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클락
케네스 피어링 지음, 이동윤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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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살해한 출판사 사장 재노스는 목격자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회사에서 간행하는 '크라임웨이'의 편집 주간 조지 스트라우드에게 목격자를 찾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스트라우드는 곤혹스럽다. 그 목격자는 역광 탓으로 재노스가 눈치채지 못했지만 다름 아닌 스트라우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구상에서 자신의 모든 인생이 갈기갈기 흩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무언의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이 재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정말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뛰어들었다가 지고 만 커다란 도박에 대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사람이란 분명 거짓말이거나 신화일 뿐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책에 있는 홍보 문구와는 다르게 영화 노 웨이 아웃을 통해서 알게 된 게 아닌, 1948년에 발표된, 찰스 로튼이 출연한 빅 클락을 통해서 알게 된 소설이고 원작이다. 영화가 무척 마음에 들어 노 웨이 아웃도 봤고, 조금은 유별난 방식으로 만들어진 비밀의 연인 Police Python 357’도 봤지만 제일 잘 만든 건 아무래도 1948년 영화로 고를 것 같다.

 

원작에 비해서는? 어떤 점에서는 영화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먼저 접하고 책을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영화가 좀 더 급박하고 극적인 결론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더 좋은 평가를 하게 된다. 그것도 그렇지만 악덕하고 냉혈한의 모습을 애인을 살해한 출판사 사장 재노스를 더 짜릿하게 (빼어나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들었다.

 

소설은 무자비함이 덜하다고 해야 할까? 혹은 우유부단함이 너무 드러나고 있을 뿐이라 어쩐지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가장 절박하게 사건에 매달려야 하는 사람일수록 현장과는 거리가 멀고, 현장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사건의 진짜 의미나 책임은 거의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는 식의 (원작 소설의) 구성을 생각한다면 그게 더 알맞은 모습이긴 할 것 같다. 그래도 영화가 더 선악의 구분이 커서 좋았다.

 

장 별로 다른 인물을 화자로 내세우며 시점을 뒤섞어 이야기를 끌고간다는 점이 특색일 것이다. 이어달리기 식이라고 말할 수 있고.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고 빨리 읽을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내용이 꾸며져 있다. 이젠 옛날이라는 말을 넘어서 역사책을 통해서나 접하게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조금은 낡은 느낌도 들지만 자신을 추적하는 사람이라는 기본 설정이 워낙 흥미를 끌고 매력적이라 꾸준히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다른 방식으로 활용될 여지가 많을 것이다. 읽게 된다면 새로운 방식의 뭔가가 떠올려질지도 모르고.

 

 

이미 두 번 영화화 되었고, 두 편 모두 인기를 끌었으며, 영화 자체로도 빼어난 성과를 거두었다면 이제 만족하고 손을 거두는 게 도리일 터. 그러나 발표로부터 65년이 지난 지금 다시 피어링의 비전을 돌아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언제든 또 한 편의 영화가 새로이 기획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으리란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자신을 추적하는 사람이라는 소재가 지닌 원형적인 매혹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피어링이 구축한 빅 클락의 모습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유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국가공권력의 역할을 대체하여 담론을 생산하고 기능을 수행하는 거대 기업체. 각자 자기 일에는 유능하지만 전체 그림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구성원. 그들을 엮는 네트워크 위에서 벌어지는 책임 전가 또는 증발. 방향을 잃은 채 떠밀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발을 빼기는커녕 계속 흐름에 끼어 한몫할 수밖에 없는 삶. 약속된 일탈과 반복되는 귀환. 이 모두가 빅 클락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빅클락 #케네스피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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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지음, 양윤옥 옮김 / 청미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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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과 삶)에 관심이 가게 되어서 그의 후기 또는 말년의 음악을 접하게 됐고, 그것들이 꽤 마음에 들어서 그가 참여-관여하거나 다른 음악인과 함께한 음악들도 들어보게 됐다. 크리스티안 페네츠 Christian Fennesz 와 함께 작업한 음악(여러 앨범이 있지만 가장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cendre 앨범이다)이 특히 마음에 들었었다.

 

갑작스럽게 그에게 관심이 크게 생겼을 당시 내가 듣고 있던 음악과 (취향이) 얼핏 맞아떨어져 많이 듣게 되었는데, 중고서점에서 구하게 된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읽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등도 보게 되니 많은 부분이 더 궁금해지고 알고 싶어지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그의 후반부를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전반부도 알고 싶어지게 됐고, 이런 호기심이 계속 이어져 YMO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 イエロー・マジック・オーケストラ Yellow Magic Orchestra 의 음악도 들어보는 등 팬이라고 말해도 될 수준으로 여러 가지를 찾아보고 알게 됐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간 잡지 엔진(ENGINE)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한 그의 삶에 관한 전반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는 대담 또는 문답식으로 자신의 인생이라는 걸 뒤돌아보고 있으며, 어려움 없이 그의 삶을 알아볼 수 있도록 내용이 꾸며져 있다. 쉽고, 빨리 읽혀진다.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한 일본의 음악인 류이치 사카모토의 별세 소식이 20234월 초 보도되었다. 유치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접한 한 어린이가 바흐와 드뷔시, 비틀스와 롤링스톤스를 거쳐 음악 안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 이야기, 그의 음악적 자서전 역시 다시 한국 독자를 만난다. 밴드 YMO를 결성하고 해체한 이야기,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2주 만에 만들어낸 이야기 등의 큰 줄기를 바탕으로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데카르트의 철학 등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적 자양분이 된 작품과의 만남을 연대기 형식으로 기록했다.”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어쩌다가 음악계에서 활동하게 되었는지, YMO와 영화음악 등 그를 말할 때 꼭 언급되어야 할 것들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에 관해서 관심이 생긴 사람이라면 (당연히) 음악과 함께 이걸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까지 읽으면 그에 관해서는 거의 전부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제멋대로 살아왔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삶이지만 무척 많은 걸 해낸 삶이기도 했다.

 

 

#음악으로자유로워지다 #류이치사카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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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이 없는 거리 1 - S코믹스 S코믹스
산베 케이 지음, 강동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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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리도 안 풀리는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조바심만 더해가던 청년.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시간이 되돌아간다는 불가사의한 현상조차, 청년의 불만을 더욱 크게 만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날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커다란 사건이 청년의 주변을 다짜고짜 변화시켜간다.”

 

 

 

참고 : https://blog.naver.com/ghost0221/222088809654

 

 

 

 

이미 봤던 만화지만 어쩐지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저번에 봤을 때는 꼬질꼬질했다면 이번에는 꽤 좋은 상태로 보게 됐다. 언제 봤더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어서인지 처음 보는 기분으로 즐기게 됐다. 그것도 그렇지만 저번에는 8권까지만 봤던 것 같고.

 

원작 본편은 8권으로 완결되었고 외전으로 9권이 발매되었다.”는데, 그랬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 기억에서 희미해져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생계를 위해 피자 배달 알바를 하고 있는 인기 없는 만화가 사토루에게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 스스로 '리바이벌'이라고 부르는 이 능력을 이용해 어느 날 배달 중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아이를 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다쳐 입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어머니인 사치코가 찾아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며칠 후 퇴원한 사토루와 사치코가 함께 장을 보고 오는 길에 다시 리바이벌이 발동하고, 유괴될 뻔한 아이를 구하게 된다. 그런데 유괴 미수범과 눈이 마주친 사치코는 그가 18년 전 사토루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연쇄 유괴 살인사건의 용의자였음을 떠올리고, 그가 당시의 진범이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사치코가 행동에 나서기 전에 범인이 먼저 움직인다. 다음 날 집에 찾아와 사치코를 살해해 버린 것이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악한 사토루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범인의 덫에 빠져 자신이 용의자로 쫓기게 된다. 궁지에 몰린 끝에 리바이벌을 갈망하자 그가 돌아간 지점은 놀랍게도 18년 전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었다. 사토루는 그동안 기억 속 깊이 묻어두었던 당시의 유괴 사건이 어머니가 살해당한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직감하고, 어머니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연쇄 유괴 살인사건을 막고 미래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추리, 아동학대, 유괴, 왕따, 외톨이, 결손가정, 가족 간의 단절, 살인, 시간여행, 타임루프 등 따져보면 그리 밝은 내용도 (단순한 구성도) 아니고 사람에 따라서는 꺼림직한 기분에 꺼릴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런 어두운 내용을 흥미진진하고 인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추리물들은 범인의 정체를 밝혀가는 것으로 흥미를 유발하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는 '주인공이 사건을 막아낼 수 있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해야 할까?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복선 사용,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흡인력 있는 전개, 세련된 컷 배치와 문장력, 무거운 전개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소소한 개그 등으로 오락적인 부분도 충분히 있어 어떤 식으로 보든 재미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전체가 9권이므로 그렇게 길지는 않은 스토리덕에 늘어지는 구간이 없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주인공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주역인물들이 말이나 행동거지에서 답답하게 구는 경우가 극히 드물며 덕분에 기승전결이 막히는 부분 없이 시원시원하게 전개된다. 분량을 늘리려고 억지로 갈등을 빚게 만드는 작품들과 대비되는 나만이 없는 거리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조금 편한 기분으로 (혹은 약간은 달리 본다면) 소극적이고 자기 세계에만 빠져 있던 청년이 조금은 적극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주변과 주위를 살펴본다면 얼마나 다른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라는 식으로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요즘에는 자기 세계에 갇혀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이게 가장 알맞은 방식일지도 모르고.

 

비극을 피하는 방법은, 막는 방법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만이없는거리 #だけがいない#산베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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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의 6일 버티고 시리즈
제임스 그레이디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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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 콘돌이 적당히 재미나서인지 원작 소설도 찾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설이 영화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설정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과도한 우연과 뭔가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못하는 느낌? 그래도 그 설정이 워낙 인상적이고 흥미로워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고 언급하는 것 같다.

 

꽤 장황하게 알려주는 후기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이걸 쓰게 되었는지 잘 알려주고 있고, 무슨 생각으로 내용을 밀어붙였는지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어쩌다 다시금 콘돌을 불러냈는지도 알려주지만 후속편을 읽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스물네 살의 소설가 지망생 제임스 그레이디가 처음 출판사 문을 두드리며 세상에 나왔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출간되기도 전에 당대 최고의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시드니 폴락 연출의 영화 콘돌로 만들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그레이디는 이 놀라운 데뷔작으로 프랑스의 그랑프리 뒤 로망 누아르와 이탈리아의 레이먼드 챈들러 상을 수상했으며, 이 책은 국제스릴러작가협회가 선정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에 올랐다. 윌리엄 골드먼의 마라톤 맨,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자칼의 날과 더불어 첩보 스릴러의 모던 클래식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1974년 출간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발한 내용과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준다.

어느 날 암살자들이 CIA의 지부인 미국문학사협회를 습격한다. 이 협회에서 말콤과 동료들은 현실 세계의 외교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아 미스터리 소설들을 샅샅이 검토한다. 말콤의 동료가 우연히 알아서는 안 될 무언가를 알게 되었고, CIA에 침투한 사악한 음모 세력은 그것을 은폐하려 한다. 대학살이 자행되는 동안 말콤은 샌드위치를 사러 외출했다 운 좋게 살아남는다.

그는 안전한 피난처를 희망하며 CIA 본부에 전화를 걸지만 오히려 그의 목숨을 노리는 또 다른 음모에 휘말린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 표적이 된 연인마저 살해당하자,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변신한 코드네임 콘돌은 인생 최대의 고비인 6일 동안의 위험 속으로 질주하는데……

 

 

일종의 역발상으로 가득하다. 주인공은 첩보나 스파이보다는 너무 평범하고 모범생에 가까운 모습이다. 다소 반항기가 있긴 하지만 20대 초반에 그런 게 없으면 어쩌겠나? 어쩌면 작가 자신의 모습을 많이 반영했을지도 모르고.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와는 많이 다른 구석이 있다. 영화를 생각하면서 혹은 떠올리면서 읽게 되면 조금은 난감하다는 생각도 들 것 같고. 소설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영화로 만들어지기로 (흔히 말하듯 판권이 팔린) 결정되었을 정도로 이야기가 만드는 재미나 흡인력 그리고 속도감은 분명 빼어나다. 다만, 그게 영화적으로 흥미를 느끼게 만들지 문학적으로는 빈약하고 허약하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빈틈이나 단점이 명확하지만 짧고 빠르기 때문에 여러 부족한 점을 극복하는 것 같고. 첫 소설이라는 티를 잔뜩 낸다. 아마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로 각각 그 영역에 맞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리라 본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더 마음에 든다는 개인적인 평가는 순전히 개인의 의견일 뿐일 것이고.

 

현실 세계의 외교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아 미스터리 소설들을 샅샅이 검토한다는 설정에 영향 받아 KGB가 실제로 도입했다는 것과 이 영화에서 다뤄지는 음모들이 어쩐지 진짜 그랬을 것 같은 그럴싸함이 있어서 여러 가지로 살펴보고 뜯어보고 싶게 된다. 그걸 좀 더 확장시켜서 생각하면 소설이 혹은 한 개인의 상상이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반대로 어떤 식으로 영화나 소설 등이 만들어지게 되어서 거꾸로 우리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꽤 따져보고 싶게 되기도 하다. 그 순환의 과정이 허구와 현실이 상호 작용이 흥미롭다.

 

 

이후 콘돌의 62015년 재출간되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는데, 저자는 재출간을 기념하여 남긴 후기에서, 냉전시대에 이 소설과 영화를 접한 KGB가 작품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성격의 실제 조직을 훨씬 큰 규모로 창설해 운영했다는 걸 훗날 알게 됐다고 밝힌다. 소설이라는 허구 속 주인공 콘돌은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눈앞에 닥친 위기에서 벗어났고, 현실 속 적대국의 정보기관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조직을 실제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허구와 현실이 상호 작용하게 했다는 점이 콘돌의 6을 더욱 흥미롭고 의미 있는 스파이 소설로 각인시켰다.”

 

 

“CIA에 소속되어 있지만 총 한 번 제대로 쏴본 적 없고, 아침마다 자기 방에서 길 가는 여자를 몰래 훔쳐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콘돌은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 놓이자 점점 영웅으로 변신해간다.

제임스 본드가 타국의 정보기관이나 악당 조직에 맞서 싸우는 타고난 슈퍼 히어로라면, ‘콘돌은 살아남기 위해 책과 영화에서 얻은 갖가지 지식과 정보를 현실에 응용하며 안간힘을 쓰는 현실적 히어로다. 바로 이런 인간적인 매력이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였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인공이 슈퍼 히어로가 되지 않도록 그려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은 CIAKGB 요원이 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지만 제임스 그레이디가 이 작품을 쓸 당시는 CIA를 다룬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작가는 오로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으로 주인공을 몰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가 창조해낸 스파이는 위험한 상황에 내동댕이쳐져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콘돌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스파이는 이렇게 탄생했고, 이후 첩보 스릴러계의 대부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콘돌의6#제임스그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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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영화 특별판)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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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5일 국내 개봉되는 동명의 영화 콘클라베원작 소설. 2차 바티칸 공의회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20221019,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 교황이 선종했다. 즉시 전 세계 곳곳에 있던 118명의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예배당에 모여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회의(콘클라베)에 들어간다. 선거 관리 임무를 맡은 로멜리의 시점을 따라, 주요 후보를 두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권력의 미세한 이동 경로가 섬세한 필치로 그려가는데 물론 선거는 단번에 승부가 나지 않는다.

처음 투표할 때만 해도 혼란스러워하던 유력 후보들은 첨예한 표 차이 속에 조금씩 속내를 드러내며 세력을 모은다. 가장 숭고한 자리에 오르기 위한 이들의 야심을 예상이라도 한 듯, 선종 직전 교황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교황을 만났던 사람,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추문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마침내 교황이 생전 써왔던 방의 봉인마저 풀린다. 여기에 교황이 은밀하게 임명한 의중 추기경 베니테스가 콘클라베 직전 등장하며, 상황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데…….”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책도 찾게 됐다. 이미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고, 영화가 소설의 내용을 훼손 없이 옮기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서 기대에 비해서는 밋밋한 기분으로 읽었다. 글이 갖고 있는 힘이 그렇게 크진 않았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거나 아쉽진 않았다. 영화를 먼저 접하지 않았다면 무척 다른 기분으로 즐겼을 것 같고.

 

번역에 관해서 말이 (많이) 나왔던 걸로 안다. 그렇게 훌륭하다는 평가-변역의 질은 아닌 것 같다. 읽기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으니 아주 나쁜 수준까진 아닌 듯 하고. 예민하고 예리한 독자는 거슬릴 것 같기는 했다. 결론은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게 흡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판의 번역의 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 간단한 검색으로도 알 수 있는 용어를 오역하는 데다 문장이나 묘사를 빼먹고 번역했다. 덕분에 번역본을 읽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던 사람들이 원본을 읽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중.”

 

 

추리 소설처럼 생각될 순 있겠지만, 누군가가 죽거나 (물론 교황이 사망하긴 했다) 죽이는 내용은 아니다(사회적으로 혹은 추기경 세계에서는 사망 선고가 내려지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권력을 거머쥐기 위한 암투를 비중 있게 다루지만 기본적으로는 믿음과 신앙에 관한 내용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란 사람이 신앙도 믿음도 없으니 맞게 보는 건지는 자신 없다.

 

어떤 식으로 보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멜리 추기경이 흔들리고 무너지기 직전까지를, 그러다가도 새로운 활로를 찾고 숨통이 트이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뤄진다. 그가 겪는 인간적인 그리고 종교적인 고뇌가 그리 낯설지도, 너무 다른 사람의 고난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소설 속의 그의 괴로움이 그렇게 고차원적이지 않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공감이랄까? 여러 가지로 인간적인 감정(과 고민)을 다루고 있다. 저런 상황에서 평정심과 이성을, 적절한 대응과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각자의 이해관계와 내면의 욕심과 욕망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보이는 인간의 본성? 혹은 신앙으로 감추고 있던 본모습이 폭로되고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를 감추고 살아가는 본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여러모로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물론, 영화를 먼저 보질 않았다면 더 그랬을 것 같고.

 

 

처음 투표할 때만 해도 혼란스러워하던 유력 후보들은 첨예한 표 차이 속에 조금씩 속내를 드러내며 세력을 모은다. 가장 숭고한 자리에 오르기 위한 이들의 야심을 예상이라도 한 듯, 선종 직전 교황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교황을 만났던 사람,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추문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마침내 교황이 생전 써왔던 방의 봉인마저 풀린다. 여기에 교황이 은밀하게 임명한 의중 추기경 베니테스가 콘클라베 직전 등장하며, 상황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데…….”

 

 

실제 콘클라베는 저런 식이진 않다고 하지만 그렇든 아니든 이건 소설이고 이것 나름의 재미와 종교적인, 그리고 내면의 갈등을 매력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여러 방식으로 읽게 될 수 있는 아주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콘클라베 #신의선택을받은자 #로버트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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