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 21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손희정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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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1권! 카이와 절친 야마미야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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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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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둘째를 낳고 장만한 컴퓨터는 툭하면 말썽을 일으켰다. 갑자기 멈추는가 하면 인터넷이 꺼지고. 지난달엔 아예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고 먹통이 되어 버렸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진갑 다 지난 셈이라 이번 기회에 새 컴퓨터를 장만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본체에 모니터의 전원까지 고장이 난 컴퓨터를 들고 아침 일찍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문제의 그 날 부품 교체를 설명하던 직원이 말했다. “포맷하시겠습니까?”라고.


“포맷하시겠습니까?”라는 말이 부품을 교체해봐야 금방 또 고장날텐데 뭐하러 애써서 수리하느냐. 그냥 새 컴퓨터를 장만하라는 의미인 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난 ‘포맷’이란 말을 순진하게, 단순하게,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포맷하면 상황이 개선될 거라고. 실상은 그렇지 않은, 임시방편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의 <포맷하시겠습니까?>란 책을 앞에 두고 내 낡은 컴퓨터가 떠올랐다. 지금의 상황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힘겨워서 ‘인생도 컴퓨터처럼 포맷이란 걸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삶이, 현실이 아이들의 판타지 동화가 아닌 이상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언제나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내내 고심했다. 책은 바로 그런 이들,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고 개선하기 위해 고심하는 인물들을 이야기한다.


‘죽일까. 말까’ 다소 섬뜩한 말로 시작한 김미월의 [질문들]은 등단을 꿈꾸는 소설가 지망생이 등장한다. 거리에서 앙케트 조사 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나’는 결혼하는 오빠의 방 보증금을 빌려달라는 말에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 정작 중요한 자신의 미래는 ‘죽일까. 말까’ 망설이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무엇 하나 정해진 것 없이 불안한 상태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진심으로 알아주지 않는다. 질문을 가장한 강요과 명령만이 있을 뿐. 김애란의 [큐티클]에서 주인공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손톱을 열망한다. 친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경쟁심을 느끼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주인공은 애써 ‘표나지 않게’ 멋을 낸다. 거기에 보드랍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손톱은 화룡점정으로 꼭 필요하다고 여긴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네일 샵을 찾는다. 하지만 현실은 세련되고 당당한 커리어우먼을 꿈꾸는 그녀의 의도에 부응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어긋날 뿐. 그런가하면 염승숙의 [완전한 불면]에서 사람들은 잠을 위해 대가를 지불한다. 최상, 상, 중, 하 네 단계로 나누어진 것 중에서 최상급의 잠을 자려면 그만큼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돈이 없으면 며칠이고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잠을 자지 못하는 이야기는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 몽환적이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책은 이외에도 김사과, 손아람, 손홍규, 조해진, 최진영의 작품까지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서른 즈음의 작가들이 털어놓는 이야기, 그들의 시선에 비치는 사회의 모습은 삭막하고 위태로웠다. 그래서일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도 언제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불안한 모습들이었다. 여덟 편의 단편 모두에 공감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몇 몇 작가와 인상적인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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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고 배우고 익혀라 - 시대의 지성 16인의 터닝포인트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이종탁 지음 / 휴먼큐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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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서는 채식주의지만 책에 대해서는 잡식성입니다. 어떤 저자나 분야에 대해 편견이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 있는데요. 경제나 정치에 관한 책이나 저명인사의 자서전 성격을 띤 인터뷰 글은 기본지식이 없어 이해하기 어렵고 까다롭다는 생각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접하는 기회가 적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책 <훔치고 배우고 익혀라>는 달랐어요. 지금껏 저의 책읽기 패턴에 의하면 분명 제외되었을 책인데도 <훔치고 배우고 익혀라>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문재인과 안철수, 조국, 박경철, 박원순, 조정래...등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들. 그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일었습니다.


‘시대의 지성 16인의 터닝포인트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라는 부제의 <훔치고 배우고 익혀라>는 한마디로 말하면 인터뷰집입니다. 신문사의 사회부기자로 출발해서 이제 출판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 시대에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인물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는데요. 2009년에서 2011년까지 진행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내용을 좀 더 보강하여 출간된 책에는 문재인을 시작으로 박경철, 이지성, 박노자, 안철수, 조국, 고승덕, 한승헌, 박원순, 윤무부, 이길여, 이세돌, 조정래, 강준만, 송창식, 정두언에 이르기까지 모두 16명의 인물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모두 이 시대의 지성으로 이름난 이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이들인데요. 저자는 그들의 ‘성공담’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삶을 살다보면 승승장구할 때가 있는 가하면 때론 실패하고 고난을 겪기도 하는데 이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죠. 다만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 터닝포인트를 어떻게 포착하고 발전을 시키느냐가 문제인데요. 저자는 바로 그 ‘터닝포인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노무현 재단의 일을 하면서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의 자리에 오른 문재인은 학창시절 ‘문제아’로 통했지만 입대 후 공수부대 생활을 하면서 도전을 즐기게 됐다고 하고 의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박경철은 인문학에 대한 열망을 경제학 공부를 통해 여러 학문이 융합되는 경험을 했는데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것이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꿈꾸는 다락방>을 비롯해 <리딩으로 리딩하라>는 책의 저자 이지성은 언뜻 다치바나 다카시를 떠올리게 했구요. 하나의 문장을 쓸 때도 평균 세 번씩 생각하고 쓴다는 조정래의 글쓰기는 저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행운의 여신은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가 없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행운의 여신이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야지 뒷모습을 보이고 떠나갈 때는 아무리 잡으려고 애를 써도 되지 않는다는 얘긴데요. 처음엔 이 얘기를 기회를 잘 포착하라는 정도로 여겼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다가온 기회,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언제 어느 때라도 전력질수에 임할 수 있는 자세와 그만큼의 노력, 열정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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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싶은 집은 -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
이일훈.송승훈 지음, 신승은 그림, 진효숙 사진 / 서해문집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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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독특하고 재밌게 생긴 책장이네. 멋지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의 표지를 보는 순간 단박에 반해 버렸습니다. 가구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제작한 5단 책장이 아니라 우리집 방과 거실의 높이, 폭에 꼭 맞는 책장. 그것도 기왕이면 많은 책을 꽂을 수 있도록 최소한 6단 책장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라고 늘 노래 부르곤 했는데. 폭이 넓은 복도의 양옆을 칸의 위치가 일정하지 않은, 마치 계단처럼 생긴 자그마치 7단 책장이 떡하니 제 눈앞에 나타나니.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표지가 책장과 서재의 모습인데다가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라는 제목과 ‘어떤 집을 짓고 싶으세요?’라는 문구에서 이 책은 ‘그래, 바로 서재에 관한 책’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제 예상과 다를 수도 있다고 조금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e-메일로 지은 집’ 이게 대체 어떤 의미인지 아리송했거든요. e-메일로 집을 짓다니. 대체 무슨 의미지?


그런데요. 제 예상이 빗나갔다는 걸 알아채는 데엔 결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초반 몇 장을 넘기니 바로 드러나더군요. 함께 집을 짓고 싶다는 국어교사 송승훈의 제안에 건축가 이일훈이 어떤 집을 꿈꾸는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 서로 질문하고 답변을 주고받은 기록, 그것도 e-메일로 의한 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새로 지을 집을 구상하기 전에 집주인이 갖는 꿈을 글로 써보라는 건축가의 제안에 ‘구름배 같은 집’이었으면 좋겠다면서 집의 요소요소에 대한 생각, 을 조목조목 늘어놓는 건축주. 집을 짓는 건축자재를 논할 때도 하나하나 꼼꼼하게 비교하고 논의하고 자료를 첨부하는 건축주와 건축가.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면서 일을 진행시켜나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2005년 8월 23일부터 2007년 12월 30일까지. 건축주 송승훈과 건축가 이일훈은 메일을 주고 받았는데요. 손 글씨로 쓴 편지가 아니라 e-메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이의 사생활이 담긴 글이어서 처음엔 금지된 것을 몰래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고받는 메일이 쌓일수록 이건 단순한 글이 아니라 현재 ‘집’에 살고 있고 이후 언제라도 ‘집’을 지을 이들이라면 꼭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서재가 갖는 의미, 공부를 하는 장소이므로 너무 편한 것보다 다소 긴장감이 드는, 어찌 보면 불편할 수도 있는 장치들을 해달라는 대목은 책을 대하는 마음자세를 돌아보게 했는데요.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집이 바로 ‘잔서완석루’, ‘낡은 책이 있는 거친 돌집’입니다.


이 책의 공저자인 이일훈과 송승훈, 두 저자는 알고 보니 제게 낯선 분이 아니었습니다.  건축가인 이일훈은 <뒷산이 하하하>란 책을 통해 첫만남을 가졌구요. 건축주이자 국어교사 송승훈은 제가 자주 들락거리는 ‘책따세’의 일원이시더군요. 특별하지 않은 지극히 사소한 것이지만 그래도 어찌나 반갑던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진짜 멋진 책은 다 읽은 후에 작가가 엄청 친한 친구처럼 느껴져서 내킬 때마다 전화를 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했는데요. 바로 제가 그랬습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이후 언제라도 제가 꿈꾸던 집을 지을 때. 그때 이 두 저자와 꼭 한 번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책장을 덮고 난 이후로도 내내 건축가 이일훈이 던진 말들이 떠나지 않습니다.  

"어떤 집을 꿈꾸고 계신가요?"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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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왕국
현길언 지음 / 물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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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아시나요? 여행을 좋아하던 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낯선 산골 마을에 들어선 그는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노인은 나무 한 그루, 잡초 하나 자라지 않는 드넓은 황무지에 나무를 심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땅은 아니지만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거였지요. 이후 벌어진 전쟁에 참전했던 남자는 종전 후 다시 마을을 찾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라게 되지요. 몇 날 며칠을 걸어도 거친 황무지 벌판만 펼쳐져 있던 곳이 숲으로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 울창한 나무숲은 더욱 많은 생명, 갖가지 식물과 여러 동물들, 사람들까지 불러들였습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던 황무지를 한 명의 양치기 노인이 낙원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이야기는 짧지만 가슴에 큰 감동으로 다가왔는데요.

 

이번에 <숲의 왕국>을 읽으면서 문득 <나무를 심은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은 고향이 허허벌판으로 변해버린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이후 청년은 쓸모없는 돌산이 되어버린 곳에 나무를 심기 시작합니다. 청년의 행동에 마을 사람들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고 바람 불면 먼지가 날리던 황무지도 어느덧 숲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6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 옛날 숲을 가꾸던 청년은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노인은 이상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숲이 왕을 세우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숲이 왕을 세운다고? 믿기 어려운 얘기에 숲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여 나무들의 대화도 알아듣는 목 상무는 노인에게 대책을 세우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노인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평화로운데 뭐하러 왕을 세우겠냐고. 그건 사실이 아닐거라고. 또 왕을 세워도 무슨 큰 일이 생기겠냐고.

 

숲에도 왕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숲에 질서가 바로 선다. 나무들은 모여서 의논을 합니다. 누구를 첫 번째 왕으로 세울 것인지. 여러 나무가 숲의 왕으로 거론되고 밤나무와 잣밤나무, 벚나무를 찾아가 왕이 되어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숲의 왕이 필요하지 않다며 거부합니다. 결국 탱자나무를 왕으로 추대하기로 하는데요. 탱자나무가 왕이 되면서 숲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노인이 평생 가꾸어 온 숲은 더 이상 평화롭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숲의 나무들이 왕을 세우는 것과 그렇게 왕이 된 떡갈나무의 행위를 보면서 순간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등장인물이 등장‘나무’로 바뀌었을 뿐,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지금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아이들 동화를 읽는 듯 빨리 읽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쉽지 않은, 무심코 넘길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이와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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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8-05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해설가 공부한 후로, 나무와 숲에 대한 책은 무조건 궁금합니다.
이 책은 읽어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