 데이지 않도록 조심하라!

 

첫 번째 성공 기준 : 웰빙 (Well-Being)
저자에 의하면 현대인은 과도한 업무로 탈진,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약물 중독에 의존하는 등 ‘문명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우리가 건강상의 위기를 맞은 후에야 비로소 인생의 중요한 가치에 관하여 관심을 기울인다고 우려한다.

 

허핑턴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음챙김’(충만감)과 ‘명상’을 통해 웰빙을 누리기를 권한다. 이 둘은 우리 삶의 모든 부분과 영적인 안녕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은 물론이고 창의력까지 키워준단다. 이어 다른 성공 기준인 지혜, 경이로움과 베풂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기본 요소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는 어린 두 자녀와 함께 하는 저녁을 위해 오후5시 30분에 퇴근하겠다고 선언했고, 스티브 잡스는 아들 리드의 졸업식에 참석해서 아들과 춤을 추면서 축복했다고 한다. 이렇듯 성공의 정점에 이른 사람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다름아닌 가족의 안녕과 웰빙이었다.

 

저자는 웰빙을 위해 ‘충분한 수면’을 강조한다. 흔히 우리는 수면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성공의 척도처럼 여기지만, 그녀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에 따르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창의력과 독창성, 리더십, 자신감 및 의사결정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최소 30분 이상은 더 자라고 권한다. 

 

나는 TED 강의에서 수면에 관한 그녀의 지론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과로에 찌든 심신에서 벗어나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큰 복이라는 수면 전도사의 복음이 여간 반갑지 않았다. 독자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라!

 

 

 

두 번째 성공 기준 : 지혜 (Wisdom)
허핑턴은 아테네에서 자란 덕분에 그리스 고전과 신화를 생활 속에서 배울 수 있었다고 토로한다. 이는 그녀가 삶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결국에는 우리 스승이며, 삶 자체가 거대한 교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다.

 

그녀가 전해주는 지혜의 폭과 깊이는 일상의 소소함에 힘들어하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그녀에 따르면 우리 내면에서 중심을 찾는다면, 양립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행위들이 우리 삶에서 얼마든지 조화롭고 질서있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당신이야말로 내가 찾던 사람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인정해 주면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얼마나 크던가!

 

나는 그녀가 솔직하게 개인사를 밝히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어려운 고비를 승화시킨  담대한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가령 마이클과 결혼해서 11년 살고, 16년 전 이혼했다는 것, 큰 딸 크리스티나의 약물 중독 이야기. 결국 자녀들을 위해 마이클과 아리아나는 이혼 후에도 아이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파티에 함께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딸들은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가슴 찡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불행과 역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과 건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녀는 빅토르 프랑클과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초월적인 지혜를 높이 평가한다. 특히 만델라가 보여준 “자유로 향한 문을 나서면서 마음 속의 반감과 증오를 버리지 못한다면 나는 계속 교도소 안에 있는 것”이라는 화해와 용서의 정신은 그 얼마나 숭고한가!

 

세 번째 성공 기준 : 경이 (Wonder)
저자는 아이들의 얼굴, 조개껍데기, 비와 꽃 등 평범하고 흔한 것들에게 자극 받을 때 경이로움이 더욱 커진다고 토로한다. 이렇듯 아이와 자연 그리고 예술은 우리가 경이를 경험하는 가장 비옥한 토양이 된다. 그렇기에 박물관과 미술관은 우리가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경이로움을 맛볼 수 있는 오아시스다.

 

요즘같이 자극적인 오락거리가 많고 멀티태스킹이 대세인 시대에 끊임없이 무엇인가와 연결되어 살아가야하는 현대인에게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완전히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허핑턴은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고 우리 주변의 세계에 눈을 돌려 보라고 권한다. 바쁜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경이감을 되찾고 삶의 축복과 풍요로움을 만끽해 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죽음’은 우리 삶에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즉 일상의 삶에 죽음이란 현실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삶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삶에서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제한된 시간에 그런 가치를 추구하고 나누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우리의 삶과 미래를 새로운 시각으로 경이롭게 바라볼 수 있으며, 긍정적 에너지로 충만한 삶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준다.

 

허핑턴은 자신의 어머니, 엘리의 삶과 죽음을 통해 배운 것을 진솔하게 터놓는다. 엘리는 병상에 있을 때도 죽음을 맞이할 때도 사람들이 마음 속에 쌓아둔 장벽을 허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고 한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엘리의 평정심은 훗날 저자가 큰 프로젝트를 당차게 해낼 수 있었던 큰 밑걸음이 되지 않았을까?

 

네 번째 성공 기준 : 베풂 (Giving)
허핑턴에 따르면 웰빙과 지혜와 경이가 개인적인 부름에 대한 응답이라면, 베풂은 인류를 향한 부름에 대한 응답이다. 베풂과 사랑, 배려와 공감, 동정심 등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자신과 안락함을 포기하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만이 세계에 닥친 복잡다단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라는 것이다. 또한 내면 세계를 강하게 유지해 주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베풂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는 주말에 봉사 활동을 해 보라고 권한다. 꼭 금전이 아니어도 우리가 지닌 능력이나 재능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금상첨화!

 

부모가 아이에게 공감과 연민이 무엇인지 봉사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말을 가르치듯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도 이를 배워서 지속적으로 실천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지역 사회와 지구촌이 직면한 다양한 위기들을 이겨내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리더가 되다보면 놀라운 경이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베풂과 봉사는 우리가 홀로 떨어져 있는 이방인이 아니라 인류라는 방대하지만 끈끈한 가족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 주는 통로라는 것이다. 일찍이 네루다는 “익명의 사람들로부터 전해지는 사랑의 감정은 우리 존재의 경계를 넓혀주고 모든 생명체를 하나로 결합시키기 때문에 무엇보다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찬양했다. 이렇듯 베풂과 봉사는 지역 공동체와 지구촌에 더 큰 웰빙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읽어야 할 인생지침서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스쳐 지나가는 깨달음이 있었다. 아! 허핑턴이 제안한 제3의 성공 기준들, 즉 웰빙-지혜-경이-베풂이 서로 맞물려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아닌가! 결국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고 이끌어주면서 더 큰 혜택과 축복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겠다!

 

여기서 나는 그녀가 말로만 공언하는 실언가(失言家)가 결코 아님을 언급하고 싶다. 가령 직원들이 일하는 근처에 수면실을 두는가 하면, “영혼을 위한 GPS” 앱을 운영하면서 마음을 평온하고 균형잡힌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지원한다. 또한 허핑턴포스트와 스콜 재단이 공동으로 베풂을 확산시킬 수 있는 모델들을 개발하여 꾸준히 봉사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허핑턴이 던지는 메시지는 내게 참으로 강렬했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에서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으로 변하고, 세상과 다시 교감하며, 삶의 풍요로움을 맛보라는 것이다.

 

옮긴이 강주헌은 이 책을 한 마디로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롭고 느긋한 삶을 살자”로 요약하면서 ‘너무 늦기 전에 읽어야 할 인생 지침서’로 평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마치 눈앞에 ‘세렌디피티’를 찾은 듯한 가슴벅찬 감동을 느꼈다. 이제 나도 새로운 하프 타임을 바라봐야할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와 있다.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던 차에, 허핑턴의 조언은 참으로 반갑고도 고맙기 그지없다.

 

당분간은 그녀가 던져준 ‘번뜩임’을 내 삶에 적용해 보기 위해 바빠지려 한다. 그리고는 오후의 홍차 한 잔 놓고 내 삶과 사람들에 온전히 몰입해 보련다. 다시는 이런 ‘세렌디피티’를 놓치고 싶지 않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