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2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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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작품이니 뭐 그런 이유 때문에 본 건 아니었다. 원래 영문학에는 큰 관심이 없기도 했고. 단지 실비나 오캄포 소설의 인물들이 언급했던 작품이 이 소설이었고, 그래서 무작정 사버렸다.

소설의 출발은 굉장히 그럴싸하다. 왠지 고딕스러운 분위기도 좀 흐르고. 문제는 중후반부를 넘어가면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원래 문체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이럴 때 욕하게 되는 대상은 결국 번역자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다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꽤 여러 권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는 (기존 번역서에 비해) 번역이 훌륭한 책도 많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번역이 나쁜 축에 속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가령 소설의 마지막 부분.

"선생님이 여기 계신가요?" 마일스는 감긴 눈으로 내 말이 들리는 방향을 감지하며 숨을 헐떡였다. '선생님'이라는 마일스의 이상한 말에 내가 비틀거리고 숨을 헐떡이며 '제셀 양! 제셀 양!' 하고 말을 되풀이하자, 그가 갑작스러운 분노로 나를 밀쳤다.

나는 놀라서 아이의 추측을 간파했다. 그것은 우리가 플로라에게 했던 일련의 행위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제셀 양보다 오히려 낫다는 것을 그에게 알리고 싶을 따름이었다. "제셀 양이 아니야! 하지만 그게 창문에 있어. 바로 우리 앞에. 저기 있잖아. 비겁한 괴물 같으니. 저기 마지막으로 나타난 거야!"

이 말을 듣자 마일스는 순식간에 마치 미친개가 냄새를 맡고 머리를 흔들다 몸을 치떨며 돌파구를 찾듯 - 내 느낌에 지금도 유령이 독기처럼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도 - 흐릿하게 창문 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우리를 엄습한 거대한 존재를 도무지 찾지 못한 채 당황하여 새파랗게 질려 나를 쏘아보았다. "그분이 오셨나요?"


이게 도대체 뭔 소리인지... 물론 비문은 없다. 이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텍스트로 복사하려다가 서식 고치기 귀찮아서 이미지로 땄다. 출처는 우리의 구세주인 ibiblio).



어떻게 생각하는가, she와 he의 차이를.

사실 번역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 리뷰들을 봐도 독서에 지장이 줄 정도로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하나도 없는 걸 보면 단지 나와 번역자의 코드가 맞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리뷰랍시고 쓴 글인데 번역에 대해 꼬투리만 잡은 셈이지만, 별 수 없다. 안 맞는 건 안 맞는 거다. 앞으로 이 번역자의 번역서를 피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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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대산세계문학총서 59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지음, 유진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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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하여 손에 들어와 반년에 걸쳐 읽어내긴 했으나, 도무지 기억에 남을 게 없는 책이랄까. 프랑스 문학사적으로 꽤 의의가 있는 작품이고, 소위 컬트 소설이라는 태그가 붙어있는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뭐, 그런 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담. 글쎄. 프랑스라는 나라를 좋아하거나 프랑스 문학 혹은 예술 전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알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작가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자신이 밝히는 대로 이 책은 "머저리들에게는 단단히 빗장이 잠겨진 난해한 책"임이 사실이고, 나는 그가 말하는 '머저리'에 속하는 1人임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 전체에서 내 관심을 끈 부분들은 극히 지엽적인 몇 가지 소재들에 불과했다. 가령 화자(데 제쎙트)가 빌리에 드 릴아당(Villiers de L'Isle-Adam)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작가가 쓴 단편 '클레르 르누아르'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단편의 줄거리는 꽤 인상적이라 검색까지 해봤다(그런데 한역은커녕 영역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또 하나, 기독교에 회의적인 화자가 유독 그레고리안 성가만은 찬양(?)하는 부분도 개인적으로 완전 공감하기에 기억에 남는다. 끝으로, 역시나 개인적으로 꽤나 공감하는바, 작가(화자)의 사디즘에 관한 분석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 그것(사디즘)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신성모독 행위, 윤리적인 반항, 정신적인 방탕, 전적으로 관념적이고도 전적으로 기독교적인 광란에 있었다. 또한 두려움에 의해 희석된 쾌락, 부모들이 분명하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금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금지된 물건들을 가지고 놀면서 부모의 뜻을 거역하는 어린애들이 느끼는 불량한 충족감과 흡사한 쾌락에 그 본질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디즘의 힘, 그리고 그것이 지닌 매력은 신에게 드려야 할 찬양과 기도를 악마에게로 보낸다는 금지된 기쁨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예수를 더욱 심하게 조롱하기 위하여 그가 가장 명백하게 영벌(永罰)을 내린 두 죄악, 즉 예배의 모독과 육욕의 난무라는 죄악을 범함으로써 사람들이 비록 거꾸로라도 준수하는 가톨릭의 규율들에 복종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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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시선 121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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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자면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슬퍼져버린다. 페이지를 넘기기 두려울 정도로... 서른이 되면 누구나 다 이렇게 슬퍼지는 걸까. 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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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메가 Biomega 1
니헤이 츠토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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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부터 극호평 카피가 크게 써있듯, 츠토무 니헤이의 신작이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개인적으로 2권까지 본 느낌은 꽤 괜찮다. 확실히 [블레임](세주문화사에서 [브레임]으로 출간)보다 가다듬어진 느낌이고, 다르게 말하자면 보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이다. ...라고는 해도 일반 독자들이 보기엔 여전히 매니악할 테지만. 일본 만화에서 표현주의 회화적 양식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면 괜찮은 비유일려나.

왠지 살짝 마초스러워진 스토리를 떠나서, 이번 신작을 통해 츠토무 니헤이가 마츠모토 타이요 정도의 천재 만화가로 평가될 수 있을지 없을지 기대중이다(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세주문화사가 아닌 서울문화사에서 나오는 만큼 번역의 질은 [블레임]보다 훨씬 나은 편. 출간 직후 재고가 모자라 일시품절이 될 정도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일단 한번 읽어보시라. 그리고 마음에 들었다면, 현재 시점에서 사는 게 좋을 거다. 물론 소장판, 애장판 뭐 이런 식으로 다시 나올지도 모를 일이지만.

 

추가: 그림을 보고 싶다면 블로그 리뷰 참고.

http://feelyou.tistory.com/entry/바이오메가-츠토무-니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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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2.0 : 발견의 진화 - Ambient Findability
피터 모빌 지음, Yuna 옮김 / 한빛미디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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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 꽤 오래된 책이고 당시에 만나는 사람마다 추천을 하고 다녔던 책이다. 비교적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결코 어렵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사실 여러가지 트렌드나 신기술을 툭툭 던져주기만 할 뿐 기술적으로 깊이 들어가지도 않는다(따라서 대학원생들이 레퍼런스로 삼기엔 약간 애매하다). 하지만 출간 당시 시점에서는 그런 화두를 잘 정리하여 제시하는 행위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뭐 거기까지는 그냥 그렇다 치고, 이 책의 대단한 점은 저자의 '철학'이 들어가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부분이 국내서와 외서와의 결정적인 차이랄까. 국내에서도 이런 책이 나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판형은 약간 부담스럽지만, 편집과 번역은 비교적(!) 잘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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