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의 6일 버티고 시리즈
제임스 그레이디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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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 콘돌이 적당히 재미나서인지 원작 소설도 찾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설이 영화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설정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과도한 우연과 뭔가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못하는 느낌? 그래도 그 설정이 워낙 인상적이고 흥미로워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고 언급하는 것 같다.

 

꽤 장황하게 알려주는 후기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이걸 쓰게 되었는지 잘 알려주고 있고, 무슨 생각으로 내용을 밀어붙였는지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어쩌다 다시금 콘돌을 불러냈는지도 알려주지만 후속편을 읽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스물네 살의 소설가 지망생 제임스 그레이디가 처음 출판사 문을 두드리며 세상에 나왔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출간되기도 전에 당대 최고의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시드니 폴락 연출의 영화 콘돌로 만들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그레이디는 이 놀라운 데뷔작으로 프랑스의 그랑프리 뒤 로망 누아르와 이탈리아의 레이먼드 챈들러 상을 수상했으며, 이 책은 국제스릴러작가협회가 선정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에 올랐다. 윌리엄 골드먼의 마라톤 맨,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자칼의 날과 더불어 첩보 스릴러의 모던 클래식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1974년 출간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발한 내용과 스피디한 전개를 보여준다.

어느 날 암살자들이 CIA의 지부인 미국문학사협회를 습격한다. 이 협회에서 말콤과 동료들은 현실 세계의 외교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아 미스터리 소설들을 샅샅이 검토한다. 말콤의 동료가 우연히 알아서는 안 될 무언가를 알게 되었고, CIA에 침투한 사악한 음모 세력은 그것을 은폐하려 한다. 대학살이 자행되는 동안 말콤은 샌드위치를 사러 외출했다 운 좋게 살아남는다.

그는 안전한 피난처를 희망하며 CIA 본부에 전화를 걸지만 오히려 그의 목숨을 노리는 또 다른 음모에 휘말린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 표적이 된 연인마저 살해당하자,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변신한 코드네임 콘돌은 인생 최대의 고비인 6일 동안의 위험 속으로 질주하는데……

 

 

일종의 역발상으로 가득하다. 주인공은 첩보나 스파이보다는 너무 평범하고 모범생에 가까운 모습이다. 다소 반항기가 있긴 하지만 20대 초반에 그런 게 없으면 어쩌겠나? 어쩌면 작가 자신의 모습을 많이 반영했을지도 모르고.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와는 많이 다른 구석이 있다. 영화를 생각하면서 혹은 떠올리면서 읽게 되면 조금은 난감하다는 생각도 들 것 같고. 소설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영화로 만들어지기로 (흔히 말하듯 판권이 팔린) 결정되었을 정도로 이야기가 만드는 재미나 흡인력 그리고 속도감은 분명 빼어나다. 다만, 그게 영화적으로 흥미를 느끼게 만들지 문학적으로는 빈약하고 허약하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빈틈이나 단점이 명확하지만 짧고 빠르기 때문에 여러 부족한 점을 극복하는 것 같고. 첫 소설이라는 티를 잔뜩 낸다. 아마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로 각각 그 영역에 맞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리라 본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더 마음에 든다는 개인적인 평가는 순전히 개인의 의견일 뿐일 것이고.

 

현실 세계의 외교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르는 단서를 찾아 미스터리 소설들을 샅샅이 검토한다는 설정에 영향 받아 KGB가 실제로 도입했다는 것과 이 영화에서 다뤄지는 음모들이 어쩐지 진짜 그랬을 것 같은 그럴싸함이 있어서 여러 가지로 살펴보고 뜯어보고 싶게 된다. 그걸 좀 더 확장시켜서 생각하면 소설이 혹은 한 개인의 상상이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반대로 어떤 식으로 영화나 소설 등이 만들어지게 되어서 거꾸로 우리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꽤 따져보고 싶게 되기도 하다. 그 순환의 과정이 허구와 현실이 상호 작용이 흥미롭다.

 

 

이후 콘돌의 62015년 재출간되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는데, 저자는 재출간을 기념하여 남긴 후기에서, 냉전시대에 이 소설과 영화를 접한 KGB가 작품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성격의 실제 조직을 훨씬 큰 규모로 창설해 운영했다는 걸 훗날 알게 됐다고 밝힌다. 소설이라는 허구 속 주인공 콘돌은 책에서 얻은 지식으로 눈앞에 닥친 위기에서 벗어났고, 현실 속 적대국의 정보기관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조직을 실제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허구와 현실이 상호 작용하게 했다는 점이 콘돌의 6을 더욱 흥미롭고 의미 있는 스파이 소설로 각인시켰다.”

 

 

“CIA에 소속되어 있지만 총 한 번 제대로 쏴본 적 없고, 아침마다 자기 방에서 길 가는 여자를 몰래 훔쳐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콘돌은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 놓이자 점점 영웅으로 변신해간다.

제임스 본드가 타국의 정보기관이나 악당 조직에 맞서 싸우는 타고난 슈퍼 히어로라면, ‘콘돌은 살아남기 위해 책과 영화에서 얻은 갖가지 지식과 정보를 현실에 응용하며 안간힘을 쓰는 현실적 히어로다. 바로 이런 인간적인 매력이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였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인공이 슈퍼 히어로가 되지 않도록 그려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은 CIAKGB 요원이 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지만 제임스 그레이디가 이 작품을 쓸 당시는 CIA를 다룬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작가는 오로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으로 주인공을 몰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가 창조해낸 스파이는 위험한 상황에 내동댕이쳐져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콘돌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스파이는 이렇게 탄생했고, 이후 첩보 스릴러계의 대부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콘돌의6#제임스그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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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영화 특별판)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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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5일 국내 개봉되는 동명의 영화 콘클라베원작 소설. 2차 바티칸 공의회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20221019,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 교황이 선종했다. 즉시 전 세계 곳곳에 있던 118명의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예배당에 모여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회의(콘클라베)에 들어간다. 선거 관리 임무를 맡은 로멜리의 시점을 따라, 주요 후보를 두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권력의 미세한 이동 경로가 섬세한 필치로 그려가는데 물론 선거는 단번에 승부가 나지 않는다.

처음 투표할 때만 해도 혼란스러워하던 유력 후보들은 첨예한 표 차이 속에 조금씩 속내를 드러내며 세력을 모은다. 가장 숭고한 자리에 오르기 위한 이들의 야심을 예상이라도 한 듯, 선종 직전 교황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교황을 만났던 사람,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추문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마침내 교황이 생전 써왔던 방의 봉인마저 풀린다. 여기에 교황이 은밀하게 임명한 의중 추기경 베니테스가 콘클라베 직전 등장하며, 상황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데…….”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책도 찾게 됐다. 이미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고, 영화가 소설의 내용을 훼손 없이 옮기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서 기대에 비해서는 밋밋한 기분으로 읽었다. 글이 갖고 있는 힘이 그렇게 크진 않았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거나 아쉽진 않았다. 영화를 먼저 접하지 않았다면 무척 다른 기분으로 즐겼을 것 같고.

 

번역에 관해서 말이 (많이) 나왔던 걸로 안다. 그렇게 훌륭하다는 평가-변역의 질은 아닌 것 같다. 읽기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으니 아주 나쁜 수준까진 아닌 듯 하고. 예민하고 예리한 독자는 거슬릴 것 같기는 했다. 결론은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게 흡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판의 번역의 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 간단한 검색으로도 알 수 있는 용어를 오역하는 데다 문장이나 묘사를 빼먹고 번역했다. 덕분에 번역본을 읽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던 사람들이 원본을 읽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중.”

 

 

추리 소설처럼 생각될 순 있겠지만, 누군가가 죽거나 (물론 교황이 사망하긴 했다) 죽이는 내용은 아니다(사회적으로 혹은 추기경 세계에서는 사망 선고가 내려지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권력을 거머쥐기 위한 암투를 비중 있게 다루지만 기본적으로는 믿음과 신앙에 관한 내용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란 사람이 신앙도 믿음도 없으니 맞게 보는 건지는 자신 없다.

 

어떤 식으로 보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멜리 추기경이 흔들리고 무너지기 직전까지를, 그러다가도 새로운 활로를 찾고 숨통이 트이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뤄진다. 그가 겪는 인간적인 그리고 종교적인 고뇌가 그리 낯설지도, 너무 다른 사람의 고난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소설 속의 그의 괴로움이 그렇게 고차원적이지 않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공감이랄까? 여러 가지로 인간적인 감정(과 고민)을 다루고 있다. 저런 상황에서 평정심과 이성을, 적절한 대응과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각자의 이해관계와 내면의 욕심과 욕망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보이는 인간의 본성? 혹은 신앙으로 감추고 있던 본모습이 폭로되고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를 감추고 살아가는 본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여러모로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물론, 영화를 먼저 보질 않았다면 더 그랬을 것 같고.

 

 

처음 투표할 때만 해도 혼란스러워하던 유력 후보들은 첨예한 표 차이 속에 조금씩 속내를 드러내며 세력을 모은다. 가장 숭고한 자리에 오르기 위한 이들의 야심을 예상이라도 한 듯, 선종 직전 교황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교황을 만났던 사람,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추문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마침내 교황이 생전 써왔던 방의 봉인마저 풀린다. 여기에 교황이 은밀하게 임명한 의중 추기경 베니테스가 콘클라베 직전 등장하며, 상황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데…….”

 

 

실제 콘클라베는 저런 식이진 않다고 하지만 그렇든 아니든 이건 소설이고 이것 나름의 재미와 종교적인, 그리고 내면의 갈등을 매력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여러 방식으로 읽게 될 수 있는 아주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콘클라베 #신의선택을받은자 #로버트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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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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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알게 된 과정은 조금은 이상한 방식이었다. 아니, 어쩌면 전형적이고 일반적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은 이랬다. 영화를 검색하고 알아보던 중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곧 공개될 예정이란 걸 알게 되었고, 제목이 묘해서(끌려서)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던 중 꽤 좋은 평가를, 읽은 이들이 대부분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아 어쩐지 읽고 싶은 기분이 들게 됐다.

 

 

소설의 배경은 1578년 겨울. 일본 전국 시대 속에서 패권을 쥐기 위한 무인들의 암투가 한창이다. 약육강식이 시대정신이고, 살육이 일상인 날들. 지하감옥 '흑뢰성'이 있는 성 안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과 거대한 전란의 풍랑에 휩쓸리면서도 옳다고 믿는 것을 온 힘을 다해 추구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호노부가 처음으로 도전한 역사 미스터리, 기대해도 좋다.”

 

 

작가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꽤 유명한 것 같지만 그쪽 관련은 관심이 가질 않아 알려고 하지 않았고, 이번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된다. 내용이 만족스러워 앞으로는 관심이 갈 것 같은 작가가 되었다. 다음에도 그의 글을 읽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대극의 모양새로 되어 있긴 하지만 고리타분하거나, 어렵거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내용이 다뤄지진 않고 있다. 어느 정도의 진지하고 불길함과 불안감 혹은 절박함이 있긴 하지만 아주 답답하진 않았다. 어떤 내용은 전형적인 추리소설 풍의 분위기고, 성주의 외로움이나 고립감, 배신자가 누구인지? 범인은 누구인지? 전란을 살아가는 무사란 어떤 존재인지, 민초들은 어떻게 살아남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 고립과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지? 등 흥미로운 방식으로 여러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따져본다면, 살펴본다면, 생각해본다면 꽤 여러 가지를 다룰 수 있고 고민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걸 너무 몰두하거나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중소설일 수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이런 저런 생각을 더해가면서 읽게 될 수 있었다.

 

그런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일본 전국시대에 대한 이해나 앎이 없어도, 오다 노부나가가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몰라도, 아라키 무라시게가 어떤 사람인지, 구로다 간베에가 실제로 있었던 사람인지 등 알고 있다면 더 흥미롭게 읽혀질 수 있겠지만 모르더라도 어렵거나 읽기가 버겁지 않게 높낮이를 잘 조절해내고 있다.

 

 

때는 일본 전국시대, 1578년 겨울. 전국시대 패권을 눈앞에 둔 오다 노부나가의 무장 아라키 무라시게는 느닷없이 반역을 일으키고, 아리오카성에서 저항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오다의 군사(軍師) 구로다 간베에를 지하 감옥에 가둔다.

성안에서는 기괴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흔들리는 민심과 흐트러진 군대 기강을 고민하던 아라키 무라시게는 고민 끝에 구로다 간베에에게 지혜를 요청하는데…….

전쟁과 수수께끼의 끝에서, 두 사람은 각자 무엇을 꾀하고 있었을까?”

 

 

이런 식의 소설은 잘 읽지를 않고 있었기 때문에 꽤 신선했고 이와 같은 방식의 혹은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를 더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작가가 전이나 다음이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궁금하게 되기도 하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한동안은 계속 소설을 읽어볼 생각이다. 요즘에는 인문학 책이 너무 안 읽혀서 조금은 지치는 기분이다. 그런 중에 이런 재미난 책을 읽게 되어서 기분이 쉽게 풀리게 됐다.

 

 

흑뢰성은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시대 패권을 눈앞에 둔 1578년을 배경으로 한다. 여러 전공을 세우며 크게 중용됐던 오다 노부나가의 무장 아라키 무라시게는 그해 10월 느닷없이 반역을 일으키고, 근거지인 아리오카성에서 저항을 시작한다. 그리고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오다의 군사(軍師) 구로다 간베에를 흑뢰성(黒牢城)’, 즉 성의 지하 감옥에 가둔다.

아라키 무라시게가 왜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었는지, 구로다 간베에는 왜 죽이지 않고 가뒀는지, 이 지점은 여전히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흑뢰성1578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겨울, ,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 나뉜 1년의 시간을 다룬 작품이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사료에 기록된 시작과 끝은 그대로 두고 기록되지 않은 중간의 시간들을 불가능 범죄를 통해 재구성한다.

문체와 어휘, 표현까지 최대한 충실하게 재현된 시공간에서, 농성 중인 성 위 아라키 무라시게와 성 아래 지하 감옥의 구로다 간베에는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들은 어찌 보면 의뢰인과 안락의자 탐정이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죽고 죽여야 하는 전쟁에 휘말린 집단과 개인을 상징한다.

둘의 윤리관은 강렬하게 맞부딪치고, 소설은 역사에 기록된 결말로 향한다. 마지막, 폭풍처럼 밀어닥치는 반전과 마주한 독자들은 전국시대와 그리 다르지 않은 오늘날, 난세를 살아가는 각자의 삶을 되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흑뢰성 #요네자와호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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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세계사 히스토리아 문디 5
윌리엄 맥닐 지음, 신미원 옮김, 이내주 감수 / 이산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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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세계사가 꽤 인상적이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 스스로 자매편이라고 말하는 이 책도 찾아 읽어봤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건 동일하지만 마찬가지로 읽기가 꽤 어려운 것도 똑같았다. 어렵게 쓴 내용은 아니지만 어쩐지 촘촘하다고 해야 할까? 쉽게 읽어내기가 어려웠다. 이런 걸 술술 읽어내는 사람들의 능력은 도대체 뭘까? 부럽다.

 

“1. 고대와 중세 초기의 전쟁과 사회부터 “10. 1945년 이후, 군비경쟁과 명령경제의 시대까지 오래된 고리짝 시절부터 가장 최근의 현대까지 두루 살펴보고 있다.

 

 

지난 천년 동안 인류가 겪어온 전쟁의 역사를 다루면서 석궁에서 핵무기, 군산복합체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군사기술상의 변화를 서술하고 있다. 전쟁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오늘날 인류가 공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과정을 되돌아본다. 저자는 인간이 핵전쟁을 벌여 공멸하든가, 아니면 단일한 세계정부를 세워 일단 핵무기를 제거하고 최소한의 국지적인 전쟁만을 허용하던가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상대해야 하는 여러 가지 미시기생생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병원균이라면, 인간에게 유일하고 중요한 거시기생체는 다른 인간, 즉 폭력행위의 전문가로서 자기가 소비하는 식량이나 생활물자를 스스로 생산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들 사이의 거시기생을 연구하려면 그 연구대상은 단연 군사조직이며, 거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전사(戰士)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장비의 변화이다. 전사의 무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병원체의 돌연변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무장이 달라짐에 따라 새로운 지리적 공간을 착취할 수 있게 되거나 혹은 그때까지 숙주사회 내부에서 실력을 행사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던 제약이 해소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쟁사라는 점에서는 아주 특별한 것도, 무척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접근하는 방식이나 지켜보는 시각이 매우 남달라 익숙한 내용을 접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무척 생소한 분야를 알아가는 기분이랄까?

 

머릿속에 오래 담아져 있진 못하겠지만 읽는 중에는 여러 흥미와 관심이 들었고, 나중에라도 가끔씩은 생각날 것 같다. 아주 잘 이해하고 저자의 생각과 입장을 잘 헤아리진 못했지만 논의의 진행이 인상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다시금 들춰볼지도 모를 것 같다.

 

 

오늘날 인류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세계사를 돌이켜보면 이것은 너무나도 역설적인 결과였다. 인간은 매 순간 고비마다 끊임없이 합리성을 추구했다. 시장이 발달한 것도, 국민국가를 만든 것도, 전쟁을 벌인 것도, 혁명을 한 것도, 인간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난 천년 동안 인간의 합리적인 노력은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할수록, 즉 합리성을 더 치밀하게 추구할수록 인간은 감당하기 힘든 결과에 직면했다. 이제 인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맥닐은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앞으로 인간의 선택은 둘 중 하나라고 말한다. 핵전쟁을 벌여 공멸하든가, 아니면 단일한 세계정부를 세워 일단 핵무기를 제거하고 최소한의 국지적인 전쟁만을 허용하든가.”

 

 

 

#전쟁의세계사 #윌리엄맥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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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교실 2
마츠이 유세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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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달이 폭발해 7할이 증발했다. 그 사건의 범인은 1년 후 지구도 폭발시킬 예정이라고 하는 초생물.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괴물이 찾아간 곳은 어느 중학교 교실로, 이곳에서 교사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인간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군대를 동원해도 죽일 수 없는 이 괴물의 암살을 각국의 수뇌들은 어쩔 수 없이 그 괴물이 담임을 맡을 쿠노기가오카 중학교 3학년 E반 학생들에게 의뢰하게 된다. 성공보수는 1억 엔. 낙오자들의 클래스, ENDE반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이 암살대상인 교사, “살생님을 죽일 수 있을 것인가?....“

 

 

 

요즘에는 책보다 만화를 더 즐기는 중이다. 머리가 복잡하기도 하고, 그냥 편하게 넘길 수 있는 걸 찾게 되기도 하고. 게을러졌다. 예전 얼핏 들은 혹은 적당히 (무척 또는 꽤) 괜찮다는 얘기를 들은 만화 중에서 암살교실도 추천받은 기억은 있지만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늦었지만 재미나게 즐기는 중이다.

 

지구를 위협하는 괴생물 '살생님'과 그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그를 담임 선생으로 삼지만 대놓고 그를 암살하기 위한 암살 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의 아이러니한 이야기괴물이기는 하지만 멋진 교사인 살생님(+요원 선생들)과 부조리한 세상에 '낙오자 집단' 취급을 받은 3-E반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교감하고 각별한 사이가 되는지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개그랑 유쾌한 분위기에 가려서 눈치 채기 힘들지만 상당한 사회 비판이 숨겨진 작품이다. , 겉으로는 '암살'의 소재로 진행하지만 깊은 부분에서 '교실'의 교훈을 주는 만화이다. ‘암살교실의 제목에 걸맞게 깊이 따져보지 않으면 슬쩍 놓칠 수 있지만 교실에서의 교훈, 선생과 제자 사이와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이 가게 됐다. 대결이나 결투와 같은 액션은 크게 관심도 없었고 흥미도 들지 않았고.

 

학생들의 공부 및 성장, 올바른 승패의 의미, 좋은 선생의 모습, 그리고 암살에 가려진 생명의 소중함과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등, 여러 가지로 교훈을 주는 만화라 제목만 접하고 고갤 돌리는 일은 없었으면 싶다. 아주 훌륭하고 꽤 곱씹어 생각할 게 많았다.

 

가볍게도 즐길 수 있고, 꽤 진지한 기분에 빠질 수도 있는 아주 좋은 균형을 보여주는 만화였다. 슬픈 결말과 그 이후의 후일담까지 부족함 없이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 꽤 인기를 끌었던 만화로 알고 있는데, 결말까지(혹은 그 직전까지)의 인기와 그 이후 후일담을 알려주는 시기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큰 인기를 유지했는지 아니면 미끄러졌는지 궁금해진다.

 

 

#암살교실 #暗殺教室 #AssassinationClass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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