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여행처럼 - 지금 이곳에서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법
이지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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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둘째아이를 갖기 전. 신랑이 내년부터는 회사에서 연월차 수당이 없어지기 때문에 올해 남은 휴가를 써야 된다며 인도를 다녀오자는 얘길 꺼냈다. 인도엔 친정언니 가족이 머물고 있으니 우리 세 식구 여권발급과 항공권만 있으면 되니까 비용부담도 적다면서. 갑작스럽지만 결혼 이후 처음 하는 해외여행이라 마음이 들떠서 여기저기 여행사에 문의를 하는 둥 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결론은 여행백지화. 간단하게 여겼던 여권과 항공권 비용이 생각보다 컸다. 이 돈이면 신랑 월급을 몇 년이나 모아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대망의 해외여행에 급제동을 걸었다. 6년 전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줄곧.




지금 생각하면 예전의 내가 진짜 바보였다. 왜 그랬을까? 인도에 가면서 숙식해결 되는 것만 해도 어디야? 그냥 눈 딱 감고 갈걸...이제 가려면 둘째 아이까지 있으니 비용이 배로 들어 갈텐데, 때론 고달픈 현실은 책장 접듯 제쳐두고 과감하게 일을 저질렀어야 했는데 진짜 왜 그랬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지만 ‘내가 바보천치’였단 대답만 가슴에 울러퍼질 뿐이다.




파랑과 하양이 대비를 이룬 표지, 여행서적치고 너무 단순한 거 아냐? 싶을 정도로 심플하다. 본문을 읽기 전에 책장을 휘리릭 넘겨도 낯설지만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을 담은 컬러 사진은 온데 간데 없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뭔지 알 수 있을, 그것도 흑백 사진이 몇 장 있을 뿐이다. 참, 요상한 책이로세. 원래 여행책은 글 반, 사진 반...이래야 되는 거 아냐? 대체 어떤 여행이야기를 담았길래 이렇게 글이 많은 거야?




저자는 제일 먼저 자신이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를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일상의 연속 속에서 불현듯 ‘무엇 때문에?’라는 의문이 떠올랐다고. 돈을 벌기 위해서란 답조차 왠지 의미를 상실한 것처럼 여려졌던 저자는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떠난다. 오랫동안 이어질 그런 여행을...




저자의 과감한 행동에 ‘이야, 대단한데?’하며 부러워했던 난 다음 장에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해외여행’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나 선진문화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곳, 이름난 문화유산이나 작품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돈을 쓴 표시가 나야 된다고 여긴다. 그런데 저자의 여행은 달랐다. 열악하고 불결한 숙소는 기본이거니와 심각한 분쟁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고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의 무더위와 갖가지 풍토병, 호시탐탐 여행자를 노리는 소매치기와 사기꾼들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행은 그야말로 낭만적인 여행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그래서! 대체 이 사람은 여행이 어떻다는 거야? YES, NO 대체 어느 쪽이야? 슬며시 의문을 들려는 찰라, 저자는 넌지시 얘기를 꺼낸다. 여행은 굳이 먼 곳으로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고. 여행은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주지만 그와 동시에 고달프다는 걸 잊지 말라고. 어딜 가더라도 여행을 가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쳐갈 때 떠올려야할 것이 바로 ‘카르페 디엠’. 자신이 머물고 있는 현재의 삶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해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여행이자 언제나 여행처럼 살아가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신랑이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차 안에서 책에만 얼굴을 파묻고 있는 내게 “지금의 이 풍경은 오늘 단 하루만 가능한 것”이라고.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과 모습을 매번 새롭고 보고 즐길 수 있어야 삶의 낙이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었다. 그랬었지. 일상 속의 새로움. 지금의 내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 그건 바로 ‘지금 이 곳에서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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