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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여러 방식을 통해서 알게 된 저자지만 책을 통해서 접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지난 10여 년 진료실보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이론적, 의료적 입장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정신적인 괴로움-고통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다가서려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은 아주 새롭다 할 순 없어도 글을 통해서 어떤 진심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갑작스레 벌어진 고통을 앞에 두고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 사회적 아픔이 고여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하는 곳에 그가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환자와 질병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직접 만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의학적 관점이 필요했고, 전과 다른 치유의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저자는 “적정심리학”이라 이름을 붙인 “적정기술에서 따온 표현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이 아니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고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꽤 요긴한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더 쉽게 말해서는 “공감”에 관한 내용이라 할 수 있겠고.
“사랑받고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은 사람의 ‘본능’이기에,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더라도 자기 존재에 대한 제대로 된 공감과 집중을 받지 못하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방전되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는 진정으로 공감받고 공감할 수 있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그 ‘한 사람’이 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공감의 과녁, 경계 짓기, 공감의 허들 넘기로 설명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에게 무조건 긍정하는 것, 금세 감정이 동화되도록 타고나는 것, 상대를 위한답시고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는 것이 공감이라는 착각과 통념을 깨며, 정확하게 도움 되는 공감이 향해야 할 6가지 과녁을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공감의 과정에서 대상의 마음에 앞서 자신의 상처를 만나면 자기 보호가 우선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또한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 사이의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공감을 방해하는 허들을 용감하게 넘어설 때, 나와 너가 모두 공감받는 홀가분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결국 진정한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이며,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말로는 쉽지만 생각처럼, 의욕처럼 공감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걸 해낼 수 있도록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본인의 경험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걸 읽는다고 그동안 없던 공감 능력이 무럭무럭 생겨나진 않겠지만 최소한 그럴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의 태도와 생각의 변화라도 그게 어딘가?
숨 막히도록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나를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혹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마음먹게 해준다. 아마도 저자는 그런 의도로 이 책을 쓰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