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묻다
김길웅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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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묻다>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에서 각각 중복되는 신들의 이름이 항상 헛갈렸었다.

이 책에는 주요 신들의 그리스 신화명과 로마 신화명이 구분되어 나와 있어서 읽으면서 정리를 해 두었다. 참 요긴하게 쓰일 듯하다.

그리스(로마) ...이렇게 써 보자.

제우스(유피테르), 헤라(유노), 포세이돈(넵투투스), 아프로디테(베누스), 헤르메스(메르쿠리우스), 디오니소스(바쿠스)

아~앓던 이 빠진 것마냥 속이 다 시원하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읽어나간다.

 

신화는 수천 년을 내려오는 동안 인간의 지성이 농축된 인류문화의 보고이다. 신화는 단순히 허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시공을 뛰어넘는 삶의 원형적 진실이 녹아 있고 보편성이 검증된 원천소재들이 기발한 상상력에 담겨 보존된 것이다...우리 저자들은 지난 몇 해 동안 신화를 리더십에 활용하려고 시도했고, 이를 위해 신화학자와 경영학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충분한 토론을 해왔다.

페이지 : -5(저자 서문)

 

그렇게 해서 5명의 공동저자가 리더십과 관련된 열 가지 주제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이다.

열 가지 주제란, 다음과 같다.

 

 인간미, 소통, 신념과 의지, 비전 제시, 창의 혁신, 의사결정, 관리·통솔, 정치, 위기관리, 진정성과 성찰, 아름다운 마무리.

 

보통 신화라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5명의 저자 전공을 보면 서양고전학, 중국 신화역사와 일본의 역사적 인물, 한국 고전문학 등으로 다양하며, 5명의 저자 외에 경영학과 마케팅 전공, 인사 조직 전공의 교수들이 힘을 보태어 인문학과 경영학이 결합한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한 명의 저자가 박학함으로 이것저것 끌어다 붙여 두루뭉술하게 엮어간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공에 대해 확실한 지식으로 전달해주는 것이기에 강의를 듣는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10개의 리더십 파트를 20장의 챕터로 나누었고, 5명의 저자가 번갈아가며 작성했기에 지루하지도 않고 각자의 개성과 톤이 묻어나는 글들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또한 쏠쏠하다.

 

특히 잘 아는 그리스 신화의 디오소스, 헤르메스, 헤라클레스, 프로메테우스, 헤파이스토스, 제우스, 아테나, 아폴론 같은 신들의 리더십 외에도 로마 신화 부분의 아이네아스, 리쿠르고스, 오디세우스와 같은 인물은 쉽게 접하기 힘든 인물들이라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기쁨도 또한 누릴 수 있어서 “지적 유희”의 최고치에 다다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제준, 여와 예, 순임금, 칭기즈칸,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 등의 리더십도 흔한 듯 하지만 한 번 더 접하니 새로웠고, 한국 신화에서는 바리데기를 소재로 하여 어떻게 아름다운 마무리가 이루어지는가를 분석했다. 게르만 신화부분은 지혜를 얻기 위해 눈을 내준 오딘을 중심으로 신화에서 성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다루었다.

 

이야기 중심의 신화 읽기가 아니라 리더십의 요소를 가진 인물들을 탐구하는 자세로 신화를 읽으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5명의 저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뿜어내는 신화의 색댜른 매력. 참신한 주제와 더불어 필진들의 노고 또한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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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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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을 말살할 목적으로 대량 학살하는 행위

 

“어째서 우리는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13계단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섬뜩한 소재의 소설을 가지고 돌아왔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도 전 단계에서 진화한 것인데,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래에는 인간을 넘어선 새로운 종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가정 하에 전개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소설.

 

인류 멸망의 가능성

아프리카에 신종 생물 출현

미국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 자료에 오른 보고에서부터 이 소설은 출발한다.

 

일본의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는 뜻하지 않게 아버지의 죽음을 맞으며 아버지가 남긴 의문 투성이의 메일을 마주대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경찰에 쫓기는 상황에서 메일의 지시대로 도착한 곳은 한 실험실. 거기서 그는 아버지가 마치지 못한 신약개발을 마저 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가 남긴 노트북에 남아 있는 시뮬레이터 ‘기프트’는 현재 과학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프로그램. 도대체 이 프로그램은 누가 만든 것인가?

 

한편, ‘폐포 상피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비밀스런 작전에 투입된 용병 조너선 예거. 4명이 팀을 이뤄 아프리카 콩고에 잠입해 들어간다.

작전 암호 ‘가디언’

콩코 이투리 숲의 음부티족 ‘캉가 밴드’를 제노사이드 하라!

1. 캉가 밴드 40명의 사체를 촬영하여 보낼 것.

2. 백인 남성 ‘나이젤 피어스’는 신종 바이러스의 매개체이므로 그를 죽이는 것이 인류멸망에서 구하는 길.

3. 나이젤 피어스의 소형 컴퓨터 압수

4. 본 적 없는 생물과 조우하면 제일 먼저 사살

 

그리고 이들과 별개로 미국 대통령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슈나이더 연구소의 젊은 분석관 ‘천재’ 아서 루벤스는 '네메시스' 작전을 가동 중이다.

하이즈먼 리포트의 심각성에 적극 대처하는 작전이다. 거기서 주목하는 대상은 ‘nous'

아서 루벤스가 '가디언'을 출동시킨 진짜 목적은 이 세상에 한 개체밖에 없는 인류종, 단 한 사람을 ‘제노사이드’ 하는 것이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독자인 내 눈에는 각각의 상황이 눈에 잡힐 듯이 선한데, 소설 속의 인물들은 각자의 테두리에서 점점 사건의 핵심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좀 있으면 밝혀질 진실. 작전 '가디언'에서 말하는 본 적 없는 생물과 '네메시스'에서 말하는 누스는 동일인물이다.

좀 더 자세히 밝히면 하이즈먼 리포트 #5에서 말한 “초인류”가 나타난 것이다.

초인류의 상정 능력은 다음과 같다. 제 4차원 이해, 제 6감의 획득,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 보유, 우리 지적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적 특질의 소유, 마지막으로 전체의 복잡한 상황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점.

 

콩고에서 캉가 밴드를 찾아낸 예거 용병 일행은 백인 남성 나이젤 피어스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살하려는 순간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꼬마 ‘아키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 생물의 최대 특징은 한 번 보기만 해도 미지의 생물이라는 점을 알게 될 거라는 점이다.”

 

인간의 유아와 비슷한 생물의 머리는 걸맞지 않게 비대했다. 발달된 전두부가 둥글게 튀어나왔고, 이마에서 턱에 걸쳐서 윤곽이 급격하게 좁아져서 삼각형을 그렸다. 몸집은 세 살배기 어린애 정도였지만 얼굴은 그보다 어렸다. 아직 두개골이 고정되지 않은 신생아의 오밀조밀한 얼굴은 그대로이고 목부터 아래만 성장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인간의 유아와 크게 다른 특징이 있었다. 좌우 고자놀이 쪽으로 올라간 큰 눈이었다. 눈을 치뜨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서 명석한 의식과 지성이 느껴졌다.

 

“뭐야, 이건?”-241

 

잔혹한 인간이 인류의 생존을 걸고 미지의 진화한 생물을 제노사이드 하라고 지시했지만 “초인류” 아키리는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사실, 오싹하게도 콩고에 잠입한 예거 일행을 선별한 것도 아키리의 사전기준에 의한 것. 미정보부의 암호를 쉽게 해독하며 정보를 알아낸 나이젤과 아키리 일당(아프리카에 있는 나이젤과 아키리 외에 통신망을 통해 그들을 도와주는 비밀의 인물이 둘 더 있다. )에 회유되어 예거 일행은 콩고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바로 이 시점에 일본에서 ‘기프트’를 이용하여 약을 만들던 겐토에게도 나이젤과의 연락이 닿게 된다. 그들로부터 ‘폐포 상피 경화증’이란 불치병의 약을 예거의 아들을 위해 2월 28일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전해 들은 겐토는 목표의식을 가지게 되고 ‘기프트’를 만든 것이“초인류”임을 확신하게 된다. 똑똑한 한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신약개발에 점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

 

 

미래의 인간은 불시에 와서 우리를 멸망시키려 든다.-하이즈먼 리포트 중.

 

예거 일당의 탈출 시도로 “초인류”의 존재를 확인한 슈나이더 연구소의 분석관 아서는 인류의 존망을 걸고 누스 일당과의 한판을 준비하는데...

 

상상 속에만 있을지도 모를 초인류의 존재 앞에서 우리 인간은 왜 이렇게 초라하게만 보이는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마는 것은, 바로 우리 현생인류의 결함을 말해주고 있는 특질을 가진 초인류를 상정했기 때문이다. 부족하면 반드시 싸움이 일어나는 생물인 인간. 역사를 거듭할수록 이어지고 이어지는 인간의 잔인한 본성.

작가가 얼핏 언급하고 지나간 한국인의 ‘情’이란 것은 어떤 의도로 넣은 것일까.

제노사이드와 정을 연결지으니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비치는 것도 같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나와 내 옆의 인간, 그리고 인류, 미래를 바라보게 만드는 책을 지금이라도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장대한 스케일에 걸맞는 문제의식과 안목을 보여준 탁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선택해 읽은 나의 안목 또한...원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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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 서당 1 - 사물의 개념을 잡아 주는 320자 1
김성동 지음, 오은영 그림 / 청년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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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 서당>-천자문의 삼분의 일?

사물의 개념을 잡아 주는 320자

 

옛날 서당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배우는 것은 천자문이었다.

요즘도 한자의 기초를 배우려거나 한자에 입문하려는 이들은 천자문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뭐, 학교에 진학할 요량으로 한자급수를 따기에 급급한 사람들은 좀 처지가 다를 테다.

시중에 널리고 널린 것이 한자 급수 책이니.

8급, 7급, 6급, 5급...무슨 기준으로 그렇게 급수를 나누어서 한자를 외우는지 나는 아직 이해가 안 가지만은 그렇게 무슨 급수가 나뉘어져 있더라.

천자문은 그냥 1000자를 외우는 것이 아니다.

잘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8자씩 따로 떼어져 있어서 8자가 한 구절이 되는 방식이다.

 

천지현황 우주홍황...이런 식으로 말이다.

8자의 구절안에는 각각 천지만물의 이치를 설파한 내용이 들어있어 글자 하나하나의 뜻을 음을 익히는 데서만 그치면 그 천자문 공부는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 나에게는 초급자들이 익히는 책으로 한자급수책보다 천자문이 익숙한데, 이 책에서는 320자를 제시하고 있다.

1000자도 아니고 320자라?

그 자리에 선 채로 책을 휘리릭 넘겨보았다.

반듯한 서예 글씨로 5자씩 묶여 쓰여 있고 거기에 딸린 이야기들이 술술 풀어져 나온다.

 

天日月星辰 옆에는 ‘하늘에는 무엇이 있는가’란 제목으로 글이 딸려 있고, 風雲雨雪霜 옆에는 움직이는 비란 제목으로 글이 딸려 나오는 식이다.

천자문과 비슷한 구조이긴 하면서도 뭔가 다르다. 뭐지?

궁금증이 일어 집으로 덜컥 들였다.

320자는 작가 김성동의 6대조께서 지은 것이란다.

 

자라나는 집안 아이들한테 천지만물에 대한 뭉뚱그린 생각을 알려 주기 위하여 만드신 으뜸본 뱀뱀이책이지요. 글씨 또한 그 어른께서 쓰신 것으로, 조선 왕조 순조 때 당상관 무신이셨던 어른답게 반듯한 해서가 돋보입니다. -머리글

 

 

천자문과 320자가 다른 것은 무엇인가?

우선 우리가 쓰는 ‘漢字’라는 말 대신 작가는 ‘眞書’라는 말을 쓴다. 진서는 풀어쓰면 ‘참글’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진서’를 ‘한자’로 비뚤게 씀으로써 우리 겨레의 빛나고 오랜 역사를 훼손당했다고 말한다.

진서는 천자문으로부터 비롯하여 천자문을 떼고 나서는 명심보감, 통감, 소학의 순서로 공부해간다.

그런데 천자문은 중국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므로 그 뜻이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기본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 문제가 있다.

큰 틀에서 ‘天地人’ 三才를 아우르는 이 320자는 그 점을 벌충하여 만든 것이란다.

천자문을 우리 식으로 체화한 것.

 

아~

이런 노력을 한 이도 있었구나.

이제껏 진서의 기본으로 천자문을 익힌 나는 중국 중심의 세계관으로 길러지고 있었구나!

어린 시절 한석봉의 글씨체로 멋들어지게 씌어진 천자문을 하나하나 베껴가면서 공부했던 나는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 것인가!

얘들아, 너희들은 똑똑한 엄마를 만났으니 걱정 말거라.

진서를 기본부터 차근차근 알려줄 터이니.

흐흐흐.

아이들은 엄마의 얼굴에 번지는 이상야릇한 웃음에서 뭔가 불길한 낌새를 챘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질친다.

얘들아, 이리와~

천자문의 삼분의 일 분량이란다.

금세 끝낼 수 있어.

똑똑한 아이라면 일주일에도 한글을 깨친다고 했어.

너희들은 한글을 이미 다 깨친 아이들이니 진서 쯤이야, 뭐. 그치?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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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 : 우리 집에 놀러 올래? - 2012 네덜란드 실버브러시상 수상작 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
카리나 샤프만 글.그림, 모난돌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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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스토리가 있는 놀잇감!!

 

-샘과 줄리아는 재벌 2세?-

 

따스한 느낌의 헝겊 인형 꼬마 생쥐 샘과 줄리아가 주인공이다.

샘과 줄리아는 어른의 눈으로 보면 아마 재벌 2세쯤 되나보다.

집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물론 샘과 줄리아가 만든 집은 아니고 부모님의 집이겠지만.

그런데 부모님의 집이라 하기에도 좀 부적절하고...

아~

생쥐의 가족은 사람의 가족과는 다른 구조였지. 그래서 식구가 많은가? 방도 여러 개고?

샘과 줄리아네 가족은 일단 대가족이다.

독특하게도 집 안에 이웃, 사촌, 친구들이 다 살고 있다.

여기서 고개를 갸웃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그건 하나의 집이 아니란 말이잖아?

 

ㅋㅋ. 책을 펼쳐 보면 안다.

 

샘과 줄리아가 사는 생쥐 아파트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집이다.

일단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파트 전면의 방은 8개이다.

바이올린을 켜는 이웃의 집, 세쌍둥이의 방, 빵가게, 존 삼촌의 작업실, 세탁실, 샘의 방, 꼬마 소피의 방, 숙모네 집.

아파트 후면에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방은 모두 6개.

고모네 집, 샘의 선원 할아버지의 집, 줄리아네 집, 재활용품 창고,샘 할머니네 부엌, 없는 물건이 없는 가게.

샘과 줄리아네 집에 놀러 가고 싶다. 한 번 초대해 주지 않으련?

 

샘과 줄리아의 집은 작가가 3년동안 수작업으로 병뚜껑, 종이,아이스크림 막대, 애나멜 조각,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모아 온 천조각 등의 재활용품들만 사용해 만든 것이란다. 앞뒤좌우 양 측면까지 100개가 넘는 방이 갖춰져 있다. 각각의 방마다 인테리어를 하고 주인공을 만들어 넣었으니, 100개가 넘는 에피소드가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

 

 

-스토리가 있는 놀잇감-

 

마트에서 어린이날이면 아이들이 북적이는 인형의 집 코너. 거기서 팔고 있는 인형의 집들은 모두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모든 놀이는 재료를 고르고 만드는 데서부터 스토리가 생기고 애정이 깃들이는 법인데, 요즘 아이들은 만들어 파는 재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 아이들의 놀잇감에 스토리며 애정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샘과 줄리아의 집은 방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매일매일 다른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마법의 방이다.

물론 직접 만들어낸 작가만큼 커다란 애정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사진으로만 보아도 무궁무진 이야기 꽃을 피워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비록 집은 크지만 실제 재벌 2세가 아닌 샘과 줄리아의 집이므로 호화롭거나 세련된 인테리어가 가득하진 않더라도 정감있고 따스함이 묻어나는 인형의 집은 아이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환상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기에 충분하다. 제빵사, 과학자, 아나운서, 스튜디오 업자, 광고일 하는 사람, 가게 주인, 고물장수, 선원 등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서로 다른 생쥐들이 사는 이곳을 탄생시킨 작가가 진짜 대단하다 생각된다.

재활용품을 이용해 이런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를 보면서 아이들이 “나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말을 꺼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기 손으로 만들고 장난감에 애착을 가지게 되고 만든 장난감에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여 붙여 나가면 우리 아이들의 정서는 훨씬 풍부해지고 따스하면서도 배려할 줄 아는 감성으로 충만해 질 터이다.

 

새로운 놀잇감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 준 이 놀라운 작품.

이제야 그녀의 노고가 세상에 나오게 되어 아쉽기도 하지만 이제서라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뚝딱뚝딱 뭔가를 만들어내는 멋진 맥가이버의 손이나 필요할 땐 언제든 튀어나오는 가제트의 손이 아니라서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너희들은 너희에게 잠재되어 있는 재능을 이 기회에 잘 살려보렴.

엄마를 닮지 않았다면 가능한 일이란다.^^

이야기에 푹 빠져 들어가 날개를 펼치고 마법의 세계를 두루두루 구경하고 나오렴. 엄마는 그 입구에서 맛있는 간식 준비하고 서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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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먹나 The Collection 4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 외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보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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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먹나>

 

기대 이상으로 명쾌하고 톡톡 튀는 책을 만났다.

제목에서는 생태계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흔하디 흔한 뻔하고 뻔한 생태계의 순환 고리 이야기가 아니다.

누가 누구를 먹나.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겠지.

그것은 오산이고 착각이었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설명해주면 엄마의 무식함만 드러낼 뿐이다.

예전에 배웠던 단순한 먹이 피라미드를 생각하며 아이들 앞에서 한껏 뻐길 생각이라면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만 두길..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면 그것도 잠시 쉬고 집중하세요.

나의 무식에 얼굴이 빨개지고 놀라운 장면, 장면을 보고서는 먹거리에 사레들릴 수도 있으니 조심!

 

단순한 검은 펜 선으로 놀랍도록 정교한 점과 선만을 이용해 시선을 확 잡아 끄는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작가는 이미 대단한데 그 그림으로 표현한 내용도 대단하다.

빨간 색의 표지에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으면서 자기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낸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첫 장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빽빽하게 그려진 뾰족 꽃송이들이다.

꽃이 자라났습니다.

그 다음은 보통 꽃의 향기에 취한 벌이나 나비를 기대할 것이다.

그렇지만 , 노노.

이 책은 평범함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책이다.

이 어마어마한 비밀을 폭로해도 될까요?

진딧물들이 꽃을 먹었습니다.

화면 한가득 깨알같이 자그마한 진딧물들이 나타난다.

이 장면은 바로 백문이 불여일견. 의 적확한 예일 것이다.

감히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표현할 길 없는 비주얼의 쇼크.

상상만 하지 말고 직접 찾아 보시라!!

 

계속 이어지는 쇼킹 비주얼과 단 한 줄씩의 나레이션.

 

무당벌레가 진딧물을 먹었습니다.

할미새가 무당벌레를 먹었습니다.

여우가 할미새를 먹었습니다.

늑대가 여우를 삼켰습니다.

늑대가 죽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기 때문이지요.)

 

아핫!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은 없다.

이 신선하고 충격적인 책을 나 먼저 읽고 소개하는 재미.

중간중간 숨어 있는 배꼽 잡을 나레이션들을 가지고 간질간질 간질이는 재미.

나레이션은 계속되고 자연의 신비는 끝도 없이 이어지지만 맨 마지막 장면은 다시 꽃.

생태계의 순환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뱀의 표지도 제 할 일을 다했다.

누가 누구를 먹을까?

그리고 왜 먹는 걸까?

큰 동물이 작은 동물을 먹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누구나 알고 있는 자연의 신비를 기발하게 풀어 쓰고 그리고 한 번씩 허를 찌르는 재기발랄한 책.

올해 들어 최고로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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