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앞뒤가 안맞지만, 구조적(?)으로 안맞는 것이라고 우기면서, 겨울은 오고, 아침부터 황석어찌개가 먹고 싶었던 것이었다. 배워둘 것을...그러나, 그때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뭘 가르쳐 준다고 알았겠는가 싶다. 물론 할머니는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까지 살아계셨지만, 누비이불 만드는 일, 옷감에 물들이는 일, 고추장 굴비 만드는 일, 동치미 담그는 일, 박대 조리는 일, 시루떡 찌는 일, 텃밭 가꾸는 일들을 배우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렇게 어느 날 뒷목을 잡으며 아쉬워 할 줄 내 어찌 알았겠는가. 어리석어라 굿바이.  

하루하루 폐인처럼 살아가는, 살림이라고는 고작 청소와 빨래가 전부인 양 행세하는 하루하루가 참으로 낭패로구나, 낭패,라는 자괴감이 몰려들어 얼굴을 들 수 없음에, 뭐랄까, 할머니 제게 힘을 주세요,를 주술사처럼 중얼거리다가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발견했으니.....그러나, 이 얼마나 또 쌩뚱맞은지. 바다 건너 할머니들의 이야기인지라. 그러나, 그저, 뭐랄까, 뭐든 timeless skill 이라면 뭐 바다를 건너던 산을 넘던 내게 힘을 주리라는 생각으로 덥썩 주문을 하였다는. 어리석어서 또 거시기하게 짠한 굿바이.  

 

 

 

 

 

 

결론부터 말하면, 엄청난 지식을 얻을 수 있거나, 여기에 소개된 생활의 지혜를 다 실천할 수는 없지만, 그러니까, 내 삶을 내가 가꿔보자는 의지는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작아 보이지만 결단코 작을 수 없는 소득이었다. 심지어 이 책을 읽다 벌떡 일어나, 대추와 생강을 잘 씻고, 심지어 생강을 잘 저며 차를 끓였으니, 작은 실천은 이미 시작된 셈. 할머니 이렇게 제게 힘을 주시는군요. 오, 나의 할머니.  

책의 한 대목을 옮겨보자면, 좀 더 정확히 긁어오자면, 아래와 같다.  
Nowadays, many of us “outsource” basic tasks. Food is instant, ready-made, and processed with unhealthy additives. Dry cleaners press shirts, delivery guys bring pizza, gardeners tend flowers, and, yes, tailors sew on those pesky buttons. But life can be much simpler, sweeter, and richer–and a lot more fun, too! As your grandmother might say, now is not the time to be careless with your money, and it actually pays to learn how to do things yourself!

Practical and empowering, How to Sew a Button collects the treasured wisdom of nanas, bubbies, and grandmas from all across the country–as well as modern-day experts–and shares more than one hundred step-by-step essential tips for cooking, cleaning, gardening, and entertaining, including how to

• polish your image by shining your own shoes
• grow your own vegetables (and stash your bounty for the winter)
• sweeten your day by making your own jam
• use baking soda and vinegar to clean your house without toxic chemicals
• feel beautiful by perfecting your posture
• roll your own piecrust and find a slice of heaven
• fold a fitted sheet to crisp perfection
• waltz without stepping on any toes
 

본디 무기력하였지만, 할 수 있는 일조차 할 수 없는 일로 만드는 놀라운 기술을 보유할 필요까지는 없다 싶어서, 실은 이번 주에 김장을 하기로 했고, 이번에는 엄마가 보조를 하고 내가 메인 역할을 하기로 한 지라, 정말 어디 오다가다 산신령이던, 어디쯤의 요정이건 잡아다 놓고 힘을 달라고 할 처지라서, 이런 책도 반갑더라는 것이었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다른 경로였는데, 알라딘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 반가웠더라는, 그런데, 책 표지 그림이 실제 표지와 알라딘에 올려진 것이 다르고, 저자 정보도 잘못된 것 같아, 스마트폰도 없고, 디카도 없는 내가, 주위 사람에게 비웃음을 사며 사진 몇 장을 찍어 올리는 바. 수정이 가능하시면 수정하셔도 될 듯 합니다. 램프의 요정님~! 아이쿠나, 이 페이퍼를 읽을 리 만무하시겠구나. 그렇지만 당신의 능력을 믿어요, 램프의 요정님~!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風流男兒 2010-11-25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홍! 표지 인상적인데요!!

굿바이 2010-11-25 16:32   좋아요 0 | URL
표지가 참 말랑말랑 달콤추르릅한데, 안쪽의 삽화는 약간 성인용 버전이랄까^^

2010-11-25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0-11-2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상냥하고 애교있게 잘못된 정보 수정을 요청하시니,
알라딘은 굿바이님을 껴안아주고 싶겄어요. 아흐.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 사도 제대로 실천 안할 거 같은 예감이 들어 보관함에 넣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어요 ㅠ)

굿바이 2010-11-25 16:39   좋아요 0 | URL
치니님의 센스라면, 이런 책은 필요없을 것 같아요. 진심으로다가!!!^^

상냥하고 애교있게, 막 오늘의 행동수칙으로 삼고 싶어요. 그러나, 주위에 그럴 사람이 없다는 거, 얼굴만 봐도 신경질이 난다는 거, 핑계로 핫쵸코 마셨는데 젠장할 별로 안달아요 ㅜ.ㅜ

조가비 2010-11-2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렇게 영어로 말하는 할머니 말도 알아들을 수 있다니!
놀랍고 놀랄 따름
울리살람 영어는 돋보기 써도 안 보이지랍.

굿바이님, 제가 누구에요?
블로그 메일 주소 안 쓰고 갈 건데
제 댓글로만 제가 누구인지 알아맞추어 보시압^^

굿바이를 좋아하는 살람

굿바이 2010-11-29 11:02   좋아요 0 | URL
앗! 알겠습니다. 누구인지^^

잘 지내시죠?
저는 주말에 김장하러 목포에 다녀왔습니다.
처음 김치를 만들었는데, 완전 실패입니다ㅜ.ㅜ
내년을 기약하며, 노동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과, 얼빠진 김치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참으로 서러운 월요일입니다.

향편 2010-12-0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 영어책을 읽으세요!!ㅋㅋ

껍데기는 제 마음에도 들지만 영어라니......

굿바이 2010-12-03 11:44   좋아요 0 | URL
매우 후회하고 있소!!!!!!! 껍데기는 가라,를 외치고 있소!!!!!!!^^

동우 2010-12-06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문 긁어 오시지만 마시고, 우리말로 덧들려 주셨으면.
무식한 채로 몇단어 들여다 보니 내게도 제법 유용한 할머니의 말씀일듯 한데.
 

서른을 앞둔 어느 날, '룸바'를 배우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의지가 불끈 솟았다. 황군을 꼬드겨 역삼동에 있던 댄스홀을 찾았다. 댄스교사의 설명이 시작됨과 동시에 나는 그곳을 나왔어야 했다. 이유인즉 힐을 신을 수 없다는 것. 5센티 정도의 힐을 신고 서있을 수도 없는 내가 춤을 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무슨 얼빵신이 강림하셨는지, 아니면 이사도라신이 내리신 건지 나는 선생님에게 물었다. "맨발로 춤을 출 수는 없나요?"
황당하셨겠지만 그 예쁜 등을 더 곧추세우는 일로 일단 마음을 가라앉힌 선생님은 내게 말했다. "신체적인 장애가 있다고 춤을 배울 수 없는 건 아니에요. 맨발은 위험하니까 발레슈즈를 신고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아~ 그러니까 나는 신체장애 판정을 댄스홀에서 받은 셈이었다.  

여튼, 선생님은 내게 더 큰 장애가 있음을 그때는 몰랐으리라. 나는 몸치였다. 
그리하여 황군과 나는 토요일이면 두려움과 설레임을 반반씩 섞어 댄스홀에 갔고, 나올 때는 자괴감과 피로를 얻어 돌아왔다. 처음에는 처음이니까, 좀 시간이 지나면서는 그럴 수 있으니까, 더 시간이 흘러서는 뭐 선수하려는 것도 아닌데, 마지막에는 때려치워!가 됐지만, 지금도 그 시절의 일을 복기하면 유쾌하기만 하다. 그때 춤은 제대로 출 수 없었지만 춤곡(서양 고전 음악에서 춤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은 참 많이 들었었고, 음악을 귀가 아니라 온 몸으로 듣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말이다. 깨달음을 멀고도 가깝다.  

 

 

 

 

 

 

 

  

그리고, 오랜만에 춤과 관련된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 [춤의 유혹]은 라틴댄스에서 왈츠 그리고 궁정댄스에 이르기까지 흔히 사교춤이라 불리는 커플댄스를 소개하는 책이다. 물론 방법론은 아니고, 춤의 역사적 배경이라든지, 그 시절 사람들의 욕망이라든지, 그러니까 춤의 미시사 정도라고 보면 무리가 없겠다. 이 책의 형식이 교본이었다면 오히려 내게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었을 것이니, 나는 이 책에 스텝 밟는 과정을 도식화한 발바닥 그림이 실려있지 않음에 감사했다.    

이 책에는 보기만 해도 설레고, 상상하면 더 끔찍하게 황홀한 여러 춤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신대륙의 노예로 끌려간 흑인들의 춤인 산테리아와 캉동블레,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파생된 삼바, 살사, 탱고, 집시들의 춤에서 흘러나온 플라멩코 등은 단순한 여흥으로서의 춤을 넘어선다. 이 춤들은 박해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인 언어로서의 힘을 가질 수 없었을 때 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몸부림이 실려있다. 몸으로라도 표현해야만 하는 절박함과, 반복되는 고통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오기들의 총합, 그리고 그 탈출구로서의 춤.
책을 읽는 동안 가슴 어디쯤이 무거웠던 까닭은, 여전히 어디선가 탕탕거리는 그들의 발구름이 존재할 것 같아서였고, 끝없이 반복될 것 같은 힘을 가진 자들의 영원한 타락이 눈에 밟혀서였다.  

그럼에도, 보란 듯이, 모든 살육의 기억들은 축제로 거듭나있다.
그렇다고 축제가 말 그대로 축제인 시절에 암울한 과거를 들이대며 같이 울어보자, 이 축제들의 의미를 바로 세우자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어쩌면 그것 역시 폭력일 것이다. 살을 부비고, 타인을 끌어안고, 플로어를 빙빙 도는 즐거움과 위안, 그 한없이 가벼운 유희를 뺏을 권리 또한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브라질에서, 쿠바에서, 스페인에서,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축제들은 그 기원이 어찌되었건, 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입에 담지 못할 폐해들이 무엇이건, 나같은 소시민에게는 꿈에 그리는 일탈이다. 염치없지만 속세는 그렇다고 그래서 나 또한 그렇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어디 먼 이국땅까지 원정을 갈 수는 없지만, 이 밤, 금요일의 이 밤, 누구 나와 함께 춤이나 추실라우? 쉘 위 딴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0-11-17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서툴더라도 열심히 배우시면, 멋진 룸바를 추는 굿바이님이 되실거라고 믿습니다.^^
이사도라신에서 살짝 웃었습니다.ㅎㅎ

굿바이 2010-11-21 23:39   좋아요 0 | URL
이런 위로와 격려는 언제나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룸바는 포기했습니다. 엉엉~
 

불면의 밤은 안개때문이었다.  
한강 위를 떠도는 힘없는 안개는 강이 꾸는 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강은 그렇게 태생적으로 북쪽을 기억하며 겨울을 꿈꾸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깊고 날선 대기와 허연 것들이 꿈틀거리는 하늘을. 
 
조바심이 났다. 쥐며느리처럼 몸이 말렸다. 눈이 내릴 것만 같았다.
다행히 밤은 강을 다독거렸고, 강의 꿈들은 서서히 걷혔다.  
철지난 옷을 입고 떨고 있는 내게 10월은, 그러니 자비다.

목련 전차,를 읽는다.
그리운 것들이 월담을 하는 밤.
내 곁을 지키는 그 환한 불빛, 목련 전차, 나아 가신다.  
 

 

 
 
 
 
 
 
 
 
 
 
 
  
 
 
----------- 부분 접기 시작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리 2010-10-1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머, 이 글을 읽으니 저도 또로록 말려버릴거 같아요. 어제는 정말 눈이라도 올거 같은 하늘이었는데 오늘은 어쩌려나.

굿바이 2010-10-14 10:27   좋아요 0 | URL
허리도 안좋은 사람이 또로록 말리면 우짜노^^
눈오면 정종이랑 오뎅이랑 먹으러 가자~~

굿바이님에게 2010-10-12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울퉁불퉁 박하향이 난다.
슬픔을 지평선으로 삼다니...


푸른 키 낮은 곰솔 바닷가는 고개 하나 너머에 있다..

마음의 화적떼들이 자주 다녀가는 곳이다..
...

그 집의 지붕 위로 막 터진 별자리 하나가 제 남은 일생을 건다."



박하향 나는 당신..
입안만이 아니라 온몸을, 정신을 깨우는 박하향 같은..


책 장 뒤의 저 글들을 읽으며
우리 사는 이 생이 생각나..
어제는 차 안에서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더라..

당신이 쓰는 이토록 아름다운 글들이 ..
당신에게

푸른 키 낮은 곰솔 바닷가 이기를..

저는 바랍니다..

굿바이 2010-10-14 10:28   좋아요 0 | URL
이렇게 고마운 글을 거져 받습니다. 염치없고 고맙고.....
 

방정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침에 만난 바람에는 매미의 울음이 없었다. 

매미의 울음을 거둔 하늘 아래 어린 잠자리 파르르 떨며 날으는데

그 작은 떨림이 이렇게 결고운 바람을 몰고 오나 싶다.

햇살 때문인지 바람 때문인지 아침나절부터 목이 마른다.

이런 갈증에는 말이지...... 

칼끝이 닿자마자 '쩍' 하고 갈라져, 속절없이 붉은 속살을 내보이지만  

'나를 베어 물면 당신도 붉은 울음을 울 것이라'며 버티던 그 달고 서늘한 무등산 수박이,  

아! 무등산 푸랭이 수박이 간절하다. 

그 때,

언니도 시집가지 않았고 엄마는 건강했고

운 좋게 살아남은 모기 한 마리도 대책없이 씩씩하게 피를 달라던

9월의 그 밤

술기운이 아니면, 이 놈의 수박 들지도 못하시겠다며 굵은 땀을 뚝뚝 떨어뜨리시던 아버지의 

힘줄 돋은 팔뚝을 넘겨다 보며 나는 너를 받아 안았고 

너를 받쳐든 나는 온 몸에 쥐가 내렸지만 그렇게라도 너를 버텨내던 내가 있던  

9월의 그 밤 

너의 붉은 속살과 내 혀가 맺은 쾌락은 이렇게 난삽하였던가  

그 해 가을을 가슴에 담은 죄로 여직 붉은 울음을 멈출 수 없는 나는,

너를 잊을 수 없어, 그리 저린 팔을 기억하면서도 너를 안고 너를 핥고 너를 삼키고 싶은지라 

또, 어김없이, 붉은 가을이 그리고 붉은 네가 달려들고 있어도 나는 꼼짝할 수가 없다.

 

무등산 수박이 충장로 거리에 나오면 광주의 가을은 시작된다. 그 거대한 수박은 여름 과일들이 모두 물러가는 9월 초부터 거리에 나온다. 여름의 가장 잔혹한 폭양 아래서만 영그는 그 수박은 무등산 산록 중에서도 폭양이 직각으로 내리 꽂히는 원효계곡 등의 산비탈에서만 자라난다. 무등산 수박의 단맛은 보통 수박의 설탕 같은 감미로움이 아니라 베이는 듯이 날카로운 서늘함의 단맛이다. 광주 사람들은, 폭양을 빨아들여 서늘함을 빚어내는 이 신비한 수박을 '푸랭이 수박'이라고 부른다.   - 김훈,「내가 읽은 책과 세상」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風流男兒 2010-09-13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아, 먹고프네요 정말

굿바이 2010-09-14 00:44   좋아요 0 | URL
이쁜 그대에게 무등산 수박 한 통을 사주려고 했건만, 한 통에 15만원이라네...무능한 누나를 용서하시게나 엉엉

2010-09-13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4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9-1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월해.. !! " ..

저 메인사진의 귀마개처럼 따뜻하지만 그 무등산 수박처럼 쩍쩍.. 벌어지는 삶의 속 살 같은 글이네요.. ~~

굿바이 2010-09-14 00:47   좋아요 0 | URL
서툴고 거친 속내를 따뜻하게 읽어주시는 s님이 우월한거예요^^

Alicia 2010-09-13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의 이 글을 읽다가 문득, 무등산자락을 끼고 굽이굽이 도는 충효동의 어느 길이 떠올랐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갔었나봐요. 뉘엿뉘엿 지는 해와 무등산을 뒤로 두고 하염없이 걸었는데 어릴 때 느낌으로도 그 모습은 퍽 운치가 있었습니다.
푸랭이수박을 떠올리다 생각은 어느새 토끼등까지 내달렸어요. 땀을 잔뜩 흘리고 올라선 뒤에만 맛볼 수 있었던 그 물 한바가지, 오늘따라 고향생각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굿바이 2010-09-14 00:50   좋아요 0 | URL
어쩌면 Alicia님이 있었던 곳에 저도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물 한바가지 저도 참 고프네요. 그렇게 내달리고 숨이 턱에 차면 언제나 있을 것 같은 그 물. Alicia님 덕분에 기억속에 무등산이, 오늘 와락 안깁니다.

웽스북스 2010-09-15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까 그 충장로 무등산 청년은 꽤 비싼 프로포즈를 했던 거군요.
수박을 좋아하지 않는 저도, 당장 빨간 수박 한입 베어물고 싶게 만드는 글.

굿바이 2010-09-15 09:38   좋아요 0 | URL
그라제~ 비싸고 아주 창피한 프로포즈였지. 백만년에한번나올까말까아이부끄러워, 프로포즈^^

토깽이민정 2010-09-1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에는 군침이 가득 고이는데
마음에는 어쩐지 모를 아련함이 밀려오는 이 요상스러운 기분이란.
언니의 글 아니고는 참, 느끼기 힘든 희한한 감정~

굿바이 2010-09-16 18:05   좋아요 0 | URL
이 마음을 알아주는 토끼가, 참 희한한 사람이지~^^

동우 2010-09-19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등산 푸랭이 수박.
9월의 수박이라니.

붉은 가을과 붉은 수박의 속살.
붉은 울음이란 또 무엇..

굿바이님의 어떤 이미저리만 가득 끼쳐옵니다.

굿바이 2010-09-20 11:13   좋아요 0 | URL
언제 부산에 가면, 붉은 초고추장과 회를 두고, 붉은 울음에 대해 동우님께 고백의 시간이라도 가져야겠습니다.

2010-10-05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등산 수박은 못 먹어도 좋으니
무등산이라는 데도 가 봤으면
지리산에도 한 번 가 봤으면

비행기가 광주에도 가는데 광주행 비행기는 타게 되지 않는 섬사람이 하소연

굿바이 2010-10-06 09:28   좋아요 0 | URL
아~ 못가보셨군요.

비교가 될 지 모르겠지만, 북미의 어떤 단풍보다 이 가을 광주의 산들이 더 고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미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다들 다르지만, 제 경우는 그런 것 같습니다.

산의 매력을 아직 잘 모르지만, 남도의 산들은 제게 아주 특별합니다.
 

습관이된 카페인은 당신과 나를 닮아 각성도 흥분도 흐릿하기만 하다. 피곤에 붙들린 몸은 아무리 많은 커피를 부어도 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안다. 몸은 긴장하지 않지만, 마음은 긴장하지 않는 몸뚱아리를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삼일동안 새벽밥을 했다. 다른 이들은 아침밥이라고 하겠지만, 05시 30분에 짓는 밥을 나는 새벽밥이라 우기고 싶었다. 힘겨웠다는 이야기다.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나물을 무치고, 생선을 굽고, 몇 가지 밑반찬을 식탁에 올려놓는 일이 번거로웠다. 맛없는 밥상을 받아야 했던 엄마는 또 얼마나 곤란하셨을지. 내게 번거로운 일, 그럼으로 엄마에게도 고단했을 일, 더 나아가 밥이라는 고단함을 과장된 제스추어로 깨닫는 나는 여전히 어른-아이다.  

엄마에게 내려진 진단은 노화다. 나는 노화가 병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엄마는 차라리 병이면 좋겠다고 하신다. 그 마음을 알겠으나, 내 마음이 그 마음일 수는 없다. 간격을 메우지 못하고, 간격을 확인하는 일에 멈춰버린 딸은 다급해진다. 시건방지고 설익은 성찰이 쏟아진다. 가소롭고 버르장머리 없으며, 한없이 이기적인 딸년이다.   

엄마가 책장을 본다. 무슨 책이 제일 재미있냐고 묻는다. 난감하다. 땀이 난다. 책등을 훑어본다. 엄마에게 재미있을 책이 무엇일까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모르겠거나 없다. 그렇지만 실망하는 타인의 얼굴을 보는 일에 나는 익숙하지 않다. 무엇이라도 골라야 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엄마는 엄마의 일상으로, 나는 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더 많은 시간을 더 은밀한 마음을 나누지 못한 안쓰러움도 덤으로 따라왔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자식들을 뒤짊어지고도 거침없었는데, 엄마를 채 업지도 않은 딸은 벌써 비틀거린다. 그래서일까. 보잘 것 없는 자식을 낳았다고 부모 역시 보잘 것 없는 것은 아닐진데, 돌아가는 엄마의 뒷모습은 헛헛하기만 하였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우 2010-09-12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딸네집 오는 엄마라는 이름.
내 집 오는 엄마 맞는 딸이라는 이름.
딸년집 다녀가는 에미라는 이름.
헛헛한 뒷모습 배웅하는 딸년이라는 이름.
여자라는 이름들은.....흐음.

굿바이 2010-09-12 23:43   좋아요 0 | URL
제 마음을 짐작해주시는 것 같아, 염치없는 위로를 얻습니다.

hohoya 2010-09-1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친정어머니도 병원에서 한 달을 계셨는데
무심한 이 딸은 앉아서 블로그 댓글 달 시간은 있어도
딸이 보고싶은 엄마에게 얼굴 보여드릴 시간은 없었네요.

친정엄마의 그 어깨가 지금의 내 어깨일 수는 없는데
우리 달 하나는 또 제 어깨가 그리 믿음직스럽다니.......
그래서 사랑은 내리사랑인가 봅니다.

저,날마다 새벽밥하고 있시유.
5시30분에 일어나 밥차려주고 있시유.
하나는 따끈한 밥을 먹어야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난대유.
괜히 아침밥 먹는 습관을 들여줬어,괜히 그랬어.ㅇㅇㅇㅇ

굿바이님, 복많이 받으락....
아니다,설날이 아니지.
아니야,추석에도 복많이 받으면 좋겠지 않아요?
어차피 설날엔 여럿이 나누느라 경쟁률이 높을테니까
굿바이님은 추석에 미리 남들의 100배는 받아버려요. 해피 추석!!

굿바이 2010-09-20 11:17   좋아요 0 | URL
아! 날마다 새벽밥하세요?
우와....존경스럽습니다. 진심으로!!!

하나도 알겠죠? 본인이 참 행복한 딸이라는 사실을요. 알겁니다.

호호야님 덕분에 올 해 하반기는 잘 굴러갈 것 같습니다. 이 고마움을 어찌 다 갚을지 모르겠어요. 호호야님도 뭐든 잘 드시고, 마음까지 둥둥 떠오르는 추석 보내세요.
무조건 기쁘고 또 기쁜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