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산 -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다섯 가지 힘
KBS 한국의 유산 제작팀 지음 / 상상너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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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텔레비전 방송으로 제작됐던 프로그램이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를 자주 만난다. 평소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나로선 모르고 지나쳤던 좋은 프로그램, 특히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만날 수 있으니 이 이상 반가울 수 없다. 책에서 받은 느낌에 따라 인터넷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냥 책을 읽은 것에서 그치기도 한다.




이번에 만난 <한국의 유산>도 텔레비전으로 방송되었던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유산]이라는 방송시간 1분 정도의 짧은 다큐멘터리라고 한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겨우 1분. 시계 초침이 한 바퀴 도는 그 짧은 시간동안 도대체 무엇이 담겼길래 이렇게 책으로도 출간된 걸까. 책장을 펼치기도 전에 궁금증이 밀려왔다. 그 앞에서 더 이상 ‘책부터 읽는’ 방식을 고수할 수가 없었다. 책에 첨부된 DVD를 컴퓨터에 넣고 작동시켰다.




두 둥! 어디선가 바람이 밀려왔다. 두 둥! 힘찬 북소리가 내 가슴에 울린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다섯 가시 힘’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유산>은 우리의 수많은 유산 중에서 아름다운 전통문화와 정신, 선조들의 빛나는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유산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한국의 기록유산’에서는 올해 들어 천 년을 맞이한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보관중인 것을 우리의 역사학자가 발견해 얼마 전 우리나라에 대여 형식으로 반환된 [직지심체요철], 우리 선조들의 천문학적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천상분야열차지도], 우리나라 최초의 요리책이자 세계 최초로 채소를 온실에서 재배한 기록인 [산가요록],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사라질 위험에 놓였지만 두 선비가 혼신의 힘을 다해 지켜낸 [조선왕조실록],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독일로 반출되었다가 우리의 신부에 의해 발견되어 우리나라로 돌아온 [겸재 정선 화첩] 등에 대해 알려준다. 2부 ‘한국의 인물유산’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위대한 인물로 손꼽히는 이순신을 비롯해 제국주의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독립투사 안중근과 그런 아들에게 손수 지은 수의와 함께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의연하게 버려라’는 편지를 보낸 글을 어머니, 한국전쟁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병사와 그들의 편지는 가슴 저리게 다가왔다. 마지막 3부 ‘한국의 문화유산’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사냥법의 하나이자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매사냥]과 둥근 달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 둥글게 돌아가며 춤을 추면서 화합과 소통을 나누는 종합예술 [강강술래], 큰아이의 역사만화에서 봤던 [칠지도]를 비롯해서 우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와 교류한 것을 알 수 있는 여러 문화유산들을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마흔다섯 가시 힘’. 사실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들고 내일을 밝혀줄 힘이 어디 마흔다섯 가지뿐이겠는가. 하지만 그 마흔다섯 가지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역시 일본에 빼앗긴 우리의 [조선왕실의궤]와 중국에서의 독립운동 중 남겼다는 [제시의 일기]였다. 힘없는 나라의 설움, 아픔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유산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들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음을 잊지 말자.




두 둥! 두 둥! 거센 북소리가 내 가슴을 울렸다. 두 둥! 두 둥! 잊고 살았던 우리 민족의 혼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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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의 아우라 -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가 이홍석의 촬영 노하우
이홍석 지음 / 시공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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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카메라. 이 두 가지와 친하지 않다. 아니, 가능하면 그것들과 떨어져서 지내고 싶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오죽했으면 결혼할 때 찍은 사진이 내 평생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보다 더 많을 거라고 말할까. 그런 나도 요즘엔 자꾸 욕심이 생긴다. 지금보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활기찬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데 그게 마구잡이로 카메라만 들이댄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것부터 어려울뿐더러 사진을 찍어도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았다. 플래시 사용이 적절하지 못했거나 초점이 흐릿한 경우, 피사체보다 오히려 그 주변이 도드라져서 산만하게 보이기도 했다. 역시 사진 찍는 실력이 부족한 거란 생각에 관련서적을 보기도 했지만 ‘이거다!’ 할 정도로 와 닿는 책을 만나지 못했다.




<여행사진의 노하우>는 정말 어쩌다 우연히 건진 책이다. ‘여행사진의 노하우’란 제목과 표지만 봤다면 ‘여행도 잘 안가면서 무슨...?’하고 그냥 지나쳤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어쩌다 이 책의 차례를 살펴보게 됐고 거기에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대목을 발견했다. ‘여자의 뇌, 여자의 사진’ ‘남자의 뇌, 남자의 사진’ ‘사내아이들을 찍는 법’. 여자와 남자가 뇌 구조에서부터 다르다는 건 알았지만 그것 때문에 사진도 달라진다? 거기다 ‘사내아이들을 찍는 법’이라니.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던 책이 아닌가.




책은 크게 ‘인물 사진’ ‘풍경 사진’ ‘포토 에세이’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궁금했던 부분은 주로 1장에 있었다. 인물을 촬영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자는 여자와 남자를 구분해서 설명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이 있듯이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다른지 짚어주고 그렇게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도 어떻게 대상에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에겐 먼저 그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찾아내어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정말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장면을 담게 될 거라고. 반면에 남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모험적이고 거친 행동이 두드러진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내아이들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사내아이들을 잘 찍기 위해서 저자는 카메라로 “두두두” 소리를 내며 기관총 쏘는 흉내를 냈고 그러자 아이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적군(?)을 물리치기 위해 달려들었다고 한다. 즉 사내아이들은 신나게 한바탕 놀아준 다음 사진을 찍어야 기막힌 사진이 나온다는 것. 이 대목에서 나는 그동안 어땠는지 돌아봤다. 아이가 열심히 놀이에 몰입하고 있을 때 혹시나 카메라를 의식할까 싶어서 몰래 다가가곤 했는데, 그게 결국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셈이다. 또 성인 남자를 찍을 때는 그가 사용하는 도구나 직업에 주목하라고 했는데 이 대목에서 미당 서정주 선생과 관련한 일화는 그야말로 폭소 그 자체였다. 평생 글을 써 온 미당 선생에게 원고 뭉치를 허공에 뿌리는 장면을 찍겠다고 했으니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다.




2007년 겨울, 태안 앞바다에서 벌어진 원유유출사고와 관련한 사진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전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에 바쁜 때였지만 저자는 개인전을 뒤로 하고 태안으로 향한다. 3일간 태안에 머물며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문제의 사건이 수면위에 떠올랐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을 태안으로 이끌게 됐다는 대목에서 사진 한 장이 지닌 힘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내가 사는 동네, 송정해수욕장이나 미포, 7번 국도가 등장하는 사진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풍경이지만 왠지 더 낯설고 그러면서도 정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는 태도에 관한 문제를 다룬 책’이라고. 이 짧은 문장에 이 책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사실 사진을 찍는 기술이나 테크닉을 알려주는 책은 이제 너무나 흔하다. 하지만 기술이나 테크닉만으로는 절대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렌즈가 어쩌고, 노출이 어쩌고 백날 떠들어봐야 그것을 직접 실감하고 체득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사진을 잘 찍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 권의 책으로 베레랑 사진작가와 함께 출사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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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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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장 퇼레를 만났습니다. <자살가게>를 읽은 지인에게서 코믹한 분위기의 글이 인상적이라며 꼭 한 번 읽어보라는 추천을 받은데다가 진즉에 구입까지 했건만 정작 책은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장 퇼레의 신간소식을 접했습니다. 바로 <몽테스팡 수난기>인데요. 붉은색 표지에 중세 유럽 귀족의 복장을 한 남자의 모습이 간단하게 그려져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전해집니다. 저 그림의 남자가 제목에 있는 ‘몽테스팡’이란 것과 눈을 부릅뜬 표정에서 화가 났고 그로 인해 수난을 겪는다는 걸 말이지요. 대체 뭣 때문이냐구요? 그것 역시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부제만으로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의 핵심적인 내용이 표지에서 이미 다 밝혀진 셈이지요. 그렇담, 뭐 하러 읽냐구요? 기둥만으로 나무의 전부를 알 수 없듯이 소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수많은 줄기들, 세세한 이야기가 전 왠지 더 궁금하거든요.




두 명의 젊은이와 여섯 명의 무리가 티격태격 다툼을 벌이다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당시 왕의 칙령으로 금지된 결투를 벌인 그들은 한 판의 결투로, 혹은 사형집행인에 의해 목이 떨어지고 마는데요.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결투로 인한 뒤탈이 무서워 약혼자가 도망가버리는 바람에 혼자가 된 금발의 고혹적인 미녀 프랑수아즈에게 역시 결투로 동생을 잃은 루이 앙리가 매료되어 사랑을 고백합니다. “어떻게 사람이 평생 단 한 번의 사랑만 할 수 있느냐”고 말이지요. 이후로 프랑수아즈와 앙리 루이는 단박에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합니다. 가난하여 좁은 집에 살지만 그들의 사랑놀음엔 거리낄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뭐니 뭐니해도 머니(money)가 문제이듯 사랑밖에 모르는 젊은 후작부부에게도 역시 머니가 문제였습니다. 그나마 있던 재산을 모두 탕진해버리자 몽테스팡 후작은 자신이 전쟁에 나가 무공을 세우는 것만이 가문을 일으키는 길이라며 원정길에 나서는데요. 전쟁에서 무공을 세우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후에도 가진 재산이 없어 빚을 얻으면서까지 몇 번이고 원정에 나서지만 몽테스팡 후작에게 돌아온 건 무공이 아니라 눈덩이처럼 자꾸만 불어나는 빚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몽테스팡 후작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후작 부인 아테나이네요. 딸과 아들, 두 아이를 낳고도 변함없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미모와 재치 있는 후작부인 아테나이가 왕비의 시녀가 된 겁니다. 거기다 왕의 눈에도 들어 이제야 후작 가문이 일어서는가 싶었는데요. 아니었습니다. 또 한 번의 전쟁에서 돌아온 후작은 아테나이가 임신한 걸 알게 됩니다. 아빠는? 당연히 태양왕 루이 14세였지요. 아내가 왕비의 시녀에서 왕의 애첩이 되어 임신까지 했건만 후작은 아내 아테나이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혜택과 권력을 마다하고 오로지 아내를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남자, 몽테스팡 후작. 그는 과연 아내를 왕으로부터 되찾을 수 있을까요?




서두에 말했듯이 장 퇼레의 책은 이 <몽테스팡 수난기>가 처음인데요.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아내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잃지 않는 몽테스팡 후작의 이야기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당시의 프랑스 역사를 알지 못하기에 소설의 내용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구분하지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수시로 툭툭 터지는 유머와 코믹한 장면을 보면서 이게 바로 장 퇼레만의 유머인가...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작품에서 저의 완소작가가 되어버린 장 퇼레, 그의 다음 작품이 출간되기 전에 전작부터 어서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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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예술품 수사대 - 도난당한 인류의 유산을 찾는 미국 최고의 예술품 범죄팀 특수요원 현장 보고서
로버트 K. 위트만존 시프만 지음, 권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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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이었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사망 4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소설 <카라바조의 비밀>을 읽었다. 천재적인 재능과 광기를 갖고 태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카라바조와 그의 작품을 만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그의 작품 [아기 예수의 탄생]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 세상 어딘가에 아직 존재하고 있는 걸까?




<FBI 예술품 수사대>를 읽으며 얼마전 품었던 의문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도난당한 인류의 유산을 찾는 미국 최고의 예술품 범죄팀 특수요원 현장 보고서’라는 띠지의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FBI 예술품 수사대>는 도난당한 예술품의 수사에 관한 이야다. 바로 이 책에 카라바조의 [아기 예수의 탄생]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예술품의 작품가가 오를수록 범죄도 늘어났는데 ‘그 중 가장 큰 사건이 ‘1969년 팔레르모에서 카라바조의 [아기 예수의 탄생]이 사라진 사건이었다(33쪽)’고. 책의 흥미도가 초반부터 급상승하는 대목이었다.




드가와 달리, 클림트, 샤갈의 명화를 훔친 일당이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장면으로 책은 출발한다. 혹시나 추적하는 차량은 없는지 살피며 속도를 내는 운전자 뒤에서 한 사람이 말한다. “긴장 좀 풀어요. 천천히 가자고.” 마치 일당의 한 사람처럼 보이는 그는 사실 FBI의 예술품 범죄 전문 요원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최악의 예술품 도난 범죄로 통하는 ‘가드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언더커버(비밀 위장 근무) 작전으로 수사 중이었다. 자신의 위장신분이 언제 범죄일당에게 노출될지 알 수 없는 초긴장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FBI 예술품 수사대였다.




어린 시절 일본 도자기와 골동품에 둘러싸여 성장했던 저자 로버트 K. 위트만은 FBI 요원이 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FBI 요원이 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1988년, 서른두 살이 되어서야 저자는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된다. FBI 아카데미에서 기본훈련을 마치고 발령지인 필라델피아로 향한 저자에게 곧 첫 사건이 찾아든다. 로댕 박물관이 생기고 나서 처음으로 도둑이 들어서 로댕의 [코가 부러진 사나이]를 도난당한 것이다. 당시 FBI에는 예술품 전담 수사관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밥 베이진이라는 요원이 박물관 사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예술품 절도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를 맡곤 했는데 저자가 바로 그와 파트너가 된 것이다. 세계 조각의 역사에서도 가히 혁명적이라고 통하는 로댕의 [코가 부러진 사나이]는 저자와 베이진의 수사 끝에 범인을 체포하고 작품도 되찾는다.




이후부터 저자는 유물이나 미술품 중에서 어떤 작품이 값으로도 따질 수 없는 뛰어난 예술품인지 구별하기 위한 수업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소중한 보물을 지키기 위한, 도난당한 예술품을 되찾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 언더커버 작전에 돌입하는 준비를 마치게 된다. 그리고 2008년까지 자그마치 20년간 페루의 중요 유물인 [백플랩]을 비롯해 미국의 국보인 [권리장전], 램브란트의 [자화상] 등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면서 인류의 보물인 예술품과 골동품을 되찾는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다.




<FBI 예술품 수사대>는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흥미진진했다. [인디애나 존스]나 [내셔널 트레저] 같은 영화를 즐겨보는 나로서는 도난당한 예술품이 어떻게 제 자리로 돌아가는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예술품을 찾기 위해 벌이는 언더커버 작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든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역사상 가장 큰 예술품 범죄로 통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내부자의 소행이라는 점은 ‘범인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법칙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책의 마지막, 저자 로버트 K. 위트만은 세 달 후에 은퇴한다고 밝혔다. 그의 빈자리, 역할은 과연 누가 대신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의 임무는 역사의 조각과 과거의 기록을 구하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범인을 잡는 것은 그저 보너스 일뿐이다.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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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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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여름방학을 맞은지 2주째다. 방학을 앞두고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 방학이라고 해서 생활리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 지난 학기에 부족했던 학과 공부를 복습하는 것, 아이와 함께 산에 가는 것. 이 중에서 앞의 두 가지는 그런대로 실천하고 있는 편이지만 세 번째 등산은 방학 시작 무렵부터 컨디션 난조로 지키지 못했다. 지금도 평소의 컨디션으로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가벼운 활동정도는 무리가 없을 듯해서 며칠 내에 바로 시도할 생각이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했던 나는 물론이고 큰아이도 처음엔 힘들겠지만 곧 익숙해지리라.




<뒷산이 하하하>를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산에서, 야외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울창한 숲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부족한 기운을 불어넣는 기분이 더욱 실감날텐데... 그런데 난 이렇게 좁은 집에서, 그것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어야 하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짙은 초록의 기운이 너무나 그리웠다.




<뒷산이 하하하>는 건축가인 저자가 뒷산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처음엔 ‘산이면 그저 산이지, 앞산도 아니고 왜 꼭 뒷산이야?’고 의문을 가졌다. 나의 물음에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답을 했다. ‘앞산은 보는 산이지만 뒷산은 동네를 품는 산’이라고. 뒷산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차례에서 잘 드러난다. 모두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의 각 장의 주제가 아이들의 말꼬리 잇기 놀이처럼 ‘뒷산은 맛있어’ ‘맛있으면 약수터’ ‘약수터는 짜릿해’로 이어진다. 통통 높이 튀어오르는 탱탱볼처럼 리듬이 살아있다. 보물창고라는 뒷산에 꼭꼭 숨겨진 보물을 어서 빨리 찾아나서고 싶은 기분이 든다. 1장 ‘뒷산은 맛있어’에서 저자는 뒷산과 동네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뒷산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과 그것이 우리의 일상과의 이어짐에 대해 전해준다. 2장 ‘맛있으면 약수터’에는 뒷산과 떼어놓을 수 없는 약수터, 그 주변의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3장 ‘약수터는 짜릿해’에서는 약수를 길어가기 위해 약수터에 길게 늘어서 있는 물병과 사람들의 모습들이 글로 만나니 새로운 느낌이 드는 동시에 팍팍한 세상살이가 뒷산의 약수터에도 이어지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도 밀려왔다.




사실 지금까지 산은 그저 산이었다. 산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나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문득 학창시절 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미국 여행을 하다가 자꾸 뭔가 이상한, 생소한 느낌이 들어서 그게 뭘까...한참 고민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산이 없다는 거였다. 자동차로 며칠을 달리고 달려도 산을 볼 수 없었다는 것. 그 당시 우리는 미국 땅이 그만큼 넓다는 데서 “우와!” 감탄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삭막할 것 같다. 뒷산은 정말 보물창고일까? 아직 확인해보지 않아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어쩌면 보물 그 이상의 것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런 뒷산을 소홀히 하고 홀대해서일까. 얼마전에 내린 폭우로 뒷산이 무너져 내리는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가 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산은 언제든 허물고 다시 쌓으면 되는 그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아프고 상처 난 가슴을 부모나 친구를 통해 위로를 받듯이 일상에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진정으로 포근하게 보듬어주고 회복할 수 있는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은 바로 뒷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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