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노사이드>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을 말살할 목적으로 대량 학살하는 행위

 

“어째서 우리는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두려워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13계단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섬뜩한 소재의 소설을 가지고 돌아왔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도 전 단계에서 진화한 것인데,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래에는 인간을 넘어선 새로운 종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가정 하에 전개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소설.

 

인류 멸망의 가능성

아프리카에 신종 생물 출현

미국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 자료에 오른 보고에서부터 이 소설은 출발한다.

 

일본의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는 뜻하지 않게 아버지의 죽음을 맞으며 아버지가 남긴 의문 투성이의 메일을 마주대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경찰에 쫓기는 상황에서 메일의 지시대로 도착한 곳은 한 실험실. 거기서 그는 아버지가 마치지 못한 신약개발을 마저 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가 남긴 노트북에 남아 있는 시뮬레이터 ‘기프트’는 현재 과학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프로그램. 도대체 이 프로그램은 누가 만든 것인가?

 

한편, ‘폐포 상피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비밀스런 작전에 투입된 용병 조너선 예거. 4명이 팀을 이뤄 아프리카 콩고에 잠입해 들어간다.

작전 암호 ‘가디언’

콩코 이투리 숲의 음부티족 ‘캉가 밴드’를 제노사이드 하라!

1. 캉가 밴드 40명의 사체를 촬영하여 보낼 것.

2. 백인 남성 ‘나이젤 피어스’는 신종 바이러스의 매개체이므로 그를 죽이는 것이 인류멸망에서 구하는 길.

3. 나이젤 피어스의 소형 컴퓨터 압수

4. 본 적 없는 생물과 조우하면 제일 먼저 사살

 

그리고 이들과 별개로 미국 대통령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슈나이더 연구소의 젊은 분석관 ‘천재’ 아서 루벤스는 '네메시스' 작전을 가동 중이다.

하이즈먼 리포트의 심각성에 적극 대처하는 작전이다. 거기서 주목하는 대상은 ‘nous'

아서 루벤스가 '가디언'을 출동시킨 진짜 목적은 이 세상에 한 개체밖에 없는 인류종, 단 한 사람을 ‘제노사이드’ 하는 것이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독자인 내 눈에는 각각의 상황이 눈에 잡힐 듯이 선한데, 소설 속의 인물들은 각자의 테두리에서 점점 사건의 핵심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좀 있으면 밝혀질 진실. 작전 '가디언'에서 말하는 본 적 없는 생물과 '네메시스'에서 말하는 누스는 동일인물이다.

좀 더 자세히 밝히면 하이즈먼 리포트 #5에서 말한 “초인류”가 나타난 것이다.

초인류의 상정 능력은 다음과 같다. 제 4차원 이해, 제 6감의 획득,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 보유, 우리 지적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적 특질의 소유, 마지막으로 전체의 복잡한 상황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점.

 

콩고에서 캉가 밴드를 찾아낸 예거 용병 일행은 백인 남성 나이젤 피어스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살하려는 순간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꼬마 ‘아키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 생물의 최대 특징은 한 번 보기만 해도 미지의 생물이라는 점을 알게 될 거라는 점이다.”

 

인간의 유아와 비슷한 생물의 머리는 걸맞지 않게 비대했다. 발달된 전두부가 둥글게 튀어나왔고, 이마에서 턱에 걸쳐서 윤곽이 급격하게 좁아져서 삼각형을 그렸다. 몸집은 세 살배기 어린애 정도였지만 얼굴은 그보다 어렸다. 아직 두개골이 고정되지 않은 신생아의 오밀조밀한 얼굴은 그대로이고 목부터 아래만 성장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인간의 유아와 크게 다른 특징이 있었다. 좌우 고자놀이 쪽으로 올라간 큰 눈이었다. 눈을 치뜨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서 명석한 의식과 지성이 느껴졌다.

 

“뭐야, 이건?”-241

 

잔혹한 인간이 인류의 생존을 걸고 미지의 진화한 생물을 제노사이드 하라고 지시했지만 “초인류” 아키리는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사실, 오싹하게도 콩고에 잠입한 예거 일행을 선별한 것도 아키리의 사전기준에 의한 것. 미정보부의 암호를 쉽게 해독하며 정보를 알아낸 나이젤과 아키리 일당(아프리카에 있는 나이젤과 아키리 외에 통신망을 통해 그들을 도와주는 비밀의 인물이 둘 더 있다. )에 회유되어 예거 일행은 콩고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바로 이 시점에 일본에서 ‘기프트’를 이용하여 약을 만들던 겐토에게도 나이젤과의 연락이 닿게 된다. 그들로부터 ‘폐포 상피 경화증’이란 불치병의 약을 예거의 아들을 위해 2월 28일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전해 들은 겐토는 목표의식을 가지게 되고 ‘기프트’를 만든 것이“초인류”임을 확신하게 된다. 똑똑한 한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신약개발에 점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

 

 

미래의 인간은 불시에 와서 우리를 멸망시키려 든다.-하이즈먼 리포트 중.

 

예거 일당의 탈출 시도로 “초인류”의 존재를 확인한 슈나이더 연구소의 분석관 아서는 인류의 존망을 걸고 누스 일당과의 한판을 준비하는데...

 

상상 속에만 있을지도 모를 초인류의 존재 앞에서 우리 인간은 왜 이렇게 초라하게만 보이는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마는 것은, 바로 우리 현생인류의 결함을 말해주고 있는 특질을 가진 초인류를 상정했기 때문이다. 부족하면 반드시 싸움이 일어나는 생물인 인간. 역사를 거듭할수록 이어지고 이어지는 인간의 잔인한 본성.

작가가 얼핏 언급하고 지나간 한국인의 ‘情’이란 것은 어떤 의도로 넣은 것일까.

제노사이드와 정을 연결지으니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비치는 것도 같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나와 내 옆의 인간, 그리고 인류, 미래를 바라보게 만드는 책을 지금이라도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장대한 스케일에 걸맞는 문제의식과 안목을 보여준 탁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선택해 읽은 나의 안목 또한...원더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