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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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무작정 끌리는대로 손에 잡히는대로 읽었다. 그러다가 문득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파이데이아]라는 인문고전 토론모임을 알게 되어 합류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오뒷세이아>를 시작으로 해서 프로이트로 마무리되는 12년 과정을 20243, 마무리지었다. 정해진 책을 매주 일정 분량만큼 읽고 생각을 정리해서 토론하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철학이 어렵고 까다롭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대를 지나 중세가 되니 자연스레 철학과 종교가 묘하게 접점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책읽기는 오리무중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경. 덮어버릴까, 포기해버릴까. 숱하게 고민하다가 꾸역꾸역 읽어나갔던 쓰라린 기억. 근대로 접어들면서 살짝 나아지긴 했지만 철학은 역시 난해했다. 하지만 철학의 흐름을 대략적으로나마 훑어볼 수 있었다는 게 큰 위안이 되었다


 

지금도 느끼는 거지만 철학책을 읽다 보면 종종 길을 잃어버린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럴때면 나침반이 발명되기 전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뱃사람들이 북쪽 하늘에 뜬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잡았던 것처럼 내게도 길잡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좋은 길잡이책을 발견했다. 최근에 출간된 <탁석산의 서양철학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철학은 그저 난해하고 어려운 것,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철학자의 주장이 어떤 배경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작정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 탁석산은 말한다. ‘철학사 없이, 철학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철학에서 옛날은 없기 때문(8)’이라고. 더불어 철학은 철학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철학함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철학사와 철학함을 구분하기는 어렵다면서 철학은 사유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결국 제대로 사유하는 것이 철학에 있어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2500년에 이르는 서양철학을 저자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말한 철학의 아버지 텔레스부터 시작해서 최근 몇 년간 사회적 논쟁이 되고 있는 패미니즘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알려진 철학자들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시대마다 당시의 철학적 흐름에 있어 중요한 사상도 별도의 제목을 두어 짚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본문에 소개된 철학자 중 익숙한 이름도 있었으나 처음 접하거나 낯선 이름도 제법 많았다. 더불어 읽다가 포기한 책들까지도. 묵직하지만 의미있는 숙제를 받아든 기분. 오랜만이다. 그래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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