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 - 3집 보헤미안 [24-bit 리마스터링/LP미니어쳐](재발매)
김두수 노래 / 보헤미안뮤직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보헤미안]은 90년 당시 병상에 있던 포크 뮤지션 김두수의 3집으로, 91년 원래는 [자유로운 마을, 강변마을 사람들]이라는 가제(假題)로 발표되었다. 이후 4집 [자유혼]이 나오기까지 1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자유혼]의 재발매에 즈음하여 3집 역시 리마스터링을 거쳐 마침내 재발매되었다(그것도 LP 미니어쳐로).


4집을 먼저 들었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1번곡 ‘보헤미안’이 반갑게 귀에 들어온다. 곡의 후반부에서 80년대 유행하던 스타일의 신시사이저 질감을 감상할 수 있는데, 4집에 실린 그만의 담담한 포크 버전과 비교하면 조금 의외이기도 하다. 이 편곡에서 믹싱만 다르게 했다면 훨씬 훅이 실린 곡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2번곡 ‘강변마을 사람들’처럼 다소 평범한 포크가 들어 있기도 하지만 이 음반은 일반적인 포크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 명상음악을 표방한 애시드한 느낌의 4번곡이나, 김두수식 발라드로 볼 수 있는 6번곡 ‘멀리서’에서도 드러나듯 모호한 난해함이 짙게 베어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표현했다지. 김두수는 한국 포크의 완성이라고.


개인적으로는 그의 시적인(혹은 그 자체가 시인) 가사에 주목하고 싶다.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으레 사람들이 한국 포크하면 떠올리는 민중적인 내용도 아니다. 보헤미안(Bohemian). 김두수 씨가 근 20년 동안 추구해온 음악적 주제이자 동시에 그의 삶의 노정 자체가 바로 보헤미안이다. 보헤미안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한정 자유롭고 멋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른 소시민들처럼 평범하게 정착하고 안주하기를 거부한 대가로 얻은 자유와 방랑의 삶이란 결코 평탄한 것일 수 없다. 김두수는 그런 덧없는 생의 비애를 함축적인 시어(詩語)로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저 허무의 기슭으로 나는 가네

이 자유로운 영혼 강물로 흘러

내 들꽃으로 피어 바람에 흩날려도

서러워 않으리

(‘보헤미안’ 중)


자유라는 매력적인 유혹 뒤에 서린 짙은 허무. 그 아픔을 기꺼이 감내하며 나아가 예술로 승화시킨 한 예술가의 혼이 여기 살아 숨쉬고 있다. 지금도 강원도 어딘가에 은둔하고 있을 김두수는 분명 그 음악성에 비해 정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불우한 예술가이지만, 보헤미안인 그에게 있어 남들의 시선이나 주목은 애초에 무의미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희귀반이 되어버린 그의 음반들이나 은둔자인 그를 둘러싼 많은 전설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떠들썩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그는 찾는 이 없는 보헤미안, 혼자 고이 아껴 듣는다 해서 달라질 것 없으리라.(2005-9-26,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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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vernet 2006-11-2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집 자유혼은 재발매 음반이 아닌, 정규 신보입니다. 틀린 부분 수정 부탁드립니다.

faai 2009-10-23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집 [자유혼]은 2002년 초에 처음 나왔다가(메타복스에서 한정판매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도 이때 메타복스에서 구입했습니다) 예상외로 반응이 좋자 2003년 말에 재발매가 됐습니다. 그리고 05년 초에 이 음반(3집)이 재발매가 됐는데, 4집 재발매와 3집 재발매가 1년 정도 터울이기 때문에 '[자유혼]의 재발매에 즈음하여 3집 역시 리마스터링을 거쳐 마침내 재발매되었다'라고 쓴 겁니다. 여기까지 혹 틀린 부분이 있는지요. [자유혼]이 정규 신보인 거 저도 당연히 압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