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지식의숲 K
메튜 베틀스 지음, 강미경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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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 봐서는 흥미 위주의 내용일 것 같아 보이지만 꽤 진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도서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었으며 때로는 권력에 굴종하기도 하고 전쟁에 황폐해지기도 하는 여러 부침 속에서 어떤 식으로 지금의 도서관이 되어왔는지를 흥미롭게 알려주며 저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순간과 사건들을 집어내고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에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쇠락까지, 고대 중국의 분서갱유에서 나치 청년들의 서적 약탈까지, 그리고 중세 바그다드의 도서관과 보스니아 도서관에 대한 공격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은 인류의 지식과 권력을 둘러싼 전쟁터가 되어왔다.”

 

말 그대로 고요와 조용함이 생각나는 도서관이 아닌 소란과 혼란의 순간들을 재미나게 엮어내면서 그동안 모르고 있던 여러 이야기들도 알 수 있어 즐거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런 내용들을 다루면서 지식을 통제하려는 권력의 욕망을 좀 더 자세하게 다루는 후반부는 좀 더 깊이 있게 다뤘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지금도 변하지 않은 권력의 습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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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신화
J. F. 비얼레인 지음, 배경화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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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약간의 관심이 생겨 구해두었지만 한동안 흥미를 잃다가 갑작스럽게 생각나 찾게 된 살아있는 신화는 동서양의 다양한 신화 중 비슷하다 할 수 있는 주제의 내용들을 모아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뤄보고 있다.

 

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게 다루는 시도도 많아 이 책이 다소 부족하다 느낄 순 있어도 여러 신화들을 잘 가려내고 정리하고 있어 이제 막 신화에 흥미를 갖게 된 사람들이라면 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들을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 남녀 간의 사랑, 자연과 인간 본성에 관한 신화, 껍질을 깨고 나와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가는 영웅들의 이야기 등 5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고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들을 흥미롭게 분석한다.

 

살아 있는 신화의 연구는 신화가 어떻게 인류 모두가 겪는 경험에 지도책이 되어주는지는 확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신화가, 신성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생성과 초월의 과정 속에서 존재하며, 가정과 사회에서 숱한 선택을 하며 살면서도 우주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유한한 존재인 우리가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신화를 접하다보면 자주 느끼는 어떤 유사성에 대해서 저자는 5가지로 나눠 살펴보고 있으면서 간단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 그 의견이 조금은 짧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걸 실마리로 좀 더 신화에 파고들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간단하게 읽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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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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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27616

 

 

 

 

어쩌다 저런 제목으로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왜 저렇게 했는지 대충 납득가는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제목만 어떻게 했다면 더 관심이 가는 책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되는 조금은 독특한 방식으로 조선을 바라보고 있다. 풍속사 혹은 민중사라 할 수 있는 위로부터의 조선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조선을 살펴보고 있는 무척 인상적인 시도를 해내고 있다.

 

지배 중심의 역사에 의해 잊혀져 온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되살려내고 있다. 지은이는 <조선왕조실록><백범일지>는 물론, 개인 문집까지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여 소위 말하는 '뒷골목 비주류 인생'들의 삶에 주목한다. 탕자, 왈자, 도박꾼, 술집부터 뒷골목의 의사와 도둑, 기생 등 그 범위도 다양하다.”

 

좀 더 그 당시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지난 500여년 간 우리네 삶의 모습이 지금과 별다르지 않음을, 당시의 문제의식과 부조리,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다만, 찾아낼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했는지, 그게 아니면 전체적인 논의를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다루기가 어려웠는지 조각들로 이뤄진 내용으로 되어 있어 이걸 좀 더 큰 틀에서 살펴본다면 어떤 결과물이 되었을까? 라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 또한 겸손하게 대수롭지 않은 시도처럼 말하지만 어딘지 애석해하는 느낌도 들어 앞으로도 이런 식의 관점을 더 파고든다면 좋을 것 같다.

 

기존의 조선에 관한 연구와는 약간은 다른,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논의가 많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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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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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식을 통해서 알게 된 저자지만 책을 통해서 접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지난 10여 년 진료실보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이론적, 의료적 입장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정신적인 괴로움-고통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다가서려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은 아주 새롭다 할 순 없어도 글을 통해서 어떤 진심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갑작스레 벌어진 고통을 앞에 두고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 사회적 아픔이 고여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하는 곳에 그가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환자와 질병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직접 만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의학적 관점이 필요했고, 전과 다른 치유의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저자는 적정심리학이라 이름을 붙인 적정기술에서 따온 표현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이 아니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고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꽤 요긴한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더 쉽게 말해서는 공감에 관한 내용이라 할 수 있겠고.

 

사랑받고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은 사람의 본능이기에,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더라도 자기 존재에 대한 제대로 된 공감과 집중을 받지 못하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방전되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는 진정으로 공감받고 공감할 수 있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그 한 사람이 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공감의 과녁, 경계 짓기, 공감의 허들 넘기로 설명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에게 무조건 긍정하는 것, 금세 감정이 동화되도록 타고나는 것, 상대를 위한답시고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는 것이 공감이라는 착각과 통념을 깨며, 정확하게 도움 되는 공감이 향해야 할 6가지 과녁을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공감의 과정에서 대상의 마음에 앞서 자신의 상처를 만나면 자기 보호가 우선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또한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 사이의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공감을 방해하는 허들을 용감하게 넘어설 때, 나와 너가 모두 공감받는 홀가분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결국 진정한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이며,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말로는 쉽지만 생각처럼, 의욕처럼 공감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걸 해낼 수 있도록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본인의 경험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걸 읽는다고 그동안 없던 공감 능력이 무럭무럭 생겨나진 않겠지만 최소한 그럴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의 태도와 생각의 변화라도 그게 어딘가?

 

숨 막히도록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나를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혹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마음먹게 해준다. 아마도 저자는 그런 의도로 이 책을 쓰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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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적 보편주의 - 권력의 레토릭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김재오 옮김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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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두꺼운 책 보다는 얇은 책을 찾게 되고 (순저히 들고 다니기 편하다는 이유로) 그래서인지 많은 시간 책장에 ()버려두었던 이 책을 꺼내 읽게 됐다. “대중강연을 단행본 형식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읽기 어렵지 않았고(그렇다고 쉽다는 뜻은 아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때로는 이런 식으로 강연록을 읽은 다음 주저를 읽는 게 도움 될 때가 있다. 월러스틴처럼 폭넓은 논의를 한 사람의 경우는 특히 더.

 

우리가 전지구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가치라고 믿는 것들이 실제로 전지구적인가에 대해 묻는다. 일반 독자들도 읽기 쉽고 편하다.

보편적이라고 인식되는 가치나 윤리 역시 역사화해 사고하여 지배이데올로기로부터 진정한 보편주의를 견인할 것을 주문한다. 국제사회의 약소국에 대한 개입 정당화,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경계, 이행의 시대를 통과하는 지식인의 역할 등 21세기 지구화시대의 화두에 대한 진지하고 통쾌한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여러 방식으로 논의해왔던 것들을 강연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보편성의 허위와 위선 그리고 권력, 지배이데올로기, 세계체제, 지식인이라는 존재 등등 어디선가 저자가 언급했고 다뤘었던 내용을 축약해서 설명해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핵심적인 점만 강조하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초 제국주의시대에도 제국 팽창의 명분이 문명의 빛을 세상에 비춘다는 계몽주의의 확산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성’ ‘자유’ ‘인권등의 보편주의 담론은 언제나 역사적으로 특수한 정치성을 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러스틴은 이러한 담론이 적어도 16세기 이후로 근대세계체제의 역사 내내 강자들의 기본적인 레토릭을 구성해왔으며, 결국에는 편파적이고 왜곡될 수밖에 없는 유럽적 보편주의’(european universalism)일 뿐임을 강조한다.

자연법에 기초하고 기독교의 세례를 받아 문명화된 서구가 타자에 대해 우월하다는 인식에 입각한 유럽적 보편주의는 결국 현실세계에서 타자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과 착취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월러스틴은 이러한 보편주의의 정치성을 낱낱이 밝혀내면서 그가 보편적 보편주의’(universal universalism)라 일컫는 진정한 보편주의를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옳다고 믿어온 정당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지, 그리고 진정으로 집단적이고 따라서 진정으로 전지구적인 보편주의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더불어 월러스틴은 유럽적 보편주의와 보편적 보편주의의 싸움을 현세계의 핵심적 이데올로기 투쟁으로 이해하고 그 결과가 향후 세계체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임을 역설한다.”

 

아마 저자 본인도 자신이 내놓는 대안에 대해서 조금은 모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순 있어도 제안과 해법에는 막연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시하는 생각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그런 방향으로 향할 수 있을지 뚜렷한 방법이 떠올리지 않을 뿐이지.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차분하게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지배층이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평등한 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강자의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넘어서 인간성의 새로운 윤리적 기획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보편주의를 둘러싼 앞으로 다가올 20년에서 50년 사이의 싸움은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 사이의 결정적인 헤게모니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식인은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며 동시에 분명한 윤리적 선택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방향을 타진하는 일을 지속해야 한다.

물론 지식인이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강자들로부터의 압력을 견디는 일이며 초조하게 변화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답답하게만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월러스틴은 이행은 언제나 어려운 과정이며 적확한 분석만이 미래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럽적 보편주의의 시기를 지나 보편적 보편주의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며 역사적 분석의 깃발을 놓지 말자는 그의 주장은 그래서 더욱더 시대의 요청으로서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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