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장 퇼레를 만났습니다. <자살가게>를 읽은 지인에게서 코믹한 분위기의 글이 인상적이라며 꼭 한 번 읽어보라는 추천을 받은데다가 진즉에 구입까지 했건만 정작 책은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장 퇼레의 신간소식을 접했습니다. 바로 <몽테스팡 수난기>인데요. 붉은색 표지에 중세 유럽 귀족의 복장을 한 남자의 모습이 간단하게 그려져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전해집니다. 저 그림의 남자가 제목에 있는 ‘몽테스팡’이란 것과 눈을 부릅뜬 표정에서 화가 났고 그로 인해 수난을 겪는다는 걸 말이지요. 대체 뭣 때문이냐구요? 그것 역시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부제만으로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의 핵심적인 내용이 표지에서 이미 다 밝혀진 셈이지요. 그렇담, 뭐 하러 읽냐구요? 기둥만으로 나무의 전부를 알 수 없듯이 소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수많은 줄기들, 세세한 이야기가 전 왠지 더 궁금하거든요.




두 명의 젊은이와 여섯 명의 무리가 티격태격 다툼을 벌이다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당시 왕의 칙령으로 금지된 결투를 벌인 그들은 한 판의 결투로, 혹은 사형집행인에 의해 목이 떨어지고 마는데요.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결투로 인한 뒤탈이 무서워 약혼자가 도망가버리는 바람에 혼자가 된 금발의 고혹적인 미녀 프랑수아즈에게 역시 결투로 동생을 잃은 루이 앙리가 매료되어 사랑을 고백합니다. “어떻게 사람이 평생 단 한 번의 사랑만 할 수 있느냐”고 말이지요. 이후로 프랑수아즈와 앙리 루이는 단박에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합니다. 가난하여 좁은 집에 살지만 그들의 사랑놀음엔 거리낄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뭐니 뭐니해도 머니(money)가 문제이듯 사랑밖에 모르는 젊은 후작부부에게도 역시 머니가 문제였습니다. 그나마 있던 재산을 모두 탕진해버리자 몽테스팡 후작은 자신이 전쟁에 나가 무공을 세우는 것만이 가문을 일으키는 길이라며 원정길에 나서는데요. 전쟁에서 무공을 세우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후에도 가진 재산이 없어 빚을 얻으면서까지 몇 번이고 원정에 나서지만 몽테스팡 후작에게 돌아온 건 무공이 아니라 눈덩이처럼 자꾸만 불어나는 빚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몽테스팡 후작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후작 부인 아테나이네요. 딸과 아들, 두 아이를 낳고도 변함없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미모와 재치 있는 후작부인 아테나이가 왕비의 시녀가 된 겁니다. 거기다 왕의 눈에도 들어 이제야 후작 가문이 일어서는가 싶었는데요. 아니었습니다. 또 한 번의 전쟁에서 돌아온 후작은 아테나이가 임신한 걸 알게 됩니다. 아빠는? 당연히 태양왕 루이 14세였지요. 아내가 왕비의 시녀에서 왕의 애첩이 되어 임신까지 했건만 후작은 아내 아테나이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혜택과 권력을 마다하고 오로지 아내를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남자, 몽테스팡 후작. 그는 과연 아내를 왕으로부터 되찾을 수 있을까요?




서두에 말했듯이 장 퇼레의 책은 이 <몽테스팡 수난기>가 처음인데요.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아내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잃지 않는 몽테스팡 후작의 이야기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당시의 프랑스 역사를 알지 못하기에 소설의 내용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구분하지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수시로 툭툭 터지는 유머와 코믹한 장면을 보면서 이게 바로 장 퇼레만의 유머인가...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작품에서 저의 완소작가가 되어버린 장 퇼레, 그의 다음 작품이 출간되기 전에 전작부터 어서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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