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 개역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랭 드 보통은 항상 무언가를 좀 더 그럴 듯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재주가 있으며 여러 가지 것들을 잘 정리해내고 그 자신만의 정리가 무척 논리적인 설득에 앞서 감정적인 설득을 당하도록 만드는데, 세련된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데 좋은 재주가 있어 보인다.

 

이런 저런 내용들로 엮어지고 여러 내용들이 잘 짜여 있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듬성듬성 거리면서도 읽는 동안에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고 술술 읽혀지는 기분에 그리고 재미나게 읽혀지는 기분에 만족스런 느낌만이 가득한 여행의 기술또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해줌과 동시에 여러 앞선 권위 있는-통찰력 있는 이들의 생각들을 근거 삼아 우리들로 하여금 그가 생각하고 바라보았던 것들에 대해서 좀 더 받아들임이 쉬워지도록 그리고 그 받아들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에서는 쉽게 동의가 되고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그리고 모르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앎을 만들어주는 것에 기쁘기도 하지만 어쩐지 무언가가 어색한 느낌도 들게 된다.

 

이런 기분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체질적인 거부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탁월한 글쟁이에 대한 알 수 없는 질투심이라고 말해야만 할까?

 

어떤 식으로든 생산적이라고 생각되지 못하는 불만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글에서는 적당한 선에서 정리가 되고 완결된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 들게 될 때가 있다. 좀 더 거침없이 밀어붙이기도 하고 끝까지 가보는 논리의 극한을 추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의 글에서는 그보다는 여유로움이 더 느껴지고 어떤 식으로든 그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어떤 긴장감과 극단까지 가보겠다는 철저함이 느껴지지 못해서 후한 평가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반대로 잃을 수 있는지를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흥미로운 일화들을 소개해주면서 진행되는 여행의 기술은 단순히 무엇을 챙기고 어떤 장소로 가야 하는지를 혹은 어떤 실망을 그리고 기대를 이겨내고 얻어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그저 그런 고리타분한 내용-글이 아니라 여행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내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여러 고전들과 철학자 혹은 연구자들의 글들과 실제 경험들을 통해서 그들이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무언가-어떤 것 들을 어떤 식으로 얻어냈는지를 혹은 주장했는지를 알려주며 우리가 여행으로 인해서 얻어내고 새롭게 인식하고 개달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고, 끝없이 외부로 향하려고 하지만 그 외부에서 어떤 기분과 감정 그리고 장소와 공간들을 경험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강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외부의 어딘가가 중점이 아닌 그 과정-향함-도달에 대한 논의가 중심되어 진행되고 있다.

 

실망과 헛된 낭비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어떤 새로운 얻음을 기대할 수 있기도 한 여행의 다짐과 결심에 대한 옹호와 조심스러운 긍정 속에서 그림과 사진 그리고 여러 일화-사례들이 겹쳐지면서 알랭 드 보통의 생각들은 좀 더 정교해지고 논리와 감정-감상적인 설득력을 갖게 되는데, 어딘지 모르게 그의 여행은 그의 글에서는 누군가가 언급되기도 하고 함께함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오직 홀로 혹은 그 누구도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되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것은 과연 누구와 함께할 때 어떤 다름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랭 드 보통은 전혀 대답해주진 않고 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

휴식과 안락함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흔히 말하는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좀 더 다른 무언가-무엇인가를 접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반적이면서도 그동안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것들을 통해서 그걸 알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그 이국적임 혹은 그동안과는 다름을 찾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권태와 실망 혹은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곳과 다를 것 없음에 대해서 말해주기도 하고 있다.

 

훔볼트의 사례-일화를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알아가는 그리고 일반적인 우리들이 갖고 있는 관심 없음과는 반대되는 관찰력과 호기심을 갖고 있는 이의 모습을 통해서 단순히 여행의 경우만이 아닌 일상을 경험할 때도 해볼 수 있는 좀 더 다른 관점을 그리고 여러 관심과 흥미에 대해서 알려주면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궁금함을 해소하는 재미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혹은 그 (여러 즐거움을 찾는) 과정들을 통해서 니체가 말하는 삶의 고양을 강조하기도 한다.

 

새로운 가치와 범주화 그리고 좀 더 다른 방식의 질문과 흥미에 대해서 주장하기도 하고, 이어지는 윌리엄 워즈워스에 관한 논의를 통해서는 도시에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시골과 삭막한 도시라는 공간과 대비되는 풍요롭고 다채로운 자연으로 향함을 말해주고 있고, 그와 관련된 거대한 자연을 통한 숭고함과 (자기 자신의) 미약함을 다시금 깨닫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 부족하고 미약함을 깨달으면서 좀 더 자기 자신을 고양시킬 수 있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고, 그 못남의 인식으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으로 인해 불편하고 못마땅한 그리고 받아들일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다는 주장을 한다.

 

여기서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순응하게 되는 / 되어버린 존재가 된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현실적인 한계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고 수긍하는... 길들여지게 된다는 단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흐의 시선을 통해서 각 지방과 지역 그리고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그 이해함을 무언가로 남겨냄을 알려주면서 어떤 측면을 좀 더 강조하고 남겨내는 것에 대한 긍정을 말하고 있다. 그 예리함과 예민함에 대해서 애기를 하며 어떤 핵심을 찾아야 하는지를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해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

 

단순히 여행이 다른 공간을 찾는 것으로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외부에서 어떤 다름을 그 어느 곳과도 다른 그곳만의 특징들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꼼꼼하고 자세한 관찰을 존 러스킨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아름다움을 그리고 잊을 수 없음을 소유할 수 있고 간직할 수 있는지 논의하면서 기술이 우리에게 공간적으로 좀 더 넓고 좁게 만들어내고 좀 더 윤택하고 편안함을 만들어내게 되었지만 그럼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잊고-잃고 놓치기고 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동안 외부로만 향하던 시각을 다시금 우리가 속해 있고 일상을 보내는 내부로 돌아와 현재 속에서 우리가 속해 있고 존재하는 곳도 무한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그리고 새롭게 깨달을 수 있음을 메스트르의 방식-시각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이런 외부와 내부의 구분을 다시금 구분 없음으로 만들어내고, 좀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겹쳐냄으로써 여행이라는 것이 어떤 과정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떤 새로운 인식을 찾는 시도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려주며 마무리를 짓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항상 그렇듯 여러 지식과 깨달음 그리고 새로움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역시나 빼어난 글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반박하고 싶고 무언가 잘못된 점들을 찾아내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결국 그런 생각은 좋다고 말하기 보다는 좋지 않은 생각일 것 같고,

그의 생각 속에서 어떤 긍정을 찾아내고 좀 더 다른 긍정을 모색해야만 하는지가 더 올바른 생각일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그가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좀 더 다듬고 다른 무엇들을 찾아내어 내 자신만의 여행을 그리고 삶의 방식과 시각과 고양을 찾아내야만 할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금살금 2013-04-29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책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뒤적여본지 좀 되었는데도 아직도 뭐가 뭔지 구분못하는 저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탁월하고 솔직하게 책에 대한 평가를 하신듯 합니다.

배군 2013-04-29 01:04   좋아요 0 | URL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