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로키언
그레이엄 무어 지음, 이재경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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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의 '사라진 일기'를 찾아라[셜로키언]

 

셜록에 열광하던 시기는 아주 잠깐, 한때이지 않았나 싶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의 질풍노도의 시기.

그 때에는 무언가 모험을 찾아 헤매는 본능에 이끌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도, 12소년 표류기에도 관심이 갔다.

모험 소설과는 조금 다른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추리 소설이란 것에는 쉽게 접근할 방법이 없었으나 다행히도 친구 하나가 셜록 홈즈와 괴도 루팡 시리즈를 모으면서 하룻밤 읽고 와서는 간추려서 얘기해주곤 했기에 탐정들의 이름 정도는 알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라. 그 시절, 셜록과 루팡, 아가사 크리스티에 푹 빠진 친구 하나쯤은 꼭 있었다.

친구는 사건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다 일러주지 못했지만 반짝반짝 하는 눈으로 볼을 붉히며 입가에 말라붙은 침자국이 허옇게 번질 때까지 탐정들의 '멋짐'을 있는 힘껏 전파했다.

쉬는 시간마다 앞 타임에 이어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학교 갈 맛이 났다고나 할까.

나는 순정만화에 빠져 있었기에 이런 류의 추리, 즉 앞뒤전후를 잘 꿰어맞춰야 하고 트릭과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일에는 젬병이었다.

그래도 뭔가 색다른 매력이 있기에 저렇게 질리지도 않고 탐정, 추리물을 파고드는 것이겠지, 하고 막연히 그 아이의 열정에 조용히 박수를 보냈었다.

지금은 그 아이의 열띤 이야기 솜씨만 떠오를 뿐, 셜록의 사건과 풀이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사냥 모자와 멋지게 휘어진 파이프, 체크코트 정도는 단 한 번 보고도 잊혀질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그림자만 보아도 저건 '셜록'이구나, 하고 알고 있을 뿐이다.

최근 들어 영국 드라마 시리즈로 나온 현대적 셜록에 맛 들여 몇 꼭지 보았고 드라마 제작 과정을 세세하게 취재해서 보여준 책 [셜록:크로니클}을 보고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셜록 시리즈 최초의 작품은 [주홍색 연구], 셜록의 죽음을 다룬 작품은 [라이헨바흐 폭포]

그렇지만 정작 셜록을 탄생시킨 작가 아서 코난 도일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는 것은 안 비밀.

 

[셜로키언]은 말 그대로 셜록의 열렬한 팬을 일컫는 '셜로키언'을 소재로 한 책이면서 셜록을 탄생시킨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을 전면에 내세운 추리소설이다.

1900년대의 아서 코난 도일과 2000년대의 셜로키언 해럴드 화이트.

두 개의 시간대가 나란히 달리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실제 인물인 아서 코난 도일과 허구의 인물인 해럴드 화이트의 이야기는 따로 떼어 읽어도 전혀 손색 없이 진행되지만 결국에는 두 개의 시간을 나란히 놓고 보면 절묘한 이야기가 탄생하는 구조다.

 

셜록이 등장하는 스스로의 작품을 싸구려 통속물이라 치부하면서 이제는 셜록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을 죽여버리기로 결정한다.

그 유명한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디아스토커를 쓰고 긴 외투를 입은 남자 셜록은 추락하고 마는 것이다.

 

한편 2010년의 어느날 해럴드는 셜록 홈스 연구 단체 중에서도 세계 제일로 꼽히는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스의 신입 회원이 된다. 앨곤퀸 호텔 만찬장에서는 인용 게임이 한창이었다.

누군가 "살인이 났어!"라고 하면 다른 사람이 <여섯 개의 나폴레옹 석고상>에 나오는 구절. 이라고 대답하며 위스키를 기울이는 것이다. (사실, 셜로키언들의 활동 중에서 가장 부러운 것이 이 게임이다. 얼마나 작품들을 속속들이 읽었으면 이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인가! 단 한 구절을 듣고 출처를 맞히다니!)

이 날의 화제는 동료 회원 알렉스 케일이 '성배'가 된 아서 코난 도일의 사라진 일기를 공개하느냐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약속 시간이 되어도 내려오지 않는 그를 찾아 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알렉스 케일의 시체였다.

 

작품 속에서 셜록을 죽여버린 아서에게 폭탄소포가 날아들고 딸려 온 편지에는 <스테프니에서 발생한 잔혹 살인. 욕조 안에 죽어 있는 신부>라는 살인 사건에 관한 기사가 들어 있었다. 경찰을 대신해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로 결심한 아서는 드라큘라 같은 괴기 소설 쓰기에 취미를 갖고 있는 브램을 '왓슨'삼아 탐문수사에 나선다.

 

해럴드는 아서 코난 도일의 증손자인 서배스천의 부탁으로 알렉스가 찾았지만 사라지고 만 일기의 행방을 좇는 동시에 알렉스 살인 사건의 비밀을 밝히기로 한다. 해럴드에게는 세라라는 전직 기자가 '왓슨' 격으로 따라다니게 된다.

 

이제 형식적으로나마 셜록과 왓슨 콤비이 모양새를 갖춘 1900년대와 2000년대의 탐정단은 각자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실로 '셜록'스러운 추리를 펼친다.

셜록의 창조자이자 아버지격인 아서 코난 도일과 셜록의 아들격인 해럴드가 '셜록' 스타일로 지혜를 짜내는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아서 코난 도일은 여성들의 참정권 쟁취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여장을 불사한다.

콧수염을 밀고 파우더로 얼굴을 뽀얗게 만들고 아이라인까지...

해럴드는 알렉스의 살해 현장에서 벽에 쓰인 "기본이지"라는 문장에서 벽의 피는 살인자의 피라는 것까지 추리해낸다. 셜록 홈스가 사건을 푸는 방식은 귀신같은 관찰력도 아니고, 발자국과 독극물에 관한 백과사전적 지식도 아니고, 변장술도 아니고, 개를 활용한 추적술도 아니라 바로 집중력! 생각의 힘, 논리력으로 싸우는 셜록처럼 집중을 하고자 하는 해럴드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결국, 두 개의 사건은 아서 코난 도일의 사라진 일기장으로 서서히 모아지고 해럴드는 셜록이 사라지고 말았던 라이헨바흐 폭포 앞에 다시 서게 된다.

 

두 개의 시간대가 교차되면서 이거, 자칫 헷갈리거나 어지러워지는 것 아닌지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두 개의 시간대에 있었던 일은 독자성을 띠면서 두 탐정의 확실히 다른 성격만큼이나 뚜렷하게 구별되어 갔다.

그러면서도 일기라는 한 점을 향해 질주하는 두 탐정.

짜릿한 한 판 승부였다.

 

아서 코난 도일과 해럴드로 인해 '셜록'은 허구의 인물일망정 더욱 뚜렷하고 개성 강한 인물로 떠올랐다.

셜로키언으로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갖지 못해 아쉬웠지만 뭐 어떠랴.

지금부터 셜로키언이 된다면.

셜록은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 중이다.

전형적인 모습으로 안락의자 탐정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진화해 나가는 셜록!

앞으로 또 어떤 참신한 셜록이 나올지 기대만발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시나리오 각색을 맡은 작가 그레이엄 무어의 [셜로키언]은 그 서막에 지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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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2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홈즈만큼이나 작가 코난 도일의 삶도 알고 보면 재미있어요. 말년에 강신술에 빠져서 요정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