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동 서당 1 - 사물의 개념을 잡아 주는 320자 1
김성동 지음, 오은영 그림 / 청년사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김성동 서당>-천자문의 삼분의 일?

사물의 개념을 잡아 주는 320자

 

옛날 서당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배우는 것은 천자문이었다.

요즘도 한자의 기초를 배우려거나 한자에 입문하려는 이들은 천자문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뭐, 학교에 진학할 요량으로 한자급수를 따기에 급급한 사람들은 좀 처지가 다를 테다.

시중에 널리고 널린 것이 한자 급수 책이니.

8급, 7급, 6급, 5급...무슨 기준으로 그렇게 급수를 나누어서 한자를 외우는지 나는 아직 이해가 안 가지만은 그렇게 무슨 급수가 나뉘어져 있더라.

천자문은 그냥 1000자를 외우는 것이 아니다.

잘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8자씩 따로 떼어져 있어서 8자가 한 구절이 되는 방식이다.

 

천지현황 우주홍황...이런 식으로 말이다.

8자의 구절안에는 각각 천지만물의 이치를 설파한 내용이 들어있어 글자 하나하나의 뜻을 음을 익히는 데서만 그치면 그 천자문 공부는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 나에게는 초급자들이 익히는 책으로 한자급수책보다 천자문이 익숙한데, 이 책에서는 320자를 제시하고 있다.

1000자도 아니고 320자라?

그 자리에 선 채로 책을 휘리릭 넘겨보았다.

반듯한 서예 글씨로 5자씩 묶여 쓰여 있고 거기에 딸린 이야기들이 술술 풀어져 나온다.

 

天日月星辰 옆에는 ‘하늘에는 무엇이 있는가’란 제목으로 글이 딸려 있고, 風雲雨雪霜 옆에는 움직이는 비란 제목으로 글이 딸려 나오는 식이다.

천자문과 비슷한 구조이긴 하면서도 뭔가 다르다. 뭐지?

궁금증이 일어 집으로 덜컥 들였다.

320자는 작가 김성동의 6대조께서 지은 것이란다.

 

자라나는 집안 아이들한테 천지만물에 대한 뭉뚱그린 생각을 알려 주기 위하여 만드신 으뜸본 뱀뱀이책이지요. 글씨 또한 그 어른께서 쓰신 것으로, 조선 왕조 순조 때 당상관 무신이셨던 어른답게 반듯한 해서가 돋보입니다. -머리글

 

 

천자문과 320자가 다른 것은 무엇인가?

우선 우리가 쓰는 ‘漢字’라는 말 대신 작가는 ‘眞書’라는 말을 쓴다. 진서는 풀어쓰면 ‘참글’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진서’를 ‘한자’로 비뚤게 씀으로써 우리 겨레의 빛나고 오랜 역사를 훼손당했다고 말한다.

진서는 천자문으로부터 비롯하여 천자문을 떼고 나서는 명심보감, 통감, 소학의 순서로 공부해간다.

그런데 천자문은 중국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므로 그 뜻이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기본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 문제가 있다.

큰 틀에서 ‘天地人’ 三才를 아우르는 이 320자는 그 점을 벌충하여 만든 것이란다.

천자문을 우리 식으로 체화한 것.

 

아~

이런 노력을 한 이도 있었구나.

이제껏 진서의 기본으로 천자문을 익힌 나는 중국 중심의 세계관으로 길러지고 있었구나!

어린 시절 한석봉의 글씨체로 멋들어지게 씌어진 천자문을 하나하나 베껴가면서 공부했던 나는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 것인가!

얘들아, 너희들은 똑똑한 엄마를 만났으니 걱정 말거라.

진서를 기본부터 차근차근 알려줄 터이니.

흐흐흐.

아이들은 엄마의 얼굴에 번지는 이상야릇한 웃음에서 뭔가 불길한 낌새를 챘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질친다.

얘들아, 이리와~

천자문의 삼분의 일 분량이란다.

금세 끝낼 수 있어.

똑똑한 아이라면 일주일에도 한글을 깨친다고 했어.

너희들은 한글을 이미 다 깨친 아이들이니 진서 쯤이야, 뭐. 그치?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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