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5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요석 미생 5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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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생 5>

요석(要石)-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버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돌.

 

未生에서 完生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장그래.

벌써 68수다. 83수까지 두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인턴직에서 2년 계약직으로 정식 계약을 하게 된 장그래는 인턴 생활을 하던 영업 3팀에 발령을 받고 좌충우돌 해가면서 적응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 영업 3팀에서 적발해 낸 박과장의 비리 때문에 온 회사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몇 몇 참모들이 사직 또는 전출하게 되었고, 영업 3팀의 오과장은 차장 2년차로 승진을 하게 된다.

회사 내부에는 사직, 전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론이 오가는가 하면 영업 3팀을 은근히 좌시하는 분위기가 감돌게 된다.

빨간 눈의 오과장.

“앞으로 조금 불편한 일이 있을 거야. 절대 반응하지 말고...과정상 짚어봐야 할 부분은 그것대로이야기 듣는 거고, 중요한 건...해야 할 일을 했다는 거야. 이것만은 놓치지 말고 가자.”

 

이렇게 가이드를 만들어준다. 팀원들이 할 일은 견뎌내는 것.

박과장 대신 천과장이 들어와서 잠시 팀 분위기는 경색되지만 오과장의 예리한 판단 아래, 곧 예전의 천과장으로 돌아온다.

 

회사의 모든 팀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서 예산과 실행계획, 실적 관련 목표치를 준비해야 하는 시즌이 다가왔다.

우리의 장그래는 여기서 바둑의 한 수를 빌려온다.

 

파격

격식을 깨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다.

 

내부비리를 저지른 박과장 때문에 흐지부지된 그 요르단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밀어붙인 장그래.

“이 사업을 꼭 이어받아 해야 하는 이유는 뭐야?”

 

“우리 팀의 일이 덜 끝난 것 같아서요. 모욕을...받은 것 같습니다. 이 회사의 모두가 박 과장님에게.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우리 팀은 고발한 것만으로 충분한지... 나머지 마무리가 남은 것 같습니다. 회사의 매뉴얼과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고의 이익이 남겨질 수 있게...그 사업을 원래대로 해놓는 것.”-115

일을 추진하면서도 가끔씩 밀려드는 의심과 흔들림.

오과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흔들림 없는 장그래에게서 확신을 얻는다.

“일은 되게 해야죠. 이렇게 확실한 일인데...”

 

화려한 스펙도, 취미도 특기도 없지만 신중함과 통찰력, 따뜻함을 지닌 장그래.

점점 미생에서 완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그의 한걸음 한걸음에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주부의 입장에서 보아도 노력하고 성장해나가는 장그래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힘을 얻게 된다.

장그래의 앞날이 내 앞에 펼쳐진 미완성의 인생과 같다면...나도 장그래처럼 뚝심있게 나아가고 싶다. 바둑에서 배운 그만의 뚝심과 신중함, 통찰력이라면 엄마로서 주부로서 현명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6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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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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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

 

제목이 신선했다.

귀파주는 가게?

우리나라에 이런 가게가 있나? 일본이기에 가능한 걸까?

TV에서 중국 길거리에 귀파주는 사람이 나오는 걸 본 적은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가게씩이나 차려놓고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라니...

호기심 반, 의아함 반으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깔끔한 선으로 군더더기 없이 그려진 그림이다...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는 ...음, 어머, 생각보다 야하잖아?

 

<심야 식당>으로 유명해진 아베 야로의 데뷔작이란다.

 

야마모토 귀파주는 가게에 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만족한 얼굴로 돌아가게 된다.

무엇에 대한 만족인지는...가게에 들러본 사람들만이 안다.

 

 

1화-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

귀손질을 받으면서 임종을 하는 할아버지. ‘어른의 즐거움’이라며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지만, 토오루 군은 불꽃놀이에서 그 사람의<야마모토 귀파주는 가게>를 발견하게 되고 귀손질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수제 귀이개에게 작은 방울을 달고 사랑을 담아 스즈노스케라는 이름을 붙이고 한순간도 손에서 놓지 않는 토오루 군.

‘귀 안쪽에 닿는 대나무의 감촉은 정교하게 다듬은 손끝으로 손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며,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 환희를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사춘기 소년의 간질간질한 연애와 귀파주는 그 사람의 손길 중 토오루 군은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될까?

 

2화-긴머리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귀를 손질하러 오는 도예가.

그가 이 가게에 찾아오는 이유는 귀손질을 받으며 찾아드는 꿈속에서 첫사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긴머리를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결혼하자>를 부르면서...~내 머리가 어깨까지 자라 너랑 똑같아지면 약속했던 대로 마을 교회에서 결혼하자~

어느날 그는 긴 머리를 자른 채 야마모토 가게에 들른다.

그의 첫사랑은 이뤄진 걸까?

 

3화-느끼지 못하는 여자

훌륭했다. 아니, 그것은-관능적이기까지 했다. 나의 반고리관이 살짝 저릿해왔다. 그건 생각했던 것보다 단단했다. 후우-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남자에게 드디어 말해버렸다. “당신은 귀이개만도 못해!”

하지만 귀이개만도 못하다고 하면 귀이개한테 미안하려나...

 

4화-동선동 일기

어떤 할아버지의 일기다. 특이한 취미를 갖고 계신 할아버지다. ^^

12월 7일 맑고 따뜻함. 평소대로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 뒤에 위치한 공원 벤치에 앉아 귀를 기울이다. 그녀 내 마음에 드는 여인 중 하나다. 허나...여기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아가씨는 쿠가 양이다. 천사와 같은 아가씨로다.

나는 그 목소리만을 즐거움으로 여기되 그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5화-나비의 혀

어렸을 때 누군가가 무릎 베개를 해주고, 귀를 파준 적이 있다...그 때 나비가 한 마리 날고 있었다. 그건 꿈이었을까....아니. 나는 그 쾌감을 느끼고 싶어 귀를 파왔다. 그러나 아직껏 도달하지 못했다. 아니야 아니야...

이거다. 후우.

 

후우-, 하는 소리는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의 주인이 귀를 다 손질하고 나서 귀를 불어주는 소리다.

 

6화는 달인,

7화는 잠을 못자는 남자, 

8화는 비를 부르는 여자,

그리고 최종화- 귀여운 귀 까지.

이제껏 상상해보지 못했던 기발하고 다양한 이유들로 귀 파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그 곳에는 보살이 있습니다.-135

 

가히 신의 손길이라 할 만한 귀 파주는 솜씨 아닌가.

보살이라 일컬을 정도라면..

손톱 손질 받으며 힐링하는 사람들은 보통 여자들이다. 손질이 끝난 후 손톱 위에 예쁘게 내려앉은 그림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곤 한다.

그러나, 이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를 찾는 손님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무릎을 베고 누워 귀를 파주는 행위는 그야말로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것인데, 손님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귀를, 그리고 온몸을 주인장에게 내어준다.

후우-하는 소리와 함께 귀손질이 끝날 때까지 무한한 평안을 누리게 되는 각양각색의 손님들.

나도 야마모토 귀 파는 가게에 들러 나의 비밀 하나를 털어내고 싶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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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지 않은 인생이 즐겁다
사이토 히토리 지음, 한성례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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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지 않은 인생이 즐겁다>

사이토 히토리.

 

삶이 힘겨워질 때 사람들은 의지할 곳을 찾는다.

그리고는 진지하고 무거운 고민들에 대해 해결책을 묻는다.

그 해결책을 내놓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내놓는 답은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들. 그리고 힐링을 위한 책들 속에 들어 있다. 그 책들은 답을 묻고 또 묻다 지친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점을 직시 하게 하고 깨달음을 얻게 만든다.

그리고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십중팔구는 한숨이 저절로 난다.

다 알고 있는 건데, 이렇게 또 다시 깨우쳐 주시는군요.

그렇지만, 아는 것을 또다시 되풀이되풀이...갈 길이 끝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고 두렵습니다.

실천하라...그것도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잘 안되니 물은 것 아닙니까.

 

사이토 히토리는 일본에서 화장품,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회사 ‘긴자마루칸’과 ‘일본한방연구소’의 창업자이다. 책도 참 많이도 냈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을 ‘히토리 씨’라고 부른단다. 스스로에게 존칭을 생략하는 일이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나. 요컨대 히토리 씨라는 명칭은 그만큼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다는 뜻이란다. 그의 책을 읽는 동안 드는 생각은 ‘이 사람은 밝다. 긍적적이다.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이었다. 그의 긍정의 에너지는 바로 자신을 소중히 하는 데서 나온 게 아닐까? 하고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일본의 괴짜 부자 사이토 히토리는 그의 성공을 유쾌하게 설파하고 있다.

그는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지만 크게 부유해졌으며 별로 정력적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 그리고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길고 긴 설교조의 말투가 아니라 툭툭 가볍게 유쾌하게 내던지는 말 속에 그의 성공 비법이 숨어 있다.

‘철들지 않은 인생이 즐겁다’는 책 제목 그대로 확실히 공감되고 읽는 내내 희망의 메시지를 건져올릴 수 있는 책이다.

이 세상은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순리로 움직인다.

사이토 히토리가 말하는 ‘작은 차이의 힘’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쓰는 내내 읽는 사람들이 점점 더 행복해질 모습을 상상하니 기뻤고 가슴이 두근거려다는 그가 말한 내용을 보자.

 

어떤 장사를 하더라도 그것이 나를 위하고 남을 위하고 나아가 사회를 위한 일이라면 틀림없이 성공합니다. 성공하는 비결이란 이것이 전부입니다.-33

 

사람의 얼굴은 모두 똑같은 근육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웃음은 그 근육을 움직이느냐 마느냐에 달렸습니다. 조금 움직여서 웃음을 짓기만 하면 웃지 않는 사람과 전혀 달라집니다. 말투 역시 마찬가지로 작은 차이에 의해 달라집니다.-101

 

사다리를 지고 가서 후지 산 꼭대기에 내려놓고, 그 발판을 딛고 올라서면 일본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 서게 됩니다. 꼼수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117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가게라도 주인이 매력적이면 손님은 찾아옵니다.-119

 

작은 차이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여러 변화가 일어납니다.-183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합니다. 복권도 사야 당첨됩니다.-204

 

 

철들지 않은 인생이 즐겁다는 말을 즐겁게 전해주는 그의 기에 공감을 얻어 기분이 훌쩍 나아졌다.

무겁게 말하지 않아도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잘 전달된다.

즐겁게 책 한 권 읽고 많은 것을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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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국민서관 그림동화 134
막스 뒤코스 글.그림, 길미향 옮김 / 국민서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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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랑돌 백작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얽힌 비밀을 찾아 떠나요~

 

커다란 책을 펼치면 초록색의 환한 바탕에 프랑수아 자비에 부르동 드 라 미랑돌 백작의 초상화와 미랑돌 성의 안내도가 세밀화로 그려져 있다.

백작과 성이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이 뭉게뭉게...

순정만화의 단골 레퍼토리인 백작, 성, 러브 스토리가 구비되어 있어서 만화같은 그림이 나오려나 했지만, 첫장부터 내 얕은 식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림은 무지무지 아름답고 색감은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다.

진지 모드로 들어가야겠는걸~

 

상상하며 놀기의 달인 플로라는 할머니의 창고에서 놀다가 은으로 만들어진 데이지 꽃을 발견한다.

“미랑돌 탑의 꽃”이란다.

18세기에 만들어진 미랑돌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넓은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이 반겨준다.

플로라와 할머니가 아침 산책 겸 이 성을 찾았을 때는 일꾼들이 땅을 파고 있었다. 곡식창고에서 발견된 오래된 문서에 ‘미랑돌 탑의 비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어서 발굴 작업 중이었던 것.

 

작은 별장 같은 성이라 해도, 내 눈에는 웅장하게 보인다. 그만큼 멋지고 아름다운 정원과 성에 있는 탑, 분수 등의 사실적인 묘사가 나를 압도한 것이다.

 

“믿을 수 없어!!!” 하는 말과 함께,

분수를 구경하던 플로라에게서 은으로 된 데이지 꽃을 갖고 달아난 남자아이 . 데이지 꽃을 찾기 위해 파올로를 따라 쫓아가던 플로라는 미랑돌 백작과 마르그리트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어느새 둘은 미랑돌 가의 문장이었던 도마뱀과 데이지 꽃을 각각 손에 들고 보물을 찾아 탐험을 떠나게 된다. 백작이 끝내 다른 젊은 남자를 택해 떠나갔던 마르르리트를 위해 남겨놓은 보물 말이다.

 

“이 곳은 조각상의 시선을 따라가야 해!”

프랑스 정원의 곳곳에 놓여진 조각상에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니...

 

조각상의 시선을 따라가 도착한 밤의 궁전에서 우아한 모자이크를 발견한 둘.

입에 꽃을 문 도마뱀의 형상을 따라 각각 둘이 가지고 있던 문장을 합치자 열쇠가 완성된다.

파올로가 말한 비밀 장소인 작은 사원에 도착한 둘은 결국, 열쇠가 끼워질 곳을 찾아냈고,

 그 결과...

 

그들의 사랑을 상징하는 행동으로서 비밀의 정원에 있는 모든 분수에 물을 채우고 싶었던 미랑돌 백작. 놀랍도록 아름다운 분수들은 아이들의 보물찾기를 통해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할머니의 창고에서 상상하며 놀기를 좋아하던 플로라가 꿈꾸던 모험이 이 날 펼쳐진 듯 싶다.

신비에 싸인 미랑돌 탑의 비밀을 풀 열쇠가 플로라의 손에 쥐여져 있었다니...

 

아름다운 프랑스 성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비밀을 찾아 탐험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미로 숲, 여왕의 장미원, 페가수스 분수, 밤의 궁전, 낮의 궁전, 절박한 사랑의 분수, 아네모네 분수 등.

화려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성과 정원.

오늘 나와 내 아이들은 마음껏 눈이 호강한 날이었다.

플로라가 이 날의 탐험을 생각하며 마음 두근거릴 것처럼, 내 아이들도 프랑스 성의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마음 두근거릴 아름다운 비밀 이야기를 만들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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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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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사전지식 없이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골랐다.

선입견을 갖기 싫어 내용을 훑어 보지도 않았던 것.

장편인 줄 알았는데, 5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일명 ‘미미여사’로도 불리며 ‘사회파’소설이란 좀 낯선 장르의 대가이다. 추리 소설이 기본적으로 개인의 심리를 추적하는 데서 출발해서 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어떤 행동을 낳는가, 그에 대한 결과로서 주변에 어떤 차장을 일으키는가를 묘사하고 관찰하는 것이라면, 그 반대편, 사회가 한 인간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시도한 작가들이 쓴 소설을 ‘사회파’소설이라고 한다.

시대를 달리 해서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쓴 <외딴 집>이나,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화차>, <모방범> 등, 양손에 꼽기도 버거울 정도로 그녀의 작품은 많고도 다양하다. 사회적 모순이나 문제점들을 문장화해서 펼쳐나가는 그녀의 필력은 한마디로 대단하달 수밖에 없다.

 

이번 최근작, <눈의 아이>는 그녀의 전작들이 따랐던 이른바 사회파소설의 공식과는 좀더 다른 차원으로 읽어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정치 시스템, 경제적 환경, 도쿄와 에도, 살인사건은 말 그대로 배경일 뿐. 미야베 미유키가 이번 단편소설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좀 더 세세한 풍경들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거대한 모습들이 아닌 세세한 ‘사회’의 진짜 모습. 그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와, 나를 포함해 나와 같이 생활하고 살아가는 다양한 주변인물.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소설 속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나의 이야기같이 여겨지며, 어느새 훅-하고 빨려 들어가고 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간단한 작품 소개와 더불어 작품 속 나를 깨운 한 마디를 덧붙여본다.

 

표제작 <눈의 아이>-추운 겨울, 빨간 파카에 빨간 장화, 빨간 머플러를 한 하얀 피부의 유키코. 하얀 눈에 파묻힌 채 발견되었다. 12살의 나이로 죽은 유키코를 떠올리며 20년 만에 모인 네 사람. 그리고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충격적인 결말.

아이의 마음속에 깃든 질투심이 부른 비극. 뒤돌아보지 마라. 거기에 네 얼굴이 겹쳐 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건과는 별개로 사람의 마음을 교묘히 헤집는 미미여사의 한마디.

유키코를 죽인 범인은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다. 그에 대한 불안보다도, 딸을 잃어버린 이웃의 비탄에 젖은 얼굴을 가까이서 봐야 한다는 사실이 더 꺼림칙하다. 제삼자의 본심이란 그런 것임을 엄마로부터 배웠다. -13

 

<장난감>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구미코 아버지의 미쓰오 삼촌. 완구점을 하던 부인과 재혼하면서 데릴사위로 들어가 다케다로 성을 바꾸고 살았다. 완구점의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병으로 돌아가셨지만, 상점의 재개발을 노리고 악의에 찬 유언비어가 떠돈다. 완구점 이층에 교수형 밧줄이 걸려 있다나...

“숙부님,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53

가족관계에서 소원해진 삼촌의 비극적 결말. 현대판 고려장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지요코>

풍선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핑크색 토끼 탈을 쓰자, 나의 눈에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봉제인형들의 행진. 점장님은 건담, 나는 내가 어릴 때 지독히 아꼈던 토끼 인형 지요코, 심지어 나이 지긋한 여성은 바비 인형으로 보인다. 무언가를 소중히 여겼던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추억이 겹쳐져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추억이 없는 사람들은 어떡하지?

사람 모양 그대로 그녀의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손처럼 생겼다. 갈고리 같은 손가락이 돋은 여윈 손이다. 손끝이 소년과 어머니의 어깨를 붙잡고 있다. 거기다 굼실굼실 움직이고 있다. 등에 거미가 기어 다니는 것 같다. -73

 

<돌베개>

추운 겨울. 한 소녀가 마을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사인과 범인은 밝혀졌다. 하지만, 억울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소녀가 ‘죽어야만 했던 이유’에는 급기야 7가지 버전의 유령 소문이 나타나게 되는데...

사춘기에 접어든 딸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아버지. 어리기만 한 딸인줄 알았는데, 제법 관찰력도 있고, 딸이 설명하는 사건 개요도 탄탄하다. 게다가, 하~, 딸의 남자친구라...인정해줘야 하나...

사람은 변한다. 변하지 않으려고 결심해도 변한다. 그래서 인생은 우스꽝스럽고, 슬프고, 묘미가 있다.

 -101

 

<성흔>

다섯 편의 단편 중 가장 길면서

읽고 나면 오싹해지는 작품이다.

나는 그를 알고 있다.

십이년 전 사월의 어느 아침, 사이타마 시내의 자택에서 자고 있던 생모와 그녀의 내연남을 군용칼로 찔러 죽인 후 사체의 목을 절단, 태연히 교복을 갈아 입고 등교해 같은 흉기로 담임이었던 여선생에게 상처를 입히고 인질로 붙잡아 경찰과 두 시간 넘게 교실에서 대처했던 열 네 살 소년을. -137

끔찍한 사건이다. 거기에 더해 인터넷에서 같이 악플을 달던 익명과의 만남. 이라는 구조를 겹쳐 묘하면서도 섬뜩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다섯 편의 이야기 모두 나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이 더욱 오싹하고 섬뜩하게 다가온다. 책을 잡으면 손을 놓지 못할 정도로 흡입력이 있어서 새벽까지 읽게 되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후닥닥, 옆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던 아이의 곁을 파고들고 말았다.

아이들의 온기가 그리웠다.

바짝 곤두선 내 신경을, 혼곤히 잠든 아이들의 입에서 내뿜어져 나오는 숨소리와 작은 잠꼬대, 코 끝에 감도는 옅은 살내음 같은 것들이 누그러뜨려 주었다.

살과 살을 맞대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서로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일상의 소중함이 다시금 떠올랐다.

내가 지키지 않으면 이 소중한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자칫 한 발 잘못 디뎌, 사건의 ‘단초’를 만들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

아이들의 품은 아직도 따뜻하다.

나도 곤히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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