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미생1>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독특한 만화다.

회사원과 바둑의 결합이다.

바둑을 모르는 나에게는 신선한 도전이었고, 바둑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농구를 몰랐던, 관심도 없던 고교시절 <슬램덩크>가 준 충격처럼 말이다.<슬램덩크>에서 주인공의 땀과 노력과 멋진 대사가 주는 묘미에 저절로 농구의 룰을 알게 되고, 농구에 빠져 들어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미생>을 읽는 동안은 바둑의 고요한 출렁~발을 딛고는 잔잔히 이는 파문에 마음이 설레는 그런 묘한 기분.

 

장그래라는 사회초년생이 새로운 직장생활에서 바둑특기생의 특기를 살려나가면서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바둑학원을 다니고, 천재, 신동 소리를 듣고, 계속해서 바둑에 매진하던 주인공 장그래는 11살에 한국기원에 입단하게 되지만, 결국 패배자가 되고 만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

라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안쓰럽다.

나의 십 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유년시절을 거쳐 청년기까지 그의 인생을 지배했던 바둑이라는 것의 힘은 결코 얕잡아볼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바둑은 매우 특별하다. 나를 이긴 사람과 마주 앉아 왜 그가 이기고 내가 졌는지를 나눈다. 빠르면 6,7세의 어린이부터. 그들에게 패배란 어떤 의미일까? 그들은 패배감을 어떻게 관리할까? 그 아이는 마음이 얼마나 단단해 졌을까?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한 수 한 수 걸음을 옮기는 이야기. 그게 바로 <미생>이다.

 

한국기원 출신으로 입단에 실패하고서 세상 밖으로 나와야 했던 주인공 장그래.

검정고시를 치른 후 후견인의 제안으로 그 분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기원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주변인들의 선입견으로 많이 괴로워하던 그는 군대를 다녀오게 되고, 다시 그 분의 소개로 다른 회사에 들어간다.

“처음부터 시작할 겁니다. 남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했던 방식으로 들어갈 겁니다. 낯설고 힘들겠지만 원하는 대로 할겁니다, 다시는...바둑처럼...실패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밝혀야 할 불빛이 있다면 책임질 겁니다”-54

 

충혈된 눈의 팀장 오과장, 김대리,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 등. 새로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된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1권은 착수라는 제목답게 모든 것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바둑돌을 바둑판에 번갈아 한 수씩 두는 일을 말하기도 한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이 책은 회사원과 바둑의 결합이라서 그 구성이 남다르다.

1권에서는 세기의 대국-응씨배 최종 5국을 둘러싸고 팽팽한 판세를 벌이는 조훈현과 녜웨이핑의 대국을 복기하는 형식으로 16수가 두어진다. 그에 따라 장그래의 인턴 생활이 진행되는 것이다.

착수-나는 과연 살아 돌아올 수 있는가. 두 적수는 무심한 눈빛으로 판을 응시한다.

1수-조훈현 9단이 흑돌을 쥐어 우상 화점에 첫 수를 둔다.

2수-녜웨이핑 9단의 얼굴은 납 인형처럼 창백하다

3수-화점이 둥근 느낌이라면 소목은 살그머니 각을 세우는 느낌을 준다.

3선은 실리선이고 4선은 세력선. 실리가 현찰이라면 세력은 신용 같은 미래 가치다. 바둑은 그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바둑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인생사.

그래서 사람들은 바둑에 빠져드는 것인가.

<슬램덩크> 이후에 손에 땀을 쥐며 흥미진진하게 경기에 빠져들기는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세기의 국수들의 대결을 관망하는 재미에 더해 장그래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책 읽는 재미를 느낀다.

빨리 2권, 3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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