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귀쟁이 며느리 ㅣ 옛이야기 그림책 6
신세정 글.그림 / 사계절 / 2008년 10월
평점 :
야! 짱이다! 대박이다! <방귀쟁이 며느리>를 보자마자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왜, 무엇 때문에 대박이냐고? 백문이불여일견. 직접 눈으로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궁금증을 참는 건 좋지 않으니 일단 풀어보자.
우선 표지! 정말 화사하고 아름답다. 활짝 핀 꽃을 배경으로 한 여인이 서 있다. 입가에 걸린 매력적인 미소, 예사롭지 않은 몸동작. 신윤복의 <미인도>가 생각난다. 너무나 아리따운 모습에 이 여인이 무슨 일을 벌이든 모두 용서가 될 것 같다. 그런데 그러면 얘기가 안된다. 시시하다. 뭔가 흠이 있어야 재미가 있다. 무슨 흠일까?
무슨 흠인고 하니...산소만 먹을 것 같은 이 아가씨가 알고보니 방귀를 잘 뀐다는 거다. 어느 정도냐고? 그녀가 방귀를 뀌면 활짝 핀 꽃은 시들고 곁에 있던 새들은 독가스로 인해 질식하고 만다. 집에서도 방귀 뀔때면 ’나 방귀 뀝니다’하고 주변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예고를 해야할 정도다. 어때, 이 정도면 엄청나지?
그런 아가씨가 시집을 갔다. 처음엔 괜찮았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여러날이 지나도록 방귀를 못 뀐 며느리! 급기야 그 곱던 얼굴이 점점 누....렇게 변해간다. 혹시나 불시에 방귀가 나올까봐 그릇을 올릴 때도 발끝을 세우고 엉덩이를 막고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운지... 하지만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며느리의 방귀가 어느 정도인지 알리 없는 시아버지가 이런 말을 하고 말았다. “방귀를 참으면 쓰간디? 뀌어라, 뀌어.”
시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며느리는 그동안 참았던 방귀를 한꺼번에 뀐다. 틀어올린 머리가 다 풀어해쳐지도록...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듯 시원하게 방귀를 뀌는 건 좋았지만 그게 치명타였다. 마치 거대한 태풍이라도 들이닥친듯 온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야 말았다. 이에 시부모님은 며느리를 친정에 돌려보내기로 마음을 먹는데....
<방귀쟁이 며느리> 이 책에 큰아이는 보자마자 폭 빠졌다. 기존의 그림책과는 달리 세로쓰기에 책장도 반대로 넘기게 되어 있지만 아이에게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너무너무 재밌고 우습다고 한다. "엄마, 새가 기절했어!" "엄마, 이 아저씨 솥단지 뒤집어썼다! ㅋㅋㅋ"한다. 또 내가 책을 읽어줄때 ’거시기’ ’쓰간디?’ 같은 사투리를 좀 과장해서 읽어주면 깔깔깔....하고 완전 뒤로 넘어간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을 몇 개 골라보면...우선 며느리가 뀌는 방귀를 폭죽의 리본이 터지듯 알록달록하게 표현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며느리가 시집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부분과 친정으로 돌아가는 부분의 장면도 좋았다. 구도나 배경이 거의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며느리의 표정이나 몸짓에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 친정으로 가던 며느리가 배를 따주기 위해 뒤집어썼던 장옷을 뒤로 확 젖히는 장면은 마치 홍콩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한마디로 그림과 글, 글자체까지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책이다. 완전 최고다! 신윤복이나 김득신의 그림처럼 우리의 풍속화나 민화풍을 본문에 끌어온 것도 신선한 느낌을 줬다.
하지만 옥의 티...라고 할까? 그림책의 제본이 조금 아쉬웠다. 바로 며느리가 시집가기 전, 김득신의 그림에 사흘마다 한번씩 방귀를 시원하게 뀌어야한다는 부분...며느리의 손에 정말 중요한 소품...주위사람에게 자신이 방귀 뀐다는 걸 알리는 용도로 보이는 방울이 들려있는데 양장본으로 접힌 가운데에 위치해선지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을 조금 보완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방귀쟁이 며느리>의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다. 귀엽고 매력적인 방귀쟁이 며느리는 한번의 만남으론 너무 아쉽다. 본문의 그림을 보니 며느리의 낭군님이 꼬마신랑이던데 방귀쟁이 며느리와 꼬마신랑과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이야기로 꾸며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