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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59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지음, 유진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2월
평점 :
어찌어찌하여 손에 들어와 반년에 걸쳐 읽어내긴 했으나, 도무지 기억에 남을 게 없는 책이랄까. 프랑스 문학사적으로 꽤 의의가 있는 작품이고, 소위 컬트 소설이라는 태그가 붙어있는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뭐, 그런 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담. 글쎄. 프랑스라는 나라를 좋아하거나 프랑스 문학 혹은 예술 전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알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작가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자신이 밝히는 대로 이 책은 "머저리들에게는 단단히 빗장이 잠겨진 난해한 책"임이 사실이고, 나는 그가 말하는 '머저리'에 속하는 1人임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 전체에서 내 관심을 끈 부분들은 극히 지엽적인 몇 가지 소재들에 불과했다. 가령 화자(데 제쎙트)가 빌리에 드 릴아당(Villiers de L'Isle-Adam)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작가가 쓴 단편 '클레르 르누아르'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단편의 줄거리는 꽤 인상적이라 검색까지 해봤다(그런데 한역은커녕 영역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또 하나, 기독교에 회의적인 화자가 유독 그레고리안 성가만은 찬양(?)하는 부분도 개인적으로 완전 공감하기에 기억에 남는다. 끝으로, 역시나 개인적으로 꽤나 공감하는바, 작가(화자)의 사디즘에 관한 분석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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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사디즘)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신성모독 행위, 윤리적인 반항, 정신적인 방탕, 전적으로 관념적이고도 전적으로 기독교적인 광란에 있었다. 또한 두려움에 의해 희석된 쾌락, 부모들이 분명하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금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금지된 물건들을 가지고 놀면서 부모의 뜻을 거역하는 어린애들이 느끼는 불량한 충족감과 흡사한 쾌락에 그 본질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디즘의 힘, 그리고 그것이 지닌 매력은 신에게 드려야 할 찬양과 기도를 악마에게로 보낸다는 금지된 기쁨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예수를 더욱 심하게 조롱하기 위하여 그가 가장 명백하게 영벌(永罰)을 내린 두 죄악, 즉 예배의 모독과 육욕의 난무라는 죄악을 범함으로써 사람들이 비록 거꾸로라도 준수하는 가톨릭의 규율들에 복종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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