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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ㅣ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1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일관계로 시조창 하시는 분을 알게 되었다. 정악이 뭔지, 시조창이 뭔지 알려지지도 않은 때였다. 시조창의 매력에 눈뜬 동료 직원들은 그 분을 통해 시조창이며 단소를 배우곤 했는데 그때 난 먼 산 보듯 뒷짐만 지고 있었다. 왜냐고? 끌리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너무나 후회가 된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땅을 치고 후회를 해봐도 배는 이미 예전에 떠나갔다. 소용없는 노릇이다.
이 책 <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는...
한문학자인 저자가 옛글 속에 숨어있는 우리의 음악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우리의 음악 문화엔 어떤 맛과 매력이 있는지, 우리 음악 한 곡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으며 역사속엔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음악을 어떻게 즐겼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쌍절금이란 악기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였다. 단종에게 충절을 다했던 성삼문, 박팽년 두 신하의 마당에서 자란 소나무가 만나 쌍절금이란 악기로 다시 태어났지만 실물이 전해지지 않는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또 문화적 사대주의와 관련해 우리 학생들이 ‘문화의 국적’을 조상에 한해 유독 따지는 것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문화란 양자를 들이는 것과 비슷하다. 그 문화의 처음 발생지, 즉 생모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러나 때로는 양모가 생모보다 훨씬 나은 경우도 있다. 그렇게 처음에는 입양되었지만, 몇 대를 내려가면 그 집안의 적통이 되는 것이다....옛 음악을 들을 때는 그런 섣부른 문화 국적 의식을 좀 내려놓고 우리 조상들이 이런 음악을 즐겼구나 하고 이해해주는 마음으로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 p 106~107.
듣고 있으면 부모님 생각에 저절로 목놓아 울게 만드는 회심곡을 설명하면서 저자의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돌아보는 부분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부모님이 태어나 자라고, 삶의 대부분을 보내신 그런 추억이 있는 곳을 가족적 차원에서 돌아보고, 그곳을 거니는 것이 참 좋은 사랑의 답사라는 이야기를 했다. -p 208.
하지만....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로서 얘기를 비교적 쉽게 풀어내긴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음악을 알아가기 위한 여정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저자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저자의 설명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악에 대한 예비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이 책은 읽어나가는 것 자체가 무리다. 중대엽이니 삭대엽, 도드리장단, 산조, 시나위....같은 용어가 종종 튀어나오지만 거기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소개하는 음악마다 추천음반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다. 누구의 음악이 더 좋더라...는 식으로 잠깐 언급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그리고 본문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데 자료 그림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물론 수록된 그림이 본문 내용과 관계없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간단한 설명과 그림의 사이즈 정도는 알려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음악 연주에 쓰이는 악보사진도 함께 수록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우리 음악을 들을 줄 아는 귀...
내가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태교의 모든 것은 모차르트로 결론지어졌다. 일명 모차르트 효과로 이름난 태교비법에 따라 난 모차르트 음악을 수시로 들었다.
6년의 터울을 두고 작년에 둘째를 임신했을 때 내가 주로 들었던 음악은 동요와 국악, 대금이나 가야금 산조, 영산회상이었다.
첫째와 둘째, 뱃속에서 들었던 음악에 따라 아이들 성향이 어떤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첫째 아이는 빠른 리듬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둘째 아이는 유독 가야금 산조의 어느 곡만 들으면 방긋 웃다가도 슬프게 운다는 거다. 느린 가락에 감각이 발달됐나? 왜 그럴까...알 수 없다.
우리 음악이 대중화되기 위해선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언제든 뒤적이며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것도 1년, 2년...오랜 시간을 두고 책 속에 소개된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새 귀가 열리지 않을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누룽지처럼 구성진 우리 음악도 들으면 들을수록 제 멋을 느낄 수 있다.
나침반은 산속에서 진가를 발휘하듯 이 책 역시 실제 음악을 찾아 듣고 감상할 때 더 큰 가치가 있겠지요. 한번 보고 책꽂이에 꽂아두는 책이 아니라 오래오래 곁에 두고 손때 묻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 황병기 추천사 중에서...

뱀꼬리) 이 책 표지에 있는 악기는...금琴의 일종인 당비파다. 하지만 제목에 적힌 한자...오타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