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목소리
시오타 타케시 지음, 임희선 옮김 / 비앤엘(BNL)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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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선대부터 이어온 양복점을 운영하는 소네 토시야는 어머니 방 서랍에서 수상한 카세트테이프와 노트를 발견한다. 노트에 적힌 제과회사의 이름 깅가만도를 본 토시야는 31년 전 일본을 뒤흔든 미제 사건을 떠올린다. 범인 집단이 대형 식품회사들을 갈취 목적으로 협박하다 홀연히 자취를 감춘 사건으로, 피해 기업 중에 깅가만도가 있었다.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하자 깅가·만도 사건당시 협박에 사용된 어린아이의 기묘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토시야, 자신의 목소리였다. 토시야는 평생 양복만 묵묵히 만들며 살았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가족이 엄청난 사건에 관련됐을지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에 휩싸인다. 토시야는 아버지 친구인 홋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두 사람은 소네 집안과 깅가·만도 사건의 관계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한다.

다이니치신문 문화부 기자인 아쿠쓰 에이지는 사회부의 악마로 불리는 사건부장의 호출을 받는다. 미해결 사건을 조명하는 연말 특집의 특별취재팀에 지명된 것이다. 그에게 떨어진 사건은 깅가·만도 사건’. 범인집단이 독극물을 넣은 식품을 빌미로 7개 회사를 협박하며 일본 사회를 독극물 공포에 몰아넣은 희대의 사건이었다.

아쿠쓰는 빠져나갈 도리 없이 사건부장이 지시하는 대로 범인집단의 뒤를 쫓고, 31년 전 감춰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존재의 모든 것을(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마음에 들어서 작가의 전작 중 이 소설 또한 높은 완성도라는 말에 찾아 읽게 됐다. 이것 말고는 따로 번역된 게 없기도 했고. ‘존재...’보다 훨씬 괜찮았다.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아주 약간은 있었지만 흠으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느낄 수 있는 불만스러운 부분 정도? ‘존재...’ 보다는 여러 가지로 더 낫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존재...’와 비슷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미결 사건이 있고, 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 그 사건을 파헤치게 되는 (서로를 모르는)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과정에서 해당 사건을 촘촘히 따져보고 조금씩 드러나는 (당시에는 놓쳤던 부분을 알아내거나, 시간이 지나니 입을 열기도 하는 등의) 가느다란 실마리를 어떤 식으로 뒤쫓는지 꽤 인상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사건을 다시 살펴보는 사람이 기자라는 점도 동일(이번에는 젊고 존재...’는 은퇴를 앞뒀다는 점에서는 많이 다르지만)하고.

 

문제 풀이-범인 찾기 과정만 놓고 본다면 (물론, 그것 말고도) ‘존재...’보다 더 긴장감과 긴박감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트 노벨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라이트 노벨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존재...’에서 다뤄진 청춘 남녀의 유치한 풋사랑 또는 추억놀이에 비해서는 여러 가지로 좋은 점들이 더 보인다.

 

다만, 그동안 기자로서의 자의식이 거의-전혀 없던 사람이 급작스럽게 투입된 사건에서 너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그런 변화되는 부분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존재...’에서 등장하는 중년 기자의 뒤늦은 추적이 더 괜찮게 보이기도 하고.

 

달리 본다면 언론에 몸담고 있는 속물들이 어떤 속성을 갖고 있는지 수없이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급변이 얼핏 이해된다는 측면도 있긴 하다. 특종이라는 것에 눈이 돌아가면 (맛이 가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봤으니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기자들의 모습은 얌전하고 점잖은 축에 속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진실을 추구하다보면 본인의 생각과 본심이 드러날 때도 있으니 오히려-어쩌면 더 사실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그쪽을 그리 잘 알진 못하니 이런 모든 생각이 그저 편견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언론이든 기자든 알권리 어쩌고 하는 것들의 본성이라는 게 굶주린 사냥개 이상은 아니라고 보고 항상 절반만 믿고 신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모양새면서 다른 부분도 분명하게 있는 이 소설과 존재...’를 잘 섞어낸다면 더 대단한 게 만들어지진 않았을까? 싶지만 그건 작가의 노력과 능력에 달렸으니 다음에는 각각의 장점을 잘 다뤄내면서 어떤 식으로 성숙할지 조금은 기대하게 된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고 꽤 난리가 났었던 사건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있었던 주요 사건도 잘 모르면서 일본에서 벌어진 시효도 지난 사건을 자세히 알아보고 읽진 않았지만 소설을 밑바탕으로 어떤 식이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잘 설명해주고 있으며, 이 소설은 그 나름대로 말끔하게 사건을 정리해내고 있다. 내몰려지고 괜히 휩쓸린 이들의 서글픈 모습까지 놓치지 않고 다뤄내고 있다. 그 주변에 대한 관심이 특히 인상적이다.

 

덮어져 있던 진실이 꺼내지고 그로 인해서 예기치 않게 일상을 위협받게 된 가해자며 피해자인 사람들에 대한 안쓰러움? 걱정과 근심이 잘 느껴지면서 이 소설은 존재...’에 비해서는 좀 더 젊은 혈기와 패기? 혹은 진실과 정의라는 것이 바로 세워질 수 있으리라는 신념? 믿음? 과 같은 것이 더 느껴졌다. 그런 게 있으며 가능하다는 양보할 수 없다는 감정이 꽤 컸다. 그래서일까? 그런 게 거의 사라진 존재...’를 생각하면 세월의 흐름? 혹은 어떤 심정적인 변화가 생기게 된 뭔가가 있었는지 작가의 관심-내면-생각이 많이 달라진 느낌도 든다. 자연스러운 변화일까? 그게 아니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끝까지 진실을 쫓으려는 기자와 반대로 어느 순간에 그걸 멈춰버리는, 어떤 부담과 근심에 서둘러 마무리 지은 남성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누가 더 올바르냐는 걸 따지는 게 아닌 각자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서 그리고 그걸 감당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꽤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그 부분이 무척 눈에 들어오고 나란 사람은 거기에 끝까지 매달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이 소설은 존재...’와도 비슷하게 남겨진-휘말린 사람들에 대한 조심스러운 시선을 무척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고 그게 이 작가의 매력이자 빼어난 능력 혹은 시선이지 않을까? 싶다.

 

무관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관련된 것도 아닌, 이게 다시 들쑤셔지면 자신의 삶과 인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쳐 어떤 식으로도 손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절대 도움이 되진 않으리란 걸) 아주 예민하게 다듬어내고 살펴보고 있다. 그들의 심정을 아주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그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그런 점들이 있어 존재...’와 비슷하면서도 꽤 다른 모양새고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둘을 겹쳐서 읽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떼어 놓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당연히 있고.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 진실을 내팽개쳐두는 것, 그걸 끝까지 뒤쫓는 것,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허탈감과 어느 정도는 만족하게 되는 최선이라 할 수 있는 결말까지 역작이라 말할 수 있을 완성이었다. 아주 끈질긴 완성이었다.

 

 

죄의 목소리는 실제 사건 내용과 그 추적 과정을 놀랍도록 실감 나게 써 내려간다. 희대의 미스터리를 소재로 했지만 미스터리 소설의 정통 공식을 따르기보다는 실제 취재 과정을 착실하게 따라간다. 많은 이들에게 기묘한 인상을 남겼던 여우 눈을 한 남자의 몽타주, 어린아이에게 녹음시킨 협박 테이프, 71통의 협박장과 81통의 도전장……. 사건이 남긴 흔적을 치밀하게 취재하여 사실 그대로 옮겼다. ‘구리코·모리나가 사건을 아는 독자들에게는 이 소설이 더없이 흥미로울 것이고, 사건을 모르더라도 이 거대한 사건 자체가 주는 압도감에 푹 빠지게 된다. 이 소설의 가장 멋진 점은 사건 이면에 방치된 사람들의 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조명했다는 것이다. 범인 집단이 자취를 감춘 후 사건은 잊혔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작가는 어쩌면 이런 삶이 있었을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작가는 세상에 알려진 사건 이후의 이야기, 잊히기 쉬운 사건의 그림자, ‘미래를 바라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는 사람과 삶의 의미가 진하게 남는다.“

 

 

#죄의목소리 #시오타타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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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애장판 1
유우키 마사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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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알게 됐더라? 특별히 애정이 깊은 시리즈지만 어떤 식으로 접했고 알게 됐는지는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 攻殻機動隊 Ghost in the Shell’ 극장판을 접한 다음 그가 감독한 다른 것들도 궁금해서 하나씩 찾아보게 됐고, 그것 중 이 시리즈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식이었으리라 본다. 그런 식이라 아마도 극장판, 만화, OVA, TV 시리즈 순이었을 것이고. 다른 방식으로 이걸 접했었을까? 알았을까? 그럴 것 같진 않다. 극장판도 재미났지만 (오시이 마모루가 관여하지 않은 3편 또한 좋지만) 유우키 마사미의 원작 만화 또한 아주 재미나게 즐겼었다.

 

이미 제시된 설정, 복선, 캐릭터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편이라 스토리상 땜빵 설정이나 못 보던 캐릭터 등장, 급작스런 전개를 거의 하지 않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복선들을 슬쩍 슬쩍 배치해놓고 그런 복선들이 어느 임계점에 이르면 터뜨리는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 느긋하면서도 간간히 웃기면서 긴장감을 주는 가운데 어느 순간 펑하고 폭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잡지 연재시보다 단행본으로 볼 때(특히 몰아서) 유우키의 진가를 느낄 수 있어 아주 만족스러웠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자주 언급했듯 폐기물 13호와 관련된 이야기 진행과 흐름은 전율할 정도였다.

 

만화로는 이번에 본 애장판을 포함해서 3번에서 4번 정도 봤겠다. 해적판으로 처음 접했으며, 정식으로 출판된 단행본이 번역 품질이 열악하다. 오역도 많고 군데군데 쓸데없는 의역이 많아서 너무 실망했고, 특히 등장인물의 이름은 한국식에 나머지는 (회사명, 지명 등) 일본식으로 해서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렇게 좋지 못한 결과물만 접하다가 이 시리즈가 그리 인기를 끌지 못했음에도 이런 식으로 애장판이 발매되어서 조금은 고맙다는 마음도 생긴다. 번역도 손을 잘 본 것 같고. 간간히 오역이 있다지만 저번에 비해서라는 생각이 앞선다.

 

분위기도 경쾌하고 때때로 진지할 때도 있지만 굳이 비교한다면 OVA TV 시리즈와 비슷해서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현실적인 소재인 건 마찬가지이나 진지하며 단편성 에피소드보다는 기획 7과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또 폐기물 13호를 통하여 유전공학에 대한 문제의식, 우주용 레이버인 이즈모 2호를 둘러싼 자동화에 의한 노동자들의 위기의식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 시노하라 중공업의 정경유착 비리 등 사회적인 문제를 적절히 다루면서 극의 재미를 높였다.”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 이걸 무척 즐겼던 그때의 순간을 떠올리며 다시 읽어봤다. 여전히 재미나고 흥겹다.

 

위에 언급하듯 그때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더 인상적이다. 자동화, 노동자의 위기의식, 인공지능, 외국인 노동자 문제나 정경유착과 비리 등 여러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지금 시대와 좀 더 밀접해져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무척 예언적이기도 하고.

 

 

#기동경찰패트레이버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パトレイバー #MobilePolicePATLABOR #PATLABOR #유우키마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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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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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902532&cid=41773&categoryId=65745

 

 

너무 길지 않나?

 

찰스 디킨스의 애독자들은 불경한 소리라고 분노하겠지만 2권을 읽으면서는 (1권에 비해 또는 1권보단) 조금씩 느슨해지고 늘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사건의 해결과 진상 그리고 감춰진 진실 같은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한 선택이지만 (1권에 비해서는) 그 재미가 덜했다.

 

영국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하는 동시에 삶에 대한 충만한 희망을 이야기빈곤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인식, 그리고 기자로 일하며 삶의 현장을 누볐던 독특한 경력을 통해 디킨스는 산업혁명의 그림자가 드리운 19세기 런던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다뤄낸 솜씨가 줄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이 소설이 대충 200년 전에 발표(연재 기간이 1837년에서 1839년까지라고 알고 있다)되었으니 이런 식으로 불평하는 건 정말로 불만을 말하기 위한 투덜거림 이상은 아닐 것이지만.

 

소매치기, 장물아비, 창녀가 등장하지만 그들의 입에서 거칠고 모욕적인 표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디킨스는 독자들이 인물의 말과 행동이 아닌 필연적인 추론을 통해 세계의 참혹성을 읽어 내기를 원했다. 오히려 그는 위선적인 공리주의자들과 부패한 지배층을 묘사하는 데 더 신랄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근대화가 이뤄지는 그 시작점에 있었던 부조리하고 부정적인 모습들을 아주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니, 이걸 읽으며 지금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는 어떤 모습인지 생각하면서 즐기는 게 더 알맞을 것 같고.

 

출생의 미스터리, 신분을 뛰어넘는 멜로드라마, 그리고 우연의 섭리 등 디킨스의 소설에서 흔히 접하고 자주 반복되는 기본 구성이 아주 재미나게 잘 채워져 있으며, 이 이후 어떤 식으로 반복하고 다른 것들을 더 더했는지 생각하며 읽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책 읽기가 될 것 같다.

 

 

 

#올리버트위스트 #찰스디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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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Touch 소장판 1~11 세트 - 전11권 - 완결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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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아다치 미츠루의 ‘H2’를 봤으니 (혹은 본 김에) ‘터치도 자동으로 (자연스럽게) 생각나게 됐고, 때마침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슬그머니 찾게 됐다.

 

항상 말하지만 터치보다는 ‘H2’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고(‘터치를 더 좋게 보는 한국 사람은 만난 적 없다), 그래서인지 다시 봤지만 여전히 ‘H2’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 일본 및 다른 나라에서는 반대인 경우가 많다는데, 아마 취향 차이나 문화 차이도 있겠지만 1980년대 혹은 더 길게 봐서는 1990년대까지 터치보다 (또는 터치만큼) 스포츠와 청춘남녀의 사랑-연애를 잘 다뤄낸 만화는 없어서 (그때의 놀라움이나 충격으로) 더 극성스런 인기를 누린 건 아닐까? 싶다. ‘H2’가 연재를 할 때는 이것 말고도 볼만한 게 많았겠지만 (넘쳤겠지만) ‘터치는 오직 그것만 그럴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깊이 기억되고 큰 인기를 여전히 누리는 건 아닐까? 고교야구가 무대지만 기존의 스포츠 근성물 만화와는 다른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고시엔으로의 길과 연애나 우정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으로, 남녀의 테두리를 넘은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또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템포 좋은 웃음코드와 등장 인물들의 사려 깊은 대사도 감동의 깊이를 넓혀주고 있다

 

고교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으나 야구는 양념이다. 이것은 아다치 작품 전체에 나타나는 특징인데 소재만 스포츠에서 따오고 정작 스토리는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소년소녀들의 청춘물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교야구(스포츠)와 청춘들의 사랑이라는 조합이 어떤 비율이고 수준이냐고 말할 순 있어도 어느 한쪽만이 우세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냥 양념이라면 과연 아직까지 얘기되고 (인기를 끌고) 갑자원-고시엔을 말할 때 여전히 언급되는 게 가능할까? 질리지 않게 만드는 조합을 아다치는 해냈고 그의 추종자나 영향을 받은 이들이 비슷하게 혹은 다른 식으로 매력적인 뭔가를 만들어냈어도 아다치처럼 계속해서 찾게 되고,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조합을 해내진 못한 것 같으니 오직 아다치만 가능한 무언가가 있다고 본다. 그 탁월한 배합 중 가장 빼어난 완성도가 야구와 청춘남녀라고 보고. 수영도 있긴 하지만 야구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 중 하나라 꾸준히 읽혀지고 언급되고 있어 별달리 더 설명을 얹거나 덧붙일 건 없을 것 같다.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랄까? 그런 걸 말하며 (다소 불만스러운 점들을 얘기하며) 이 걸작을 간만에 다시 즐겼다면 될 것 같다.

 

초반부와 중반부까진 뭘 어떻게 해야 재미날지 절룩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이후의 빼어난 짜임새를 생각하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중반 이후 특히 (갑자원을 가기 위한) 예선이 시작한 다음부터는 슬슬 나중에도 계속해서 확인되는 탁월함을, 빈틈없는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준준결승 이후부터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긴박감 그리고 때때로 (일부러) 김빠지게 만드는 흐름 (반대로 뜸 들이는 진행) 등 종잡을 수 없어서 더 불안하게 만드는 구성과 내용은 정말로 기가 막힌다. 그리고 그 이후 (간신히 출전한, 약속을 지키고 어떤 해방감 또는 목표를 달성한 뒤의 허탈감, 죽은 이의 염원을 끝내 해낸) 갑자원 대회는 과감하게 생략시키는 등의 방식 또한 처음에는 왜 이렇게 했지? 라는 생각을 하며 이해되지 않다가도 달리 생각하면 절묘하다는 생각도 들어 왜 걸작이진 알 것 같게 된다. 그러면서도 뭔가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 뭔가 덜 완성된 것 같아서 더 두근거리면서 보게 되는 느낌이랄까? 어떤 아슬아슬함. 만약 갑자원 경기들도 다뤘다면 어땠을까? 점점 지루해졌을까? 너무 열혈물이 되었을까? 그러면서도 이 분위기와 흐름을 지켜냈을까? 지금 이 완성이 가장 알맞을 것 같긴 하다. 갑자원 진출 이후 연재를 계속 이어갈지 이대로 마무리를 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진 않았을까? 그 과정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나머지

 

1. 그림 : 1980년대 만화고 아직은 그의 그림이 완성되지 않던 혹은 그 당시의 시대에 맞는 그림체이기 때문인지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그림이 훨씬 더 마음에 들기 때문에, 순정 만화 식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만, 초반과 후반의 그림체의 변화를 본다면 어느 정도는 지금과 같은 그림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2. 진행 : 우에스기 카즈야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진행은 아마도 언제까지나 얘기되겠지만 그럼에도 너무 진행이 더디다는 생각은 든다. 그 급작스러운 죽음을 알고 여전히 충격적이니 이걸 어떤 정보도 없이 접한 사람은 얼마나 놀랐을까? 다만, 그게 이야기가 꽤 진전이 이뤄진 다음에 벌어져서 이렇게 길게 이어지다가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은 든다. 좀 더 초반에 두는 게 알맞지 않았을까? 그 이후의 타츠야가 어떤 식으로 각성하고 야구에 몰두하는지를 알면 처음의 러브 코미디 분위기 혹은 삼각관계 분위기를 너무 끌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이게 야구 만화인지 연애물인지 헷갈려질 때가 있고. 초반은 삼각관계의 분위기가 크고 뒷부분은 야구 만화의 느낌이 더 있다고 해야 할까? 다만, 이런 식이라 카즈야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만드는 힘은 있었다. 그의 그림자가 계속 떠돌고 있고.

 

3. 타츠야 : 어차피 처음부터 주인공이라는 걸 계속 안내하고 있었지만 그 방식이, 그가 주인공의 위치에 제자리를 잡는 과정은 놀라움이었다. 어떤 특별함은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을 떠나서 그의 행동이 너무 질리게 만드는 경향도 있다. 나중은 많이 달라지고 개선되지만.

동생과 경쟁 관계가 싫어서 그런 건 알지만 어떤 것이든 피하려고 하고 되도록 장난으로 넘기려는 방식이, 모든 걸 어정쩡하고 심드렁하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가득한 모습이 (카즈야와) 대비되는 모습을 위해서겠지만 그것도 몇 번이지 너무 반복적이라 아다치 미츠루는 주인공을 적당히 다룰 생각은 없나? 싶을 정도로 함부로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그래서 별로였다. 그 게으름이 싫다고 해야 할까? 점점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일종의 성장담으로 볼 순 있겠지만. 그리고 그 끝에서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아예 지워버리고 있어서 전혀 다른 사람(소년에서 청년으로)이 된다는 점에서는 아주 훌륭한 흐름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초반은 너무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서 별로였다.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해야 할까?

 

4. 시대적인 한계 : 코미디든 연애든 뭐든 너무 낡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H2’를 먼저 접했기 때문에 고갤 갸우뚱하게 되는 개그들은 내가 일본식 농담을 잘 몰라서 그런지 그게 아니면 이게 너무 오래되어 그 맛을 즐길 수 없게 되었는지 헷갈려질 때가 있다.

 

5. 쿠로키 타케시라는 야구부 1년 선배면서 투수에서 3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캐릭터를 좀 더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타츠야의 성장이나 야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장치로. ‘H2’ 식으로 말한다면 야나기나 슈지 또는 동아리 활동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 대회도 참여하면서 더 기쁨을 감추지 않던 히로의 선배들을 섞은 느낌으로. 여러 가지로 터치는 훌륭하면서도 어쩐지 좀 더 짜임새나 다양한 재미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자신의 작풍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완성했기 때문에 어정쩡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었던 건 아닐까?

마츠다이라 코타로나 다른 동급생-동료가 만드는 잔재미나 우정 혹은 여러 고락이나 다짐이 결승전 전후로 마구 터지지만 그 전부터 뭔가를 꾸준하게 보여줬다면,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게 좀 아쉽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다.

 

6. 카시와바 에이지로 감독 대행에 대해서는 해줄 말이 없다. 악역이면서 악역이 아니게 되어가는 모습과 감춰뒀던 이야기는 인상적이면서 어느 정도 평범하고 그러면서도 전체 내용과 너무 잘 맞물려져서 아다치의 솜씨에 그저 감탄하게만 될 뿐이다. 연재 당시는 더더욱 난리가 났겠지만. 여전히 생동감 있다.

 

7. "여름을 좋아합니다"라는 대수롭지 않은 대사가 무척 멋지게, 어떤 경우는 감동을 안겨주는 순간을 만들고 있다. 우에스기 타츠야는 아사쿠라 미나미를 사랑합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라는 대사가 그저 그런 대사임에도 여전히 언급되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고. 걸작이다.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지.

 

 

 

참고 :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러프도 볼까?

 

 

 

#터치 #タッチ #To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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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1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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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902532&cid=41773&categoryId=65745

 

 

 

이걸 다시 읽게 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재미나 내용이나 뭐나 너무나 훌륭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다시 읽을 생각은 들지 않다가 어쩌다가 손에 쥐게 되어서 (손에 들어와서) 처음 읽었을 적 그 순간을 때때로 떠올리며 즐기게 됐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니 설명을 길게 할 건 없다. 흔히 말하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 쉽게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을 것이고. 반드시 읽어야 하는 그런 건 없지만 소설 좋아한다면 들어봤을 것이고 펼쳐봤을 것이니 관심이 가면 읽어보길 바란다. 후회할 정도로 어렵거나 난해하거나 재미가 없진 않다. 읽는 맛 충분히 있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좀 더 여러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빈자와 노동자의 편이라는 점,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풍자 소설의 면모 등은 처음에 접했을 때는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던 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더 눈길을 끈다. 열심히 읽기보다는 어떤 내용인지 적당히 알고 있어서 큰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조금은 대충 읽게 됐다. 처음도 건성으로 읽었던 것 같은데.

 

자본주의가 슬슬 그 기세를 뿜어내던 시절, 어떻게든 돈-자본을 쥐어짜던 시절이 배경이라 세상이 뒤바뀌어가는 시작점의 모습은 어땠나? 에 대한 상세한 설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혹은 역사나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찰스 디킨스를 필수인 이유가 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세상의 그늘을, 세계의 참혹성을 적나라하게 그러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며 폭로하고 고발하고 있다. 그런 게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읽는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들면서 (순수하게 재미 자체를 즐기게 하면서) 자신의 세계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공감하게 만들고 설복되도록 만드는지, 이해와 연대 그리고 관심이 가도록 만드는 탁월한 글솜씨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올리버트위스트 #찰스디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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