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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Magic theatre
Garden Of Delights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60년대 말 영국에서는 Cream 등의 헤비메탈 밴드가 등장하며 록 음악에서 드럼이 솔로 악기로 부상하고 있었지만, 독일(이 밴드는 스위스 출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권 프로그레시브록은 여전히 키보드와 기타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래서 Garden of Delights의 카탈로그를 뒤지던 중 발견한 이 Drum Circus라는 이름의 밴드는, 드럼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레시브록을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밴드의 리더 Peter Giger라는 사람은 드럼의 대가이라고 불리웠다고 하며, Brainticket의 멤버 2명이 참여했다는 사실 역시 흥미로웠다.
타이틀곡인 #1 Magic Theatre은 21분이 넘는 대곡으로, 몇 개의 소주제부로 나누어지는 구성 속에서, 과연 다양한 타악기(참고로 드러머가 3명)의 리듬을 즐길 수 있는 곡이다. 하지만 드럼이 솔로 악기로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오르간과 플룻, 시타, 색소폰 등이 함께 등장하여 음악을 이끈다. 인상적인 몇 개의 부분이 있는데 먼저 6분경 등장하는 시타와 보컬은 전위적이면서도 상당히 동양적인 명상음악의 색체를 더한다. 이어지는 9분 이후의 색소폰이 리드하는 즉흥 연주는 곡의 절정이라 볼 수 있는 부분으로, 3명의 드럼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물론 헤비메탈의 에너지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미 언급한대로 당시 프로그레시브록씬에서는 접하기 힘든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끝으로 17분 이후 피아노와 베이스의 인터플레이 위에 색소폰과 드럼 브러싱이 추가되는 부분은, 후반에 난입하는 보컬을 제외하면 거의 재즈에 가깝다. 기타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재즈적인 면모가 음반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나머지 트랙들은 상대적으로 다소 평범하고 짧은 곡들이다. 먼저 #2 Now It Hurts는 시타와 보코더 비슷한 이펙트가 걸린 여성 보컬(Carole Muriel)이 반복적인 가사를 주술적으로 읊는(?) 곡으로, Brainticket의 1집 [Cottonwoodhill](1971)의 대표곡 Brainticket이 떠오르는 곡이다(참고로 Carole Muriel은 Brainticket의 1집이 아니라 3집 [Celestial Ocean](1974)에 참여했다). 하지만 Brainticket에 비하면 강도는 많이 떨어지는 편. #3 Papera는 재즈로 봐도 무방하고 #4 La-Si-Do는 타악기와 남성 보컬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곡. #5 Groove Rock은 곡 제목대로 재즈록에 가깝다. 리듬 섹션이 특히 돋보이는데, 8분이 넘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꽉 찬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6 All Things Pass 역시 재즈적 편곡 위에 록적인 보컬이 실린 곡.
이상 살펴본대로, 이 음반은 예상했던 만큼의 '드럼만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레시브록'은 아니고, 드럼, 퍼커션이 강화된 재즈록 정도이다. 여기에 [티벳 死者의 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가사의 주술적인 보컬(읊조림), 그리고 시타와 여러 타악기의 사용으로 환각적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완전 뿅가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Amon Duul이나 Brainticket 1집을 듣는 게 낫다 하겠다.(2005-10-3, 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