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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푼돌이네 삼형제
권정생 지음, 김이은 그림 / 현암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이야기의 주인공은 도깨비의 한 패거리인 ‘톳재비’ 삼형제입니다. 맏이 팔푼돌이, 둘째 칠푼돌이 그리고 막내 육푼돌이가 그들입니다. 삼형제는 경상도 '돌징이'라는 컴컴한 골짜기에 살고 있어요.
지은이 고(故) 권정생 선생님은 《강아지 똥》과 《몽실 언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작가셨지요. 선생님은 평소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우리 것의 고유성을 지키기에 발벗고 나섰었지요.
이 책에도 그런 고인의 정성이 많이 묻어 있습니다. 고운 우리말들, 강산 곳곳에서 자라는 우리 나무와 풀들도 주인공 못지않게 등장합니다. 가령 억새, 미둑풀, 솜다리풀, 산고욤나무, 떡갈나무, 다복솔나무, 물푸레나무, 박달나무, 산벚나무, 보리둑나무 등등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심성 곱고 인정 많은 삼형제는 마음이 아파서 우렁이나 가재도 절대 잡아먹지 않아요. 물론 아이처럼 장난질도 좋아하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도 무척 좋아합니다.
가령 구동 어르신네 수박밭에 들어가서 수박서리를 하자고 꼬시기도 하고, 아틈실 할머니의 신발이 낡은 것을 보고 할머니가 안쓰러워 산에서 약초를 캐어 털신 한 켤레와 몰래 바꿔주기도 하지요. 다리에 엽총을 맞은 새끼 노루를 구해 줄 때에는 엽총을 맨 남자 둘을 혼내 줍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어느 몹시 추운 겨울날 못골 송아지들이 얼어 죽을까봐 보릿짚 가리를 훔쳐 푹덕푹덕 깔아줍니다.
게다가 우리들이 아직도 해내지 못하는 지역 타파와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도 누구보다 뜨겁답니다.팔푼돌이네 삼형제는 무등산 삼형제(말똥돌이, 쇠똥돌이, 개똥돌이)와 북녘 감나뭇골 삼형제(날개돌이, 번개돌이, 안개돌이)와도 만나서 즐겁게 놉니다. 민주의 가슴을 지니고 통일의 노래를 부르는 거지요. 별 희한한 삼형제도 있지요?
광주 항쟁, 남북 학생 회담 그리고 통일 밥상 이야기도 나옵니다. 감나뭇골 삼형제는 꽃분이 이야기를 하고, 칠푼돌이는 주리아의 순교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수님은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 가난하게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하느님 자녀의 자격이 있다”고 설교하십니다. 고 문익환 목사님 이야기도 나오지요. 하지만 삼형제에게는 예배당이 없어도, 법당이 없어도 가을 하늘처럼 아름답게 살 수 있답니다.
나는 아들에게 이 책을 들려줍니다. 아직 직접 읽고 소화해 내기에는 어려운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귀를 쫑긋 하고 귀담아 듣습니다. 톳재비 삼형제 이야기가 무척 재미로운 모양입니다. 도깨비는 어릴 때부터 흥미를 보여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들은 가끔 내게 질문도 하고, 잘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꼬치꼬치 물어보기도 합니다. 녀석이 조금 더 크면 직접 읽게끔 하고 싶어요. 우리 세대 뿐만 아니라 아들 세대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기 때문이지요.
아들은 말합니다. “아빠, 한 나라 한 핏줄이 뭐에요?”. 나는 소곤소곤 얘기해 줍니다. 아들은 조용히 잠이 듭니다. 아들도 톳재비 마냥 꿈속에서도 진정한 민주화와 평화 통일을 꿈꾸었으면 좋겠습니다.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