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Arzachel(Red)
Comet / 1969년 7월
평점 :
품절


 

90년대(정확한 연대는 모르겠다) CD 재발매가 되기까지 수많은 콜렉터들의 지갑을 바닥낸 희귀반이, 여기 또 한 장 있다. 바로 동명의 4인조 영국 밴드의 69년 유일작 [Arzachel]! 본인 또한 #2를 듣고 반했던 음반이라 정말로 구하고 싶어했던 음반이다.

 

2002년에 이 음반은, Comet-Akarma를 통해 오리지널 LP 커버 그대로인 적색 커버와 부틀렉으로 알려진 청색 커버 두 가지 버전 모두가 LP 게이트폴드 미니어쳐로 재발매(카탈로그 번호 AK-184)되었다. 덕분에 본인도 한 장 가지고 있긴 한데, 부틀렉과 극악 퀄리티로 유명한 Comet-Akarma답게 이 음반 역시 부클렛 한 장 들어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감스럽지만 심히 조악한 음질을 자랑한다.


Arzachel이 이 음반을 만들게 된 경위나 멤버들이 후에 어떤 거장들이 되었는지 등등의 이야기는 링크를 참고할 것.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분량이 길어질 것도 같아, 생략한다. 또한 극악 음질에 대해서도 논외로 하고(그러나 진정 디지털 리마스터링 계획은 없는 것인가!), 단지 본인의 감상만을 적어보겠다.


먼저 첫 곡 #1 Garden of Earthly Delights(번역하자면 육욕肉慾의 정원 정도?)는 네덜란드 화가 Bosch의 유명한 1504년 패널화(Pearls Before Swine의 음반 커버로 사용된 적도 있다)에서 제목을 가져온 듯싶은데, 의외로 평범한 짜임새와 밝은 톤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1:30이 지날 때쯤 블루지한 기타 솔로와 함께 약간 불길한 분위기가 고개를 든다. 기타가 막 달리기 시작하는 부분에서 페이드아웃이 되는데, 좀더 길었으면 하는 곡(러닝타임 2:47).


이어지는 본인의 애청곡 #2 Azathoth의 제목은, 역시나 본인이 열렬하게 좋아하는 소설가 H.P.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제목이자 그의 작품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최상위신의 이름이다. 경건한 보컬과 (파이프?) 오르간 선율이 아름다운 성가풍의 곡. 그런데 이 평화스러운 분위기에 익숙해질 무렵, ARACHNOID를 연상시키는 불길하고 사악한 기운의 코러스로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음악이 많이 있지만(심지어 동명의 밴드까지도 있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곡이다.


#3 Queen St. Gang은 오르간이 주를 이루는 접속곡 역할의 연주곡이고, #4 Leg는 블루지하게 시작되는 곡으로 지글거리는 기타와 보컬이 잘 어울린다. 이어서 LP 뒷면에 해당하는 #5와 #6은 각각 러닝타임이 10:31과 16:51에 이르는 대곡으로, 앞면이 ‘곡’ 중심의 다소 단선적인 구성이었던 데 반해, 본격적인 싸이키델릭을 들려주는 곡들이다.


#5 Clean Innocent Fun은 블루지한 도입부로 시작하지만 보컬부가 끝나자마자 하드한 싸이키델릭의 도가니로 이어진다. 도저히 10대가 만든 음악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 그리고 마지막 곡 #6 Metempsychosis(윤회전생輪廻轉生)가 문을 연다. 초반부터 제정신이 아닌 jam이 시작된다. 마음껏 난동부리는 기타와 제멋대로 찔러대는 오르간, 질주하는 드럼과 꿈틀꿈틀거리는 베이스. 중간중간 음침하고 환각적인 코러스가 등장하기도 한다. 청자의 정신마저 아득해지게 만드는 완벽한 몽환의 경지.

 

최고다. 그래, 사실 모든 희귀반이 반드시 명반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음반은 희귀반인 동시에 명반이다.(2005년 9월, 필유)



링크(쉬프트+클릭!)

 고려바위 - Arzachel - 밴드소개 및 음반평

 sclt 싸이 게시물 펌 - Arzachel - AMG 바이오그래피를 sclt가 번역.

 AMG - [Arzachel] - 음반평.


 Artchive - Hieronymous Bosch - 보쉬의 작품을 볼 수 있다.

 AMG - Pearls before Swine [One Nation Underground]

 - 보쉬의 작품을 커버로 한 음반. 소장하고 있는데, 좋다.


 Weird Tales - (소설가)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가야님의 국내최고의 연구소(?).

 AMG - H.P. Lovecraft - 이건 동명의 싸이키델릭 밴드. 음악은 그럭저럭.


 고려바위 - ARACHNOID - 별로 상관은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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