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지음, 조동섭 옮김 / 세계사 / 2023년 7월
평점 :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글로브 각본상, 아카데미 각본상 2회 수상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천재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첫 소설. 제2차세계대전 후, 할리우드에서 가장 화려했던 이름들이 몰락하고, 히피, 반문화, 로큰롤과 함께 샛별들이 떠오르는 시기. 황금기 할리우드의 그 찬란한 빛바램을 타란티노답게, 맛있고, 재미있고, 잔인하게 담아냈다.
한물간 왕년의 스타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가 히피들과 로큰롤이 지배하는, 빠르게 변해버린 할리우드에서 커리어의 몰락과 새로운 길 사이에서 헤매는 가운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캘리포니아를 충격에 빠뜨린 살인사건의 배후, 히피들의 교주 찰스 맨슨과 그의 패밀리, 섹시 아이콘 샤론 테이트, 서부극의 대스타 스티브 맥퀸과 이소룡 같은 실존 인물들과 주인공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눈을 뗄 수 없는 몰입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한밤중, 릭 달튼에게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는 과연 어떤 세계로 그를 안내할 것인가?”
‘킬 빌'은 제가 태어나서 만들어야 할 영화예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제 걸작이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예요
쿠엔틴 타란티노는 한껏 애정을 쏟아내며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는다.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좋다고도 말할 수 없는 정도? 그의 다른 걸작들을 생각한다면 뒷자리에 혹은 어중간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이나 나중이나 이 생각이 바뀔 것 같진 않고.
스스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영화라 그런가? 타란티노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를 소설로도 발표했고, 좀 더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쁜 영화라 말할 정도는 아니고 적당하게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인지, 말은 이렇게 해도 그의 다른 영화와는 조금은 남다른 애정이 생겼는지 소설로도 접해보고 싶어서 읽어보게 됐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배경” 혹은 영화(또는 TV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화가 갖고 있는 진부함이랄까? 어떤 딴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거리감? 을 재치 있게 피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상세하게 해줄 수 없는 설명을 수다스럽게 잔뜩 떠벌리고 있기도 하고. 좀 더 풍성하게 이야기를 꾸미고 채워주고, 이야기꾼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읽는 재미는 충분했다. 영화보다 낫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 수준을 지켜내고 있기도 하고.
좋은 게 특별하게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어정쩡하거나 후진 것도 없어서 타란티노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걸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의 다른 영화들도 이런 식으로 발표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고. 꽤 재미나게 이야기가 채워지지 않을까?
각 등장인물에 관한 세부적인 설명과 몇몇 다른 이야기들이 더해지면서 영화와는 다른 모양새가 있어 영화가 괜찮았다면 이것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다만, 끄트머리에서는 많이 다른 마무리를 해주고 있다. 어쩌면 원래는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마무리다. 소설의 결말을 접하면 영화의 끝자락은 영화로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나 절충안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조금은 흥미롭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영화에서 다뤄진 도살극이 소설에서는 전혀 없었다. 좀 더 낭만적으로 끝내고 있고.
소설을 읽게 되니 영화가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졌는지 좀 더 이해되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인지 타란티노만의 아련함을 알 수 있었고. 이 소설처럼 영화를 만들었다면 더 많은 관객이 외면할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나라면 더 좋아했을 것 같은 완성이었다. 그런 점에서 소설과 같은 진행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그런 식으로 영화가 완성될 순 없었을 것 같지만 잠시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 결론? 또는 선택은? 소설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타란티노가 어째서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다.
그는 1960년대 말 할리우드의 어떤 하루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뒷소문도 사고와 사건과 별별 일들이 있었던 그 당시를 그리워하고 회상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때가 좋았지~ 식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정말 그걸 담고 싶었던 것 같다.
’재키 브라운‘ 이후로 볼 수 없었던 감수성을 잠시 드러내고 있다.
#원스어폰어타임인할리우드 #쿠엔틴타란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