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앞뒤가 안맞지만, 구조적(?)으로 안맞는 것이라고 우기면서, 겨울은 오고, 아침부터 황석어찌개가 먹고 싶었던 것이었다. 배워둘 것을...그러나, 그때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뭘 가르쳐 준다고 알았겠는가 싶다. 물론 할머니는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까지 살아계셨지만, 누비이불 만드는 일, 옷감에 물들이는 일, 고추장 굴비 만드는 일, 동치미 담그는 일, 박대 조리는 일, 시루떡 찌는 일, 텃밭 가꾸는 일들을 배우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렇게 어느 날 뒷목을 잡으며 아쉬워 할 줄 내 어찌 알았겠는가. 어리석어라 굿바이.  

하루하루 폐인처럼 살아가는, 살림이라고는 고작 청소와 빨래가 전부인 양 행세하는 하루하루가 참으로 낭패로구나, 낭패,라는 자괴감이 몰려들어 얼굴을 들 수 없음에, 뭐랄까, 할머니 제게 힘을 주세요,를 주술사처럼 중얼거리다가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발견했으니.....그러나, 이 얼마나 또 쌩뚱맞은지. 바다 건너 할머니들의 이야기인지라. 그러나, 그저, 뭐랄까, 뭐든 timeless skill 이라면 뭐 바다를 건너던 산을 넘던 내게 힘을 주리라는 생각으로 덥썩 주문을 하였다는. 어리석어서 또 거시기하게 짠한 굿바이.  

 

 

 

 

 

 

결론부터 말하면, 엄청난 지식을 얻을 수 있거나, 여기에 소개된 생활의 지혜를 다 실천할 수는 없지만, 그러니까, 내 삶을 내가 가꿔보자는 의지는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작아 보이지만 결단코 작을 수 없는 소득이었다. 심지어 이 책을 읽다 벌떡 일어나, 대추와 생강을 잘 씻고, 심지어 생강을 잘 저며 차를 끓였으니, 작은 실천은 이미 시작된 셈. 할머니 이렇게 제게 힘을 주시는군요. 오, 나의 할머니.  

책의 한 대목을 옮겨보자면, 좀 더 정확히 긁어오자면, 아래와 같다.  
Nowadays, many of us “outsource” basic tasks. Food is instant, ready-made, and processed with unhealthy additives. Dry cleaners press shirts, delivery guys bring pizza, gardeners tend flowers, and, yes, tailors sew on those pesky buttons. But life can be much simpler, sweeter, and richer–and a lot more fun, too! As your grandmother might say, now is not the time to be careless with your money, and it actually pays to learn how to do things yourself!

Practical and empowering, How to Sew a Button collects the treasured wisdom of nanas, bubbies, and grandmas from all across the country–as well as modern-day experts–and shares more than one hundred step-by-step essential tips for cooking, cleaning, gardening, and entertaining, including how to

• polish your image by shining your own shoes
• grow your own vegetables (and stash your bounty for the winter)
• sweeten your day by making your own jam
• use baking soda and vinegar to clean your house without toxic chemicals
• feel beautiful by perfecting your posture
• roll your own piecrust and find a slice of heaven
• fold a fitted sheet to crisp perfection
• waltz without stepping on any toes
 

본디 무기력하였지만, 할 수 있는 일조차 할 수 없는 일로 만드는 놀라운 기술을 보유할 필요까지는 없다 싶어서, 실은 이번 주에 김장을 하기로 했고, 이번에는 엄마가 보조를 하고 내가 메인 역할을 하기로 한 지라, 정말 어디 오다가다 산신령이던, 어디쯤의 요정이건 잡아다 놓고 힘을 달라고 할 처지라서, 이런 책도 반갑더라는 것이었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다른 경로였는데, 알라딘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 반가웠더라는, 그런데, 책 표지 그림이 실제 표지와 알라딘에 올려진 것이 다르고, 저자 정보도 잘못된 것 같아, 스마트폰도 없고, 디카도 없는 내가, 주위 사람에게 비웃음을 사며 사진 몇 장을 찍어 올리는 바. 수정이 가능하시면 수정하셔도 될 듯 합니다. 램프의 요정님~! 아이쿠나, 이 페이퍼를 읽을 리 만무하시겠구나. 그렇지만 당신의 능력을 믿어요, 램프의 요정님~!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風流男兒 2010-11-25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홍! 표지 인상적인데요!!

굿바이 2010-11-25 16:32   좋아요 0 | URL
표지가 참 말랑말랑 달콤추르릅한데, 안쪽의 삽화는 약간 성인용 버전이랄까^^

2010-11-25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0-11-2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상냥하고 애교있게 잘못된 정보 수정을 요청하시니,
알라딘은 굿바이님을 껴안아주고 싶겄어요. 아흐.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 사도 제대로 실천 안할 거 같은 예감이 들어 보관함에 넣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어요 ㅠ)

굿바이 2010-11-25 16:39   좋아요 0 | URL
치니님의 센스라면, 이런 책은 필요없을 것 같아요. 진심으로다가!!!^^

상냥하고 애교있게, 막 오늘의 행동수칙으로 삼고 싶어요. 그러나, 주위에 그럴 사람이 없다는 거, 얼굴만 봐도 신경질이 난다는 거, 핑계로 핫쵸코 마셨는데 젠장할 별로 안달아요 ㅜ.ㅜ

조가비 2010-11-2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렇게 영어로 말하는 할머니 말도 알아들을 수 있다니!
놀랍고 놀랄 따름
울리살람 영어는 돋보기 써도 안 보이지랍.

굿바이님, 제가 누구에요?
블로그 메일 주소 안 쓰고 갈 건데
제 댓글로만 제가 누구인지 알아맞추어 보시압^^

굿바이를 좋아하는 살람

굿바이 2010-11-29 11:02   좋아요 0 | URL
앗! 알겠습니다. 누구인지^^

잘 지내시죠?
저는 주말에 김장하러 목포에 다녀왔습니다.
처음 김치를 만들었는데, 완전 실패입니다ㅜ.ㅜ
내년을 기약하며, 노동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과, 얼빠진 김치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참으로 서러운 월요일입니다.

향편 2010-12-0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왜 영어책을 읽으세요!!ㅋㅋ

껍데기는 제 마음에도 들지만 영어라니......

굿바이 2010-12-03 11:44   좋아요 0 | URL
매우 후회하고 있소!!!!!!! 껍데기는 가라,를 외치고 있소!!!!!!!^^

동우 2010-12-06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문 긁어 오시지만 마시고, 우리말로 덧들려 주셨으면.
무식한 채로 몇단어 들여다 보니 내게도 제법 유용한 할머니의 말씀일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