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enes (20 Bit Remastered)
M2U Records / 1978년 7월
평점 :
품절


 

 스페인 밴드 Gotic의 1978년 유일작 [Escénes]는 흔히들 스페인 하면 떠올리는 ‘정열’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음반이다. 어느 정도 심포닉록과 비교가 되겠지만(특히 Camel의 [Snow Goose]와 자주 비교된다) 그보다 훨씬 가볍고, 언뜻 들으면 스무스 재즈로 느껴질 정도로 퓨전적인 요소가 강하다(실제로 Gotic의 베이시스트는 후에 Pegasus라는 재즈록 밴드에 들어간다). 밝고 상쾌한 정서가 주를 이루며, 막힘없이 부드러운 연주를 마치 커버 그림처럼 예쁘장하게 들려준다. 물론 극적인 음악을 선호하는 프로그레시브록 리스너라면 이 음반의 시종일관 가벼운 연주에 실망을 느낄 수도 있겠다.


 밴드 멤버는 4명(b, d, fl, key)인데 보컬과 기타는 없다. 기타 대신 플룻이 주 멜로디를 이끌어 가고, 각종 키보드(피아노와 해먼드 오르간까지 포함해서)들이 백업을 하는 다소 특이한 악기 구성이다. 앨범의 절반은 기타가 아예 빠져있으며 어쿠스틱 및 일렉 기타가 들어간 몇몇 곡은 게스트로 크레딧 되어 있다. 연주력이야 꼬집어 지적할 부분은 없고, 사운드나 음질 또한 78년이라는 프로그레시브록 역사상 다소 늦은 시기에 나온 음반이라서 좋은 편이다. 게다가 M2U의 복각본은 리마스터링까지 해서 나왔으니까 말이다(88년에 이미 CD화는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음반은 1978년에 나온 모든 음반 중에서 커버가 가장 아름다운 음반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상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경우에는 드물게도 카피에 동의하고 싶다(물론 실제로 그 해에 나온 다른 모든 음반들과 비교해봤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만;). 이 아름다운 LP 커버의 현란한 색감을 고스란히 재현한 M2U의 복각본은, 예쁜 커버를 찾는 컬렉터들에게는 더없는 표적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인 추천트랙은 아기자기하게 앨범의 문을 여는 흥겨운 곡 #1 Escénes de la Terra en Festa i de la Mar en Calma(축제의 대지와 고요한 바다의 정경)와, 비장한 멜로트론 인트로와 중반부의 (의외의) 일렉 기타 솔로가 인상적인 #6 I tu que ho veies tot tan facil 정도. 역시 기타가 들어가야 음악이 산다고나 할까. 또 하나 아트록 리스너들 사이에선 스페인 최고 명곡의 하나로 꼽힌다는 #7 Historia d'una gota d'aigua(서글픈 역사)가 있다. 스페인의 긴 피억압의 역사를 주제로 삼은 듯한 10분이 넘는 대곡인데, Claude Bolling이 연상되는 플룻 연주가 뇌리에 남는 아름다운 곡이다.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에 반해 #6과 #7은 다소 가라앉은, 애수를 띤 인트로로 전개되지만, 곡 말미에 이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희망차고 생기 넘치는 연주로 돌아간다. 민초(民草)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이 끈질긴 희망과 긍정에의 희구야말로 어쩌면 Gotic이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05-8-29,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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