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왕국
현길언 지음 / 물레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아시나요? 여행을 좋아하던 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낯선 산골 마을에 들어선 그는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노인은 나무 한 그루, 잡초 하나 자라지 않는 드넓은 황무지에 나무를 심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땅은 아니지만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거였지요. 이후 벌어진 전쟁에 참전했던 남자는 종전 후 다시 마을을 찾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라게 되지요. 몇 날 며칠을 걸어도 거친 황무지 벌판만 펼쳐져 있던 곳이 숲으로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 울창한 나무숲은 더욱 많은 생명, 갖가지 식물과 여러 동물들, 사람들까지 불러들였습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던 황무지를 한 명의 양치기 노인이 낙원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이야기는 짧지만 가슴에 큰 감동으로 다가왔는데요.

 

이번에 <숲의 왕국>을 읽으면서 문득 <나무를 심은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은 고향이 허허벌판으로 변해버린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이후 청년은 쓸모없는 돌산이 되어버린 곳에 나무를 심기 시작합니다. 청년의 행동에 마을 사람들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고 바람 불면 먼지가 날리던 황무지도 어느덧 숲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6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 옛날 숲을 가꾸던 청년은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노인은 이상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숲이 왕을 세우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숲이 왕을 세운다고? 믿기 어려운 얘기에 숲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여 나무들의 대화도 알아듣는 목 상무는 노인에게 대책을 세우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노인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평화로운데 뭐하러 왕을 세우겠냐고. 그건 사실이 아닐거라고. 또 왕을 세워도 무슨 큰 일이 생기겠냐고.

 

숲에도 왕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숲에 질서가 바로 선다. 나무들은 모여서 의논을 합니다. 누구를 첫 번째 왕으로 세울 것인지. 여러 나무가 숲의 왕으로 거론되고 밤나무와 잣밤나무, 벚나무를 찾아가 왕이 되어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숲의 왕이 필요하지 않다며 거부합니다. 결국 탱자나무를 왕으로 추대하기로 하는데요. 탱자나무가 왕이 되면서 숲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노인이 평생 가꾸어 온 숲은 더 이상 평화롭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숲의 나무들이 왕을 세우는 것과 그렇게 왕이 된 떡갈나무의 행위를 보면서 순간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등장인물이 등장‘나무’로 바뀌었을 뿐,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지금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아이들 동화를 읽는 듯 빨리 읽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쉽지 않은, 무심코 넘길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이와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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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8-05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해설가 공부한 후로, 나무와 숲에 대한 책은 무조건 궁금합니다.
이 책은 읽어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