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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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여름방학을 맞은지 2주째다. 방학을 앞두고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 방학이라고 해서 생활리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 지난 학기에 부족했던 학과 공부를 복습하는 것, 아이와 함께 산에 가는 것. 이 중에서 앞의 두 가지는 그런대로 실천하고 있는 편이지만 세 번째 등산은 방학 시작 무렵부터 컨디션 난조로 지키지 못했다. 지금도 평소의 컨디션으로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가벼운 활동정도는 무리가 없을 듯해서 며칠 내에 바로 시도할 생각이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했던 나는 물론이고 큰아이도 처음엔 힘들겠지만 곧 익숙해지리라.




<뒷산이 하하하>를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산에서, 야외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울창한 숲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부족한 기운을 불어넣는 기분이 더욱 실감날텐데... 그런데 난 이렇게 좁은 집에서, 그것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어야 하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짙은 초록의 기운이 너무나 그리웠다.




<뒷산이 하하하>는 건축가인 저자가 뒷산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처음엔 ‘산이면 그저 산이지, 앞산도 아니고 왜 꼭 뒷산이야?’고 의문을 가졌다. 나의 물음에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답을 했다. ‘앞산은 보는 산이지만 뒷산은 동네를 품는 산’이라고. 뒷산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차례에서 잘 드러난다. 모두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의 각 장의 주제가 아이들의 말꼬리 잇기 놀이처럼 ‘뒷산은 맛있어’ ‘맛있으면 약수터’ ‘약수터는 짜릿해’로 이어진다. 통통 높이 튀어오르는 탱탱볼처럼 리듬이 살아있다. 보물창고라는 뒷산에 꼭꼭 숨겨진 보물을 어서 빨리 찾아나서고 싶은 기분이 든다. 1장 ‘뒷산은 맛있어’에서 저자는 뒷산과 동네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뒷산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과 그것이 우리의 일상과의 이어짐에 대해 전해준다. 2장 ‘맛있으면 약수터’에는 뒷산과 떼어놓을 수 없는 약수터, 그 주변의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3장 ‘약수터는 짜릿해’에서는 약수를 길어가기 위해 약수터에 길게 늘어서 있는 물병과 사람들의 모습들이 글로 만나니 새로운 느낌이 드는 동시에 팍팍한 세상살이가 뒷산의 약수터에도 이어지는 걸 보면서 안타까움도 밀려왔다.




사실 지금까지 산은 그저 산이었다. 산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나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문득 학창시절 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미국 여행을 하다가 자꾸 뭔가 이상한, 생소한 느낌이 들어서 그게 뭘까...한참 고민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산이 없다는 거였다. 자동차로 며칠을 달리고 달려도 산을 볼 수 없었다는 것. 그 당시 우리는 미국 땅이 그만큼 넓다는 데서 “우와!” 감탄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삭막할 것 같다. 뒷산은 정말 보물창고일까? 아직 확인해보지 않아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어쩌면 보물 그 이상의 것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런 뒷산을 소홀히 하고 홀대해서일까. 얼마전에 내린 폭우로 뒷산이 무너져 내리는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가 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산은 언제든 허물고 다시 쌓으면 되는 그저 그런 존재가 아니다. 아프고 상처 난 가슴을 부모나 친구를 통해 위로를 받듯이 일상에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진정으로 포근하게 보듬어주고 회복할 수 있는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은 바로 뒷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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