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읽는 세계사 - 역사를 뒤흔든 25가지 경제사건들
강영운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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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어렵다. 각종 용어에서부터 제도, 수치, 그래프 등 난해한 것들을 모두 모아놓은 분야가 경제인 것 같다. 가끔 무지를 벗어나려는 의도로 경제분야 책을 읽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이쯤되면 아예 포기해버릴까 싶다가도 어쩐지 오기가 생겼다. 설마 죽을 때까지 이러겠냐는 심정으로 또다시 기웃거리곤 한다.

 


얼마전 출간된 <돈으로 읽는 경제사>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인간의 욕망과 돈으로 세계사를 풀어냈다는 소개글에 호기심이 생겼다. 경제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복잡해지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이 증상이 이번에야말로 개선될 수 있을거란 묘한 기대감....


 

책은 생존, 역설, 거물, 거품, 음식다섯 개의 키워드를 통해 경제사를 이야기한다. 각 챕터마다 역사의 특정 사건이나 인물, 당시 제도를 소개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대목이 많았다. 하느님의 도시 예루살렘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순례를 떠난 기사단에 의해 최초의 입출금 시스템이 시작됐다는 것, 동로마가 약해지자 유럽의 베네치아가 무역도시로 부각되었고 최초로 공체를 발행하기도 했으며 [오늘날 은행을 뜻하는 영어 뱅크bank’는 고대 이탈리아어에서 나무 탁자를 뜻하는 방코banco’에서 (26)] 비롯되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15세기 스페인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은 광산을 발견하면서 금은보화가 넘쳐났다. 은화가 폭포수처럼 들어왔지만 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끊임없는 전쟁 준비와 과시용 소비로 피폐해지고만다. 스페인에게 은화는 행운이자 불행의 시작인 셈이었다. [3. 거물의 경제사]에서는 경제학에 거물로 통하는 인물들에 대해 소개하는데 21세기 세계 경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물, ‘거시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케인즈자유시장의 중요성을 외친 하이에크를 다룬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어렵고 난해하게 여겨지는 경제 개념과 역사적 사건과 연결해서 쉬운 문장으로 설명해놓은 점, 각각의 주제마다 뒷부분에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네줄요약으로 정리해놓은 점이 돋보였다. 다만 25개의 주제를 300여쪽의 분량에 풀어내다 보니 개념 설명이 충분하지 않거나 배경설명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마중물 삼아 좀더 알고 싶은 부분은 저자가 소개해놓은 책을 참고로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경제란 무엇일까? 국부는 어떻게 채워질까? 자식에게 밥을 먹이겠다는 가난한 부모의 숭고함. 결혼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겠다는 인생의 포부. 나라에 기대지 않고 살겠다는 시민의 자존감. 이 모든 것이 경제 혁신의 밀알이 되어 국부를 이룬다. - 121.

 

경제사는 우리에게 한가지 해답을 보여준다. 발명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시장화라는 진실을. (중략)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더 큰 시장에 닿지 못해서였다. 더 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지 못해서였다. - 142

 


오늘날에도 소득세는 국가를 움직이는 거대한 엔진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소득세가 총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퍼센트에 달한다. 윌리엄 피트의 유산이 결코 영국만의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 192

 


오늘날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요 개념으로 통하는 옵션이 이처럼 튤립에서 탄생했다.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세상 모든 경제 위기마다 400년 전의 튤립 파동이 다시 소환된다. -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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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1
R. F. 쿠앙 지음, 이재경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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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만함이 극한으로 치달아 급기야 그들의 시선이 하늘에 이르렀다. 높고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했다. 이에 분노한 신이 저주를 내렸다. 하나였던 인간들의 언어가 여러 개로 나누어졌고 탑을 건설하던 인간들은 혼돈에 빠졌다.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서로 다른 언어들과 함께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실려있는 바벨탑에 관한 극적인 일화다.

 

세계 3SF 문학상 중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수상한 R. F. 쿠앙의 대표작 <바벨>을 일간지 신간코너에서 알게 됐다. 19세기 은산업혁명으로 인해 세계 최강국이 된 영국이 세계 각지로 식민지 사업을 벌이는데 이걸 식민지 출신의 학생들이 모여 제국주의에 맞서 투쟁을 벌인다는 거였다. 역사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책. 호기심이 일었다.

 

리처드 러벌 교수가 광둥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 수첩에 적어둔 빛바랜 주소지에 도착했을 때, 그 집에 살아 있는 사람은 그 소년이 유일했다. -17.

 

19세기 초 중국의 광둥. 전염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죽어가던 소년 앞에 러벌 교수가 나타난다. 그는 얇은 은막대를 소년의 가슴에 올려놓고 낮게 읊조린다. “트리아클” “트리클미묘하게 다른 두 언어로 은막대는 빛을 발하고 소년은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나게 된다. 소년의 호흡이 안정되자 교수는 소년을 데리고 나온다. 이미 마을 전체가 전염병으로 무덤이 되다시피한 상태였다.

 

교수는 소년을 영국 런던으로 데려와 로빈 스위프트란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영어를 비롯한 라틴어, 그리스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혹독하게 교육시킨다. 소년을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서. 결국 로빈은 옥스퍼드의 왕립번역원 바벨의 학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로빈은 인도 켈커타 출신의 라미를 만나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순탄치 않았다. 거리를 가다 마주친 이들에게서 인종차별과 배척을 당하고 그 와중에 로빈은 정체불명의 낯선 인물을 만나 신비한 일을 겪게 되는데...

 

너도 런던이 팽창을 멈출 생각이 없는 거대 제국의 심장이라는 걸 알았을 거야. 이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바벨이야. 바벨은 은을 비축하는 것처럼 외국어와 외국 인재도 수집해서 이를 이용해 오직 영국에만 이익이 되는 번역 마법을 만들어내. (...) 그건 잘못이야. 그건 약탈이고, 근본적으로 부당한 일이야. - 170

 

서로 다른 언어의 차이를 이용해 마법을 일으키고 그렇게 만들어진 은막대로 영국이 제국주의적 만행을 일삼고 식민지를 통제한다는 발상이 신선했다. ‘Babel’의 사전적 의미에는 '떠들썩한 말소리(장소, 광경), ()의 혼란, 실행 불가능한(공상적인) 계획'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그런 것처럼 왕립번역원 바벨에서 로빈은 혼란스런 갈림길에 서게 된다. 영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경계인’. 로빈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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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0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2권 리뷰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 책 일을까말까 고민중이거던요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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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무작정 끌리는대로 손에 잡히는대로 읽었다. 그러다가 문득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파이데이아]라는 인문고전 토론모임을 알게 되어 합류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오뒷세이아>를 시작으로 해서 프로이트로 마무리되는 12년 과정을 20243, 마무리지었다. 정해진 책을 매주 일정 분량만큼 읽고 생각을 정리해서 토론하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철학이 어렵고 까다롭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대를 지나 중세가 되니 자연스레 철학과 종교가 묘하게 접점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책읽기는 오리무중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경. 덮어버릴까, 포기해버릴까. 숱하게 고민하다가 꾸역꾸역 읽어나갔던 쓰라린 기억. 근대로 접어들면서 살짝 나아지긴 했지만 철학은 역시 난해했다. 하지만 철학의 흐름을 대략적으로나마 훑어볼 수 있었다는 게 큰 위안이 되었다


 

지금도 느끼는 거지만 철학책을 읽다 보면 종종 길을 잃어버린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럴때면 나침반이 발명되기 전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뱃사람들이 북쪽 하늘에 뜬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잡았던 것처럼 내게도 길잡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좋은 길잡이책을 발견했다. 최근에 출간된 <탁석산의 서양철학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철학은 그저 난해하고 어려운 것,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철학자의 주장이 어떤 배경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작정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 탁석산은 말한다. ‘철학사 없이, 철학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철학에서 옛날은 없기 때문(8)’이라고. 더불어 철학은 철학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철학함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철학사와 철학함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면서 철학은 사유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결국 제대로 사유하는 것이 철학에 있어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2500년에 이르는 서양철학을 저자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말한 철학의 아버지 텔레스부터 시작해서 최근 몇 년간 사회적 논쟁이 되고 있는 패미니즘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알려진 철학자들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시대마다 당시의 철학적 흐름에 있어 중요한 사상도 별도의 제목을 두어 짚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본문에 소개된 철학자 중 익숙한 이름도 있었으나 처음 접하거나 낯선 이름도 제법 많았다. 더불어 읽다가 포기한 책들까지도. 묵직하지만 의미있는 숙제를 받아든 기분. 오랜만이다. 그래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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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동양 편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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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시,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학창시절엔 역사의 시대적 배경이나 의미는 차치하고 무조건 달달달 암기하는 것에만 몰두했다. 참고서 구석구석 박혀있는 자잘한 글자까지 모두 암기해야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해하지 않고 들입다 암기만 했던 공부는 오래가지 않았다.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제품의 프로그램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되듯 공부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오히려 정반대였다. 암기에 들인 속도보다 몇 배나 빨리 잊혀졌다. 문제가 심각하다.


 

중년에 다시 역사책을 읽으면서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됐다. 시간이 걸려도 좀 이해하려고 노력해볼걸 그러지 못한 게 후회가 됐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만큼 더욱 역사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모르는 지명이 보이면 가장 먼저 지도를 찾아보게 됐다. 지형 조건은 어떤지 어떤 강이 흐르고 주변국과의 관계와 상황을 살펴보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완벽하게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몇 년 전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서양편>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과연 역사 아는 척하기가 가능할까 살짝 의심하기도 했지만 읽고 난 느낌은 대만족. 그 책을 계기로 알게 된 [두선생의 역사공장]이라는 수시로 찾아보는 채널이 되었다. 최근에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동양편>이 출간되었다. 목차를 보니 유투브로 접했던 내용도 있었지만 활자로 된 책을 읽는건 또다른 느낌이라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책은 크게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동양에서 가장 방대한 면적의 땅 중국을 시작으로 멀고도 가까운 이웃 한국와 일본, 남아시아와 중앙유라시아를 거쳐 동남아시아를 마지막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도상의 위치 즉, 지정학적 위치를 시작으로 지리적 여견과 역사의 흐름을 이나 짚어주는데 구어체로 표현되어 있어서 마치 저자의 유투브 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중국의 한족을 설명하면서 중국의 역사는 퐁당퐁당 역사예요. 분열과 혼란기, 통일기가 퐁당퐁당반복된다는 대목은 퐁당퐁당이란 표현 때문인지 더욱 인상적이었다. 중국에서 이 중요했다면 한국은 이었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뤄진 우리의 지명에 담긴 의미를 이야기하고 일본을 알려면 자연환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알고 있는 한국사를 비틀어보거나 역사적인 관점에서 지정학을 살펴보는 대목도 기억에 남는다. 하나의 챕터가 마무리되는 지점에 간략하게 챕터 정리를 해놓은 부분도 좋았다.


 

얼마전이었다. 주한미군에서 위아래가 뒤집힌 거꾸로 동아시아 지도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봤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남북이 180도 뒤집힌 거꾸로 세계지도를 보니 대한민국은 더 이상 삼면의 바다에 둘러싸인 반도의 끄트머리 국가가 아니었다. 바다를 중심으로 세계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지리와 역사는 결코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리를 통해 지난 과거를 알 수 있듯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나갈지 힌트도 바로 지리와 지형에 있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를 알려면 우선 그곳의 지리를 알아야 한다고. 그래선지 본문에는 수시로 지도와 표가 수록되어 있어서 내용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사, 특히 동양의 역사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고 싶은 이에게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동양편>은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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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와 함께한 여름
하토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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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집에선 늘 개를 길렀다. 당시만 해도 좀도둑이 심심찮게 출몰하던 때여서 집을 지키라고 데려왔다. 견종을 알 수 없는 믹스견이었지만 무척 귀여웠다. 외출하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개는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펄쩍펄쩍 뛰며 반겼다. 지금도 기억나는 개의 이름은 지지였다. 하얀 털의 까맣고 동그란 눈이 정말 예뻤다. 잘 짓지도 않아서 기르는 동안 딱 한 번 !”했던 게 전부였다. 그런 지지가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가버렸다. 무더운 여름날 목욕을 시켰는데 하필 대문이 열려있었던 거다. 방과후 집에 가보니 지지가 보이지 않아서 며칠동안 온 동네를 다니며 찾았지만 허사였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쿠로와 함께 한 여름>을 보자마자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지지가 떠올랐다. 만화가 하토에게는 쿠로라는 반려견이 있었다. 쿠로는 먹는 걸 좋아하고 걷는 게 특기였다. 여느 개와 다르지 않았지만 저자에게 쿠로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렇게 저자는 159개월간 함께 했던 쿠로와 작별하고 만다. <쿠로와 함께 한 여름>는 쿠로와의 작별을 담고 있다.


 

모든 생명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바꿀 수 없는 절대진리이지만 오랫동안 함께 하며 감정을 나누었던 이의 죽음은 그것이 동물이라 할지라도 큰 충격이다. 저자 역사 마찬가지였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쿠로를 보며 저자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다가 결국 쿠로와의 기나긴 작별을 준비하게 된다. 자다가 눈을 떴을 때 자기 앞에 보이던 동그란 뒤통수를 평생 그리워하게 될 거라고.


 

지지를 잃어버리고 몇 달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꿈에 지지를 만났다. 꿈속의 지지는 털이 예전보다 더 하얗고 눈도 더 크게 동그랬다. 몰라보게 예쁜 모습으로 나타난 지지는 한참 날 빤히 쳐다봤는데 그게 반가우면서도 왠지 슬펐다. 더이상 자길 찾지 말라고. 이게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작별 인사 하러 내 꿈에 찾아온 것 같아서.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집에서 기르는 개의 명칭이 달라진 것처럼 반려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예쁘고 귀여워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가족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모든 생명은 사랑하는 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걸 또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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