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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방랑하는 사람들
밀다 드뤼케 지음, 장혜경 옮김 / 큰나무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여름 휴가가 끝나면 그 다음 여름 휴가를 계획한다. 항상 어딘가 떠나기를 계획하고, 여행서적과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이며 정신적 방랑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도 함께 떠났다.
우선 부러운 것은 저자는 언제라도 떠났다가 돌아오면 다시 시작할 근거가 탄탄한 사람이다. 나처럼 떠나서 아예 안돌아 오거나 돌아오고자 한다면 떠나기 쉽지 않은 보통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의 바다 유랑자들인 바조족과 2번이나 함께 기약없이 떠날 수 있었다.
바조족은 평생을 바다를 유랑하며 산다. 일하고 싶을때 일하고 해삼과 물고기를 잡아 판 돈으로 설탕과 커피와 담배를 사고. 다시 떠돌다 그것들이 떨어지면 일해서 다시 바꾸고. 가진 재산은 배와 옷가지 몇개와 냄비 뿐. 육지에 영원히 정착하는 것은 죽었을때 뿐이다. 죽어서 인근 섬에 묻힐때 비로소 땅에 정착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수상 가옥을 만들고 돈을 빌려주어 정착하게 한다. 그러나 그 대부는 다시 더 큰 빚이 되어 바조족을 부자유의 상태로 얽어 맨다. 해변의 집단 수상가옥은 해양오염을 초래 하겠지. 그 빚을 갚기 위해 폭약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바조족도 생겨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정부의 관광 수입에도 큰 기여를 하고 바조족의 행복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을.
책을 보면서 저자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진 것이 내내 맘에 걸렸다. 돈이 있다는 것이 우리가 가진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그녀는 돈을 주고 각종 물건들을 구입해서 바조족에게 제공한다.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상어를 잡아 포를 뜨고 물고기를 팔기 위해 어망에 가둬 보관하는 일에도 무척 언잖아 하며 자비심을 베푸는 척 한다. 서양인들의 이런식의 동정심과 자비심은 종종 역겨움을 불러 일으킨다.
진정한 자유인 옴 라할리는 피고용인이 된 바조족에 관해 말하면서 더불어 소유에 관하여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이제 보스가 생겼군. 일하기 싫어도 매일 일을 해야 해. 그 대가로 돈을 받아서 배에 어울리지도 않는 물건들을 사겠지. 그리고 그 물건들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을 거야. 그는 이제 자유인이 아니야."
나도 곧 떠날것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첨언 : 앞으로 차이나 타운에서 삼선 짬뽕을 먹거나 해삼 쥬스를 먹을때 바조족이 생각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