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 개정판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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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루덴스

 

중세의 가을이 제목부터 인상적이었고, ‘호모 루덴스또한 왠지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제목이었다. 그런 기분으로 읽었고, 흥미로운 입장이고 논의였던 것은 기억나지만 읽었던 내용 대부분을 까먹어서인지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펼치게 됐다. 기억나는 게 없어서 다시 읽기 보다는 처음 읽는다는 말이 맞을 것 같고.

 

놀이

 

중세의 가을이 워낙 알려져 있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이 책으로 더 많이 언급되는 것 같은 요한 하위징아는 우리들이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놀이라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며 인간에게 놀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세밀하게 파고들려고 하고 있다.

 

모든 문화 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두고 예술사와 종교사 등 인류 문명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동원하여 인류의 문화를 놀이적 관점에서 고찰한 책으로 저자는 놀이에 따르고, 놀이에 승복하며, 놀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문명을 빛나게 한다고 주장한다.

생로병사와 관련된 모든 삶의 통과 의례였던 고대인들의 제의는 음악과 춤과 놀이로 이루어졌는데, 인간의 몸과 영혼을 동원해서 사물을 표현하려는 자연스러운 욕구에서 발생한 놀이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고 진단한다.”

 

이런 식의 입장 속에서 놀이를 다시 정의하고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특징과 특별함, 그리고 다양한 영역에서 어떻게 놀이의 요소를 찾을 수 있는지 등 놀이를 통해서 수많은 것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

 

고대 사람들은 모든 인간의 행위를 놀이로 부르며 그것을 지혜로 여겼다. 일부 사람들은 놀이를 천박하다고 생각하지만 놀이 개념은 이 세상의 생활과 행위에서 분명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우리 문명은 놀이 속에서 생겨나고, 놀이로서 발전해 왔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놀이 개념을 문화의 개념과 통합시키려고 한다. 근래 이전에는 놀이와 문화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관찰되거나 표현되지 않았다. 저자는 여러 문화 현상들 속에 얼마만큼 놀이의 특성이 담겨 있는지 탐구하고 있으며, 진정하고 순수한 놀이가 문명의 주된 기반들 중 하나임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진정한 문명은 특정 놀이 요소가 없는 곳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인간 사회의 중요한 원형적 행위들언어, 신화, 의례, 법률, 사냥, 전쟁, 종교, 시가(詩歌), 철학, 예술 등은 처음부터 놀이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었다. 언어에서 은유는 말을 가지고 하는 놀이이며, 신화에서 상상력이 빚은 환상적인 정신은 농담(놀이)과 진담(진지함)의 경계선을 무시로 넘나든다. 신비 의례, 희생제의 같은 원시 사회의 예식은 순수한 놀이 정신의 구체화이다. 문명사회의 위대한 본능적 힘인 법과 질서, 상업과 이익, 기술과 예술, 시가, 지혜, 과학 등은 놀이라는 원초적 토양에서 자양을 얻는다.”

 

하지만 이런 놀이가 점점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즐거움과 흥겨움을 동반하는 가장 자유롭고 해방된 활동,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활동인 놀이가 법률, 문학, 예술, 종교, 철학을 탄생시키는 데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저자는 현대에 이르러서 일과 놀이가 분리되고, 단순히 놀기 위한 놀이는 퇴폐적인 것으로 변질되었다며 고대의 신성하고 삶이 충만한 놀이 정신의 회복을 바란다. 그는 놀이에 따르고, 놀이에 승복하며, 놀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문명을 빛나게 한다고 말한다.”

 

놀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이들에게 무척 흥미로운 논의를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이 꾸준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저자의 논의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이진 않을까?

 

다시 읽었어도 아주 잘 이해했다 말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상적이고 흥미롭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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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유산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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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

1931.10.19 2020.12.12

 

 

존 르 카레의 죽음이 느닷없거나 충격적인 건 아니지만 분명 마음 한구석에 슬픔이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쩐지 그의 소설을 몇 개 더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때맞춰 (공교로운 것인지 의미심장한 것인지 그게 아니면 시의적절한 것인지) 읽게 된 스파이의 유산은 마치 존 르 카레 자신의 과거를 되짚듯 혹은 부끄러운 뒷모습이 들춰지려는 것을 막기도 하고 곰곰이 기억을 되살리듯이 피터 길럼을 통해서 그때 그 시절을, 조지 스마일리가 서커스에서 지내던 그 순간을 다시 회고하고 있다.

 

추억이란 항상 아름다운 부분만 남겨두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싶고 마음에 드는 순간만 떠올리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이지만 이 소설은 바로 그런 부분을 괴로우리만큼 후벼 파고 있고 감춰두고 싶은 과거를 계속해서 들춰내고 있다. 그런 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익숙한 이름-이들을 소환하고 있고 기억해내고 있다.

 

그걸 존 르 카레 본인이 직접하고 있으니 거기에 대해서 뭘 말하고 싶어지진 않게 된다. 남들이 아닌 그 스스로 하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어떤 의미에서는 그의 유작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잔인한 혹은 고통스러운 회상을 통해서 비어져 있던 부분들을 보여주면서 어떤 식으로 과거를 재구성하는지 조심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다.

 

초인적인 활약을 펼치는 화려한 스파이가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를 품은 동시대 인물로 스파이를 그려 온 르카레. 흥미롭게도 이번 작품은 르카레의 분신 같은 캐릭터 스마일리가 주인공이 아니라, 스마일리의 부하 피터 길럼의 1인칭 소설이다. 길럼은 이미 스파이에서 은퇴한 상태지만 과거 사건이 문제가 되자 다시 한번 정보부의 부름을 받는다. 추운 나라에 이어 유산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윈드폴 작전>의 앨릭 리머스는 물론 컨트롤, 한스-디터 문트, 빌 헤이든, 짐 프리도까지 르카레의 팬이라면 반가워할 이름들이 속속 등장한다.

르카레는 유산을 통해 바로 지금 이 시점에서 냉전기를 되돌아보며, <그때 우리가 한 일은 무엇 때문이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냉전기를 살던 사람들이 냉전이 끝나면 펼쳐지리라 생각했던 이상적인 세계와 달리, 현대 세계에는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고 냉전의 유산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힌다. <그때 우리가 한 일은 무엇 때문이었나>라는 질문은 사실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향해 있는 질문인 것이다.”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냉전에 대한 회고를 그리고 남겨진 유산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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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이후 프런티어21 13
테리 이글턴 지음, 이재원 옮김 / 길(도서출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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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도중 책을 잃어버려 무척 안타까웠었고 그런 경험 때문에 언젠간 꼭 다시-제대로 다 읽겠다는 다짐을 했다가 이제야 읽게 된 이론 이후는 처음 읽던 적에 비해서는 덜 인상적이지만 그럼에도 무척 의미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론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자 하는 테리 이글턴의 문제작. 인간은 결국 '이론'을 통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로소 자신을 성찰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논리를 치밀한 문화이론을 바탕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그 굴곡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테리 이글턴은 이론의 죽음-무의미를 말하는 세상에서 이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포스트 어쩌고를 말하는 모든 이들에게 과연 그들의 생각이 옳은지 묻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그 연유를 따져보고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글턴은 진리와 객관성부터 죽음과 악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육체를 지닌 종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존재 조건에 근거해 근본적으로 재해석한다. 이런 주제들에 그렇다면 왜 '이론'을 들이대야만 하는가. 그것에 대해 이글턴은 이론이란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불편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들이 스리슬쩍 말하기를 꺼리고 있는 순간에 테리 이글턴은 이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용감하기도 하고 무모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를 옹호하고 싶어진다.

 

모든 시대, 위대한 사상과 이론이 풍미하기 마련이다. 20세기 역시 수많은 사상가들이 다양한 철학적 탐구를 비롯한 많은 이론들을 쏟아냈다. 자크 라캉, 미셸 푸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루이 알튀세르 등을 비롯해 위르겐 하버마스, 레이먼드 윌리엄스, 자크 데리다 등 실로 거장들의 이름을 수없이 거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세기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간 시기였다고 규정할 수 있다. 거대담론은 해체되었으며 합의는 압제적인 것이고, 연대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획일성으로 치부되었다. 즉 어떤 총체로서의 사회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마르크스주의는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헌신짝처럼 내던져졌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금 '이론'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자 하는 테리 이글턴의 문제작이 출간되어 결국 인간은 '이론'을 통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로소 자신을 성찰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논리를 치밀한 문화이론을 바탕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그 굴곡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문화이론이 등한시했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들 진리, 객관성, 도덕, 토대, 본질, 평등, 사랑, 무관심성, 죽음, 악 등 에 대해 좀더 치밀한 연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하지만 이런 주제들은 이미 다 알려져 있는 것들이 아닌가 라고 치부되기 십상이다. 굳이 이런 것들을 '이론'이라는 틀로서만 이해하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론 이후는 단지 이론에 관해서만 다루는 것이 아닌 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 말고도 다른 것들에 대해서 좀 더 폭넓게 다루는 부분들도 있어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논의를 해주고 있다. 과연 이론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맞는 것인지 조금은 의구심을 느끼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며 생각을 가다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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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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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당시 이렇게까지 길게 이어질 줄 몰랐으리라 생각되는 잭 리처 시리즈의 2번째 이야기 탈주자는 지금 봐서는 아직은 덜 자리 다듬어졌다는 느낌만 가득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서 지금과 같은 모양새가 되었음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아직은 설익기만 했다. 그래도 잭 리처는 잭 리처니 적당히 읽어낼 수 있었다.

 

잭 리처가 겪는 모험 중 이번의 경우는 한정된 공간(마을, 도시 등)에서 사건에 끼어들고 해결하는 것이 아닌 꽤 다양한 지역을 이동하고 있고 별의별 상황들을 겪고 있다. 최근의 모험들에서 볼 수 없는 나약해지는 순간이나 약점들도 보여주기도 하고.

 

전편 <추적자>에서 작가 리 차일드는 조지아 주 마그레이브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다루면서 플롯의 작은 재미들을 많이 보여주었다면, 이번 <탈주자>에서는 미국 전역을 무대로 한 블록버스터 적인 스케일과 액션을 보여준다.”

 

처음의 기묘한 상황에 비해서는 점점 지루함이 느껴질 정도로 재미를 잃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주 실망하진 않고 있다. 또한, 발표된 2008년 당시보다 지금 시기에 더 어울려 보이기도 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과 음모이론에 빠져든 과대망상자에 극우주의 과격분자들이 어떤 식으로 사고를 치는지 볼만하게 보여주고 있다.

 

잭 리처는 분명한 영웅이다. 그는 맨손으로 서너 명의 사내들은 가볍게 제압하고, 최고의 저격수를 가리는 윔블던에서 최고점을 받은 만큼 저격 총이 쥐어져 있다면 십수 명의 군인들과도 일당백으로 대치할 수 있으며 제압을 당한 상황에서도 적과의 심리학과 주위 사물을 통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리처가 전 세계 하드보일드 스릴러 독자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받아온 이유는 그의 이러한 액션 영웅적 면모와 함께 보여지는 안티 히어로적 측면이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리처는 자신이 최고인 것을 알고 있으며 어떠한 상황에도 적에게 밀리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 아는 인물이다. 하지만 리처는 그에게 다가오는 이 모든 위급상황들을 태평하고 느긋하게, 그리고 사회가 판단하는 정의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헤쳐 나간다. 이번 탈주자에서 리처는 정부와 민병대의 싸움에 본의 아니게 말려들지만, 그의 기준은 정부가 옳다’, 혹은 민병대가 옳다가 아니다. 전작 추적자와 마찬가지로 그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불행에 처한 사람이다.

물론 잭 리처 시리즈 자체가 하드보일드 스릴러이며 본격 상업 소설을 표방하기 때문에 보다 사상적이고 이념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추적자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리 차일드는 시원스럽고 페이지 터닝의 상업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면서도 특히 그 소재만큼은 분명히 사회 비판적인 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은 비단 이 두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작품을 꿰뚫는 공통적인 요소다.

바람처럼 유유자적하게 세상을 여행하며 사건이 해결되면 미련 없이 또 다른 장소로 떠나는 쿨한 매력,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분량을 부담 없이 한 번에 읽어내려가도록 하는 속도감, 그리고 하드보일드 스릴러 장르 자체의 파워풀한 박진감.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안티 히어로 영화를 보는 듯한 잭 리처 시리즈니 그냥 재미 차원에서 읽을 걸 찾는다면 이것만큼 적당한 것도 없을 것이다.“

 

아직은 군더더기가 느껴지는 이 시리즈가 어떤 식으로 현재와 같은 모양새가 되는지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뭐가 더해지고 뭐가 덜어졌는지를 찾게 된다. 잭 리처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들을 보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적당하게 즐길만한 이야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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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언어 -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 개의 풍경화, 개정판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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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지는 꽤 됐지만 어쩐지 읽기를 계속 미루다 이제야 읽어봤다. 항상 게으름이 말썽이다. 저자의 책을 구할 수 있으면 곧장 사고 읽어왔지만 감염된 언어는 이상할 정도로 손이 잘 가지 않았었다. 다른 책들에 비해서 조금은 학술적인 성격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개의 풍경화를 부제로 한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주로 다루는 것은 소위 `언어순결주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다. '인류문화의 역사는 감염의 역사이며 그 역사를 실어 나르는 언어의 역사도 감염의 역사'라는 레토릭으로 대표되는 지은이의 언어관은 언어순결주의에 대한 비판, 보다 더 나아가서 언어의 보편성, 언어의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담지하고 있다.

지금도 종종 논란에 오르곤 하는 영어 공용화 문제, 한자 문제, 언어 민족주의 문제에 대해 이 에세이집은 출간된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곱씹어볼만한 생각꺼리들을 제공한다. 그 성찰을 실어나르는 지은이의 명료한 문체를 맛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묘미다.”

 

저자는 언어의 순수성에 대해서 의문스러운-부정적인 입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에 대한 순수함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반대를 말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영어공용어화 논쟁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하고, 한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짧게 알려주기도 한다.

 

영어공용어화에 대한 생각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적당히 수긍하게 되고 뭘 말하고 싶은지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영어공용어화에 대해서는 조금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싶어지게 된다. 조금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섞임과 스밈이라는 언어에 대한 생각을 불만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인지 흥미롭게 읽혀졌다. 한자에 대해서나 다른 나머지 내용에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었고.

 

한국어 혹은 언어를 다룬 저자의 다른 책들보다 좀 더 인상 깊은 내용들이 많았다. 어디선가 저자 본인도 자신의 여러 책들 중 이걸 추천했던 기억도 나고. 저자에 관심 있다면, 그리고 언어/한국어에 호기심이 있다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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