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들 7 - 자유를 찾은 아이들 봄나무 문학선
마거릿 피터슨 해딕스 지음,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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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mpire Of The Sun’. ‘태양의제국’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하이가 배경인 영화인데 난리통에 부모님과 헤어진 영국인 소년이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 머물면서 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본 전쟁의 그늘을 이야기하는데요. 오래전에 본 영화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출정식을 하는 일본군 가미가제 특공대을 바라보며 소년이 노래 ‘Suo Gan’을 부르던 장면과 마지막 어렵사리 부모님과 만난 소년이 전쟁의 충격 때문에 부모님의 품에 안겨서도 그저 멍하니 먼 곳을 응시하던 장면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왜 갑자기 이 얘기를 하냐면 <그림자 아이들> 7권의 표지 때문입니다. ‘자유를 찾은 아이들’이라는 부제를 보고 ‘아, 드디어 그림자 아이들이 자유를 찾았구나’ ‘인구경찰의 폭정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기쁨에 두 팔을 올려 환호하는구나’ 안심했는데요. 이상하게도 전면에 나타난 소년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는 겁니다. 자유를 쟁취했다는 기쁨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것이 무엇이길래, 저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사뭇 걱정도 되더군요. 설마 그림자 아이들의 자유 그 이면에 엄청난 반전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얼마전 출간된 <그림자 아이들 7>을 끝으로 2011년 1월에 시작된 <그림자 아이들> 시리즈는 마무리됩니다. 갑자기 불어난 인구로 식량난이 발생하자 셋째 아이를 법으로 금지한 나라. 그래서 셋째 아이는 가족 외에 어느 누구도 만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살아야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주인공 루크는 모험을 시작합니다. 셋째 아이들이 자유를 찾아 햇빛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그 방법을 모색하기로 한 거지요. 물론 루크가 처음부터 그런 결심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이웃집 소녀, 자기처럼 셋째 아이인 젠을 만나 셋째 아이를 금지시킨 것이 결코 식량난 때문이 아니라는 것과 셋째 아이들이 컴퓨터를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유를 쟁취하기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구요. 투쟁에 나선 젠이 목숨을 잃게 되지만 루크는 용기를 내어 다락방에서 세상을 향해 나옵니다. 루크가 아닌 리 그랜트란 이름으로. 핸드릭스 남학교에 들어간 루크는 자신처럼 위조 신분증으로 살아가는 셋째 아이들을 만나게 되지요.


리 그랜트가 되어 집을 떠난지 1년의 시간이 흘러 루크는 인구경찰 본부의 마구간에 머물면서 친구들과 자유를 찾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느날 루크는 경관의 지목을 받고 사람들에게 새 신분증을 나눠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구경찰의 명령에 한 노인이 불복하고 같은 시각 다른 마을에서 교전이 벌어졌다는 연락을 받은 호크 경관은 루크에게 총으로 노인을 쏘라고 명령합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루크는 총을 떨어뜨리고 숲으로 달아납니다. 그런 루크의 뒤로 총소리가 이어지고... 루크는 호시탐탐 노리는 인구경찰의 눈을 피해 무사히 달아날 수 있을까요?


‘자유를 찾은 아이들’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셋째 아이들은 자유를 찾습니다. 셋째 아이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인구경찰이 휘두르는 무자비한 폭력에서 벗어나게 되는데요. 그 과정이 실로 드라마틱합니다. 어떤 거대한 이념, 여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한 사람, 일부 사람들만의 노력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일까요? 아이들을 위한 모험소설이자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다가올 미래, 새로운 시대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참, 서두에 말했던 표지 소년, 루크의 시선에 대한 해답은 책의 마지막에 나옵니다. 루크가 바라본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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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펙트 - 세계적인 인문학자가 밝히는 서구문화의 근원 10 그레이트 이펙트 2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김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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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신들이 지배하던 시대. 트로이를 두고 수많은 전쟁영웅들로 장기판을 벌이며 신화가 된 여자들의 이야기’로 문을 연 웹툰이 있다. 웹툰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가는 이렇게 밝혔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재해석했지만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하지만 트로이의 왕녀 카산드라와 그리스의 헬레네의 관점에서 트로이 전쟁을 풀어낸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헥토르와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아가멤논...과 같은 영웅들의 등장을 보고 있노라면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하나 파격적이면서도 논리적인 전개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에 오히려 원작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궁금해졌다.


사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대한 관심은 오래 됐다. 책이나 영화에서 두 권의 책이 언급될 때마다 ‘읽어야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덤벼들수는 없는 법. 평소 책에 있어서만큼은 장르도, 계통도, 기초도 깡그리 무시하고 용감무쌍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지성인이라면, 교양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될 고전]이라는 말에 무작정 시도했다가 도중에 포기하고 덮어버린 책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데...’라는 생각이 늘 앞을 가로막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기만 한 게 언제인지... 


알베르토 망구엘. 얼마전 출간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펙트>란 책의 저자가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번에도 시도하지 않았으리라. 책에 관한 엄청난 내공을 지닌 독서가이자 작가, 비평가, 번역가인 그의 책 <책 읽는 사람들>을 틈틈이 읽고 있는 중이어서 그가 전하는 서구문화의 근원이 되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책은 대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이자 시각장애인, 음유시인으로 알려진 호메로스. 그가 정말 실존하는 인물인지, 의문을 갖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의 구비문학의 대부분이 작자미상인 경우가 많은 것처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역시 오랜 세월 전해져오면서 원래의 이야기에 여러 가지로 추가되거나 삭제되었으리라는 것이다. 때문에 호메로스가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짚어준다. 각각 24권으로 이뤄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한 다음 호메로스의 출생과 삶에 대해 남아있는 기록을 바탕으로 추적해 가는데 헤로도토스(?)의 <호메로스의 생애>를 통해 호메로스가 트로이아 전쟁이 끝나고 168년 후에 태어났다고 전한다. 또 호메로스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같은 철학자와 기독교, 이슬람교에 어떤 영양을 주었는지 살펴본다. 이후 저자는 호메로스가 단테의 <신곡>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의  괴테,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일컫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수학자이자 작가인 루이스 캐럴이 아이들을 위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좋아해서 그저 ‘동화’로, 아동문학의 최고 고전 중의 하나로 알고 있지만 그 텍스트를 파고 들어가면 동화나 고전 그 이상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런 것처럼 고대 그리스의 눈먼 시인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납치하는 것으로 시작된 트로이와 그리스 연합군 간의 전쟁을 다룬 <일리아스>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를 공략한 후 귀국하기까지 십 년에 걸친 바다에서의 모험 이야기 <오디세이아>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있을 뿐 문화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재탄생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시작된 책읽기가 결코 쉽지 않은, 더 큰 숙제를 떠안게 되었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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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루키 - 하루키의 인생 하루키의 문학
히라노 요시노부 지음, 조주희 옮김 / 아르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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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해마다 노벨상의 계절이 다가오면 각 나라는 자국에서 노벨상 수상에 유력한 인물들을 꼽아보는데 우리나라는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고은 작가를 올려놓았고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이 <붉은 수수밭>의 작가 모옌에게 선정되면서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중국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이런 가운데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심플한 빨간색 표지의 <하루키, 하루키>. 이 책은 ‘하루키의 인생, 하루키의 문학’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하루키의 평전인데 일본의 한 출판사에서 [일본의 작가 100인] 시리즈로 기획한 책 중에 한 권이라고 한다. 생존한 작가의, 그것도 그의 첫 평전이라는 점이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세계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고(이번 노벨문학상도 모옌과 최종경합을 벌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매번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필력이 인정된 유명작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평전(評傳)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의 작품의 바탕이 되는 배경, 성장환경, 삶을 이야기함으로써 앞으로 발표되는 그의 작품을 독자들로 하여금 더 잘 이해하게 하려는 의도가 더 크지 않나 생각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하루키의 인생’에서는 하루키의 부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하루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을 유아기 때 사건(친구의 죽음), 대학 생활과 결혼, 한때 그가 운영했던 재즈카페 ‘피터 캣츠’ 이야기를 통해 ‘인간 하루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발표하면서 하루키는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서는데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떤 순간에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는지 간단한 사연이 수록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런가하면 하루키가 아쿠타가와 상 수상에 고배를 마셨던 일화를 전하면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도 함께 싣고 있는데 이에 대해 당시 하루키는 ‘아무래도 상관없어’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했던 듯하다. 이후 하루키의 작품 속에서 아쿠타가와 상 수상에 낙선한 그의 일화를 고스란히 반복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걸 보면.


2부 ‘하루키의 문학’에서는 그의 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비롯해서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노르웨이의 숲>, <1Q 84>에 이르는 그의 작품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놓았는데 하루키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은 나로서는 읽어볼만한 부분이었으나 그럼에도 무려 백 쪽이 넘는 분량을 할애할 필요는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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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
한순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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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렵다.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적지도 않은 경제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 물론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해서 제목에 ‘경제학’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을 보면 고개는 절레절레, 손을 휘휘 내젓곤 한다. ‘이제부터는 경제학의 ‘기역 자’도 안 볼거야’ 다짐하지만 호기심이 가고 흥미로워 보이는 책은 일단 봐야 하는 나의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이 결심은 오래 가지 못한다. 왜냐면 궁금한 마음에 덮어놓고 덤벼들었다가 책장을 넘기면서 머리에 쥐가 난다며 비명을 지를 때도 있지만 간혹 책의 내용을 그런대로 수월하게 이해하는 의외의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제학과의 인연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도 한참 고민했다. 내 머리에 한 무리의 쥐가 총출동할 것인지, 아니면 오호, 그렇군 하고 무릎을 치게 할 책인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어떤 내용이 수록됐는지 목차를 훑어보며 추측해보는 수밖에. 그랬더니 이 책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국민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까?’ ‘더 많은 지지층을 가진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어째서 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할까?’... 질문과 답변으로 진행되는 책에 언뜻 이런 내용이 보였다. 정치나 사회적인 이슈가 어째서 이 책에? 이런 것들이 과연 경제학으로 설명이 될까? 순식간에 호기심이 급발동, 자, 출동~!


저자인 한순구 교수는 서두에 현재 우리나라가 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복잡한 사회현상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경제학적인 접근방법을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의 석학들에게 해결방안을 물어보겠다. 자신이 그 사이 중간자의 역할을 맡겠노라고. 그렇게해서 탄생한 책이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부분부터 하나씩 읽어나갔다. ‘왜 사람들은 국민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까?’에서는 국민들이 잘못된 정치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회에서 어떤 법안이나 정책이 결정될 때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그 외 다수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수가 손해를 보는 금액이 아주 적기 때문에 굳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정책에 반대하거나 항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런 현상이 정치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학교 어디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니. 저자는 말한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보면 정치인의 ‘선심 정치’는 언제나 옳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면서 일본의 작은 마을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신칸센 역이 들어오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다나카가 계속해서 선거에서 승리해 16번이나 의원에서 선출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정계에서 은퇴한 뒤에는 장녀인 다나카 마키코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다섯 차례나 의원에 선출되고 장관까지 역임했다. 비난 받아 마땅한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그와 자녀에게까지 자신의 표를 던져 뽑아주었다. - 21쪽.


‘더 많은 지지층을 가진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에서는 투표제도가 갖고 있는 딜레마를 짚어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올 때 사용하는 방법인 투표제도. 그런데 그 투표제도에 모순이 있다면? 저자는 많은 투표방식 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인 단순 다수결 제도는 후보가 단 두 명뿐인 경우에 가장 적합한 제도라고 말하면서 세 명 이상의 후보 중에서 한 명을 선출해야 하는 투표에는 단순 다수결 제도가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단순히 가장 좋아하는 후보만 표시할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좋아하는 후보까지 표시하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완벽하게 이상적인 투표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한민국이 버리고, 고치고, 다시 생각해야 할 것들!’이라는 부제로 대한민국이 현재 안고 있는 금융위기, 노후대책, 물가정책, 청년실업, 빈곤의 악순환 등 모두 21개의 문제점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노벨 경제학자의 답변을 들었다. 워낙 경제학에 무지하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어렵고 까다로웠지만 그래도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은 단순히 학문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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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의 땅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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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어 겨우 두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들. ‘하나,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읽고’. ‘둘, 어떤 작품이든 필사를 하겠다’. 그런데 그것을 올해도 지키지 못했다는, 어쩌면 남은 기간 동안에도 해내지 못할 거라는 초조함과 불안함이 일었다. 도대체 한 해 동안 뭘 한 거지 자괴감마저 들려고 할 때, 조정래의 작품을 만났다. 바로 <유형의 땅>이다.


책에는 [사약] [장님 외줄타기] [자연 공부] [껍질의 삶] [길이 다른 강] [모래탑] [사랑의 벼랑] [유형의 땅] 이렇게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1979년부터 1981년까지 발표된 작품들이다. 즉, 작품 발표 이후로 최소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건데. 80년을 전후로 해서 당시에 벌어진 사건, 사회적 문제, 이슈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불구하고 지금의 삶, 일상과 별로 차이가 없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몇 배로 불어나고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30년 전이나 21세기인 지금이나 세월의 간극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나라가 아무리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언제나 힘겹고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일 먼저 소개되어 있는 [사약]에서는 회사를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린 끝에 병을 얻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석호를 보면서 안타까움에 화가 났다. 영문학자가 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불철주야 그렇게 뛰었는데, 미처 꿈을 이루기도 전에 생을 다하다니. 대부분의 직장인들, 특히 중년의 가장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흡연과 잦은 음주, 스트레스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家長), 아버지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자연공부]에서는 힘든 머슴살이를 팽개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성공을 이룬 아버지는 어느 날 가족과 함께 오래전에 떠나온 고향으로 향한다. 농촌의 풍경과 아름다운 풍경을 자식들이 직접 보여주려고 하지만 공업화, 산업화가 진행된 고향은 더 이상 그 옛날의 모습이 아니었다.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 표제작인 [유형의 땅]이었다. 부자가 되라는 의미에서 ‘천만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이름과 전혀 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만석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다. 반상의 구별 때문에 양반에게 천대를 받던 만석은 공산당원이 되자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양반가문에게 철저하게 복수를 하는데 어느 날 아내가 외도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살인자, 도망자가 되어 평생 타향으로 떠도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불놀이>를 비롯해서 <대장경> <상실의 풍경> <비탈진 음지> <외면하는 벽>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 사이에 출간된 조정래의 작품들을 꾸준히 만났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주인공이 다르고 배경도 달랐지만 그 속에는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특히 격정의 세월이라 일컫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가난한 민초들의 힘겨운 삶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안 풀릴까, 참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다고 결코 외면해서도 안 되는 가슴 아픈 역사. 언제쯤이면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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