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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전 한국을 걷다 - 을사조약 전야 대한제국 여행기
아손 그렙스트 지음, 김상열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1월
평점 :
을사조약 전 일본에서 취재중이던 스웨덴 기자 아손은 일본의 취재통제로 인하여 빈둥거리다가 뭔가 해보기로 하고 지도를 펼쳐든다. 그때 스웨댄 해군 장교가 나라면 코레아로 가겠노라며 부추긴다.
그리하여 스웨덴 기자 아손의 코레아 여행이 시작된다.
첫발을 디딘 곳은 부산.
거리는 좁고 불결했으며, 가옥은 낮고 볼품이 없었다. 일본에서처럼 상점이나 눈길을 끄는 오래된 절도 없었다. 사방에서 악취가 풍겼으며, 문밖에는 집에서 버린 쓰레기가 쌓여 있고, 털이 길고 측은한 모습의 개들이 주위에 모여 먹을만한 것을 찾고 있었다. 여기저기에 말라붙은 하수도가 있는데, 끈적끈적한 바닥에서 온갖 종류의 오물들이 썩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머리가 더펄더펄하는 애들이 놀고 있었는데 어제 그제 세수한 얼굴은 결코 아니었다.
이것이 근대화 초기 우리의 모습이었다. 인정할건 인정하자. 서양인의 편견이 아니라사실이다.
아손 기자는 운이 좋게도 경부선 열차의 첫 손님이 된다. 기차의 기적 소리에 우르르 도망가는 사람들. 마치 부시맨의 한장면을 연상케 한다. 아손은 일본군 대위와 함께 같은 칸에 타게된다. 아손이 대위에게 받은 인상은 매우긍정적이다. 우리가 일본하면 생각하는 부정적 이미지는 없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일본은 맨 처음 군인을 주둔시키면서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조심하고 교양있는 행동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매우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러나 그 이후 일본에서 별 빛을 보지 못하는 하층민들이 기회를 잡기위해 대한제국으로 대거 이전해 오면서 그들의 오만불손함이 한국민의 감정에 악영향을 주게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매우 설득력 있다.
당시 대한제국에 주재하던 독일 대사와 선교사 의사들도 등장한다. 독일 대사는 작은 나라 코레아의 운명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전 세계에 일본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온몸으로 맞서는 외국인이 있었다. 이런 자들이 있어 역사의 진실을 남는가 보다.
아주 흥미로운것은 아손이 묘사한 순종의 모습이다.
태자는 아주 못생긴 얼굴이었다. 작고 뚱뚱한 체격에다가 얼굴은 희멀겋고 부은 듯해서 생기가 없어 보였다. 입술은 두꺼워 육감적이었고, 코는 납작했으며, 넓은 눈썹사이로 주름살이 움푹 파여 있었다. 노란 두 눈을 신경질적으로 연방 깜빡거리면서 한시도 쉴새 없이 이곳저곳에 시선을 돌려대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봐서 인상이 찡그린 돼지의 면상을 보는 것 같았고, 무슨 악독한 괴물을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바로 망국의 길에 들어선 한 왕조의 마지막 자손이었고 코레아의 마지막 황제가될 사람이었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아주 잘생긴 미남자였다하더라도 그런 혼란의 시절을 황태자로 살아내자면 어찌 곤하지 않았겠는가.
대단한 민족주의자만 아니라면 매우 흥미로운 책이 될것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우리의 100년전 모습을 긍정하기만 한다면 생활사 자료로 매우 귀중한 책이라 하겠다.
그러나 만일 본인이 한민족의 우수성(이런게 있나 모르겠다만)을 높이 사고, 우리가 위대한 민족임을 추호도 의심치 않는다면 매우 불쾌한 책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