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야심작과 걸작의 차이는 무엇일까?

야심이 이뤄지면 걸작이라는 단순한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살인의 해석'으로 (소설로는) 첫 작품을 발표한 작가의 야심은 이뤄지지는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야심이 너무 커서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목표로 했던 것 같다.

 

최근에는 소설을 읽는 적이 거의 없어서 일부러라도 소설책을 읽으려고 하고 있다.

저번의 '사기꾼 로봇'의 경우에도 사놓고 거의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인문학 쪽 책들에 조금은 질려서 소설책들을 읽으면서 머리나 식힐려고 선택한 것이었으니까(이놈의 변덕은... ^^;;)

 

몇 년간은 새로 출판되는 책은 거의 구입하지 않고, 헌책방에서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던 책들을 구입하며 읽었기 때문에 최근에 어떤 책들이 출판이 되었는지는 거의 신문에 의존한 지식밖에 없다. 꼭 어떤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있어도 가격에서 다시한번 심사숙고하게 만들기도 하고, 지금처럼 간간히 읽어서는 결판이 나지 않는 책들도 있어서 그냥 포기했다)...

 

'살인의 해석'은 그나마 가장 최근에 출판된 책을 읽게 되는 것 같은데,

각종 일간지에 리뷰가 실리면서 이미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별다른 느낌이 안 들어서 헌책방에서 나중에 구할 수 있으면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머리속에서 담아만 두고 있었다.

최근에 헌책방에 갔을 때 벌써~ 책이 있어서 조금은 놀라게 되었는데(얼마나 별로였으면... 하는 느낌이 있었다 ^^;;), 평소에도 프로이트라면 귀를 쫑긋~거리는 인간이라 무작정 구입하고 곧장 읽게 되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프로이트와 융에 관해서는 작품의 줄거리와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작 품은 1900년대 초기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창 마천루들을 만들기 시작하며 지금의 뉴욕의 기초가 되는 수많은 것들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진 의문스러운 살인 사건과 침입사건이 벌어지고 일련의 사건과 함께 미국에 방문한 프로이트와 융이 이 사건에 관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여기에 프로이트와 융의 갈등과 정신분석학자 주인공을 내세워서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가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하나의 작품에 집약하느라 한번에 너무 많은 음식을 먹은 느낌이 든다.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제임스 엘로이의 작품에 관심을 갖으면서 연쇄살인과 같은 범죄 영화들을 참고하고, 작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던(실제로 졸업 논문까지 만들었던)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도 끌어들이고... 게다가... 햄릿까지 가져와 버린다.

이정도면... 도를 지나쳤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동안 자신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던 것들을 자신만 알고 끝내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을까?

아쉬울만 했겠지만... 정도가 좀 심한 것 같다.

차라리 과감하게 몇몇 요소들을 뺐으면 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되었을 것 같다.


소설은 세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고 이것은 시장과 휴겔 검시관 그리고 리틀모어라는 형사가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살인사건과 유사한 사건인 액튼양에 대한 무단침입에 의한 상해사건으로 이것은 정신분석학자인 (1인칭 시점을 갖고 있는 유일한 캐릭터인, 작품은 이상하게 전지적 시점과 1인칭 시점이 뒤섞인다) 앵거 박사가 노라 액튼을 정신분석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위의 두 이야기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외의 인물들(밴웰, 클라라 등)을 통해서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살인사건과 관계없는(제목인 '살인의 해석'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은) 프로이트와 융의 갈등과 미국에서 출판과 강연을 하기 위해 온 프로이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이것도 나중에 가면 앞의 두 이야기와 연결이 되기는 하지만... 그 밀접도는 유기적인 느낌이라기 보다는 이야기 과정에서 엮어낸 느낌이 든다.
그리고... 출판사의 홍보와는 다르게 프로이트와 융은 사건에서 방관자적인 입장이다.
그 외에도 1900년대 뉴욕에 대한 세밀한 설명과 상류사회의 소문과 지저분한 뒷모습들, 가학적 성욕과 정치적인 이해관계 등 많은 고증을 통해서 얻어진 내용들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서 보다 내용은 충실해지면서도 방대하게 된다.
그리고... 역시나 작가는 그것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수많은 것들에 끌려다닌다.

솔직히 말하면 제임스 엘로이가 썼으면 보다 좋은 결과물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이렇게 신사적인 작품이 되지 않고 보다 추악한 면모를 갖게 되겠지만 말이다.

초 반부분에서 1900년대의 뉴욕에 대한 설명과 상류사회의 삶을 보여주는 내용은 처음에는 뭐하러 이리도 길게 설명하나 의문시 되기도 하지만, 읽어나가게 되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게 되면서 보다 작품의 시대적 느낌으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후의 결말에 대한 몇가지 기본 밑바탕을 만들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는 작가는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첫 번째 내용인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구성이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느낌이 있다(당연히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설정이면서도 캐릭터와 살인 자체가 평면적이기도 하고 기존의 영화나 범죄소설에서 보았던 설정들을 반복하는 느낌도 들어서 신선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비판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읽는 '재미'를 잃지 않았으니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두번째 내용인 정신분석에 관한 것은 작가가 그동안 정신분석에 대한 많은 연구를 했기 때문에 실제 사례였던 프로이트의 책과 임상사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결콕 잊지 못할 '도라'를 다시근 만나게 된다(그리고... 프로이트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 중에서 도라의 사례만큼 난해한 것도 없을 것 같다. 정신분석학에 흥미를 갖고 있었던 내가 도라 사례를 읽으면서 프로이트는 도라에 대한 진단이 계속 변하게 되고, 의외의 것들이 분석 도중에 확인되며서 끝없이 분석을 통한 진단이 변한다. 정신분석의 기본적인 몇가지 개념만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읽는데 많이 힘들었다. 솔직히... 기억도 안단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도라'와는 다르게 작품에서의 '노라'는 독자들을 힘들게 만들 정도의 캐릭터는 아니다. 여기서도 물론 처음의 판단과는 다르게 게속 숨겨졌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혼란스럽게 만들기는 하지만 대중소설이니 그렇게 읽는 사람 힘들게 만들지는 않고, 마무리를 하며 다시금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노라'라는 캐릭터는 입체적이면서도 평면적인 캐릭터가 된다.
그녀와의 상담을 벌어는 과정은 그녀를 입체적으로 보고 독특한 캐릭터로 만들지만, 상담 이외의 부분에서는 단순한 젊고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로 생각되게 만든다.
도 라의 사례와 유사하게 만들면서 이야기와 엮어나가게 만들었기 때문에 후반에 가서는 이것을 분석이라고 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도 들게 만들게 된다. 마지막의 로맨스 부분은 해피엔딩 겸 좋은 결말일 수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석자와 상담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애매한 구석이 든다. 물론, 그녀가 정신적 외상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마 지막인 프로이트와 융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정신분석에 관해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미나게 보았겠지만, 과연 소설의 이야기 구성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는가? 대한 질문을 갖고 생각하게 된다면 이건 이상하게 생각되게 만든다.
아예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작품의 내용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 이상한 에피소드로 되어버린다.
작가가 어떻게 하던지 살리고 싶어서 연결하는 느낌도 들고... 과연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면 이야기 자체가 이끌어갈 수 없는 것인가? 에 대한 질문에는 궁색한 답변이 나올 것 같다.
아예 이들에 관한 갈등을 짧은 내용의 독립적인 책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이 앞선다.

물 론 작가 자신이 정신분석에 관해서 많은 지식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에서의 약간은 과장되고 말도 안되는 성향의 정신분석이 아닌 일정부분 정신분석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정신분석에 대해서 알게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작품 내에서의 시점도 조금은 특이하다.
1900년대의 뉴욕의 모습과 그 이면의 어두운 부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참 고 : 주인공 캐릭터인 영거 박사는 정신분석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도 하면서 어느정도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회의적 입장도 갖고있는 인물이다. 아마도 작가 본인도 유아의 성적욕망에 대한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약간의 의심과 오이디푸스에 대한 회의도 일정부분 있는 것 같다.
그는 작품에서 오이디푸스가 아이가 갖는 것이 아닌 어른이 아이게게 갖는 발상을 보여주는데, 이런 생각은 몇몇 영화들에서 선보여지기도 했지만, 아마도 가장 살벌하게 보여준 것은 큐브릭의 '샤이닝'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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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2007-08-1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쓰기위해 들어왔는데 저와 같은 감상을 하신 분이 있더군요. 프로이드의 살인사건 개입. 거창한 광고가 있었는데. 작가는 정신분석을 작품속에 녹아내리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너무 남성위주 시각으로 쓰여진 거부감.새드와 매저가 종이한장차이? 살인자는 과연 무엇입니까? 그렇게 한마디로 정의해도 되나요

배군 2007-08-1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디스트와 매저키스트가 종이 한장 차이라는 것은 저도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런 동감이 프로이트와 라깡의 이론을 공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겠죠.
길게 설명하기는 저도 유식한 사람이 못되서 자세히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프로이트 혹은 라깡은 원인은 비슷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인데 그에 따른 반응이 남성적(적극적) / 여성적(소극적)이냐에 따라서 두가지의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깡은 여기에 보다 추가적인 설명은 했는데... 워낙 이론적인 부분이라 저도 책을 뒤적거려야지 설명이 가능할 것 같군요.

살인자는... 솔직히 클라라에 대한 분석은 거의 전무하고 그냥 그녀가 사건의 원인으로 다뤄지죠. 근데 어째서라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죽여버렸을지도 모르죠. ^^;;;
오이디푸스 이론을 통해서 일정부분 동기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글쎄요 그게 과연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대한 부분은 의문스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