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분 골반 다이어트
오바시로 지음, 이승희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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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곤란한데요. 보호자분하고 오셨나요?” 그 일은 갑작스레 일어났다. 큰아이를 임신하고 7개월 무렵인가? 샤워하다 그만 바닥에 살짝 미끄러졌다.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기가 조금 놀란듯 잠깐 뱃속에서 움직임이 적어진 것이 마음에 걸려 다음날 병원을 찾았는데 담당선생님께선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 “수술 날짜를 잡으십시오”. 내 골반이 많이 틀어졌다고. 아이의 머리와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이 상태론 자연분만이 어렵다고 하셨다.




사실 내가 골반이 약하다는 건 결혼 전에도 알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골반이 약하기 때문에 이담에 결혼해서 임신하면 조심하라는 얘길 듣고 허리나 골반에 무리가지 않도록 항상 조심했는데. 급기야 골반이 틀어지기까지 했다니. 충격적이었다. 그런 내게 주위 사람들은 출산 하고 나서 몸조리를 잘 하면 골반을 어느 정도는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위로와 격려를 해줬다.




그러나 틀어진 골반은 결국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걸핏하면 허리가 끊어질듯 아팠고 극심한 편두통에 시달렸으며 붓기가 빠지기는커녕 더 심해졌다. 결혼하고 불과 10년 만에 예전의 모습을 전부 잃어버린 셈이다. 결혼 전의 몸매로 돌아가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아. 절반만이라도 좋겠어... 그래서 효과 있다는 이런 저런 다이어트를 해봤지만 그 어느 것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난 왜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의지가 약해서? 건강과 아름다움, 모두를 얻을 수 있는 다이어트는 없는 걸까. 우울한 날이 계속됐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만났다. <하루 1분 골반 다이어트>. ‘세상에서 가장 쉽고 효과적인 다이어트’라는 부제의 이 책은 체중을 줄이기 위해선 가장 먼저 벌어진 골반을 닫아야 한다고 말한다. 골반을 닫으면 굽은 자세가 바르게 되면서 몸의 선이 살아나고 몸속에 축적됐던 노폐물이 빠져 혈액순환도 좋아지는데. 가장 중요한 대목은 골반이 닫히면서 내장도 저절로 수축되기 때문에 과식하지 않게 되고 자연히 살찌지 않는 체질로 바뀐다는 것이다. 열린 골반을 닫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탁월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럼, 벌어진 골반은 어떻게 닫느냐? 바로 체조를 통해서다. 두 다리를 어깨 넓이 정도로 벌리고 서서 발끝은 밖으로 45도 정도 벌리고,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등 뒤로 가게 해서 허리에 댄 다음 무릎을 깊게 구부린 다음 일어선다. 불과 2,3줄로 설명할 수 있을만큼 간단한 체조동작. 정말 이것만으로도 체중이 빠지고 다이어트가 된다는 말인가? 살짝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저자의 직업이 바로 ‘자세보건균정사’인데 그림까지 곁들여 설명하는 걸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에는 골반을 닫는 체조 외에 무릎통증을 없애거나 불면증일 때, 공복시에 하면 좋은 체조를 비롯해 다이어트의 가장 큰 복병이라 할 수 있는 술자리에서 표시나지 않게 할 수 있는 체조도 알려준다. 또 ‘살 빠지고 예뻐지는 하루 스케줄’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까지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어떤 체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간대별로 간단하게 예를 들어줬는데 내게 가장 요긴했다. 책의 뒤표지에 붉은 글씨로 이런 문구가 있다. “주의! 너무 마를 염려가 있으니 하루에 5분 이상은 하지 말 것.” 정말? 골반운동이 그렇게 효과가 좋다는 말이지? 왠지 마구마구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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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17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손희정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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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카이! 그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나이 스물도 채 되지 않은 카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몇 년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답니다. 지난해 늦가을에 만나고 이번이 딱 6개월 만인데요. 이 정도 페이스면 아주 좋은 편이니 더 이상 불평은 안 하렵니다. 부디 올해가기 전에 카이를 한 번 더 만날 수만 있다면....더 이상 바랄 게 없겠어요. ^^






열여섯이 되는 해에 쇼팽콩쿠르에서 참가한 카이. 드디어 1차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카이의 오랜 친구이자 최고의 라이벌인 슈우헤이와 아지노의 피아노 소리로 관중들을 사로잡은 팡 웨이도 함께요.






1차 심사 통과자 명단이 발표된 후 슈우헤이는 1차에서 탈락한 아담스키를 통해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네다 오히려 아담스키에게서 이런 얘길 듣습니다. “너는 뭘 위해서 피아노를 치는 거야? 우리에 갇혀 자신만을 위해 피아노를 치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 말은 그동안 카이에게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힘겨워 하던 슈우헤이의 마음을 다소나마 가볍게 해 줍니다.






한편 아버지 요우이찌로우는 쇼팽 콩쿠르의 심사위원 중 크리스티나(일본인 여성 심사위원)를 만나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슈우헤이...아지노의 제자에게 이길 수 있겠냐고.”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요우이찌로우에게 “아들에게 대리전쟁이라도 시킬 생각이야?”라고 되묻습니다.  

 


 

사실 요우이찌로우에게 있어 아지노는 넘어설 수 없는 견고한 벽과 같았어요. 자신이 어떻게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아지노였습니다. 아지노의 연주가 듣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감동에 흥분되는 음악이라면 요우이찌로우는 편안하면서도 포근하게 감싸주는 진정제 같은 음악을 들려줬지요. 이렇게 서로 정 반대의 음악을 표현하는 두 사람이었기에 서로 비교하거나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거였습니다. 하지만, 요우이찌로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래도록 가슴에 응어리져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응어리를 은연중에 슈우헤이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겁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슈우헤이의 목을 조이는 족쇄가 되는 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17권에서는 그토록 기다렸던 카이의 연주를 들을 순 없었지만 그동안 의문에 싸여있던 팡 웨이에 대해 알게 되는, 그가 아지노의 피아노 소리를 내는 의문을 풀 수 있었어요. 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한 팡 웨이여서 혹시나 과거에 있었던 어떤 일로 인해 아지노와 카이에게 복수(?)를 하려는 건 아닐까...노심초사했는데...그건 아니었어요. 팡 웨이가 아지노의 피아노를 닮은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면....17권을 펼치시길...그리고 저와 함께 18권을 기다리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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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처럼 - 지금 이곳에서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법
이지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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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둘째아이를 갖기 전. 신랑이 내년부터는 회사에서 연월차 수당이 없어지기 때문에 올해 남은 휴가를 써야 된다며 인도를 다녀오자는 얘길 꺼냈다. 인도엔 친정언니 가족이 머물고 있으니 우리 세 식구 여권발급과 항공권만 있으면 되니까 비용부담도 적다면서. 갑작스럽지만 결혼 이후 처음 하는 해외여행이라 마음이 들떠서 여기저기 여행사에 문의를 하는 둥 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결론은 여행백지화. 간단하게 여겼던 여권과 항공권 비용이 생각보다 컸다. 이 돈이면 신랑 월급을 몇 년이나 모아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대망의 해외여행에 급제동을 걸었다. 6년 전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줄곧.




지금 생각하면 예전의 내가 진짜 바보였다. 왜 그랬을까? 인도에 가면서 숙식해결 되는 것만 해도 어디야? 그냥 눈 딱 감고 갈걸...이제 가려면 둘째 아이까지 있으니 비용이 배로 들어 갈텐데, 때론 고달픈 현실은 책장 접듯 제쳐두고 과감하게 일을 저질렀어야 했는데 진짜 왜 그랬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지만 ‘내가 바보천치’였단 대답만 가슴에 울러퍼질 뿐이다.




파랑과 하양이 대비를 이룬 표지, 여행서적치고 너무 단순한 거 아냐? 싶을 정도로 심플하다. 본문을 읽기 전에 책장을 휘리릭 넘겨도 낯설지만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을 담은 컬러 사진은 온데 간데 없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뭔지 알 수 있을, 그것도 흑백 사진이 몇 장 있을 뿐이다. 참, 요상한 책이로세. 원래 여행책은 글 반, 사진 반...이래야 되는 거 아냐? 대체 어떤 여행이야기를 담았길래 이렇게 글이 많은 거야?




저자는 제일 먼저 자신이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를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일상의 연속 속에서 불현듯 ‘무엇 때문에?’라는 의문이 떠올랐다고. 돈을 벌기 위해서란 답조차 왠지 의미를 상실한 것처럼 여려졌던 저자는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떠난다. 오랫동안 이어질 그런 여행을...




저자의 과감한 행동에 ‘이야, 대단한데?’하며 부러워했던 난 다음 장에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해외여행’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나 선진문화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곳, 이름난 문화유산이나 작품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돈을 쓴 표시가 나야 된다고 여긴다. 그런데 저자의 여행은 달랐다. 열악하고 불결한 숙소는 기본이거니와 심각한 분쟁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고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의 무더위와 갖가지 풍토병, 호시탐탐 여행자를 노리는 소매치기와 사기꾼들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행은 그야말로 낭만적인 여행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그래서! 대체 이 사람은 여행이 어떻다는 거야? YES, NO 대체 어느 쪽이야? 슬며시 의문을 들려는 찰라, 저자는 넌지시 얘기를 꺼낸다. 여행은 굳이 먼 곳으로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고. 여행은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주지만 그와 동시에 고달프다는 걸 잊지 말라고. 어딜 가더라도 여행을 가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쳐갈 때 떠올려야할 것이 바로 ‘카르페 디엠’. 자신이 머물고 있는 현재의 삶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해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여행이자 언제나 여행처럼 살아가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신랑이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차 안에서 책에만 얼굴을 파묻고 있는 내게 “지금의 이 풍경은 오늘 단 하루만 가능한 것”이라고.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과 모습을 매번 새롭고 보고 즐길 수 있어야 삶의 낙이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었다. 그랬었지. 일상 속의 새로움. 지금의 내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 그건 바로 ‘지금 이 곳에서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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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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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지난주까지 우리집은 어수선과 너저분, 그 자체였다. 책이 여기저기 무더기로 쌓여있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니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바로 옷이었다. 계절로 치면 분명 봄, 겨울옷을 넣고 봄옷을 내놓아야 할 시점인데도 꽃샘추위가 좀처럼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풀렸나 해서 내복을 벗겨서 유치원에 보내면 어느새 다시 추워져서 아이는 콧물을 달고 있었다. 소빙하기니 뭐니 하는 말이 사람들 입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날이 한동안 계속 되더니. 어느 날엔가 갑자기 더위가 찾아왔다. 일부 지방에선 30도를 웃도는 날씨. 부랴부랴 여름옷을 꺼내면서 한껏 툴툴 댔다. 무슨 넘의 날씨가 이래? 에잇, 아직 겨울옷 정리도 못했는데. 이게 뭐야. 집이 더 지저분해졌잖아!




얼마전 읽었던 <얼음 없는 세상>이란 책에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 소름끼칠 정도로 실감나게 알게 됐다. 불과 지구의 온도가 1도 가량 올랐을 뿐인데도 우리가 느끼는 불편은 엄청났다. 그런데 만약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그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 3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인 <싱커>가 그 의문에 대신 답을 해준다. 온난화가 멈추거나 늦춰지지 않고 지금 그대로 계속될 경우 지구의 미래는 암울한 어둠뿐이라는 것.




21세기 중반, 인류는 포화상태의 지구를 벗어나 외계행성에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실험해보기로 결정하고 거대 지하도시 ‘시안’과 열대우림을 재현한 ‘신아마존’을 건설한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해 몰살위기에 처한 인류는 땅위의 삶을 잊고 시안에서 삶을 이어가기에 이른다.




초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오옥토퍼스에서 개발한 장수 유전자에 의해 평균수명이 곱절로 늘어나면서 백 살이 훨씬 넘어서까지 출산했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늦둥이라고 해서 기숙사에서 따로 지낸다. 주인공인 미마 역시 늦둥이로 자신의 생일을 맞아 용돈으로 기억력을 강화시켜주는 스마트약을 구하기 위해 시안에 정착하지 못한 난민들이 모여있는 메이징타운을 찾는다. 미마는 그 곳에서 헤이베이와 쿠게오를 만나고 그들에게서 살아있는 물고기와 함께 ‘싱커’라는 게임의 테스터 제의를 받는다.




한편 미마의 친구 부건은 미마가 갖고 있던 물고기가 동굴성 물고기로 원래는 눈이 없었지만 역진화에 의해 눈이 생겨났다는 걸 알아차린다. 생전에 바이오옥터퍼스사의 미생물 연구원이었지만 갑작스레 죽음을 맞은 부건의 아버지가 줄곧 연구하던 것이 바로 역진화 발생기였던 것을 떠올린 부건은 미마에게서 뇌파동조를 통해 아마존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싱커’라는 게임에 대한 얘기를 듣고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 미마와 부건은 유전자 귀족을 가진 탕쯔칭 패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다흡과 함께 싱커 게임을 실현시킨다. ‘맵을 실현시키고 반려수를 선택하고, 싱크하는 거야.(61쪽)’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된 게임이었다. 하지만 드넓게 펼쳐진 파란 하늘과 눈부신 태양 대신 인공 빛을, 몸속에 주입한 칩에 의해 홀로그램으로만 동물을 접했던 아이들은 이내 ‘싱커’게임에 빠져들어 신아마존의 자연과 동물들에게 동조하게 되자 기존의 세력과 충돌이 일어나 미마와 부건을 궁지로 몰아넣는데...




지금으로부터 150여년이 흐른 지구, 뇌파동조 게임 ‘싱커’로 인해 인공으로 건설된 거대 지하도시 시안과 신아마존, 메이징 타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싱커>. 뒷 표지에 이 작품에서 영화 [아바타]가 연상된다는 대목이 있었지만 [아바타]를 보질 않은 나로선 오롯이 <싱커>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커>는 SF요소를 지니긴 했지만 내용은 그다지 새로운 면이 없었다. 다만 예전 [태고의 유전자]란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역진화’를 부건에 의해 들었을 땐 깜짝 놀랐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연구였지만 일부 기득권의 이해에 어긋나는 것이었기에 서랍 깊숙이 잠재우고 말았다는 대목에서 불현듯 분노가 치밀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내가 미마라면, 부건이나 다흡, 그리고 수많은 아이 중의 하나였다면... ‘싱커’를 통해 난생 처음 동물을 봤을 때, 처음 접하게 된 ‘비’를 온 몸으로 맞을 때, 그리고 저 높은 곳에 펼쳐진 파란 하늘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분명 낯설면서도 무척 신기하고도 아름답다고 여기겠지. 하지만 그런 느낌들을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 후손들이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언제든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을 접할 수 있도록, 그 속에서 밝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자랄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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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티타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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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성 쌍생아.’ 한 번에 배란된 2개의 난자가 따로 수정되어 생긴 쌍생아로서, 생김새 및 성격이 서로 다르다.(네이버 백과사전)




소연과 미유. 여기 두 소녀가 있다. 서로 다른 집, 서로 다른 가족 속에서 태어났지만 두 아이는 이란성 쌍생아와 다름없었다. 엄마가 직업을 가진 일하는 여성이었기에 아이들은 너무 오래되고 어려서 채 기억할 수도 없는 영아기와 유아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똑같은 밥과 똑같은 간식을 먹고 똑같은 장난감으로 함께 놀았다. 똑같은 피아노 교실을 다니며 똑같은 곡을 연주했다. 티타티타. 젓가락 행진곡을.




뭐든지 똑같은 것을 공유하며 자랐지만 두 아이는 너무나 달랐다. 마치 이란성 쌍생아처럼. 소연이 싱글맘 엄마와 이모와 함께 부족하지만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면 미유는 풍족하지만 가족 모두가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이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불안감을 안고 성장했다. 서로 상반된 성장환경은 성인이 된 아이들을 서로 다른 길에 접어들게 했다. 소연은 어린 시절 겪었던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서툴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걸 멈추지 않았고 미유는 사랑이라는 이름 속에 숨겨진 어둠과 두려움, 그로 인한 상처 때문에 사랑을 회피하고 멀리하려 했다.




책은 이렇게 이란성 쌍생아처럼 같으면서도 동전의 양면처럼 너무나 다른 소연과 미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인이 되어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내는 그녀들이 직업을 갖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 용서하고 화해하고 때로 상처받는 모습들을, 그런 속에서 그녀들의 가슴엔 어떤 물결이 이는지 세밀한 표현으로, 담담하면서도 절제된 문장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요구한다. 오직 그녀들을 지켜봐달라고. 어린 시절 그녀들이 생전 처음 피아노를 배울 때, 음계도 악보도 모르면서 서툴게나마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했듯이 성인이 되었어도 마찬가지라고.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성장통을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아기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하고 삶을 살아가는 과정은 모두 어찌보면 젓가락 행진곡과 같은 거라고.




소연과 미유.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두 주인공과의 만남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서툴고 때로 실수를 하더라도,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지 예상조차 할 수 없더라도 삶은 살아내야 한다는 것.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때로 상처를 받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서로 겉돌고 어긋나던 음이 마침내 조화를 이룰 때,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삶은 아름다운 게 아닐까 싶다.




연못가의 어린 두 소녀. 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는 모습이 마치 두 개의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티타티타....어디선가 젓가락 행진곡이 들려오는 기분이 든다. 서로 다른 두 음이 내는 조화에 귀 기울이고 있을 때...그 위를 날아가는 은빛 나비떼. 그녀들의 진정한 삶이 드디어 시작됐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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