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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Touch 소장판 1~11 세트 - 전11권 - 완결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9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아다치 미츠루의 ‘H2’를 봤으니 (혹은 본 김에) ‘터치’도 자동으로 (자연스럽게) 생각나게 됐고, 때마침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슬그머니 찾게 됐다.
항상 말하지만 ‘터치’ 보다는 ‘H2’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고(‘터치’를 더 좋게 보는 한국 사람은 만난 적 없다), 그래서인지 다시 봤지만 여전히 ‘H2’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 일본 및 다른 나라에서는 반대인 경우가 많다는데, 아마 취향 차이나 문화 차이도 있겠지만 1980년대 혹은 더 길게 봐서는 1990년대까지 ‘터치’보다 (또는 ‘터치’만큼) 스포츠와 청춘남녀의 사랑-연애를 잘 다뤄낸 만화는 없어서 (그때의 놀라움이나 충격으로) 더 극성스런 인기를 누린 건 아닐까? 싶다. ‘H2’가 연재를 할 때는 이것 말고도 볼만한 게 많았겠지만 (넘쳤겠지만) ‘터치’는 오직 그것만 그럴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깊이 기억되고 큰 인기를 여전히 누리는 건 아닐까? ”고교야구가 무대지만 기존의 스포츠 근성물 만화와는 다른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고시엔으로의 길과 연애나 우정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으로, 남녀의 테두리를 넘은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또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템포 좋은 웃음코드와 등장 인물들의 사려 깊은 대사도 감동의 깊이를 넓혀주고 있다“
”고교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으나 야구는 양념이다. 이것은 아다치 작품 전체에 나타나는 특징인데 소재만 스포츠에서 따오고 정작 스토리는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소년소녀들의 청춘물“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교야구(스포츠)와 청춘들의 사랑이라는 조합이 어떤 비율이고 수준이냐고 말할 순 있어도 어느 한쪽만이 우세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냥 양념이라면 과연 아직까지 얘기되고 (인기를 끌고) 갑자원-고시엔을 말할 때 여전히 언급되는 게 가능할까? 질리지 않게 만드는 조합을 아다치는 해냈고 그의 추종자나 영향을 받은 이들이 비슷하게 혹은 다른 식으로 매력적인 뭔가를 만들어냈어도 아다치처럼 계속해서 찾게 되고,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조합을 해내진 못한 것 같으니 오직 아다치만 가능한 무언가가 있다고 본다. 그 탁월한 배합 중 가장 빼어난 완성도가 야구와 청춘남녀라고 보고. 수영도 있긴 하지만 야구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 중 하나라 꾸준히 읽혀지고 언급되고 있어 별달리 더 설명을 얹거나 덧붙일 건 없을 것 같다.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랄까? 그런 걸 말하며 (다소 불만스러운 점들을 얘기하며) 이 걸작을 간만에 다시 즐겼다면 될 것 같다.
초반부와 중반부까진 뭘 어떻게 해야 재미날지 절룩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이후의 빼어난 짜임새를 생각하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중반 이후 특히 (갑자원을 가기 위한) 예선이 시작한 다음부터는 슬슬 나중에도 계속해서 확인되는 탁월함을, 빈틈없는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준준결승 이후부터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긴박감 그리고 때때로 (일부러) 김빠지게 만드는 흐름 (반대로 뜸 들이는 진행) 등 종잡을 수 없어서 더 불안하게 만드는 구성과 내용은 정말로 기가 막힌다. 그리고 그 이후 (간신히 출전한, 약속을 지키고 어떤 해방감 또는 목표를 달성한 뒤의 허탈감, 죽은 이의 염원을 끝내 해낸) 갑자원 대회는 과감하게 생략시키는 등의 방식 또한 처음에는 왜 이렇게 했지? 라는 생각을 하며 이해되지 않다가도 달리 생각하면 절묘하다는 생각도 들어 왜 걸작이진 알 것 같게 된다. 그러면서도 뭔가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 뭔가 덜 완성된 것 같아서 더 두근거리면서 보게 되는 느낌이랄까? 어떤 아슬아슬함. 만약 갑자원 경기들도 다뤘다면 어땠을까? 점점 지루해졌을까? 너무 열혈물이 되었을까? 그러면서도 이 분위기와 흐름을 지켜냈을까? 지금 이 완성이 가장 알맞을 것 같긴 하다. 갑자원 진출 이후 연재를 계속 이어갈지 이대로 마무리를 할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진 않았을까? 그 과정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나머지
1. 그림 : 1980년대 만화고 아직은 그의 그림이 완성되지 않던 혹은 그 당시의 시대에 맞는 그림체이기 때문인지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그림이 훨씬 더 마음에 들기 때문에, 순정 만화 식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만, 초반과 후반의 그림체의 변화를 본다면 어느 정도는 지금과 같은 그림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2. 진행 : 우에스기 카즈야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진행은 아마도 언제까지나 얘기되겠지만 그럼에도 너무 진행이 더디다는 생각은 든다. 그 급작스러운 죽음을 알고 여전히 충격적이니 이걸 어떤 정보도 없이 접한 사람은 얼마나 놀랐을까? 다만, 그게 이야기가 꽤 진전이 이뤄진 다음에 벌어져서 이렇게 길게 이어지다가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은 든다. 좀 더 초반에 두는 게 알맞지 않았을까? 그 이후의 타츠야가 어떤 식으로 각성하고 야구에 몰두하는지를 알면 처음의 러브 코미디 분위기 혹은 삼각관계 분위기를 너무 끌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이게 야구 만화인지 연애물인지 헷갈려질 때가 있고. 초반은 삼각관계의 분위기가 크고 뒷부분은 야구 만화의 느낌이 더 있다고 해야 할까? 다만, 이런 식이라 카즈야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만드는 힘은 있었다. 그의 그림자가 계속 떠돌고 있고.
3. 타츠야 : 어차피 처음부터 주인공이라는 걸 계속 안내하고 있었지만 그 방식이, 그가 주인공의 위치에 제자리를 잡는 과정은 놀라움이었다. 어떤 특별함은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을 떠나서 그의 행동이 너무 질리게 만드는 경향도 있다. 나중은 많이 달라지고 개선되지만.
동생과 경쟁 관계가 싫어서 그런 건 알지만 어떤 것이든 피하려고 하고 되도록 장난으로 넘기려는 방식이, 모든 걸 어정쩡하고 심드렁하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가득한 모습이 (카즈야와) 대비되는 모습을 위해서겠지만 그것도 몇 번이지 너무 반복적이라 아다치 미츠루는 주인공을 적당히 다룰 생각은 없나? 싶을 정도로 함부로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그래서 별로였다. 그 게으름이 싫다고 해야 할까? 점점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일종의 성장담으로 볼 순 있겠지만. 그리고 그 끝에서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아예 지워버리고 있어서 전혀 다른 사람(소년에서 청년으로)이 된다는 점에서는 아주 훌륭한 흐름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초반은 너무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서 별로였다.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해야 할까?
4. 시대적인 한계 : 코미디든 연애든 뭐든 너무 낡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H2’를 먼저 접했기 때문에 고갤 갸우뚱하게 되는 개그들은 내가 일본식 농담을 잘 몰라서 그런지 그게 아니면 이게 너무 오래되어 그 맛을 즐길 수 없게 되었는지 헷갈려질 때가 있다.
5. 쿠로키 타케시라는 야구부 1년 선배면서 투수에서 3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캐릭터를 좀 더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타츠야의 성장이나 야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장치로. ‘H2’ 식으로 말한다면 야나기나 슈지 또는 동아리 활동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 대회도 참여하면서 더 기쁨을 감추지 않던 히로의 선배들을 섞은 느낌으로. 여러 가지로 ‘터치’는 훌륭하면서도 어쩐지 좀 더 짜임새나 다양한 재미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자신의 작풍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완성했기 때문에 어정쩡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었던 건 아닐까?
마츠다이라 코타로나 다른 동급생-동료가 만드는 잔재미나 우정 혹은 여러 고락이나 다짐이 결승전 전후로 마구 터지지만 그 전부터 뭔가를 꾸준하게 보여줬다면,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게 좀 아쉽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다.
6. 카시와바 에이지로 감독 대행에 대해서는 해줄 말이 없다. 악역이면서 악역이 아니게 되어가는 모습과 감춰뒀던 이야기는 인상적이면서 어느 정도 평범하고 그러면서도 전체 내용과 너무 잘 맞물려져서 아다치의 솜씨에 그저 감탄하게만 될 뿐이다. 연재 당시는 더더욱 난리가 났겠지만. 여전히 생동감 있다.
7. "여름을 좋아합니다"라는 대수롭지 않은 대사가 무척 멋지게, 어떤 경우는 감동을 안겨주는 순간을 만들고 있다. “우에스기 타츠야는 아사쿠라 미나미를 사랑합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라는 대사가 그저 그런 대사임에도 여전히 언급되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고. 걸작이다.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지.
참고 :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러프’도 볼까?
#터치 #タッチ #To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