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문학동네)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이 소설을 알게 된 과정은 무척 흔하고 단순하다. 듣자마자 지루할 정도로.
(데이빗 핀처가 감독한)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아주 재미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정도도 아니었다. 적당하게 관심이 가게 되어 언젠간 원작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대충 15년 정도가 지난 이제야 읽게 됐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졸음이 쏟아질 것이고 그냥 자거나 읽기를 멈춰도 괜찮을 것 같다. 앞으로 얘기할 것들도 그리 흥미롭진 않을 것이니.
영화에 비해서 원작은 (상대적으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아주 급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고. 다만, 요즘과 같이 속도감 있는 진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굼뜨다고 나무랄지도 모른다.
조금씩 감춰진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긴 하지만 이게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매력적인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리스베트라는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나오고 있지만 빠져들 정도는 아니었고. 살인을 계승한다는 내용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쇄살인을 이어간다는 게 가능할까?
인종주의가 꽤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약간이나마 환상이 혹은 호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 나라도 꽤 복잡한 구석이, 어두운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한 법이라는 생각도 들고. 복지국가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인 사람들이 갖고 있을 어떤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에 묵직한 망치질을 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혐오 혹은 삐뚤어진 욕망을 상세하게 파고들고 있고, 거기에 제대로 복수하고 있다. 꽤 과격한 방식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이 통쾌하다는 말을 꺼낼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발표 당시에도 인상적이겠지만 지금 시대에도 주목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여러 사정으로 모든 진실이 밝혀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주고 있다.
경제범죄에 대한 내용이 처음과 끝에서 무척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어쩌면 실종과 연쇄살인은 그걸 말하기-알리기 위한,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홍보 전략처럼 느껴질 정도다. 어떤 의미에서 (제목부터) 이 소설은 경제범죄를 어떤 식으로 단죄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자는 의도에서 미스터리-살인 소설로 내세워지고 포장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끝자락처럼 제대로 된 폭로가 과연 가능할까? 라는 부정적인 생각도 함께 들게 된다. 아마도 소설과 같은 결말을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아서인지 통렬하다는 느낌 보다는 너무 이상적인 마무리처럼 느껴진다.
읽는 재미는 분명히 있어서 막힘없이 읽긴 했다. 그렇다고 이 시리즈를 더 찾을 것 같진 않다.
#밀레니엄 #여자를증오한남자들 #스티그라르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