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igo - My Fair Melodies - Special Edition
The Indigo 노래 / 이엠아이(EMI)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후임의 소개로 알게 된 디 인디고(the Indigo)라는 듀오가 있다. 그들의 첫 국내 소개작이 바로 이 2002년작 [My Fair Melodies]다. 이 음반은 흔히들 말하는 리메이크 음반인데, 인디고는 귀에 익숙한 6,70년대 올드팝송들을 현대적이지만 따뜻한 감성으로 편곡하여 다시 부르고 있었다. 보컬 타오카 미키(田岡美樹)는 카펜터스의 명곡 rainy days and mondays를 선곡한 데에서 드러나듯, Karen Carpenter를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슬픔을 묻고는 있지만 차분하고 절제된 정서. 하지만 그보다 많은 부분에서 밝고 희망적이다. 부담없이 따뜻하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이며, 편곡과 연주는 이를 단출하게 뒷받침해준다.

 

선곡을 보면 캐롤 킹, 로버타 플랙, 카펜터스, 스티비 원더 등 익숙한 뮤지션들의 곡들이 보이는데, 모두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요즘 팝'다운 편곡이 이루어져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Burt Bacharach의 don't go breakin' my heart(#7)였다. 플룻이 인상적으로 흐르고는, 잊을 수 없는 후렴구가 가볍게 이어진다. 라- 라라라- 라라라라라- 라라라라- 이 곡에서 타오카 미키의 보컬은 김윤아를 강하게 연상시키는데, 비음섞인 창법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한편, 화장품 CF 등으로 잘 알려진 미니 리퍼튼의 명곡 lovin' you(#10)는 무수히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시도했지만, 흑인가수 Sparkle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소화해낸 경우가 거의 없는 어려운 곡이다. 가창력은 일본 톱수준인 Misia마저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이 곡을, 인디고는 정면승부 대신 나일론 기타 및 색소폰의 미니멀한 악기 구성과 재지한 편곡으로 재창조했다. 원곡만큼의 감동은 없지만 조용하게 앨범을 마무리하는(이후는 한국반 보너스 트랙)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최근 일본 가요계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차분한 음악이다. 또한 올드팝 세대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젊은 세대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한 음반이다. 가만히 고개를 까딱거리며 음악을 듣고 있자면, 인디고의 다른 음반들 그러니까 리메이크가 아닌 다른 음반들은 과연 어떨지,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해버리고 만다.(2005-8-20,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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