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귀환 -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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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귀환>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

 

차동엽 신부는 부드러운 미소 뒤에 차돌같은 단단함을 숨겼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힘이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 희망 없이 부루퉁한 얼굴로 “또 아침이야?” 하고는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에게 자명종 시계보다 더 귀따가운 종소리를 댕댕거린다.

야, 이놈아, 어여 일어나! 해가 중천에 걸렸어 나가서 해를 쬐든지 걷든지, 뭐라도 하든지, 좀 꼼지락거려 보라구!-251

그러면 엄마의 잔소리와 성화에 못이겨 일어나 앉는 게으름뱅이들처럼 겨우 꾸무럭거리면서 마지못해 이불동굴에서 빠져나온다.

한 손을 턱에 괴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신부의 얼굴이 눈앞에 보인다.

책을 넘긴다.

아아~연약해 보이는 신부님의 염화미소는 사기였어~

누구보다 강한 의지로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욕이 충천하신 분이었어~

신부님의 내면에서 희망을 얘기하자는 의지가 올라온 것은 사회 도처에서 희망을 구한다는 필요의 목소리들이 들끓고 있다는 반증이었다며 힘차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유대인은 희망을 틱바와 야할이라 부른단다.

틱바는 원래 희망을 뜻하는 제일 기초적인 단어로 원래 밧줄을 뜻했다. 희망은 이렇게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야할은 ‘희망하다’를 뜻하는 동사인데 내용적으로는 몸부림치는 희망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우긴다는 뜻이다.

아무 거나 붙잡고 희망이라고 우겨라.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건 우겨서라도 희망을 말하는 지혜를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망했어!”라고 말할 때 우리는 희망의 이름으로 우겨야 한다. “안 망했어!”

“너 죽었어!” 할 때는 “안 죽었어!” , “너 끝났어!” 할 때는 “안 끝났어!”

 이렇게 우리의 우기기 희망은 계속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아도 일단 “있다!”고 믿고서 박박 우기라는 얘기! 그러면 그놈이 슬슬 얼굴을 디밀 테니까.-65

 

느낌표들이 많이 들어간 임팩트 있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지친 사람들을 일깨운다.

 

단점과 열악한 조건이 오히려 예기치 못한 기회의 장이라는 이 역전적 깨달음!-215

 

우주만상을 창조한 신의 창조력을 인간이 꿈이라는 방식으로 지니고 있다니...그렇다면 꿈을 가진 자는 이미 신적인 잠재력을 작동시키고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131

 

강기! 한국인의 기상을 대표하는 백두산과 동해는 하나같이 ‘희망’의 상징이 아닌가!-112

 

희망의 귀환! 희망을 잡고 보니 그것은 바다 건너 이야기 속 ‘큰 바위 얼굴’이었다. 나 자신이 바로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다.

나 자신이 바로 내가 찾던 변화다.-312

 

희망이 돌아오는 것이 보이는가?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

내 안에 있다.

느낌표 있는 결연한 말투로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전도사 차동엽 신부.

희망에 관한 지혜를 발품을 팔아서라도 수집하고 안 보일 땐 마구 추적하여 희망향연의 식탁 한 상 조촐히 차린 것이 이 책 한 권이다.

70-80 여 개의 참고문헌이 그가 발품 판 흔적이다.

열심히 차린 것 먹고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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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증보판 고독한 미식가 1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정임 옮김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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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다니구치 지로라는 작가는 꽤 유명한 만화가인가 보다.

그런데, 나는 그의 작품을 이제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작가 소개를 보아하니, 나쓰메 소세키의 생활상을 그린<도련님의 시대>라는 만화(세키가와 나쓰오 원작)로 상을 받았단다. <목쉰 방><산책자><개를 기르다><신들의 봉우리>등 꽤 무겁고 진지한 주제의 만화를 주로 그리는 작가인 듯한데 나에게는 좀 생소할 것 같아서 그의 평소 작품세계와는 좀 다른 주제를 다룬 <고독한 미식가>를 먼저 읽게 되었다.

부제는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 이란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서 아직 한 번도 여행갈 기회가 없었지만 다행히 문화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만화나 책, 영화 등으로 간접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음식만화로는 <맛의 달인><미스터 초밥왕>등 장편의 시리즈가 많이 나와 있어서, 일본에 가 보지 않아도 일본만의 문화와 맛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만화는 또 다른 시각으로 일본의 맛을 소개한다.

 

<고독한 미식가>

악세사리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사업가로 소개된 주인공은 혼자서 일하고 혼자서 밥을 먹는다.

도쿄 맛집 산책이니, 그가 주로 헤매고 다니는 곳은 도쿄이다. 아사쿠사, 아카마네, 나카츠, 가와사키 메센토 거리, 니시오기쿠보, 시부야, 긴자, 이케부쿠로, 아키하바라 등등...이름을 들어본 곳도, 낯선 곳도 다 있다. 이게 다 도쿄 속의 지명인가...싶을 정도로 다양한 곳이 나온다.

그가 식사하는 곳은 허름한 식당. 혼자서도 찾아가기 부담스럽지 않은 식당 위주다. 일반적인 음식 주제의 만화와는 달리, 혼자서 식당을 찾아다닌 그는 호들갑스럽지 않다. 맛이 있으면 양껏 먹고(게이힌 공업지대 근처 가와사키 메센토 거리의 야키니쿠), 실망했으면 실망한 티를 역력히 드러내며(신칸센 히카리 55호의 슈마이), 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먹다짐도 불사한다(도쿄 이타바시 구 오야마쵸의 햄버그 런치). 일요일, 도쿄 한복판에 자리한 사쿠지이 공원을 찾아서는 카레 덮밥과 오뎅을 먹으며 ‘일요일에 혼자 이런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주 묘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며 덤덤히 감정을 서술하기도 한다. 눕지 마시오. 라고 버젓이 쓰여 있는데도 가게에서 한잠 자고 일어난 주인공. 담배를 피워 물며 일요일의 한가함을 만끽하는 그의 뒤로 푸드덕 거리며 날아가는 날개 큰 새 한 마리.

맛을 느끼는 표정은 살아있으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것이 자연스러운 그림체와 주인공의 성격이 주는 미덕이다.

 

증보판이라 추가 에피소드 및 저자 대담이 수록되어 있는데, <고독한 미식가>의 팬이라는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가 대담에 참여했다.

<선생님의 가방>에서 주로 술을 마시고, 계절에 맞는 술안주를 먹으며 나이 많은 선생님과의 사랑을 담담히 풀어나간 소설의 작가라서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부분이었다. 긴 생머리 그녀. 음식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이 책을 들고 일본 도쿄를 여행하는 것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일인 것 같다.

사라진 가게들도 벌써 몇 있었지만...내가 갈 때까지 계속되는 음식점도 분명 있겠지...

기다려 주세요, 내가 갈 때까지...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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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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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1>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독특한 만화다.

회사원과 바둑의 결합이다.

바둑을 모르는 나에게는 신선한 도전이었고, 바둑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농구를 몰랐던, 관심도 없던 고교시절 <슬램덩크>가 준 충격처럼 말이다.<슬램덩크>에서 주인공의 땀과 노력과 멋진 대사가 주는 묘미에 저절로 농구의 룰을 알게 되고, 농구에 빠져 들어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미생>을 읽는 동안은 바둑의 고요한 출렁~발을 딛고는 잔잔히 이는 파문에 마음이 설레는 그런 묘한 기분.

 

장그래라는 사회초년생이 새로운 직장생활에서 바둑특기생의 특기를 살려나가면서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바둑학원을 다니고, 천재, 신동 소리를 듣고, 계속해서 바둑에 매진하던 주인공 장그래는 11살에 한국기원에 입단하게 되지만, 결국 패배자가 되고 만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라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안쓰럽다.

나의 십 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유년시절을 거쳐 청년기까지 그의 인생을 지배했던 바둑이라는 것의 힘은 결코 얕잡아볼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바둑은 매우 특별하다. 나를 이긴 사람과 마주 앉아 왜 그가 이기고 내가 졌는지를 나눈다. 빠르면 6,7세의 어린이부터. 그들에게 패배란 어떤 의미일까? 그들은 패배감을 어떻게 관리할까? 그 아이는 마음이 얼마나 단단해 졌을까?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한 수 한 수 걸음을 옮기는 이야기. 그게 바로 <미생>이다.

 

한국기원 출신으로 입단에 실패하고서 세상 밖으로 나와야 했던 주인공 장그래.

검정고시를 치른 후 후견인의 제안으로 그 분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기원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주변인들의 선입견으로 많이 괴로워하던 그는 군대를 다녀오게 되고, 다시 그 분의 소개로 다른 회사에 들어간다.

“처음부터 시작할 겁니다. 남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했던 방식으로 들어갈 겁니다. 낯설고 힘들겠지만 원하는 대로 할겁니다, 다시는...바둑처럼...실패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밝혀야 할 불빛이 있다면 책임질 겁니다”-54

 

충혈된 눈의 팀장 오과장, 김대리,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 등. 새로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된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1권은 착수라는 제목답게 모든 것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바둑돌을 바둑판에 번갈아 한 수씩 두는 일을 말하기도 한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이 책은 회사원과 바둑의 결합이라서 그 구성이 남다르다.

1권에서는 세기의 대국-응씨배 최종 5국을 둘러싸고 팽팽한 판세를 벌이는 조훈현과 녜웨이핑의 대국을 복기하는 형식으로 16수가 두어진다. 그에 따라 장그래의 인턴 생활이 진행되는 것이다.

착수-나는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는가. 두 적수는 무심한 눈빛으로 판을 응시한다.

1수-조훈현 9단이 흑돌을 쥐어 우상 화점에 첫 수를 둔다.

2수-녜웨이핑 9단의 얼굴은 납 인형처럼 창백하다

3수-화점이 둥근 느낌이라면 소목은 살그머니 각을 세우는 느낌을 준다.

3선은 실리선이고 4선은 세력선. 실리가 현찰이라면 세력은 신용 같은 미래 가치다. 바둑은 그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바둑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인생사.

그래서 사람들은 바둑에 빠져드는 것인가.

<슬램덩크> 이후에 손에 땀을 쥐며 흥미진진하게 경기에 빠져들기는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세기의 국수들의 대결을 관망하는 재미에 더해 장그래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책 읽는 재미를 느낀다.

빨리 2권, 3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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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알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
다카하시 노조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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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알>

읽기전-

 

고슴도치는 포유류 아닌가?

새끼를 낳잖아?

나의 상식에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었다.

 

그렇지만, 그림을 자세히 보니, 고슴도치가 보고 있는 알이란 것은, 다름아닌 밤송이.

자기 몸도 가시로 뒤덮여 있는데, 더 단단하고 까실까실한 밤송이를 알로 알고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무한 호기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우리 아이들은, 고슴도치가 낳은 알에도 가시가 있네~하고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쯧쯧-그러니까 애들이지.

그렇지만, 애들이니까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거다.

'훗~너의 상상력의 기한은 이제 끝났어. 한마디로, 넌 너무 늙어버린 거지.'하고 새까만 꼬리를 가진 작은 악마가 까분다.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이미 기대감이 만발인데, 내용은 어떨지 무지무지 궁금하다.

다 읽고 나면, "봐봐, 엄마가 맞았지? 고슴도치는 새끼 낳는다니까."하고 내가 뻐기게 될까, 아니면,

"뾰족이 알에서 나온 애벌레도 잘 키웠으면 좋겠다."하고 여전히 책 속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그저 빙그레 웃으며 지켜보게 될까...

애벌레를 보고 "라바"다 ~하며 배꼽잡고 웃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기를...

엄마는 너희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단다.ㅠㅠ

 

 

읽고 나서-

 

● 우리 아이들은, 특히 6살 아들은 밤송이를 정말로 고슴도치의 알로 알았단다. 뾰족뾰족 가시가 돋은 알을 품은 고슴도치에게 “잘 품어야 새끼가 나오지.”하면서 격려도 해준다. 그러다, 비바람이 사납게 몰아친 다음날, 나무 밑에 놓아둔 알이 사라지고 알이 깨져서 밤송이가 삐죽 나온 걸 발견하게 된다.

“으아아아아아앙. 내 알이 깨져 버렸어.”하고 고슴도치가 우는 장면에선 진짜, 자기가 고슴도치가 된 양, 커다란 소리로 따라 울어버린다. 아이고...그렇게 마음이 여려서야, 원.

● 고슴도치를 따라 울면서 정말 속시원히 울어버린 바람에 목소리도 살짝 갔다. 왜냐하면, 이 책을 너무도 마음에 들어해서 앉은 자리에서 3번을 연달아 읽고, 고슴도치가 우는 부분에선 읽을 때마다 큰 소리로 같이 울어버렸기 때문이다.

● 아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부분에서 크게 한 몫한 건, 바로 다카하시 노조미의 그림이지 않을까 싶다. 웅크리고 지내는 탓에 뾰족한 가시로밖에 인식을 못했던 고슴도치도 이렇게 귀여운 얼굴이 있다니...작은 눈, 툭 튀어나온 코. 자그마한 손과 발. 그리고 까만 외투같은 가시투성이 몸통.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귀여운 고슴도치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기발한 착상과 박장대소할 만한 결말까지. 고슴도치를 소재로 잘 접할 수 없었던 내용의 동화가 탄생했으니 아이들이 보고 또 보고 할 밖에.

● 엄마가 아이를 무릎에 앉힌 후, 뒤에서 꼭 껴안아 주면서 같이 읽으면 더욱 온몸으로 공감할 수 있을 책이다.

● 으아아아아아앙. 하고 우는 대목에선 다독다독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하고, 애벌레가 쏘옥 얼굴을 내밀때에는 같이 키득거리기도 하면서 아이와 엄마가 다정한 한 때를 보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행복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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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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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기다리고 기다렸던 책이었다. 그리고 그 책을 나는 이제야 읽게 되었다.

가가 형사 시리즈 중에서 ‘가가 형사가 왜, 도대체 왜.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형사가 되었을까?‘ 에 대한 답이 나와 있는 책이라고 해서 빨리 읽고 싶었는데 말이다.

교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는,  한 학생의 학교폭력 사건 때문. 원인은 왕따.

너무 쉽게 답을 말해 버렸나?

ㅋㅋ

 

<악의>라는 책은 제목에서부터 뭔가 음험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 같다.

‘살인의 동기란 무엇일까? 그것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다’라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했다.

이 책은 “어떻게? ”와 “왜? ”중에서 어떻게?는 이미 밝혀지지만, 왜?가 후반부에 가서 확 뒤바뀌게 되는 신선한 구성의 이야기이다.

 

베스트 셀러 작가 히다카 구니히코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문진으로 얻어맞고, 전화선으로 목이 조인 것이 사인. 시체를 발견한 사람은 히다카가 재혼한 젊은 아내와 아동문학작가인 노노구치 오사무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우리의 가가 형사.

가가 형사와 노노구치 오사무는 이미 아는 사이다.

가가 형사가 교사로 몸을 담았던 학교에서 동료 교사로 일했던 사람이 바로 노노구치 오사무였던 것이다.

노노구치 오사무는 국어 교사로 일하다 오랜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면서 과거 초등학생 때부터 동창이자, “절친”이었다고 우기던 베스트 셀러 작가 히다카 구니히코와 왕래하게 된다. 히다카가 살해되기 직전까지 말이다.

 

히다카가 살해된 사건으로 노노구치는 가가 형사의 조사 선상에 오르게 된다.

살인자는 누구인가?는 의외로 소설의 초반에 쉽게 드러나게 된다. 바로 노노구치 오사무. 살인의 동기는 고스트라이터로 살아온 데 대한 앙심과 히다카의 전처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노구치는 자백을 하지만, 그 자백의 형태가 특이하다.

암 선고를 받은 상태이고 용태가 급격히 나빠져 병원에 가둬져 있는 관계로 병원에서 자술서의 형태로 제출하고자 했던 것이다.

여기 바로 이 부분.

왜 그는 굳이 글로 써서 남기려고 했을까? 작가 정신의 발로에서?

가가 형사는 결코 어수룩한 형사가 아니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살인자의 글에서 살해된 베스트셀러 작가는 ‘이웃집 고양이 때문에 시달리다가 농약이 든 경단을 먹여 고양이를 죽이는’ 악의를 가진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런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당해 온 세월을 견디다 못해 결국 살인까지 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전개되어 나가는 자술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로 사람의 선입견을 조작한다~는 매우 섬뜩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자칫 살인자의 트릭에 넘어가 진짜 동기를 알아내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지을 수도 있었지만, 우리의 대단한 가가 형사는 끝까지 파고 들어 진의를 파악해 내고 만다.

과거의 인물들에 대한 탐문 수사가 빛을 발했다고 해야 하나.

노노구치가 친구를 살해한 진짜 동기는 고스트라이터였기 때문도, 그의 전처를 사랑해서도 아니었다. 과거에 그 비밀의 열쇠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들키기 싫은 사진 한 장을 감추고자...

 

사람의 마음에 드리워질 수도 있는 <악의>가 살해동기가 되기도 하는...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고 보니 마음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

그렇지만, 추리소설이다 보니, 결말은 언제나 그 어두운 부분을 파헤치도록 되어 있는 법.

학교폭력, 왕따. 결코 쉽게 보고 넘길 일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이야기였다.

 암. 우리의 가가 형사가 교사를 그만 두게 될 정도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느니 만큼, 사람의 인생을 뒤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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