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기술 1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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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포츠에 문외한입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만화가 없었다면 아예 스포츠와는 담을 쌓고 지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스포츠 만화를 즐겨 읽는 덕에 축구와 농구, 배구, 야구, 테니스, 골프...의 기본 룰을 마스터할 수 있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소설도 좋아해서 틈틈이 읽었는데요. 운동선수들의 부단한 노력과 열정, 그 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성장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제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수비의 기술>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거기다 ‘<1Q84>를 제치고 아마존 ‘올해의 책’ 1위 선정’이라는 띠지의 문구는 제 호기심을 풀가동하게 만들었습니다. <1Q84>를 읽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그렇게 인기 많았던 책을 제쳤다니 굉장한 소설임에 틀림없다는 게 제 생각이었지요.


소설은 웨스티시 대학 야구팀에서 포수와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마이크 슈워츠가 고향에서 여름을 보내다가 한 고등학교의 야구팀에서 한 소년을 발견합니다. 팀에서 키가 가장 작은데다 빼빼 말라 체격도 왜소해서 ‘계집애 같은 녀석’이지만 누구보다 빠른 발을 지닌 선수. 공중으로 뜬 공이 마치 어디로 떨어질지 낙하지점을 미리 알고 움직이는 듯한 유격수였습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바로 헨리 스크림섄더. 소년의 천부적인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본 마이크는 그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대학에 가지 않을 거라는 헨리에게 ‘그거야 네 생각이지’라고 말하지요. 이후 마이크는 헨리가 자신과 같은 웨스티시에서 뛸 수 있도록 수소문한 끝에 소년은 웨스티시에 입학하게 됩니다. 약한 팀에 속해있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데다 집안 형편마저 넉넉하지 못했기에 고교시절을 끝으로 야구를 포기해야 했던 헨리에게 마이크는 여러모로 도움을 줍니다.


우연히 만난 마이크로 인해 대학 야구선수로 활동하게 된 헨리. 지난날의 그는 유격수로 뛰어난 재능과 감각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지 못했지만 마이크와의 만남을 계기로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제대로 된 훈련스케줄로 단련을 거듭하여 유격수뿐만 아니라 타격에서도 실력을 쌓게 되어 메이저리그 구단의 러브콜을 받기에 이릅니다. 그런 어느날 헨리는 경기 중에 예상치 못했던 송구 실수로 기숙사의 룸메이트이자 팀 동료의 오웬이 부상을 입게 되는데요. 그 사건은 일취월장하던 헨리에게 트라우마가 되어 자신감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한편 헨리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마이크는 자신이 야구를 계속하는 것이 그다지 비전이 없다고 느끼고 로스쿨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원서를 내는데요. 그가 지원했던 로스쿨에서 모두 떨어지자 실의에 빠지고 맙니다.


마이크와 헨리를 중심으로 소설은 헨리의 룸메이트 오웬, 웨스티시 대학교 총장인 거트, 그의 딸 펠라의 이야기를 하나씩 건넵니다. 그들의 사랑과 우정, 아픔, 상처, 갈등...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우리 삶이 어쩌면 야구 경기와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의 공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완벽하게 예상하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런건 아닐까...


표지만 보고선 야구소설이라고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소설 <수비의 기술>. 처음 책을 만나면서 두 가지가 궁금했습니다. ‘수비의 기술’이 어떤 의미일까. 또 하나는 <1Q84>를 제칠만큼 정말 재밌을까 였는데요. 처음의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렸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의문을 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요. 무엇보다 먼저 <1Q84>를 구입해야 하니까 말이지요.


스포츠를 즐기지 않은 탓에 직접 보러갈 기회도 없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지인들과 ‘야구장에 가자’고 이야기하지만 매번 지켜지지 않았는데요. 올해는 지역팀인 롯데가 선전하고 있어서 시즌이 끝나기 전에 꼭 아이들과 가봐야겠습니다. <수비의 기술>을 즐겁게 봤으니 아무래도 투수보다 유격수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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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주인 1
시노하라 우미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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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보는 만화책의 다음권이 나왔나 궁금해서 뒤져보다가

발견한 책, <도서관의 주인>

작은 동네의 어린이도서관을 무대로
도서관의 사서와 책을 읽기위해 방문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현재까지 출간된건 달랑 한 권뿐이지만
난 이 책이 나의 책이라고,
하나의 보석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나 역시 도서관의 주인이 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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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자꾸 먹는 진짜 속마음 - 커피, 초콜릿, 빵, 아이스크림, 밀가루 음식, 과자…
도린 버츄 지음, 문신원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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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를 출산한 이후부터였던 것 같아요.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잠시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절실함이 달랐다고 할까요? 아이를 낳기 전엔 드러내놓고 자랑할만한 완벽한 S라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만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아이를 낳고 밤낮으로 육아에 시달리다보니 언제부턴가 몸이 차츰 불어나기 시작하더군요.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할수도 없을만큼 바쁘고 힘들면 핼쑥해져야 정상 아냐? 왜 오히려 살이 찌지? 전 이 부분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왜냐면 이전까지의 전 그렇지 않았거든요.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낳고서 ‘찬스’라고 여겼습니다. 산후 비만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그런데 웬걸? 큰애 때보다 더 정신없고 더 바쁘고 더 힘겨운 거예요.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만큼 정신줄을 놓고 지내는 사이 몸은 점점 더 불어났습니다. 이젠 정말, 진짜진짜 심각해요. V라인, S라인? 저리 가라고 해.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앞으로 남은 반평생, 제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만큼, 지금보다 좀 가벼워지면 좋겠어. 살아살아 내 살들아. 이젠 제발 날 떠나줘...이렇게 고별의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게 바로 지금의 제 심정이랄까요?


다이어트, 체중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운동과 식이요법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게 정말 어렵다는 건데요. 간혹 연예인들이 간을 하지 않은 닭 가슴살에 과일이나 야채 몇 가지로 체중감량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난 고기 안 먹는데? 늘 야채만 먹는데? 그런데 왜 살이 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자꾸 먹는 진짜 속마음>이란 책에서는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왜 자꾸 먹는지 그 마음이 문제’라고 하네요. 상담과 심리치료사로 활동한 저자는 사람들이 어떤 음식이든 자꾸 먹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아차리고 그 마음과 심리를 치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서 알코올이나 마약중독인 사람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조금씩 치유하고 바꿔나가는 것처럼 음식에 대한 욕구 역시 마찬가지라는 거지요. 개인이 안고 있는,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인 욕구, 감정적인 문제가 음식을 먹는 것으로 표출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자신의 내면, 마음을 이해하고 조금씩 음식에 대한 욕심, 식욕을 조절해 나가다 보면 체중도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는 겁니다.


책에는 초콜릿을 비롯해 유제품, 짭짤한 군것질, 맵고 자극적인 음식, 음료수, 빵, 과자, 사탕..과 같이 사람들이 집착하는 특정 음식물마다 어떤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는지 알려주는데요. 전 특히 초콜릿과 맵고 자극적인 음식 부분이 눈에 띄더군요. 초콜릿에는 로맨틱한 사랑에 빠졌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초콜릿을 먹으면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문제는 초콜릿에 집착하는 사람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애정의 결핍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해서 본문에는 초콜릿의 갈망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볼 수 있는 리스트가 있는데요. 제가 직접 해보니 초콜릿 중독이 아니라 ‘행복한 초코 홀릭’으로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간혹 새콤하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전환할 때가 있는데요. 이는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기진맥진한 상태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자가 언급하는 것이 저와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상당히 근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제가 먹는 음식이 바로 제 자신을 만든다는 것. 여러분은 자신을 어떻게 가꿔나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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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 - 조선 엘리트 파워
안승일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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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이에게 읽힐 위인전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하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니까 주변에선 그냥 유명출판사의 전집을 들여놓으라고 조언을 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위인의 삶이나 사상보다 업적만을 지나치게 추켜세운, 위인은 범인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무언가 달랐다는 식의 떡잎론으로 일관하는 위인전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의 손에 그런 반쪽짜리 위인전을 쥐어주고 싶지 않았다. 선별된 목록을 바탕으로 서점에서 일일이 확인하다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여겼다. 그런 차에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됐는데 그가 바로 김옥균이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을 통해 배운 지식에 의하면 ‘김옥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개화파’ ‘갑신정변’ ‘삼일천하’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김옥균은 조선말 정치가이며 박규수의 영향으로 개화사상을 받아들였으며 일본의 문화와 제도를 살펴보고 귀국한 뒤 박영효, 홍영식과 함께 갑신정변을 일으켜 재정권을 손에 쥐지만 청의 간섭으로 3일 만에 실패(3일 천하)하여 박영효, 서재필과 함께 일본에 망명하였다는 것이 전부이다. 당시 김옥균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실패한 개혁가. 정치가란 이미지가 전부였기에 솔직히 놀랍고 의외였다. 그런데 그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위인전에 속해있다니.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바로 내가 그렇게도 경계했던 반쪽자리 역사였다는 걸 알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책은 ‘새 물결 새 바람, 그 이름 개화사상’, ‘역사의 전면에 나선 ‘젊은 그들’’, ‘‘3일 천하’로 끝난 허무한 꿈’, ‘참담한 망명 생활-그 ‘잃어버린 10년’’, ‘혜성처럼 떠오르다 운석처럼 떨어지다’, ‘망국의 길에서 다시 만난 ‘북촌’ 개화파들의 험난한 행로’ 이렇게 크게 여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북촌에 자리한 박규수(박지원의 손자)의 집에 출입하는 인물(오경석, 유대치)에 대한 이야기로 개화의 의미(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백성을 교화한다)를 보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개화사상의 선각자이자 핵심인물인 박규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다음 조선 후기가 세도정치와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인해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했는지 당시의 상황과 조선의 고질적인 병폐인 신분제도를 폐지하여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는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했다고 말한다. 김옥균 역시 낡은 생각이나 제도에서 벗어나 사회를 개혁하자는 생각으로 거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고종이 개화파의 생각과 주장에 공감을 보이면서도 막상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던 것. 거사계획이 거듭 난관에 부딪히자 김옥균을 비롯한 젊은 개화파들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은다. 그리하여 1884년 12월 4일 우정국 개국 축하파티가 무르익어가는 순간. 거사를 일으키는데 그것이 바로 ‘갑신정변’이다. 그렇게 간신히 성사시킨 갑신정변이었지만 청의 간섭으로 인해 3일 만에 끝나고 마는데...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은 조선말 개화파의 핵심인물인 김옥균을 중심으로 당시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그들의 삶과 사상에 영향을 미쳤으며 급속한 발전으로 나라를 발전시키려 했던 개화파의 주장이 왜 실패하게 됐는지 그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조선말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생각, 주장, 개혁안이 3일 천하로 끝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거였다. 틀림없이 우리나라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어느 시대 어느 국가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있다. 국가. 사회 지도층이 그 정신을 솔선수범 실천에 옮길 때 그 나라 역사는 바로서고 발전할 것이다. - 7쪽.


저자는 서두에 이렇게 ‘시대정신’에 대해, 젊은 그들의 모험과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젊은 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재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이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의 의미이기 때문에. 하지만 시대정신만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것들도 분명 있지 않을까? 어느 시대의 역사이건 학자들의 주장이 저마다 다르듯이 조선말의 급변하는 상황과 갑신정변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시의 역사에 대해 자세한 것을 알지 못하기에 무어라 단언할 수 없지만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 인물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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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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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너무 속이 상하고 울적하고 화가 나서,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때. 저는 무작정 길을 걷곤 합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줄기차게 걷다보면 어느 정도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주변 상황이나 모습들도 그제야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요. 간혹 그러다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너무 작고 아담해서 신경 써서 찾지 않으면 백발백중 그냥 모르고 지나쳐버리게 되는 그런 카페.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나? 궁금한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커피 한 잔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 또 와야지 마음먹게 되는 그런 카페.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음’이 없어요. 몇 달이 지나 생각이 나서 찾으려고 하면 거기가 어디였는지 도대체 생각이 나질 않더란 말이지요. 분명 이 근방이었는데...하고 한참을 서성대다 그냥 돌아와버리는. 그러면 전 생각하지요. 그 카페의 문을 여는 순간 틀림없이 마법에 걸려서 환상의 세계로 빠져버린 거라고.


맛있는 커피와 음악 - 카페 ‘곶’ 여기서 좌회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가 어린 딸과 함께 무지개를 찾아 모험에 나섰습니다. 무지개가 걸려 있던 방향으로 무작정 달려보기로 마음 먹었지요. 한참 해안가를 달리던 그들은 이런 간판을 마주칩니다. [맛있는 커피와 음악 - 카페 ‘곶’ 여기서 좌회전.] 이런 곳에 카페가? 의아해하는 그들에게 하얀 강아지가 다가옵니다. 마치 자신이 길을 안내하겠다는 것처럼. 그렇게 들어선 카페는 테이블이 겨우 두 개뿐인 아담한 가게였습니다. 바다로 향한 커다란 창으로 바다와 하늘과 초원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말문을 잃고 마는데요. 줄곧 조용히 곁을 지키고 있던 초로의 여주인이 말을 건넵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뚜렷한 목적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선 이에게 특별히 생각나는 음악이 있을리 만무하지요. 하지만 주인은 남자와 아이의 마음을 어쩜 그리도 잘 아는지 그들에게 꼭 맞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아일랜드 여성 그룹 켈틱 우먼의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인간은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하지만 얻기도 한다는 음악은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잃어 실의에 빠진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여름.


책은 계절이 여섯 번 바뀌고 그에 따라 여섯 곡의 음악과 사연들로 이뤄진 단편소설집인데요. 각각의 단편에는 제일 처음 수록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처럼 ‘걸즈 온 더 비치(Girls On The Beach)’ ‘더 프레이어(The Prayer)’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땡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와 같은 음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아픔과 상처, 실의에 빠진 이들이 우연히 들른 ‘곶’ 카페에서 ‘맛있어져라...맛있어져라, 행복해져라...행복해져라!’하는 마법의 주문이 더해진 커피와 음악을 듣고 사랑과 용기, 희망을 찾아서 돌아가는데요. 어찌보면 한 편의 짧은 동화 같은 이 소설은 저자가 자신의 고향에 실제로 존재하는 찻집인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군요. 어떤 곳일까. 정말 궁금해집니다. 그곳이 만약 주변에 있다면. 언제든 기분이 울적할 때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지독한 방향치인 제가 길을 잘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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