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 삶의 근원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황석공 지음, 문이원 엮음, 신연우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중년을 훌쩍 넘긴, 불혹보다 지천명에 가까운 나이가 되고 나니 여러 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것을 느끼곤 한다.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끼고 일상 속에서 난관을 만나더라도 이전처럼 안절부절 하기보다는 우선 깊이 생각하는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고 책을 가까이 하는 즐기는 것인데 그것 역시 추구하는 방향, 노선의 수정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된다. 나의 시간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비해 나의 시선과 관심은 어느새 과거로 향해 있었다. 새로운 지식, 흥미진진하고 감성을 충족시키는 책보다는 오래전 역사 속의 고전, 인문서적에서 삶의 방향을 찾고 있었다. ‘지천명(知天命)’의 의미를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소서>가 출간됐을 때 처음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素書’ 이외의 글귀에 시선이 머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황석공’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삶의 근원은 무엇인가’란 부제와 표지 한 귀퉁이에 적힌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이 나로 하여금 책장을 넘기게 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황석공의 <소서>가 어떻게 전해지게 되었는지 말해준다. 장량이 진시황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은둔하고 있을 때, 어느 다리를 지나다가 한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신고 있던 신발을 다짜고짜 던지더니 장량에게 주워오라 시키더니 자신에게 신겨주기까지 하라는 게 아닌가. 노인의 기이한 행동은 계속된다. 약속장소에 맞춰 나온 장량을 특별한 이유없이 연거푸 꾸짖더니 세 번째 만나서야 노인(황석공으로 알려진)은 한 권의 책을 내미는데 그게 바로 <소서>라는 것이다. 근본을 제시하는 비밀의 책이란 의미의 <소서>를 손에 넣은 장량. 그는 이후 소하, 한신과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당시 장량은 책의 일부만을 활용했다는데 그렇다면 이 책 <소서(素書)>는 대체 어떤 것을 담고 있는 걸까.

 

 

<소서>는 총 1,336자로 이뤄진 책인데 ‘근원을 밝히다.-원시’,‘도를 바로 세우다.-정도’,‘사람의 뜻을 구하다.-구인지지’,‘덕을 근본으로 삼고 도를 높이 받든다.-본덕종도’,‘의를 좇는다.-준의’,‘예를 즐기다.-안례’해서 모두 여섯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장에는 제일 먼저 원문을 수록하고 아래에 번역, 해설해 놓는 글을 실었는데 그 내용이 ‘놀랍다.’ 잠깐 놀라움의 의미를 짚어보자면 여태껏 어디서도 접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놀랍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접했던 얘기들, 어찌 보면 익숙하다고 할 수도 있는 글이라는 점이다. 마치 공자의 <논어>를 직접 읽지 않았지만 ‘배우고 때 맞추어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논어>의 첫 구절을 살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소서>의 첫 문장이 ‘夫道, 德, 仁, 義, 禮, 五者一體也’, ‘도, 덕, 인, 의, 예, 이 다섯 가지는 한 몸이다’인데 이는 사람의 근본 소양이라고 한다. 다만 본래는 하나인 다섯 가지가 때론 각각 분리되기도 하기 때문에 도, 덕, 인, 의, 예를 모두 갖춘 사람이 크게 이름을 떨친다면서 황석공이 장량에게 <소서>를 건넨 것도 여러 번 시험을 통해 장량이 크게 될 인물이라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끊고 욕심을 이겨내야 누가 되는 것을 제거할 수 있다’는 대목 역시 인간이 기본적인 본능은 생존과 직결되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 해도 욕구를 지나치게 추구하고 집착하게 되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엉킨 실타래처럼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면서 지나친 욕심을 과감하게 끊어내라며 일침을 가한다.

 

 

황석공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하고 나서야 장량이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소서>는 어서 ‘비서(秘書)’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일까. 장량은 다섯 가지의 근본을 갖추지 못하는 사람이 그 책을 손에 넣을 것을 두려워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무덤에 <소서>가 함께 묻히게 되는데...그후 5백여 년이 흘러 도굴꾼이 장량의 무덤을 파헤치면서 <소서>는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자, 여기에 5백여 년의 세월을 견딘 비서, <소서>가 앞에 놓여있다. 나는 과연 이 책을 손에 넣어도 될 만한, 그런 부족함이 없는 인물인가.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그게 현실임을 인정하자. 지금은.

 

 

[덧]

 

한자의 표기에 있어 의문 나는 점이 있다. (한자에 무지하기 때문에 생긴 의문이다)

책의 첫 대목 [夫道, 德, 仁, 義, 禮, 五者一體也]. 여기의 ‘夫’는 오자인가 아닌가. 원문에 이어지는 해설의 내용을 보면 ‘夫’는 ‘天’의 오자로 ‘夫道’가 아니라 ‘天道’가 맞다.

허나 ‘夫’가 이 글에서 ‘무릇’, ‘대저’의 부사적 의미를 지닌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저 도,덕,인,의,예 다섯 가지는 한 몸이다’고 해석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夫道, 德, 仁, 義, 禮, 五者一體也]ㅡㅡ> [夫 道德仁義禮, 五者一體也] 이렇게 해야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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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9 0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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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0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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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08: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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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16: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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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9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15-06-29 19:35   좋아요 0 | URL
먼저 만나고 계시면 제가 합류할게요 ^^

2015-06-29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15-06-2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