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수학파일 - 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이광연 지음 / 예담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룩말은 왜 줄무늬고 치타는 왜 점무늬일까? 동물의 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궁금한 적 없으십니까? 사실 전 그게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얼룩말이나 치타의 무늬가 원래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요. 아이들은 다르더군요. 큰아이가 어릴 때 묻더군요. 얼룩말은 왜 줄무늬냐고. 얼룩말마다 줄무늬가 다 다르냐고. 어째서 그러냐고. 상식이 미천한 전 아이에게 “글쎄, 한번 알아보자.”고 답을 하고 말았는데요. 한참 후 어떤 책을 통해 그 모든 것이 수학으로 설명이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하학적 원리에 의해 동물의 털 색상이나 무늬가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6각형의 대칭인 눈송이를 비롯해서 거미줄, 꽃잎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규칙과 패턴, 현상들을 모두 수학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것처럼 최근 세계사를 통해 수학의 역사와 변화를 살펴보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바로 <세계사를 한눈에 꿰뚫는 비하인드 수학파일>인데요. 많은 이들이 재미없고 어려워하는 수학을 세계사와 어떻게 접목시켰을까요?


우리 인류의 역사 속에는 수학적 산물들이 즐비하다고 말문을 연 저자는 수학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 즉 세계사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수학과 세계사를 비교하면 더욱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28가지의 역사적 장면들을 꼽아서 당시 역사적 사건들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데요. 하나하나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우리는 거대함보다 정교함에 감탄하는데요. 피라미드 건축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피라미드의 밑면을 정확하게 정사각형으로 만드는 거라고 합니다. 아주 약간의 오차만 생겨도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들어맞지 않게 된다는데요. 요즘처럼 컴퍼스나 정확한 측량도구도 없던 당시 이집트에서 어떻게 그것들을 작도하고 건축할 수 있었을까요? 책에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말뚝과 긴 줄을 이용해서 작도하는 방법을 보여주는데요. 바로 그런 작도로 동서남북의 네 방향까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니 고대 이집트인들의 기하학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 유명한 <삼국지>의 명장들이 전투에서 과연 몇 명의 적군들을 대적할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면서 장비의 장팔사모에 대해 말합니다. 장비가 1장8척, 약 4m14㎝나 되는 창을 휘두를 때 거기에 달려들 수 있는 적군이 몇 명이나 될지 알아보기 위해 원의 성질을 이용하는데요. 결론은 3명. 그 이상의 경우엔 적군들이 서로를 찌를 수 있다는데요. 용맹한 장수로 이름난 장비와 적군 3명의 싸움. 그 결과가 어떨지 예상하기란 누워서 떡먹기가 아닐까 싶네요.


이 외에도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아 당을 몰락시키게 했다는 양귀비의 초상화를 통해 황금비(1:1.6), 금강비(1:1.4)를 이야기합니다. 고대인이 찾아낸 황금비를 이용한 건축물과 예술품, 실생활용품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동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금강비를 사용한 건축물로 경주 석굴암, 생활용품으로 A4용지가 있다고 하구요. 대항해시대 신항로 개척에 나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인도로 착각하게 된 이유가 지구둘레를 잘못 측정했기 때문이라는 것과 피타고라스보다 약 500년이나 앞서는 ‘구고현의 정리’가 동양에서 먼저 발견됐다는 걸 알려줍니다.

  

쉬운 수학, 재미있는 수학을 전파하는 저자의 글이어서인지 책의 내용은 비교적 쉽고 재미있습니다. ‘베다수학’의 흥미로운 계산법 중에서 격자계산법인 ‘겔로시아 곱셈법’과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브루투스, 너마저..?’로 유명한 카이사르와 달력의 비밀은 큰아이와 직접 계산도 해봤는데요. 정말 흥미로워 하더군요. 그러잖아도 큰아이가 얼마전부터 수학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불평을 했는데요. 큰아이가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나씩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모든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가능하다. 하지만 그 과학의 뒷받침이 되는 학문은 수학이다’라는 걸 <비하인드 수학파일>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으로 읽는 옛집 -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왜 건축에 중독되었는가?
함성호 지음,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전통건축 답사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도산서원의 현판 글씨가 왠지 어색해보여서 인솔하신 분께 여쭤봤는데요. “거기엔 사연이 있습니다.”라며 이런 얘길 하더군요. 당시 임금인 선조는 도산서원의 현판을 쓰기 위해 당대 최고의 명필로 알려진 한석봉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젊은 한석봉이 그것을 다른 연배 높은 이에게 양보하려들 것이 분명하기에 선조는 꾀를 냅니다. 한석봉에게 자신이 부르는데로 한 글자씩 받아쓰게 한 거지요. 선조는 부릅니다. 원(院), 서(書), 산(山)...여기까지 한석봉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선조가 마지막 한 자, 도(陶)를 부를 때 한석봉은 그제야 자신이 도산서원(陶山書院)의 현판을 쓴다는 걸 알고 긴장한 나머지 글씨가 떨리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잠깐이었지만 그때의 짧은 얘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는데요. 최근에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바로 <철학으로 읽는 옛 집>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옛집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언뜻 생각나는 책이 우리의 옛집의 우수함과 과학적 원리를 담은 책 <담장 속의 과학>을 비롯해 옛집의 역사를 살펴보는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를 통해 우리 옛집에 깃든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의 <철학으로 읽는 옛집>은 접근방법이 좀 다릅니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왜 건축에 중독되었는가?’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옛집의 마음, 정신세계, 철학에 대해 말합니다.


건축가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우리의 옛집을 단순한 집으로 보지 않고 집이 놓인 위치와 주변 풍경, 형식을 살펴보는데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집 주인의 생각과 이야기라는 겁니다. 회재 이언적의 독락당을 비롯해 양동마을과 향단, 고선 윤선도,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 포석 김장생의 임이정, 윤증고택, 산천재 ...등 집 주인의 정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옛집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이를테면 제일 먼저 소개된 ‘시로 지어진 건축, 독락당’에서 저자는 설계도가 바로 시(時)라고 하면서 회재 이언적이야말로 독특한 건축가라고 하면서 이언적이 독락당을 짓게 된 내력에 대해 전합니다. 젊은 시절 승승장구하던 그가 불혹의 나이가 되어 탄핵을 받아 물러나게 되었는데 그때 울분과 억울함을 가슴에 품은 이언적이 고향에 돌아와 지은 집이 바로 독락당이라고 하는데요. 세상의 주류에서 밀려나 외로움과 벗하며, 아니 고독을 즐기며 살고자 했던 이언적의 마음과 생각이 고스란히 집에 담겨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도산서당은 퇴계의 철학과 학문 그 자체라고 하는군요. 도산서당을 담으로 둘러쌓는 것에도 단순히 안과 밖의 경계를 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치 정원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씁니다. 한마디로 집을 짓되 자연과의 경계를 두지 않고 자연을 집으로 끌어들였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옛집을 알면 알수록 참 멋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트막하게 둘러싼 담과 무심히 심어진듯 보이는 나무 한 그루에조차 옛사람들의 철학과 마음이 담겨있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문득 옛집을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지어진 옛집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즐기다오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년 후 세상 -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
중앙일보 중앙SUNDAY 미래탐사팀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2012년 새해가 밝았다. 날은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졌을 뿐이지만 그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껑충 뛰어오른 물가 때문에 이번 겨울은 여느 때보다 춥게 느껴지는 요즘 여러 신문사와 방송에서 2011년을 마무리하고 2012년을 전망하는 기사가 보니 새해엔 여러 면에서 달라지긴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질 거란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올해 치러질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선거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오늘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내일이 어떻게 시작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다가올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이란 부제를 단 <10년 후 세상>은 중앙일보의 일요판 신문인 ‘중앙SUNDAY’ 창간 4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진행한 '10년 후 세상'을 엮은 것으로 우리의 일상과 가치관, 문화 등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그 변화를 예측해놓은 책이다. 때문에 저자가 한 명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최재천 교수를 비롯해서 정재승, 김동욱, 김혜영, 전상인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10년 후의 달라질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건강과 웰빙’ ‘가정과 사회’ ‘문화와 교육’ ‘첨단기술’ ‘소셜미디어’ ‘환경과 에너지’ ‘글로벌 세상’ 이렇게 일곱 개의 챕터로 나누어 각각의 주제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33가지의 트랜드(추세 혹은 경향)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 가지 꼽자면 줄기세포를 통해 파킨슨 같은 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성장앨범이 아닌 제대혈보관을 선택했던 나로서는 이 줄기세포를 통한 불치병, 난치병 치료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큰아이의 관심사인 ‘로봇’에 관한 대목도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거였다. SF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거론됐던 것처럼 인간과 로봇이 팽팽하게 대립할 것인가, 인간을 도와주고 보조하는 역할이 될 것인가...정말 의문이다. 하지만 미래엔 결혼제도가 사라질 거라는, 아니 큰 변화를 맞게 될 거라는 대목은 충격이었다. 그러잖아도 얼마전에 ‘결혼은 남자와 여자 중 누구에게 유리한가’란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미래엔 결혼하는 것 자체부터 어려울 뿐 아니라 동거와 결혼의 중간 단계인 ‘파트너혼’이 등장할 거라니 두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으로서는 착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10년 후 세상에서 책은 어떻게 변화할지도 눈길을 끌었다. 과연 전자책이 종이책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까? 의문이 들었지만 앞으로 학생들의 교과서도 전자교과서로 대체된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전자책 시장은 점점 커질 추세인 듯하다.


얼마전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수능 때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얘길 들었다. 교수님께선 그 이유를 아랍어가 다른 제2외국어보다 시험문제가 쉽게 출제되기 때문이라고 하셨지만 그것 역시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반영된 것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쓰는 크레파스에서 ‘살색’이란 명칭이 사라진 것처럼 우리도 더 이상 단일민족임을 자랑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새 달라져버린 사회, 세상. 그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맞이할 것인가.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김영사 모던&클래식
존 스타인벡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고백한다. 얼마전까지 난 존 스타인벡의 작품을 그 어떤 것도 읽지 않았다. 그의 유명한 작품 <분노의 포도>와 <에덴의 동쪽>도 소설이 아닌 영화로 만났다. 하지만 영화를 본 것도 워낙 오래전의 일이라 <분노의 포도>는 어떤 내용이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에덴의 동쪽>는 당시 은막의 반항아로 불리던 제임스 딘이 출연한 덕분에 그나마 대략적인 줄거리를 아는 정도에 불과하다. 해서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수상자 스타인벡의 대표작’이라는 은빛 스티커가 반짝이는 책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을 보고 덥석 달려들었다. ‘이제야 드디어!’라고 생각했다. 즉, 내 머릿속엔 이 책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이 소설인 줄 알았던 것. 하지만 아니었다. 책을 손에 들고 꼼꼼히 살펴보니 그제야 눈에 띄었다. ‘존 스타인벡 문학의 결정체’라는 표지의 작은 글씨 아래에 ‘최고의 문명비평서!’라는 문구가... 오호, 이럴수가. 이걸 의도한 건 아니었어.


하지만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아주 잠깐이지만 머리를 싸안고 후회했던 나 자신이 왠지 부끄러웠다. 책의 번역을 맡은 이가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저자인 안정효라는 점에서. 본문에 앞서서 수록된 70여 페이지가 넘는 ‘해제’.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 책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존 스타인벡의 작품이 스승이자 교과서였다면서 밝힌 역자는 스타인벡의 삶과 작품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쳤는지 꼼꼼하게 짚어주는데 스타인벡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던 나로선 이 해제가 정말 반가웠다.


책은 ‘여럿에서 하나’, ‘모순과 꿈’, ‘국민의 정부’, ‘평등하게 태어나서’, ‘아메리카누스 인종’, ‘행복의 추구’, ‘아메리카인과 땅’, ‘아메리카인과 세계’, ‘아메리카인과 미래’ 아홉 개의 주제어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는 먼저 아메리카의 형성에 대해 ‘400년에 걸친 고된 노동과, 피 흘림과, 외로움과, 공포가 이 땅을 창조했다....그 과정에서 온갖 인종에 뿌리를 박고, 온갖 피부 빛깔로 얼룩지고, 겉으로 보기에는 인종상의 무정부 상태를 이루는 새로운 종족 아메리카인으로 태어났다.(87쪽)’고 말하면서 이주자들이 황무지를 개척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아메리카 인디언과의 투쟁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는 이후 계속될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인이 정부, 특히 대통령에게 갖고 있는 이중성도 짚고 있는데 대통령을 사랑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직책에 대한 모든 대가로 우리들은 암살이라는 선물을 보탠다(144쪽)’는 대목은 놀라울 정도다. 그뿐이 아니다. ‘아메리카 드림’이라며 아메리카에서는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다는 것을 KKK단과 저자가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 아메리카인들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털어놓고 있다. 그리고 이런 말로 끝을 맺고 있다. 후기에 이런 말한다. ‘우리들은 때때로 실패했고, 길을 잘못 들었고, 기운을 차리려고 멈추었고, 배를 채웠으며 상처를 치유했지만, 우리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뒷걸음질을 친 적은 없었다. (292쪽)’


세상의 부조리함과 파괴를 일삼는 인간 문명을 비판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적 작가로 알려진 존 스타인벡의 글을 읽으며 한편으론 이런 내용의 책이 출간될 수 있는 그들의 환경이 부러웠다. 하지만 제목에서부터 내용, 표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아메리카’를 얘기하는 책을 보면서 때론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는 듯한 착각에 불편하기도 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 - 上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도 안 나왔나? 나올 때가 지난 거 같은데? 니가 제대로 체크하고 있는 거 맞나?”

저와 남편의 책 선호도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때문에 같은 책을 서로 먼저 보려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없는데요. 딱 하나 예외의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로마 서브 로사>입니다. 그 책만큼은 저희 집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저와 남편의 팽팽한 신경전의 제물이 되고 맙니다. 책이 누군가의 손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상대방이 낚아채가는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는데요. 2010년에 4권까지 출간된 이후로 아무 소식이 없어서 어떻게 된건가 궁금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리더군요. 바로 <로마 서브 로사>의 저자 스티븐 세일러의 또 다른 작품 <로마>가 출간됐다는 겁니다.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도대체 ‘로마’를 가지고 어떻게, 어떤 이야기를 펼쳐보일지 궁금했습니다.


로마의 장대한 역사를 소설로 어떻게 버무려냈을지 의문을 품고 책장을 넘겼는데 시작부터 깜짝 놀랐습니다. 소설은 로마 그 이전의 역사부터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1000년, 소금을 채집한 다음 이동하면서 물물교환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인 라르트는 어느 날 꿈에서 날개달린 남근형상을 한 파스키누스의 계시를 받습니다. 자신의 딸 라라를 금속가공기술자 무리의 타르케티오스와 밤을 보내게 하는데요. 그날을 계기로 라라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는데 타르케티오스가 헤어지면서 라라에게 정표로 건넨 황금 호신부는 그 부족의 상징처럼 자손대대로 전해지게 됩니다. 라라의 후손인 포티티아는 하늘신 제우스의 아들인 헤라클레스를 만나 생명을 잉태하고 그 후손인 포티티우스는 쌍둥이 형제인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이웃 도시인 알바의 왕 아물리우스를 처단하고 자신들이 직접 왕이 되어 도시를 건설하는 것에 참여하는데요. 테베레 강을 둘러싼 일곱 개의 언덕을 가리키던 ‘루마’란 명칭이 ‘로마’라고 불리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기원전 510년 경 시민들이 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세우지만 귀족과 시민의 갈등과 투쟁은 극심해지는데요. 이후 로마의 최초의 성문법이라는 12표법이 기원전 450년경에 제정되는데 이때부터 포티티우스 가문 대대로 전해지던 파스키누스 호신부도 혼란에 빠져듭니다.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라는 부제가 달린 <로마>를 읽는 내내 감탄사가 이어졌습니다. 로마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에 추리적인 요소를 넣은 <로마 서브 로사>를 읽으면서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로마>는 거기에 새로움을 더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파스키누스 호신부를 상징으로 한 포티티우스 가문과 헤라클레스 제사를 함께 모셔온 피나리우스 가문의 서로 엇갈린 운명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로마의 역사 역시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줄곧 로마의 역사를 말할 때면 언제나 시대를 주름잡았던 영웅이 중심이었는데 이 <로마>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모습들이 어떠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로마 서브 로사>와 함께 <로마>의 후속작 <제국>의 출간도 손꼽아 기다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