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
한순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경제학은 어렵다.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적지도 않은 경제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 물론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해서 제목에 ‘경제학’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을 보면 고개는 절레절레, 손을 휘휘 내젓곤 한다. ‘이제부터는 경제학의 ‘기역 자’도 안 볼거야’ 다짐하지만 호기심이 가고 흥미로워 보이는 책은 일단 봐야 하는 나의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이 결심은 오래 가지 못한다. 왜냐면 궁금한 마음에 덮어놓고 덤벼들었다가 책장을 넘기면서 머리에 쥐가 난다며 비명을 지를 때도 있지만 간혹 책의 내용을 그런대로 수월하게 이해하는 의외의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제학과의 인연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도 한참 고민했다. 내 머리에 한 무리의 쥐가 총출동할 것인지, 아니면 오호, 그렇군 하고 무릎을 치게 할 책인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어떤 내용이 수록됐는지 목차를 훑어보며 추측해보는 수밖에. 그랬더니 이 책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국민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까?’ ‘더 많은 지지층을 가진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어째서 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할까?’... 질문과 답변으로 진행되는 책에 언뜻 이런 내용이 보였다. 정치나 사회적인 이슈가 어째서 이 책에? 이런 것들이 과연 경제학으로 설명이 될까? 순식간에 호기심이 급발동, 자, 출동~!


저자인 한순구 교수는 서두에 현재 우리나라가 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복잡한 사회현상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경제학적인 접근방법을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의 석학들에게 해결방안을 물어보겠다. 자신이 그 사이 중간자의 역할을 맡겠노라고. 그렇게해서 탄생한 책이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부분부터 하나씩 읽어나갔다. ‘왜 사람들은 국민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까?’에서는 국민들이 잘못된 정치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회에서 어떤 법안이나 정책이 결정될 때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그 외 다수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수가 손해를 보는 금액이 아주 적기 때문에 굳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정책에 반대하거나 항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런 현상이 정치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학교 어디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니. 저자는 말한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보면 정치인의 ‘선심 정치’는 언제나 옳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면서 일본의 작은 마을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신칸센 역이 들어오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다나카가 계속해서 선거에서 승리해 16번이나 의원에서 선출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정계에서 은퇴한 뒤에는 장녀인 다나카 마키코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다섯 차례나 의원에 선출되고 장관까지 역임했다. 비난 받아 마땅한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그와 자녀에게까지 자신의 표를 던져 뽑아주었다. - 21쪽.


‘더 많은 지지층을 가진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에서는 투표제도가 갖고 있는 딜레마를 짚어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올 때 사용하는 방법인 투표제도. 그런데 그 투표제도에 모순이 있다면? 저자는 많은 투표방식 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인 단순 다수결 제도는 후보가 단 두 명뿐인 경우에 가장 적합한 제도라고 말하면서 세 명 이상의 후보 중에서 한 명을 선출해야 하는 투표에는 단순 다수결 제도가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단순히 가장 좋아하는 후보만 표시할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좋아하는 후보까지 표시하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완벽하게 이상적인 투표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한민국이 버리고, 고치고, 다시 생각해야 할 것들!’이라는 부제로 대한민국이 현재 안고 있는 금융위기, 노후대책, 물가정책, 청년실업, 빈곤의 악순환 등 모두 21개의 문제점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노벨 경제학자의 답변을 들었다. 워낙 경제학에 무지하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어렵고 까다로웠지만 그래도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은 단순히 학문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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