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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슬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강금희 옮김 / 김영사 / 1996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살 수 있는 시간이 6개월밖에 없다면 나는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몇명의 사람을 떠올렸고, 가슴 찡한 말들을 만들고 또 다시 고치고..
마음 속에 알알이 슬픔이 차고, 결국 내가 잘 살아 왔는가, 어떤 삶이였는가까지 생각하며 책 내용과 점점 벗어나 나만의 상상의 세계로 치달았다.
마티유에게는 여자들이 있었다.
무관심하리만치 자리만 차지하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부인, 정말로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버림받은 옛애인, 지금 사랑한다고 믿는 애인. 그리고 멍텅구리처럼 친구의 죽음선고 앞에서 열심히 일하는 친구.
그래도 그는 그런 것들을 가졌다.
나는...
옆 자리를 차지해줄 남편도, 지금 사랑한다고 믿는 애인도, 다시 찾아가 쿨하게 얼굴을 볼 수 있는 하물며 연락이 다을 수 있는 옛 애인도 없다.
죽음 앞에서 조차 나만의 슬픔일 수 없는 그 모습. 그 주위의 사람들의 모습에서 슬픔을 곱씹고, 배반당하는 아픔. 그리고 거짓말처럼 뒤엎어지는 이야기.
나는 마티유가 가엾다. 왜냐면 죽음은 또 언제고 나와 그를 찾아올텐데...
그렇게 영원을 살것처럼 그 슬픔을 그저 유보해 둘뿐이라는 것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 내 곁에서 나를 돌봐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인 것일까.
내 죽음 자체가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대안은 없다.
그 죽음 자체가 나를 슬프게 할 때 옆에 있을 그 누군가를 나도 찾아 내야 할뿐.
불현듯....이제는 어떻게 사는지도 잊어버린 옛 사람을 한 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스치듯 한다.
그리고는 이내 씁쓸히 웃는다.
사랑처럼 죽음도 지나가는 슬픔이다. 다만 사랑은 또 올 수도 있지만 죽음은 맨 마지막에만 온다는 차이. 그 염연한 차이때문에 죽음은 지나가는 슬픔이 아니라 믿는다.
결코 내 죽음은 지나가는 슬픔이 아니라 종국에는 맞딱뜨려야 하는 슬픔 그 자체이다.
나 그때 후회하지 않을만큼 살 자신이 있는지...
지금 내 안에 있는 자잘한 슬픔들에게 묻는다.
뭐든 지나간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사람이든, 시간이든.
다만 마지막에 올 그 죽음을 향해.
그때를 위해 지금은 슬픔은 감추고, 덜어내고, 더러는 이겨내는 방법을 아직은 가르치고 싶다. 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