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Scar
Beggars Banquet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Rush와 비슷한 발음 때문에 헷갈렸던, 대학 신입생 시절 한동안 끼고 살았던 Lush라는 밴드가 있었다. Lush는 88년에 결성되어 다음해 데뷰 EP로 본작 [Scar]를 발표하고 그 다음해 초기 싱글들을 모은 첫 풀렝쓰 앨범 [Gala]를 발표한다. 그리고 각각 92, 94, 96년에 1집 [Spooky](포노에 있다), 2집 [Split], 3집 [Lovelife]를 발표하고는, 96년 10월 드러머 chris acland의 갑작스런 자살로 인해 해체하고 만 수많은(?) 비운의 밴드들 중 하나다.

 

음악은 전반적으로 드림팝+슈게이징+기타팝인데, 후기로 갈수록 '그냥 팝'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my bloody valentine과 같은 슈게이징이나, 4AD 레이블메이트인 cocteau twins의 몽롱함을 기대한다면 [Gala]나 1집(cocteau twins의 robin guthrie가 엔지니어링과 프로듀싱을 했다)을 듣는게 좋다. 이 초기작들은 보컬과 기타를 겸임하고 있는 emma anderson과 miki berenyi의 천사같은 보컬(고딕 신에서 heavenly voice라고 부르는 것과 유사한)과 피드백 걸린 기타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정말로 매력적이다.

 

본작 [Scar] 역시 당연히 이런 초기 Lush의 사운드가 담겨있는 음반이다. emma anderson의 보컬은 수줍은듯 기타에 묻혀 결코 전면으로 부상하지 않는다. 애매모호한 가사는 전반적으로 메시지 대신 운율 맞추는데 치중되어 있으나 이별과 같은 사랑 이야기를 슈게이징 특유의 자폐성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무엇보다 지배적인 것은, 몽롱하게 때로는 공격적으로 울리는 피드백과 리버브 잔뜩 걸린 기타 사운드다. 이 모든 두리뭉실한 사운드는 믹싱을 잘못한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드림팝의 느낌을 살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포노에서 광고하듯(분명 어딘가에서 복사&붙여넣기 했겠지만) [Scar]가 이들의 대표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살짝 의문스럽다만, 완전 팝으로 변모한 3집보다는 확실히 이 초기작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 EP에 들어있는 6곡은 모두 다 [Gala]에도 들어있지만, [Gala]는 고사하고 이들의 음반을 한 장이라도 구경하기도 힘든 현 시점에서는(나온지 10년이 넘으니까) 나름대로 본작을 구매할 가치는 있다고 본다.(05-8-5, 필유)

 

 

 

덧(잡설):

1. 음반정보에는 레이블이 beggars banquet으로 되어있는데 이게 아니라 4AD가 맞다.

2. 포노에 있는 Lush 음반을 수시로 모니터링해왔는데, 이거 요번 세일하기 전에는 8300원이었다. 구매 찬스-_-

3. 전에 다른 쇼핑몰에서 2001년에 나온 베스트 앨범 [ciao! 1989-1996]를 주문하고 입금까지 했는데, 재고 없다고 배신을 당한 경험이 있다-_- 역시 사려면 제때 사야 한다.

4. 쓰다 날아가서 다시 썼다-_- 망할 익스플로러.

5. 1집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리뷰를 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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