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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과정 1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9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미애 옮김 / 한길사 / 1996년 12월
평점 :
언젠가는 다시 읽겠다는 마음을-마음만 먹고 있었다. 근데, 그럴 생각-다짐만 했지 계속 다른 책들에 눈을 돌리며 피하기만 했다. 실천이라는 게 혹은 다시 읽는 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건가? 그게 아니면 이 책을 마주할 용기가 들지 못한 것일까?
세상 돌아가는 꼴이 너무 황당해서 고갤 돌리고 싶었고, 그런 생각이 들다가 어째서인지 이 책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용케 펼칠 수 있었다.
“근대 유럽문명의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기원을 밝히는 엘리아스의 역저. 서구 상류층 사람들의 일상 의례를 역사적으로 비교 분석하였다. 엘리아스는 12∼19세기의 식사예법, 방뇨행위, 코 풀고 침 뱉는 행위, 잠자는 습관, 남녀 관계 등 일상의 변화를 살핀 뒤 문명화 과정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시작되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꽤 널리 알려진 책이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는 책이라 따로 설명할 건 없다. “자기 통제에 대한 사회적 강제 그리고 외부 강제로부터 자기 통제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떠올려진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다른 부분에 골몰했다면, 이번에는 그게 자꾸 생각난다. 푸코가 생각날 때도 있고, 프로이트가 계속 떠올려지기도 한다. 당연히 아날학파와 어떤 식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궁리 해보게 되고.
“이 책에서 노베르트 엘리아스는 ‘서구인’이라는 존재가 어떤 사회적, 역사적, 구조적 변동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면밀히 분석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식민주의로 시작한 세계적인 서구화로 인해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서구인’은 근대인 혹은 현대인의 전형이 되다시피했다. 따라서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근대 서구인의 탄생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중세 유럽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근대 유럽 사람들의 모습으로 변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될 것이다. 더 급격하게 그러한 과정을 겪은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생활하는-곁눈질하는 모습이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던 게 아닌,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꽤 흥미롭고 인상적인 지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문명이라는 걸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할 것인지, 무엇이 문명이고 문명이 아닌지도 고민하게 해준다.
여전히 읽기 힘든 부분이 있긴-많지만 (대충 20년이 지난 다음) 다시 읽어도 흥미로운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너무 긴 세월 동안 미루고 있었고, 긴 호흡 속에서 조금씩 갉아먹듯이 읽어서 아쉽다. 언젠가는 더 많은 걸 이해하고 느끼면서 읽어보고 싶다.
조금씩이라도 읽어낸 것으로 위안을 얻는다. 너무 게을러졌다. 그걸 알면서도 변하지 않으니 부끄러울 뿐이다.
#문명화과정 #노르베르트엘리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