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내가 일을 손에서(정말 손에서) 놓았다는 풍문은 멀리멀리 흩어져 J의 귀에 닿았다. 일을 그만둔 지 보름인데 소문은 참으로 빠르다. 여튼 J는 다급한 목소리로 얼굴을 보자고 했지만 다급함의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설명하지 않았지만 대충 감을 잡은 나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은행잔고는 없는데 급전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쩌나, FTA를 우리 둘이 온몸으로 막아보세,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다. 그러나 감은 틀렸다. 감나무에서 단감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감도 떨어졌다. J는 사랑에 빠져있었다. 얼씨구.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사랑에 빠진 본인들의 입장에서 어디 쉬운 사랑이 있겠는가, 작은 돌뿌리도 태산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깊이 복식호흡을 하고 다 늙은 J와 마주앉아 J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랑에 빠진 J는 도리언의 초상화처럼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듯 했다. 내심 부럽기도 했고 아득하기도 했다. 아- 이토록 언짢은 관음증은 정녕 질투인가. 오로지 쿠폰을 모으기 위해 주문한 스타벅스의 커피는 마침 무지하게 달았다. 뭔들.  

J는 어찌하면 좋겠냐고 했다. 뭘 어찌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물음은 먼저의 질문과 똑같았다. 그러니까 어찌하면 좋겠냐고. 나는 열심히. 간절히. 즐겁게. 후회없이. 사랑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 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랑만큼은 열심히. 간절히. 즐겁게. 후회없이가 답이라고 믿는 그러니까 내게는 거의 신앙에 가까운 원칙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틀어질 것은 틀어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낮과 밤은 찾아오겠지만, 또 그것이 아니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아니 할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한 지 모르겠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젠장.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지만 권위라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가방에서 읽던 책을 꺼냈다. 내 말은 우스워도 저도 나도 좋아하는 강신주선생의 말은 좀 들리지 않을까 싶었다. 강신주의 책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186쪽을 나는 힘주어 읽었다. 들어라 J여. 

사랑은 타자를 신과 같은 절대자로 만들어버립니다. 그가 나를 나만큼 사랑해주기를 강제할 수 없고, 단지 바라는 것 이외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랑에 빠진 우리가 사랑하는 바로 그 사람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긍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렇지만 이런 상태는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기도의 이면에 사실 내 기도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숨은 욕망이 있는 것처럼, 내 사랑도 그에 걸맞는 대가를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로부터 사랑받으려는 욕망 아닌가요? 그래서 바르트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내면을 다음과 같이 서럽고 아프게 묘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바르트가 <사랑의 단상>에 쓴 말이다. 들어라 J여. 

떠나는 것은 그 사람이며, 남아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 사람은 끊임없는 출발, 여행의 상태에 있다. 그의 천직은  철새, 사라지는 자이다. 그런데 사랑하고 있는 나, 나의 천직은 반대로 칩거하는 자, 움직이지 않는 자, 그 사람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자리에서 꼼짝 않는, 마치 역 구석에 내팽개쳐진 수화물같이 '유보된' 자이다. 사랑의 부재는 일방통행이다. 그것은 남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말해질 수 있는 것이지, 떠나는 사람으로부터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현존하는 나는 끊임없이 부재하는 너 앞에서만 성립된다. 그러므로 부재를 말한다는 것은 곧 주체의 자리와 타자의 자리가 교환될 수 없음을 단번에 상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책을 내려놓고 J를 바라보았다. J는 울었다. 나는 J를 때리지도 않았고 겁박하지도 않았는데 J는 울었다. 따라서 울 수도 없고 난처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난처한 시간 동안 나는 J를 바라보았다. 예뻤다. 울고 있는 J도 예쁘고, J의 울음을 타고 흐르는 불사의 시간도 예뻤다. 물론 J가 울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돌로 쳐 죽일 놈은 뺀다. 그 놈이 내게 따져도 할 수 없는 일. 나는 무조건 J편이기 때문이다. 암뇨. 

그 고요하고 아름다운 시간이 얼마간 흐르고 J는 내게 말했다.
두 번 다시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었다가는 숨통을 끊어놓겠노라고.
아- 강신주도 바르트도 구제할 수 없는 저 무지한 인간이라니. 나는 탄식했지만 더는 말하지 않았다. J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웃었다. 더 정확히 J는 웃었다. 음- 숨통이 끊어질 위험을 무릅쓰고 나는 J를 웃겼다. 내심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찻집을 나와 얼마를 같이 걷는 동안 J는 내게 말했다. 두렵다고. 
나는 또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어줄까 싶었지만 참았다. 대신 내게 두려웠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건 또 말로 표현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걸 어찌 말로 하나. 분명하지만 말로 할 수 없는 것들. 그저 몸과 마음에 꽂혀있기는 한데 실을 매달아두지 않아 찾을 수 없는 바늘처럼. 어느 날 똑같은 고통으로 느낫없이 이렇게 나를 찌르는데도 나는 말로 옮길 수가 없고 꺼내어 보여줄 수가 없었다. 다행인 것은 J도 내 황망한 상황을 이해한 것 같았다. 어쩌면 그것이 J에게 위안이 되었을 수도 있고. 다음에 만날 때는 뭐든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했지만 또 사랑이야기,라고 해도 나는 괜찮다. 겨울 밤은 길고, 겨울은 이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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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2-0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현존하는 나는 끊임없이 부재하는 너 앞에서만 성립된다...

아- 좋아요. 마냥 좋다고 하는 저는 J처럼 사랑에 아파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 글을 읽으면서 내내 좋구나 좋구나, 나도 사랑을 열심히 간절히 즐겁게 후회없이 해야지. 이러고 있네요. 한국의 제비들은 겨울이 오는데도 여전히 활동 중이군요. 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에 굿바이님 서재, 새로운 글이네요. 이제 시작인 겨울, 따뜻하게 보내시길 :)

ps.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어주는 거, 저도 해보고 싶어요. 해볼 거에요. 겨울 가기 전에!

굿바이 2011-12-01 18:1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말없는수다쟁이님 :)
바람이 차가워졌던데 오늘 하루 잘 지내시고 있나요?

뭐든 열심히 간절히 즐겁게 후회없이 하면 참-좋은데 말이 쉽지 그게 쉽지 않죠. 그래서 늘 사람들은 어딘가 기웃거리고 떠돌고 하는가 봅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언제 짜잔-하고 모여서 가방에 있는 책 꺼내 아무 페이지나 낭독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신의 계시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근사한 놀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겨울 가기 전에 꼭 한 번 해보세요.
아참, 그리고, 감기 조심하세요!!!!


2011-12-01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1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밤 나는 봄밤을 꿈꾸오,라고 했더니 친구는 대뜸 표절이오,라고 답한다. 루시도폴이라는 친구가 어느 노래의 시작을 그리했다오,라고 덧붙인다. 나는 젠장이오,라고 말한다. 그랬더니 친구는 사실을 말하는데 화를 내다니 촌스럽소,라고 한다. 그래서 다시 나는 말한다,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운치있는 것이오,라고.  

일주일동안 잠을 잤고 약을 먹었고 책을 읽었고 음악을 들었고 간혹 통화를 했다. 소란스럽지 않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걱정을 했다. 그러나 여느 때와 다르게 그 걱정들을 액면가로 받아들였다. 뭐랄까, 이것 역시 다 지나가리라, 뭐 그런 마음이랄까. 아니면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에 좀 더 세련되졌다고나 할까, 뭐 그런.   

일주일동안 읽은 책들 중 몇 권의 책은 감상을 남기도 싶은데 단어와 문장의 섬세한 규칙들을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저자나 작품을 욕보일까봐 망설이고 있다. 물론 뻔뻔하게 나는 리뷰를 남길 지도 모른다. 그리되면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좋았으니까. 그리고 그 처음은 한강의 소설 <희랍어시간>이 될 것 같다.  

쌩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펼쳤는데 번쩍하며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다.  
"Return here impossible.Storm."   
에이-그럴리가. 나는 어찌되었건 돌아갈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좀 민망하거나 아찔하더라도.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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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11-2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남겨주세요!! 기대기대

그나저나, 언니 저는 바로 저 문장 때문에 오늘 매우 오랜만에 루시드폴의 노래를 들었단 말이죠. 페이스북에 정확히 이렇게 썼단 말이죠. 그러니까, 짝퉁찌찌뽕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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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문득 듣고 싶어진 노래.
고요하게 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끝에 봄의 첫날을 꿈꾸네.

http://www.youtube.com/watch?v=SL157XCQJBQ

굿바이 2011-11-26 23:18   좋아요 0 | URL
급하게 좌절했소.
그렇지만 노래는 좋구려 ㅜㅜ

風流男兒 2011-11-29 15:26   좋아요 0 | URL
이 노래, 언젠가는 기타로 한번 쳐보고 싶어요 ㅋ
일단 많이 들어야지 ㅎㅎ

風流男兒 2011-11-29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먹고 많이 주무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곧 뵙날을 소원합니다 후훗.

굿바이 2011-12-01 13:45   좋아요 0 | URL
12월 중순에 뵈어요. 후훗훗-
 

"어디를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는 뒤쪽을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되네" 
멕시코 동남부 치아파스에서 전설처럼 존재했던 안토니오 할아버지의 말이 꼭 무슨 영매의 목소리처럼 들려 허겁지겁 책을 읽어 나간다. 저 지구 반대편에서 스키마스크를 한 혁명군 마르코스의 절박함에 비하면 어디 들러붙은 껌도 안되는 마음이지만 여튼 "거기에 길이 있습니까?"라는 물음이 터져 나오는 속도는 마르코스도 나도 비슷할 듯 싶었다. 절박함에 크고 작음이 있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네. 전에 자기가 어디에 있었는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기 위해서라네." 또다시 안토니오 할아버지의 말은 내게 질문을 갖게한다. 마르코스가 물어보았던 것과 똑같은 질문. "어떻게요?"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면서 자네는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지. 그렇게 자네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네. 길을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네. 뒤를 돌아보면서 자네는 또한 '아, 내가 원하는 것은 돌아가는 것이군'하고 깨닫게 된다네. 문제는 자네가 있지도 않은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네. 그것은 만들었어야 했네." 

길을 잘못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다시는 자주 뒤를 돌아보지 않을 길을 만드는 것,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될 혁명의 시작은 이것이다. 늘 그렇지만 창피한 것도 잠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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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9-3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드디어 페이퍼 올리셨네요. :)

굿바이 2011-09-30 17:07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히 그렇게 되었습니다 :)
제가 요즘 얻은 큰 깨달음은 말이죠, 그러니까 뭣이냐면요, 저는 그러니까 잉여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잉여로 살 때 거시기하지만 뭐랄까 기쁠 수 있다는....뭐래요, 요즘 통 읽지도 쓰지도 못했더니 말도 영 이상하고 글도 영 이상해요.
여튼 잘 지내시죠?

웽스북스 2011-09-30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드디어 페이퍼 올리셨네요. :) 22222

굿바이 2011-09-30 18:14   좋아요 0 | URL
이런!!!!! 그렇게 되었습죠 :)
제가 요즘 얻은 큰 깨달음은 말이죠, 그러니까 피곤하고 지치고 잠시 살이 빠진다고 다들 어찌나 뭘 먹이는지, 마음이 회복되는 속도보다 허벅지와 배가 회복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겁니다. 에헴~

2011-10-01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10-0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드디어 페이퍼 올리셨네요. :) 33333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진다던데 감기 조심하세요 ^^
 

늑대사냥꾼


  박정대
 

옛날, 글자가 없던 시절에 사람들은 돌멩이 편지를 보냈다고 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돌멩이 하나를 골라 상대편에게 주면 그걸 받은 사람은 돌멩이의 
생김새, 색깔, 만질 때의 느낌에 따라 보내온 사람의 마음을 짐작했겠지

그리고 다른 돌멩이를 주워 답신을 보냈지

몇날 며칠 그 돌멩이 편지를 어루만졌을 마음이 손바닥의 체온보다 더 따스하고 눈물겹지

애틋하다는 것은 갸륵한 것이 아니고 거룩한 것

몽골에 가면 그대는 암사슴 같고 나는 늑대 같겠지, 후후
 
내가 그대에게 돌맹이 편지를 보내자 그대는 나에게 무를 보내왔지

그대에게 돌멩이 편지를 보내면서 내가 간절히 바라던 답신은 무엇이었을까

간절한 것은 외려 말할 수가 없지

어쩌면 그냥 그대 손을 잡고 살아 있는 동안 몽골 홉스골 호수에 가고 싶었는지도 몰라

홉스골 호숫가에 작은 천막을 쳐놓고 낮에는 나무 그늘 아래서 바람의 노래를 듣고 밤에는 등불 아래서 별빛의 문장을 읽으며 삶이라는 한 계절을 그대와 함께 보내고 싶었는지도 몰라

나는 지금 그대가 보내온 무 한 조각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지

무가 물이 되어 내 안에 갸륵한 홉스골 하나 이루려면 또 오랜 시간이 흘러가야겠지

아무것도 없는 무 아래 호수 하나 생기려면 또다시 오랜 세월이 ㄹ로 흘러와 고여야겠지

그러니 그대여, 돌멩이를 읽어줘

그것이 지금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문장이야

그리고 그대여, 읽은 돌멩이를 다시 나에게 보내줘 

그게 아마 내가 그토록 바라던 답신이었을 게야

후후, 몽골에 가면 아마 그곳 사람들은 그대는 암사슴 같고 나는 늑대 같다고 말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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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 마음 졸였던 당신과 당신 그리고 또 당신과 당신 그리고
또 당신에게 보내는 시입니다. 부족하지만 받아주세요. 

그리고 오늘은 저를 보며 엉엉 울었던 당신을 위해 냉동실에서 완두콩을 꺼내 놓았습니다.
완두콩을 삶고 조금 식혀 믹서에 갈고 칼국수면을 만들어 완두콩칼국수를 끓일까 합니다.
8월의 피로와 허기를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두색은 그런 색이니까요, 완두콩은 그런 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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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8-29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포함 된 거지요???^^;

굿바이 2011-08-29 21:57   좋아요 0 | URL
네!!!!!!^^

웽스북스 2011-08-2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도 이 시를 블로그에 옮겨놓았었는데, 언니도 역시 그랬군요.

아. 언니의 공간에서 읽으니, 반갑고 좋고, 또 속상해요. 힝. ㅜㅜ

굿바이 2011-08-30 23:14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이제 마음 편하게~~~ 그저 좋기만 합시다!!!^^

風流男兒 2011-08-3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시를 볼 때마다, 참 마음이 공허해져요. 음, 시가 허무하다는 게 아니고 그저 무언가로 꽉 채웠던 마음속 것들이 얼마나 허무했는지를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뭐, 그렇답니다 흐흐

굿바이 2011-08-30 23:15   좋아요 0 | URL
암만, 뭐, 그렇답디다, 후후

잘 지내고 있지? :)

꽃도둑 2011-09-02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 잘 지내시죠?
가을입니다..가을.. 어찌 지내는가 궁금해서 인사차 들렀어요..^^
태풍이 오려는지 바람이 난리부르스~~입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다음에 또 봐요~~~

굿바이 2011-09-30 16:58   좋아요 0 | URL
어찌 지내시나요, 이 가을?
감기 조심하시라는 상투적인 인사와, 마음도 늘 잘 챙기시고 뭐든 즐거우시기를 바람을 남깁니다^^

2011-09-12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30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엉뚱하게도 책은 읽지 않고 작가의 말만 몇 번을 읽고 쓰다듬는다.
"돌이켜보니, 나는 단 한 번도 '사랑'이나 '희망'같은 단어들을 써 본 적이 없다."라는 문장이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이유를 겁이 많아서,였다고 썼다. 겁이 많아서. 

'사랑'이나 '희망'같은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던 나는 겁이 없었을까. 아니다. 겁났다. 어느 날에는 숨 쉬는 일도 겁났다. 엄살을 떨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랬다. 그래서 덜컥 사랑하고 그렇게 덜컥 시작된 사랑에 어김없이 떨었다. 미련하오,라고 말하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미련했다. 미련해서 늘 '사랑'이나 '희망'을 몰래 끄적였다. 그러니까 나는 겁도 많고 미련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멀고 먼 나라로 떠난다는 친구는 같이 가자고 했다. 진심이 아니었을 것이다. 진심이 아닌 것을 말하는 친구도 듣는 나도 알고 있는데 둘 다 잠시 머뭇거렸다. 전력질주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늘 제자리인 아니 출발선보다 후퇴한 이유가 뭘까, 더 나아가 가망없는 사람들인데 생을 단념할 수도 없었던 이유가 뭘까. 작가의 말처럼 늘 질문이 돌아온다. 그리고 질문마저 늘 제자리이다. 정녕 겁나는 일이다.  

"나는 눈이 아프도록 세상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풍경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랐는데, 풍경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풍경은 태어나지 않은 말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적막강산이었다."
오늘 새벽 눈이 아프도록 한강을 내려다보았다. 나도 그렇게 강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랐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그렇게 버티는 강을 보며 또 다시 물었다. 생을 단념할 수도 없었던 이유가 뭔지.  

작가는 "미수에 그친 한 줄씩의 문장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걸 버리지 못했다."라고 썼다. 미수에 그친 문장. 나는 그것이라도 얻고 싶었는데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단념해야 할 것을 하나라도 발견한 셈이다. 초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불면이 늘 고통인 것은 아니다.  

내가 작가의 장편소설을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제목은 오래오래 중얼거릴 것 같다. 이제는 단념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출발선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질 수 있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언제는 전력질주가 아니었던가. 그건 정말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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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11-08-12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내 어린 날의 눈물 고인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느껴지네
외롭고 외롭던 숲
내 어린 날의 숲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내 어린 날의 슬픔 고인

숲에서 나오니 숲이 느껴지네
어둡고 어둡던 숲
내 젊은 날의 숲

굿바이 2011-08-12 16:01   좋아요 0 | URL
엄훠~ 잊고 있었는데. 노래 들으러 갑니다 :)

웽스북스 2011-08-1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은 늘 작가의 말 앞에서 무너지게 되는 것 같아요!

굿바이 2011-08-16 16:45   좋아요 0 | URL
정말. 능력자야! ^^

비로그인 2011-08-1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굿바이님 :)
저도 참 겁이 많은 사람인데... 겁이 많은 사람,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사람, 미련이 많은 사람, 자꾸만 희망을 되뇌이는 사람, 이 모두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끔 바깥 공기로 나서기 전에 깊은 심호흡을 하는데 그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네요. 잘 읽고 갑니다. 김훈의 작가의 말 만큼이나 좋은 글이네요!

굿바이 2011-08-16 17: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말없는 수다쟁이님!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심호흡하신다는 말씀이 어떤 느낌인지 살짝~알 것 같아서 혼자 웃었습니다. 제 안에는 여러가지의 모습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걸 애써 하나로 뭉뚱그리면 겁많은 사람,쯤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어느 때는 저를 살리고 또 어느 때는 저를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요~
비가 많이 옵니다. 어디 계시든지 무탈한 하루 보내세요!

라로 2011-08-13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 멀쩡한 대낮에 저 님의 이 페이퍼 읽고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제가 돌았나봐요~~~.ㅎㅎㅎㅎㅎㅎㅎ

굿바이 2011-08-16 17:04   좋아요 0 | URL
아~~~~ 나비님 말씀에 주책없이 잠깐 울먹거렸습니다. 저도 돌았나봐요~~^^

2011-08-15 0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6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