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내게 무척 특별한 해인 것 같다.

우선, 반 세기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하려고 밀어붙인다는 건 무리라는 걸 알게 되었으며

눈물을 머금고 그 중의 일부를 취사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하지만 그동안 줄곧 ​미루고 미루던 인문고전의 세계에 발을 딛는 계기를 잡았다.

책나루 멤버들 중 몇 명과 작은 인문고전 모임을 ​시작했으며

위대한 고전 읽기 모임인 파이데이아에서 12년간의 대장정에 나섰다.​

​이 모든 것의 계기가 되어 준 것이

바로 <인문의 향연>이다.

 

아직도 기억난다.​

이 책을 서점에서 처음 보고 구입하면서

내가 인문잡지를 손에 잡게 될 줄이야...

예전엔 몰랐다...고 했었는데​

시중에서 절판된 창간호를 구하기 위해

무작정 출판사로 문의전화를 했고

다행히도 출판사의 보관용 중 일부를 지인들과 함께 

공동구매 해서야 간신히 읽을 수 있었다. ​

인문학에 막연한 두려움,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잡지​,

라는 컨셉에 맞게 내용도 알찼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

거의 포기하고 있던 단테의 <신곡>을​

조만간 읽고야 말리라. 결심하게 했으며

인류역사상 가장 빛나는, 기념비적인 대 서사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맛깔난 소개글 덕분에

고대 그리스의 문학을 수월하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꽃피는 춘삼월이 되어도

3호의 출간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계간지니까 분명 봄호가 나올텐데...​

개나리가 피고지고, 벚꽃이 ​피고 그 꽃잎마저 다 떨어져도 감감무소식...

기다리다 기다리다

늘어난 목이 판문점에 다다를 때쯤,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늦은봄호가 출간된 것...

그리스서적의 번역에 독보적인 천병희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비롯해

커다른 눈깔사탕을 조금씩 핥아먹는 심정으로

아끼고 아껴서 읽었다.

 

 

6월이 되자

또다시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여름호가 나올때가 됐는데, 됐는데, 왜 안 나오지?

​혹시 그것도 메르스땜에 편집작업이 차질을 빚나?

여름의 한가운데호, 혹은 늦은여름호라도 나오겠지... ​

계속 기다리다가

목마른 사람 우물 파는 심정으로

다시 출판사에 문의를 했다

"인문의 향연 여름호는 언제 출간되나요?"

출판사로부터 하루 늦게 도착한 답변에는 ​

"여름호부터 휴간할 계획입니다. 다른 편집단체를 찾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인문의 향연>을 기다리는 사람이 나 하나가 아닐텐데...

아쉽고아쉽고 또 아쉽다.

그리고 안타깝다.

모쪼록,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인문의 향연> 4호를 만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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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2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15-07-02 07:37   좋아요 0 | URL
파이데이아..라고 있어요
위대한 서양인문고전을 매주 일정 분량 읽고 토론하는 건데요 그 커리큘럼이 12년짜리에요
전 1학년...^ㅈ^

몽당연필 2015-07-02 07:41   좋아요 0 | URL
http://m.blog.naver.com/hkyoung68/220329924466

프레이야 2015-07-02 08:01   좋아요 0 | URL
와우 정보 고마워요.

몽당연필 2015-07-02 12:45   좋아요 0 | URL
혹시 책모임 하시나요?

네이버 카페의 오프모임이 있는데...제법 오래 됐답니다. ^^
http://cafe.naver.com/bookishman/452958

2015-07-02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15-07-02 12:52   좋아요 0 | URL
넵, 도움이 되셨길...^^

2015-07-02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15-07-02 20:01   좋아요 0 | URL
휑하지 않던가요?
딱히 가꾸지 않아서 주로 아는 지인들이 찾는 숨은 블로그라서...^^;;

2015-07-02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소포클레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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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오이디푸스를 이제야 정식으로 읽습니다. 아이스퀼로스와는 글에서 풍기는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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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도깨비 옛이야기 그림책 13
권문희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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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꿴 호랑이]를 아이들도, 나도 좋아한다. 같은 작가의 그림책이라 망설이지 않고 구입.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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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라이온 10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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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히나. 단짝친구도 사귀고 즐거운 고교생활을 보낸다. 그런데 난데없이 등장한 사내로 인해 레이와 히나가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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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 - 삶의 근원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황석공 지음, 문이원 엮음, 신연우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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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을 훌쩍 넘긴, 불혹보다 지천명에 가까운 나이가 되고 나니 여러 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것을 느끼곤 한다.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끼고 일상 속에서 난관을 만나더라도 이전처럼 안절부절 하기보다는 우선 깊이 생각하는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고 책을 가까이 하는 즐기는 것인데 그것 역시 추구하는 방향, 노선의 수정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된다. 나의 시간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비해 나의 시선과 관심은 어느새 과거로 향해 있었다. 새로운 지식, 흥미진진하고 감성을 충족시키는 책보다는 오래전 역사 속의 고전, 인문서적에서 삶의 방향을 찾고 있었다. ‘지천명(知天命)’의 의미를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소서>가 출간됐을 때 처음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素書’ 이외의 글귀에 시선이 머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황석공’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삶의 근원은 무엇인가’란 부제와 표지 한 귀퉁이에 적힌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이 나로 하여금 책장을 넘기게 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황석공의 <소서>가 어떻게 전해지게 되었는지 말해준다. 장량이 진시황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은둔하고 있을 때, 어느 다리를 지나다가 한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신고 있던 신발을 다짜고짜 던지더니 장량에게 주워오라 시키더니 자신에게 신겨주기까지 하라는 게 아닌가. 노인의 기이한 행동은 계속된다. 약속장소에 맞춰 나온 장량을 특별한 이유없이 연거푸 꾸짖더니 세 번째 만나서야 노인(황석공으로 알려진)은 한 권의 책을 내미는데 그게 바로 <소서>라는 것이다. 근본을 제시하는 비밀의 책이란 의미의 <소서>를 손에 넣은 장량. 그는 이후 소하, 한신과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당시 장량은 책의 일부만을 활용했다는데 그렇다면 이 책 <소서(素書)>는 대체 어떤 것을 담고 있는 걸까.

 

 

<소서>는 총 1,336자로 이뤄진 책인데 ‘근원을 밝히다.-원시’,‘도를 바로 세우다.-정도’,‘사람의 뜻을 구하다.-구인지지’,‘덕을 근본으로 삼고 도를 높이 받든다.-본덕종도’,‘의를 좇는다.-준의’,‘예를 즐기다.-안례’해서 모두 여섯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장에는 제일 먼저 원문을 수록하고 아래에 번역, 해설해 놓는 글을 실었는데 그 내용이 ‘놀랍다.’ 잠깐 놀라움의 의미를 짚어보자면 여태껏 어디서도 접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놀랍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접했던 얘기들, 어찌 보면 익숙하다고 할 수도 있는 글이라는 점이다. 마치 공자의 <논어>를 직접 읽지 않았지만 ‘배우고 때 맞추어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논어>의 첫 구절을 살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소서>의 첫 문장이 ‘夫道, 德, 仁, 義, 禮, 五者一體也’, ‘도, 덕, 인, 의, 예, 이 다섯 가지는 한 몸이다’인데 이는 사람의 근본 소양이라고 한다. 다만 본래는 하나인 다섯 가지가 때론 각각 분리되기도 하기 때문에 도, 덕, 인, 의, 예를 모두 갖춘 사람이 크게 이름을 떨친다면서 황석공이 장량에게 <소서>를 건넨 것도 여러 번 시험을 통해 장량이 크게 될 인물이라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끊고 욕심을 이겨내야 누가 되는 것을 제거할 수 있다’는 대목 역시 인간이 기본적인 본능은 생존과 직결되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 해도 욕구를 지나치게 추구하고 집착하게 되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엉킨 실타래처럼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면서 지나친 욕심을 과감하게 끊어내라며 일침을 가한다.

 

 

황석공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하고 나서야 장량이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소서>는 어서 ‘비서(秘書)’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일까. 장량은 다섯 가지의 근본을 갖추지 못하는 사람이 그 책을 손에 넣을 것을 두려워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무덤에 <소서>가 함께 묻히게 되는데...그후 5백여 년이 흘러 도굴꾼이 장량의 무덤을 파헤치면서 <소서>는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자, 여기에 5백여 년의 세월을 견딘 비서, <소서>가 앞에 놓여있다. 나는 과연 이 책을 손에 넣어도 될 만한, 그런 부족함이 없는 인물인가.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그게 현실임을 인정하자. 지금은.

 

 

[덧]

 

한자의 표기에 있어 의문 나는 점이 있다. (한자에 무지하기 때문에 생긴 의문이다)

책의 첫 대목 [夫道, 德, 仁, 義, 禮, 五者一體也]. 여기의 ‘夫’는 오자인가 아닌가. 원문에 이어지는 해설의 내용을 보면 ‘夫’는 ‘天’의 오자로 ‘夫道’가 아니라 ‘天道’가 맞다.

허나 ‘夫’가 이 글에서 ‘무릇’, ‘대저’의 부사적 의미를 지닌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저 도,덕,인,의,예 다섯 가지는 한 몸이다’고 해석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夫道, 德, 仁, 義, 禮, 五者一體也]ㅡㅡ> [夫 道德仁義禮, 五者一體也] 이렇게 해야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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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0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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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0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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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16: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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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1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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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15-06-29 19:35   좋아요 0 | URL
먼저 만나고 계시면 제가 합류할게요 ^^

2015-06-29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15-06-2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