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Beth Gibbons & Rustin`Man - Out Of Season
Beth Gibbons & Rustin Man 노래 / Go Beat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포티쉐드(portishead)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정작 앨범 산 건 1집 한 장밖에 없었다(물론 그 1집이 AMG 별 다섯 개에 앨범픽까지 먹었긴 하지만). 몇 년간 아트록에 빠져있던 동안 아트록 외에 다른 음악에는 아예 눈을 안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얼마전 모 블로그에서 포티쉐드의 보컬 베스 기본스(beth gibbons)의 이름을 발견했다. 여기 bgm으로 올려놓은 곡이 아니라 mysteries(#1)라는 곡이 흐르고 있었는데, 한동안 그냥 멍―한 기분이었다. 솔로 앨범(정확히 말하자면 듀오지만)이 나왔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기 때문이 아니라, 곡 자체가 가진 '조용하면서도 압도적인' 마력 때문이었다.

 
사실 포티쉐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컬에 반해서 좋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게다. 그러니까 포티쉐드가 trickey와 massive attack과 함께 트립합 3대 그룹으로 꼽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런 데에는 별 관심도 없다(포티쉐드 좋아한다는 사람에게 trickey도 같은 트립합이니까 들어봐,라고 하는 행위는, 둘 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어불성설이다). 나 역시 베스 기본스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학적인(!) 보컬 스타일에 반해서 포티쉐드를 좋아했던 사람 중 하나다. 트립합적인 사운드는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차라리 당시 나는 mono라는 비교적 덜 알려진 트립합 그룹을 좋아했다).

 
어쨌든, 다시 발견한 그녀의 이름에 무작정 씨디를 샀다. 카피에는 '21세기 포크'라고 써있는데, 관악기나 오케스트라가 들어간 곡들은 재즈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특히 지금 bgm인 #2 Tom the model). 물론 카피대로 발라드 내지 포크로 들리는 곡도 있는데(#1, #3, #9 등), 자세히 들어보면 알겠지만 100% 어쿠스틱이 아니다. 아주 은근슬쩍 삽입된 노이즈 혹은 전자음이, 마찬가지로 아주 미묘하게 들리는 베이스나 브러쉬 드러밍과 어우러지는데, 이게 또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듀오를 이룬 rustin' man(본명 paul web)이 프로듀싱을 했는데 이 사람 믹싱이나 엔지니어링 솜씨가 상당히 좋은 듯하다. 전자음의 비중을 조금만 더 낮췄다면 유야무야해졌을테고, 더 높였다면 상대적으로 섬세한 보컬을 가렸을 터인데 그 경계를 잘 파악하고 있다. 한편 #10 rustin' man 같이 일렉트로닉 위주로 꾸며진 곡에서는 실험적인 면모도 살짝 보인다.

 
앨범 전체적으로 보면, 전자음의 차가운 느낌을 잘 가리고 베스 기본스의 보컬을 최대한 활용해 오히려 따뜻한 느낌까지 든다. 뭣보다 이 솔로 앨범에는 그녀의 보컬이 어두운 트립합의 질감에 묻혀 있는게 아니라, 살랑살랑거리는 배경 연주 위에 실려 한껏 감정을 발산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포티쉐드의 보컬에 반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분명 환영할 음반이다. 그녀는 여전히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지르다가, 다 포기한 듯 짙은 체념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지만, 어느샌가 전에 없던 따뜻한 음색을 들려주기도 한다. 늦게 알아서 정말 유감이지만, 정말로, 가을에 어울리는 음반이다(실제로 2002.10.28에 발매). (06-3-1, 필유)

 


- 포노 블로그에 썼던 글(글에서 말하는 bgm은 포노 블로그에 올려놓았던 음악). 번역은 http://feelyou.tistory.com/entry/Beth-Gibbons-Tom-The-Mo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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