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파스텔, 나만의 작품 그리기 - 회화적이고 감성적인, 특별한 오일파스텔의 세계 오일파스텔, 나만의 작품
이주헌(어반포잇) 지음 / 리얼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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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득이한 사고로 두 달 남짓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요. 치료가 어느 정도 이뤄져 행동이 자유로워졌을 때 엄마에게 가장 먼저 책과 스케치북, 크레파스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 병실에서 줄곧 했던 것이 책 읽고 그림 그리기가 전부였지요. 퇴원 무렵 제가 있던 병실의 벽에는 온통 그림이 붙여져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엄마가 그걸 일일이 떼느라 고생 좀 하셨다고 하더군요.


 

사실 책 읽기와 그림 그리기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이지요. 특히 그림은 잘 그리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는 그 자체를 즐기는데요.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든 기억 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 자신이 바라는 무언가이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린다는 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어떤 것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그것의 특징을 간단하게 혹은 세밀하게 그려내려면 일단 집중력은 기본, 거기에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도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그림 그리기는 그림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때로 마음을 치유하는 고도의 정신활동이자 육체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익한 활동인 그림 그리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소년기를 정점으로 해서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 대학입시 때문이겠죠. 입시와 관련 없는 과목의 수업이 학교에서 사라지듯이 미대를 지망하거나 미술을 전공으로 하지 않는 사람은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더군요.


 

돌아보니 저도 그랬습니다. 여고 때 미술 선생님께서 제게 미대를 가라고 권하셨어요. 전 내가 그림을 잘 그리고 소질이 있다는 의미인가 싶어서, 괜히 기분이 들떴구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에게 말했는데요.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습니다. 당시 미대를 다니는 언니가 있었는데 수업에 필요한 재료비며 실습비 같은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나봐요. 엄마는 우리집에 미대는 한 명만. 넌 안된다고 하셨죠. 그때 들었던 생각이 , 미술을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구나. 그림이 좋다고, 하고 싶다고 해서 함부로 시작하면 안되겠구나였습니다.


 

오래전, 30년도 훨씬 전의 일인데도 그때의 기억, 생각은 지천명을 넘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이 제한되고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실내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게 좋을까 고민하게 됐구요. 독서 외에 다른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문득 오래전 내가 무척 좋아했던 그림이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중년 아줌마가 돼서 그림을 시작하는 게 가능할까. 주책맞다고 흉보지는 않을까. 그림을 배우려면 학원을 다니든 해야 할 텐데 생활비에서 이런 취미생활에 비용을 지불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온갖 생각들이 다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웃 블로그를 통해 오일파스텔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몇 장의 사진으로 올려놓은 글을 보면서 오일파스텔화가 수채화보다는 비용이나 난이도 면에서 진입장벽이 낮을 것 같았어요. 학원에 다니지 않더라도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서 하면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런 가운데 만난 책이 <오일파스텔, 나만의 작품 그리기>입니다. 나뭇가지 가득 흐드러지게 핀 분홍빛 꽃과 회갈색의 벽돌집과 현관의 좌우에 놓인 초록초록한 화분들. 마치 여유롭고 평화로운 마을의 어느 집을 사진으로 담은 것 같은 표지에 순간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이 그림이 수채화도, 유화도, 아닌 오일파스텔이라는 게 놀라웠어요. 오일파스텔로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다다름이라는 드로잉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최근 오일파스텔이 많은 이들에게 각광을 받는 이유를 수채화처럼 얇은 그라데이션도 가능하고 유화처럼 꾸덕꾸덕한 질감도 기능한 매력적인 소재인데다가 휴대성과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본문에 수록해놓은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일파스텔의 기법을 차근차근 연습하다 보면 곧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하네요.

 

 

책은 모두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일파스텔을 처음 접하는 저같은 초보자에게는 역시 1오일파스텔 재료와 기법이 가장 중요하겠죠. 오일파스텔의 브랜드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리기 적합한 종이의 종류에 대해 사진을 첨부해서 설명해 놓았습니다. 크레파스의 한 종류로 안료를 유지로 굳혀 만든 게 오일파스텔이라서 뭉툭한 선은 물론이고 파스텔을 잘라서 사용하면 섬세한 표현도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오일파스텔을 좀 더 효과적으로, 풍부하게 표현을 하고자 할 때 필요한 보조도구와 호환재료, 블랜딩 도구 등등 오일파스텔의 가장 기본적인 ABC를 간단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일파스텔의 여러 기법(점 찍기, 선 긋기, 면 채우기)과 그림을 그릴 때 주의할 점, 그림의 구도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짚어주는데요. 특히 꽃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꽃의 형태와 모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꽃이 피어있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간단한 스케치로 전해줍니다.


 

그런 다음 2장부터는 변화무쌍한 구름의 모습, 평안과 안식을 주는 바다 풍경(3), 설렘을 주는 꽃밭 풍경(4),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노을풍경(5),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풍경(6), 설렘과 화사함이 가득한 꽃 그림(7), 작품 같은 인물 그림(8)으로 이어지는데요. 그림 하나하나마다 구도를 잡거나 오일파스텔로 선을 긋거나 점을 찍고 면을 채워나가고 손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해 터치하면서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일일이 사진으로 수록해놓아서 실제로 연습할 때 보면서 그대로 따라그리기 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도구로든 그림을 그린다는 건 역시 몸을, 손을 쓰는 활동이라 옆에서 직접 지도를 받는 게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책 한 권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신 마음을 조급하면 먹으면 안되겠죠. 첨엔 틀림없이 본문에 수록된 사진을 그대로 따라그리기조차 힘들 게 뻔하니까요. 지금의 제 목표는 우선 바다를 그리는 거예요. 조금만 걸어가면 금방 바다에 닿으면서도 그 바다를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거든요. 오일파스텔과의 첫만남으로 인해 제가 어떤 풍경에 가 닿을지 두군두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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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그리는 몽당연필님 멋있어요. 부디 조만간 몽당연필님만의 풍경을 가지시기를.....

몽당연필 2021-09-11 22:50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

초딩 2021-09-1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몽당연필 2021-09-11 22: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